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74
00174 미묘한 관계 =========================
“…..”
눈치도 빨라요.
영이는 빙긋 웃은 후 손을 들어 내 얼굴을 잡아 당긴 후 입맞춰주었고 그것에 난 한숨을 내쉬며 영이를 끌어안았다.
“아! 거! 애정행각은 딴데가서 하쇼! 좀!”
“그러니까 말야! 아가씨! 너무하지 않아요?”
“하하. 보기 좋은데 뭘 그러나.”
시끄럽다.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무시하며 영이의 입술에 쪽쪽 몇번이나 입맞춰 준 나는 그녀를 놓아 준 후 날 빤히 바라보는 조청을 가리켰다.
“이정도면 실력에 대해서 불만 없지?”
“나쁘지 않네요.”
“여영기와 비슷한 수준? 조금 약한 정돈가? 이왕 하는거 병사들을 움직이는 것도 보고 싶지만… 호표기의 부대장이라면 그것도 어느정도는 하겠네.”
서황은 인정한 듯 싶고 감녕과 여영기 역시도 불만이 없는 것 같았다.
요화는 내가 허락한 이상 상관없다는 느낌이고.
“그럼 당분간 조청은 날 호위하는 것으로 하자.”
“그리 하십시다.”
“됐지? 조청. 넌 앞으로… 응? 내 얼굴에 뭐라도 뭍었나?”
조청은 계속해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에 난 당황하며 내 얼굴을 만지작거렸고 그녀는 그제서야 놀라며 허리를 숙였다.
“아, 앞으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하비성주님을 모시겠습니다.”
“음.”
뭐 됐나.
그녀도 납득한 듯 하자 난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오늘도 열심히 일하자고.”
영이를 집무실로 돌려보내고 오늘 일정이었던 하비성의 시찰을 나갔다.
기존 낭야군에서 온 백성들이 어떠게 행동하는지, 혹여 그들이 불만사항이라도 가지고 쓸데없는 짓이라도 하는 것인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흑귀대 이십명과 조청만 데리고 밖으로 나온 나는 벌써부터 관아의 땅에서 농사를 시작한 농부들을 발견했다.
“흠…”
아직 저들은 서주의 농법에 익숙하지 않는 듯 보였다.
쩝.
근처에 강도 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논농사를 지어볼까?
어차피 새로 가르쳐야 한다면 관아의 수입 증대를 위해서 그걸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농사를 짓는 이들을 보며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옆통수가 따끔거렸다.
휙 고개를 돌려보니 조청이 또다시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 않은데. 할 말 있으면 해봐.”
“그… 성주님.”
“말해.”
“아내분을 굉장히 아끼시는군요.”
“내 아내를 내가 안 아끼면 누굴 아껴야하지?”
“……”
아까 서황을 상대로 할 때 잘 싸우던 기집애가 머뭇거리며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을 보며 난 쓰게 웃었다.
그녀의 무뚝뚝한 표정에 땀방울이 송글거린다.
“물 좀 줘봐.”
흑귀대에게 대나무 물통을 받아 그녀에게 휙 던져주었다.
그것을 받은 조청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뚜껑을 열어 벌컥벌컥 마셨다.
“후하…”
“연주목의 말 때문에 날 의식하는 것이라면 그건 일단 제쳐두는게 좋을거야.”
“…네?”
“지금 당장 너와 결혼을 할 생각도 없고 할 수도 없으니까.”
“……”
조청과 결혼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걸 떠나서 그녀와 지금 당장 결혼을 할 수는 없었다.
일단 하비의 문제도 문제거니와 하비가 어느정도 자리를 잡으면 곧장 중앙으로 가야 한다.
조조가 황제를 데리고 있다면 그것을 이용해서 몇가지 해야 할 일이 있는데 서주에 있으면 그것을 하기 애매하다.
“그러니까 그렇게 좀 보지 말아줄래? 진짜 부담스럽거든?”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한다면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게 낫다.
조청.
조앙의 친동생이며 조조의 적녀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하후무의 부인이 되는 청하공주라는 것이다.
이유하의 지식에서 하후무는 첩을 많이 두고 기녀들을 공공연히 거느리고 다녔다고 한다.
가문상으로 따져도 나와 결혼을 하지 않는다면 그녀의 결혼 상대가 하후무가 될 가능성이 높았고 그녀의 생은 불합리하고 우울하게 진행될 것이다.
“아… 네.”
머뭇거리던 그녀가 고개를 푹 숙이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다른 곳으로 가보자.”
순수하게 부하로서 활용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만약 그녀와 결혼을 해야 한다면 나도 나름대로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영이는 눈치가 무척 빨라서 내 마음을 알아주지만 조홍의 말에 따르면 조청은 남녀 관계에 대해 일자무식일 뿐만 아니라 신부로서 갖춰야 할 교육 같은 것 보다는 오히려 전장을 달리는 장수로서의 교육을 더 잘 받았다고 한다.
