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95
00195 양주의 말장수 =========================
“결국 원술은 돌아가버렸군.”
수춘성에 대한 보고를 들으며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행여나 통하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생각대로 잘 먹힌 것 같았다.
“그거 진짜 굉장하군. 들어보니까 원술이 완전히 미쳤다던데?”
방통은 꺼림찍하다는 표정으로 말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잘못 사용하면 나라 자체를 무너트릴 수 있는 위험한 약이야. 그러니까 가급적 쓰고 싶지 않았어.”
“폐기시키는게 낫겠다. 차라리. 누구도 못쓰게.”
“그게 낫기는 하지만…”
하지만 아편은 잘만 쓰면 엄청난 효용성이 있다.
바로 마취제, 혹은 진통제로.
도적에게 칼을 맞은 이가 고통을 호소할 때 아편을 써서 그 고통을 억눌러주고 그의 몸을 치료해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도 아까워서 못버리겠다.”
“네 선택이라면 존중하겠지만… 걱정되는데.”
“화타 선생께서 잘 키우고 있으니까 걱정 안해도 될거야.”
양귀비.
화타와 나 사이에서는 앵속이라 불리는 꽃의 재배는 전적으로 화타 혼자 하고 있었다.
다른 이에게 시켜봤자 위험할 뿐만아니라 누군가 들고 튀어 다른 곳에서 재배하고 유통하면 굉장히 골치아픈 일이 생기기 때문이었다.
환자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마마가 있는 곳으로 들어갈 정도 였던 화타인 만큼 그것을 함부로 쓰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에게 전부 맡겼다.
약초를 키우는 일에도 일가견이 있는 덕분인지 그는 앵속을 제대로 키워나갔다.
물론 필요한 만큼만 사용하여 만들고 남은 것들은 전부 태워버리는 조건으로.
나와 함께 화타를 찾은 후에 그것에 대한 확답과 처리법에 대해서 듣고 난 이후에야 방통은 안심할 수 있었던 모양이다.
“화타 선생이야 믿을만 하니까 괜찮다만… 그래도 화타 선생 말고도 저걸 알고 있는 놈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화타 선생과 네 말대로라면 저게 천하에 퍼지면 난리가 난다는 것 아니야.”
“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관에서 나서야지. 아편을 사용하다가 걸리면 바로 처형으로. 앵속이 발견된 마을은 마을 전체를 이주시키고 마을을 불태워버린다는 강경챙을 쓰는 한이 있더라도 말야. 결국 진압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세력권 정도 밖에 없겠지만…”
“저게 퍼지기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빨리 천하를 잡아야겠군.”
방통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그 역시 나와 함께 화타를 찾아 화타가 아편을 어떻게 쓰는지 봤다.
그는 아편을 쓸 때 무척이나 주의하며 소량만을 사용했다.
잘못 쓰면 위험하다는 것을 오히려 나보다도 더 경계하는 듯 보였다.
딱 필요한 만큼만 재배하고 씨앗 자체도 다 태워버릴 정도로 앵속를 키우는 그의 모습에 방통도 더 이상 뭐라고 하지 못했지만 불안하기는 여전한가보다.
“어차피 절대는 없어. 이런 것에 대한 단속은 결국 숨어 있는 두더쥐를 찾아내는 일이니까. 수동적일 수 밖에 없지.”
“쯧… 아쉽구만.”
“어서 오십시요! 방 군수님. 팽성군에서 물건이 왔습니다.”
관아에 들어와 병사들의 인사를 받은 나는 병사가 방통에게 무언가를 건네자 궁금해했다.
작은 나무상자다.
그것을 보며 묻자 방통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 팽성군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었거든.”
“넌 안가냐? 언제까지 여기 있으려고?”
방통이 있으니 나야 편하다만 진군은 죽을 맛이겠다.
혼자서 팽성군을 다스리는게 보통 일이 아니었는지 팽성군에서 가끔씩 사람이 와서 하소연을 했고 방통은 그때마다 도망다녔다.
음… 서주목의 권리대로 팽성군수를 진군으로 바꿔버릴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집무실로 돌아 온 나와 방통은 각자의 자리에 앉았다.