그런만큼 영이때처럼 쉽게 풀려가지만은 않을 것이다.
아니, 그걸 떠나서 조청이 날 진짜로 좋아하는지 아닌지도 모른다.
영이는 날 좋아한다.
나도 영이를 좋아하고.
그렇기에 우리의 관계는 좋을 수 밖에 없었지만 쟤랑은 뭐…
만난지 하루 된 사이인데 뭔 말을 하겠나.
“알겠습니다.”
조청은 무뚝뚝히 답한 후 말에 올랐다.
그녀와 함께 걷는다.
주변의 백성들이 우리에게 인사를 하는 것을 받으며 걷던 우리는 멀리서 다가오는 수레를 발견했다.
“어?”
“어라? 네가 왜 여깄냐?”
“무슨 소리야. 서찰 못 받았어?”
“아. 그랬지. 하비성에 들른다고. 근데 뭐하러? 그 내용은 없었던 것 같은데.”
영이가 가져다 줬던 방통의 서찰에는 그가 오늘 쯤 도착할 것 같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고 그게 다였다.
뭐가 어쨌니 저쨌니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평소에도 이런 식으로 오는 날짜만 적어놓고 직접 만나 결과에 대해서는 토론을 했었기에 난 떨떠름히 그와 주변을 바라보았다.
긴 수염이 인상적인 사내 관우.
그리고 그의 아들인 관평.
수레에 방만히 누워 있는 방통.
그들을 호위하는 흑귀대.
몇가지 임무를 줬었던 나는 그가 예정보다 늦게 온 것에 인상을 구겼다.
“야. 말릉에 가서 일하고 오라고 했지 내가 놀다 오라고 했… 그런데 누구냐?”
수레에는 방통만 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이와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귀엽게 생간 소녀가 다소곳이 앉아 있는 것을 보며 난 씩 웃었다.
“오오! 친구여! 드디어 네가 결혼을 생…”
“야. 헛소리하지 말고.”
“응?”
“간 김에 인재를 좀 데리고 왔지. 인사해.”
“바…방 오라버님. 설마 이분이?”
소녀는 방통의 옷자락을 잡고 조심스레 물었고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내가 바라보자 소녀는 수레에서 내린 후 흙바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릎을 꿇은 후 고개를 숙였다.
“소녀는 교완이라고 합니다! 하비성주님의 업적과 위용에 감탄하여 미력한 힘이나마 성주님께 보태고자 의 오래비와 함께 이곳에 왔습니다! 부디 저를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이건 또 뭔 개소리야.
내가 멍하니 방통을 바라보자 그는 히죽 웃을 뿐 이었다.
“친구여!”
“야. 놔봐. 좀. 이게 무슨 소린데.”
“자세한 것은 나중에 설명해주겠네. 저 아이는 일단 팽성에서 데리고 있으면서 교육시켜서 하비로 보낼테니 그리 알게나! 그럼 관우! 관평! 이제 안녕이다! 얘들아! 가자!”
“야! 야!!”
소녀를 데리고 수레에 오른 방통은 자기가 수레를 움직여서 휙 가버렸다.
뭐냐. 저 자식.
내가 멍청히 서 있자 관평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저 아가씨는 교완이라고 합니다. 하비성주님을 동경해서 방 군수님과 의남매를 맺고 이곳까지 왔다고 하더군요.”
“…이거 굉장히 불안한데.”
난 오싹해졌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앗다.
“서~ 방~ 니임~?”
“우왁! 난 모르는 일이야!”
방통이 사람을 시켜 보낸 서찰을 전부 읽은 영이가 살벌한 목소리로 불렀다.
그것을 들은 나는 기겁했고 조청도 움찔했다.
나름대로 무장인 우리 둘을 한방에 무력화시킬 정도의 스산한 기세에 우리가 눌려 있을 때 영이는 성큼성큼 다가와 척 조청을 가리켰다.
“저 아가씨는 괜찮아요! 하지만!”
“말했잖아. 난 죄 없다니까? 방통에게 물어봐. 방통에게. 난 그 여자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억울해 미치겠다.
내가 꼬셨으면 잘못했습니다라고 하지.
“정말이에요?”
“응.”
“하아…”
영이가 이렇게 우울해하는 건 또 처음본다.
난 떨떠름하게 웃으며 영이를 끌어안았고 영이는 머뭇거리면서 내 품에 안겼다.
“…믿을게요.”
“고마워.”
망할 자식.
두고보자.
복수해주마.
방덕공께 연락해서 저 자식의 혼처를 찾는데 나도 힘써야겠다.
안그래도 여기저기서 정혼장 들어오는 거 처리하기 힘들었는데.
방통에 대한 원망을 들끓이다가 힐끔 조청을 보았다.
왠지 모르게 복잡해보이는 표정이다.