다른 군의 군수라고 하더라도 하비성에 있는 이상 놀고먹게 할 수는 없지.
몇가지 민원 사항에 대한 문제를 그에게 맡기고 나서 내가 일을 하려고 할 때 방통은 긴 의자에 누운 후 상자를 열었다.
“이건가.”
“그게 뭔데?”
“전에 말했잖아. 아버님께서 신장비를 몇가지 만들었다고. 그 중 하나가 이거야.”
그러고보니 향로 만들 돈 있으면 장비나 바꾸자고 했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가 궁금해하자 방통은 상자에서 꺼낸 것을 들어 올렸다.
“이거.”
“…..”
저거… 설마 내가 알고 있는 그건가?
내가 빤히 바라보자 안에 있는 종이를 읽은 방통은 피식 웃으며 입을 열려고 했다.
“말의 발에 끼우는거냐?”
“말의 발에… 어떻게 알았냐?”
방통이 놀라며 날 보았지만 난 입을 다물었다.
저거 편자다.
그것도 금속 편자.
이유하가 대학교 시절에 강의시간에 배웠던, 6에서 7세기 경에 나오는 금속 편자.
말발굽에 박아 말발굽이 마모되지 않게 도와주는 것.
자연스레 말의 수명이 늘어남과 동시에 말 발굽을 다치지 않게 해주고 기마병이 움직일 때 철질려나 요철에 대한 위험을 어느정도 깍아 줄 수 있는, 일종의 말의 신발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왜 저게 지금 나온 거지?
난 당황하며 그것을 보다가 방통에게 서둘러 물었다
“너도 처음 보는거냐?”
“응.”
“…야. 애들 좀 불러봐.”
난 두근거리는 가슴을 가린 채 침착하게 방통에게 말했다.
그가 이상해하며 바깥으로 나가 시녀들을 불러 장수들을 소집했을 때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을에 나간 조청만 빼고 다 왔다.
그들을 보며 편자를 들어 올리고 물었다.
“이게 뭔지 아는 사람?”
“음… 모르겠네요.”
“어디다가 쓰는거야?”
“글쎄…?”
다들 편자를 보고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그들 중 영이만이 의문스러운 눈으로 그것을 보다가 물었다.
“저거 말 발굽에 끼우는 것 아니에요?”
“그러고보니 그러네!?”
“우와! 그렇게 들으니까 말 발굽의 모양과 비슷한데? 역시 아가씨!”
“그런데 저걸 발굽에 껴서 뭐하게?”
이해를 하지 못한 감녕이 묻자 영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철로 만들어진 것이 발굽을 보호해주는 거죠. 음… 뭐라고 해야하지. 예를 들어서 뾰족한 돌이나 철질려 같은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부터 발굽을 보호해주기도 하구요. 발굽이 깨져버린 말은 달리지 못한다는 것 정도는 알잖아요?”
영이의 설명에 모두가 납득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난 심각한 표정으로 영이에게 물었다.
“영아. 어떻게 알았어?”
“저거랑 모양은 좀 다르긴 한데 예전에 사마가의 비고에서 본 적이 있어요. 사마가의 선조 분 중에 서역의 사람들과 거래를 하시던 분이 계셨는데 서역의 괴인들이 끌고 온 말들은 기이하게도 나무나 돌, 혹은 가죽으로 만든 신발을 신겼다고 하더군요. 그 중에 몇개가 사마가의 비고에도 있어요. 그래도 그건 좀 신기하게 생겼네요. 제가 본 것들은 끈이 있어서 발목에 고정시켰는데… 혹시 그 끝에 있는 고리들에 가죽끈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그런가? 그러고보니…”
영이의 말대로 철제 편자의 끝에는 작은 구멍들이 몇개씩 있었다.
그것을 보고 나자 난 맥이 빠졌다.
영이가 알고 있는 정도라면 이유하의 지식처럼 미래의 지식은 아닌 것 같았다.
확실한 것은 알아봐야겠지만 말이다.
“흠…”
생각해보니 당연한 일이다.
가죽이나 돌, 나무보다 철이 단단한 것은 사실이니까.
누군가가 그것을 봤다면, 돌이나 나무, 가죽보다 철이 낫다고 생각했다면 철제 편자를 생각하지 못할리 없었다.
“이걸 누가 만든거야?”
난 방통을 향해 물었고 방통은 심드렁히 대꾸했다.
“이번에 산양군에 새로 들어 온 사람이라던데? 말을 아주 잘 다뤄서 아버님께서 직접 뽑았다고… 그 외에도 말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 아주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더군.”
“…..”
“마침 산양군에서 보낸 말과 마구들이 있는데 가볼래? 팽성군에서 지금 종마로 쓰려고 키우고 있는 건데.”
“가보자. 영아. 당분간 하비성을 부탁할게. 잘하면 산양군에도 다녀와야 할지 몰라. 미안하지만 그동안 좀 부탁할게.”
“알겠어요. 조심해서 다녀와요.”
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방통은 어깨를 으쓱이고 날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 가장 위험한 문제였던 원술에 대한 대처가 끝났으니 내가 직접 팽성군으로 가도 되겠지.
나와 방통이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조청은 밝게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성주님. 마침 마을에서 아주 맛있는 과일을… 어? 성주님. 어딜 가십니까?”
조청이 바구니에 과일을 담아가지고 온 것을 힐끔 보았다.
조청은 내 호위.
그렇다면 얘도 데리고 가는게 낫겠지.
“너도 따라와.”
“어디 가십니까?”
“팽성군에 간다.”
늘상 하는대로 영이에게 하비성주 자리를 맡겨 놓은 후 난 요화와 조청, 그리고 방통과 감녕만 데리고 곧장 팽성군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을 데리고 갈 필요는 없었다.
산양군, 팽성군, 하비군, 동해군 간에 이어지는 관도는 계속해서 정비를 하고 있었고 그 길 군데군데에 역참과 검문소, 초소를 두었기에 길을 노리는 도적들도 없었다.
흑귀대 백여명만 데리고 최대한 짐을 적게한 후에 곧장 팽성군으로 달렸다.
“뭐 문제라도 있냐?”
“그런 건 아니지만…”
하비는 넓은 평야가 대부분이다.
산양군에 비하면 확실히 평야도 많고 말을 키우기 위한 목장을 만들기 좋은 지대도 많았다.
만약 방통의 말대로 그 사람이 말을 아주 잘 다루고 잘 키우는 사람이라면 산양군에 둘 것이 아니라 하비로 옮겨서 거기서 말을 키우게 하는게 낫겠다.
특히나 이런 걸 생각해낼 수 있다면 말이다.
“등자를 만들어볼까.”
“등자가 뭔데?”
조청과 요화가 흑귀대들과 야영 준비를 하는 동안 난 편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것을 들은 방통이 묻자 난 쓰게 웃었다.
“말 안장에 다는 발 받침 같은거야.”
“그런게 왜 필요해? 그냥 훈련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동안 말을 탈 때 등자같은 것이 없이 타는 것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내가 왜 그걸 고안하지 않았을까.
말을 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안장이 있다지만 흔들리는 말 위에서 허벅지 힘만으로 버티는 것은 어지간한 훈련을 쌓지 않는다면 쉽지 않았다.
거기에 마상 전투를 할 때도 마찬가지.
등자가 있다면 다리로 힘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마상 전투때도 유리하다.
그 말은 강력한 기병대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
말을 키우고 군마로 훈련시키는데 들어가는 문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등자와 편자를 이용해서 강력한 기병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도움을 받겠는데.
“성주님. 식사 준비가 끝났습니다.”
“음. 감녕은?”
“지금 정찰 중입니다.”
조청이 다가와 말하자 난 자리에서 일어나 야영식이 마련된 곳에 앉았다.
오늘은 간단한 육포를 이용한 죽인가.
“군대식이야?”
방통은 질린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없는 사이에 부대를 운용하며 몇번이나 먹었던 것인지 그가 인상을 찡그렸고 요화와 조청은 쓰게 웃었다.
“그래도 맛있습니다.”
“조 부대장께서 꽤나 요리를 하시는 것 같더군요.”
“응?”
“어? 진짜?”
조청이 요리를 한다?
전혀 그렇게 안생겼는데.