할 말이라도 있는걸까?
“저…”
망설이던 조청이 무언가 말하려고 할 때 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영이를 끌어안은 채 난 손을 휘저었고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다물었다.
지금 영이 건드려봤자 좋을 것 없다.
“됐어요.”
“음?”
“제가 너무 흥분한 것 같네요.”
내가 안아주고 있었던 것 덕분에 화가 풀린 모양이다.
등뒤에서 흐르는 식은땀을 숨긴 채 난 빙긋 웃었다.
“알잖아. 내 마음.”
“그렇죠. 당신의 마음… 잘 알아요. 그럼 잠깐 나가줄래요?”
“응? 알았어. 가자.”
“예.”
“청이라고 했나요? 당신은 남아주겠어요?”
“…..”
뭔 얘기를 하려고?
난 움찔하며 영이를 보았지만 영이는 아까처럼 무시무시한 얼굴이라기보다는 평소의 생글거리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안심해도 괜찮겠지?
난 조청을 힐끔 보았고 그녀는 아까 영이의 모습 때문에 조금 두려웠던 모양이다.
그녀의 표정에 처음으로 당혹감이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애써 웃었다.
“저기 내가 같이.”
“나가주세요.”
“네. 조청. 힘내라.”
내가 무슨 힘이 있냐.
난 양 손을 들어 올린 후 밖으로 나가자마자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나가라고 했지 엿듣지 말라고는 안했다.
혹시 영이가 갈구는 거 아니야?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영이가 한참 갈구다가 조청이 열받아서 영이를 치려고 하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역사서를 보면 한 남자를 둔 여인들끼리 질투와 시기로 싸우며 일을 망가트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
이것도 운명인가.
내가 잘난 탓이지.
“뭐하슈?”
“쉿쉿.”
안들린다.
복도를 걷던 감녕은 내가 문틈에 귀를 대고 있자 희안하다는 듯 쳐다보다가 말했다.
“아. 그리고…”
“나중에 얘기하자. 응?”
뭐라고 얘기하는거지?
있는 힘껏 주의를 기울여봤지만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고 난 불안감에 빠졌다.
“아니 보고할게…”
“야. 이따가 보고하고 너도 여기 있어. 일 터지면 바로 들어가야되니까.”
“으음. 알겠수.”
감녕은 한숨을 내쉬고 나와 마찬가지고 문틈에 귀를 가져다 대었다.
***********
“앉아요.”
“음. 네.”
실질적으로 본다면 사마영은 관직이 없었고 조청은 그래도 교위급의 직위를 가지고 있었다.
거기에 진유하가 모시는 주군의 딸인만큼 위치를 따진다면 조청이 사마영보다 훨씬 위라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청은 사마영에게 굽힐 수 밖에 없었다.
본능이 그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이 팔 한번 제대로 휘두르고 칼 한번 휘두르면 한번에 죽일 수 있는 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조청은 사마영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에 압도되어 얌전히 그녀가 가리킨 자리에 앉았다.
“차 한잔 하겠어요?”
“가, 감사합니다.”
조청의 대답에 사마영은 말없이 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그녀가 차를 끓이는 동안 조청은 가시방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
전장을 다니며 장수로서 활동하며 어떤 자리에서도 아무렇지 않았던 조청이 처음으로 타인과 있으며 불편함을 느끼고 있을 때 차를 다 탄 사마영은 조청의 앞에 차를 따라 준 후 선선히 말했다.
“드세요.”
‘이거 혹시…’
독살하려는 것이 아닐까?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사마영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당연한 것 아닌가.
낮에 보았을 때 그토록 사이가 좋은 부부 사이에 자신이 끼어드는 것이다.
조청이 시무룩히 고개를 끄덕인 후 차에 손을 가져가지 않자 사마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뭐 쓸데없는 거 안탔으니까 걱정마시고 드세요.”
“아, 예. 네.”
허둥거리며 차를 입에 가져다 댄 조청은 그 뜨거움에 기침을 토해냈다.
입술에 조금 화상을 입었다.
조청이 콜록거리는 것을 보며 사마영은 놀라 다가갔다.
“괜찮아요? 어디봐. 에이… 예쁜 입술이 다 상했네요. 잠깐만 있어요.”
듣기로 사마영은 뛰어난 기재로 유명한 사마가의 딸이라고 했다.
약을 가지고 온 사마영이 입술에 발라주려고 하자 조청은 움찔 놀랬다.
혹시 이걸 노린 것이 아닐까?
그녀가 머뭇거리자 사마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절 의심하는 건가요?”
“아, 아닙니다.”
군인으로써 부끄럽다.
조청은 붕붕 고개를 저은 후 입술을 내밀었다.
그녀의 입술에 약을 발라 준 사마영은 자리로 돌아간 후 차분히 말했다.
“말해두겠는데 당신과 싸울 생각은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