내가 빤히 바라보자 조청은 머뭇거리며 부끄러워하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그… 제가 할 수 있는 요리는 이정도에 불과합니다. 사실 요리는 잘 못합니다만… 특히나 사마 아가씨처럼 그런 화려하고 맛난 요리는. 그, 그래도 이런 야전식은 제가 전문이니까! 한번 드셔보세요!”
조청은 그릇에 가득 죽을 담아 나에게 넘겼다.
그것을 받은 내가 빤히 바라보자 요화는 선선히 웃었다.
“사실입니다. 꽤 맛있어요.”
“그래?”
요화까지 저렇게 말할 정도라면 정말 괜찮다는 건데…
조청이 건네 준 죽을 받아 한입 먹어보았다.
“오! 괜찮은데!?”
나도 부대를 이끌며 여기저기 다닌 몸이다.
그런 만큼 야전식은 몇번이나 먹었었고 영이와 유모의 맛에 길들여져 있는 나에게 있어서 야전식은 정말 맛은 기대하지 않고 먹는 정도에 불과했었다.
그런데 이렇게 맛있다니.
내가 놀라자 방통도 궁금해하며 먹어보고 감탄했다.
“우와! 이거 어떻게 만든거야!?”
“하하하… 그게… 예전에 같이 작전을 했던 흉족들에게 배운 겁니다. 흉족에 대해서는 다들 아시지 않습니까. 북방의 기마족들.”
“알지. 그런데 걔들과 작전을 할 때도 있어?”
“흉족이라 하여 모두 저희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가끔씩 마유나 말을 가지고 와 거래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군.”
“아까 전에 등자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던 것 같던데…”
“아. 알아?”
흉족들, 북방의 기마족들과 만나 본 적이 있는 조청이라면 확실히 알 것도 같았다.
내가 궁금해하며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흉족들은 태어나면서 말과 함께 움직이지요. 그런 그들인만큼 마구나 말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희보다 낫습니다. 등자… 그들은 등자라는 이름 말고 다르게 부르던데. 성주님도 아시는 겁니까?”
“들어 본 적이 있어.”
정확히는 이유하의 지식이지만.
난 내색하지 않은 채 대꾸했고 그녀는 부드럽게 웃었다.
“꽤나 좋더군요. 말에 탄 상태에서 장병을 쓰기도 편하고. 힘을 주기도 좋고.”
조청이 알고 있다는 이야기는 조조도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등자가 퍼지지 않은거지?
난 조청을 빤히 바라보았고 내 시선에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말은 귀하니까요. 그 말에 탈 수 있는 것은 선택받은 이들 뿐입니다. 그런만큼…”
“보병과 기병간의 차이를 준다?”
“네.”
조청의 대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여기에도 선민 사상이 방해를 하고 있다는 건가.
“하긴… 말에 탈 수 있는 것은 그에 걸맞는 훈련을 쌓은 사람들 뿐이지.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일반적으로 보병은 정예병을 제외하고는 백성들에게 군역을 부과해 징집을 통해 선발한다.
하지만 기마병 같은 경우는 대부분 정예병이고 직업군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대우를 받는다.
조청의 말을 들은 방통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쓴 입맛을 다셨다.
기마병은 강하다
잘만 활용하면 전황 자체를 뒤집어 엎을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고작 선민사상때문에 쓰지 않는다는 것은 아쉽다.
“연주목께서는 뭐라고 하셨어?”
“쓰긴 써야겠지만 지금 쓸 것이 아니라고… 그래서 함부로 만들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
조조가 이렇게 말했다라.
난 피식 웃었다.
“기술의 독점인가…”
“그게 무슨 소립니까?”
“등자 같은 것은 잘 쓰면 무척이나 유용하지만 상대도 쓸 수 있지. 그러니 정말 필요한 순간에 쓰려고 연주목께선 아끼고 계신지도 몰라.”
“그렇습니까… 그래도 아쉽습니다. 등자를 제대로 쓸 수만 있다면 기병대를 제대로 꾸릴 수 있을텐데.”
“하지만 연주목의 생각을 무시할 수는 없지. 일단은 팽성군에 가보자고. 그곳에 있는 마구를 보고 괜찮다 싶으면 데리고 와서 다른 마구들을 개발시켜보자. 남들이 쉽게 따라하지 못할 정도의… 그런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