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0
00020 예상치 못한 여정 =========================
장연과 유모가 나가고 저녁 식사를 마친 후 방으로 돌아와 등불을 키고 자리에 앉았다.
경전을 펴놨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종두법을 시험해봐야 하나.”
종두법 자체는 그렇게 어렵지 않다.
열로 소독한 분지침과 우두에 걸린 소나 말의 고름만 있으면 되니까.
분지침이야 유 의원을 꼬시면 어떻게든 얻어낼 수 있다.
문제는 우두에 걸린 소나 말인데…
시장에 나가봐야 하나?
하지만 마시장이나 우시장은 동아현에 없다.
가장 가까운게 하내군의 온현에 있으니 우두에 걸린 소나 말을 찾으려면 그곳으로 가는게 그나마 발견 확률이 높다.
“가는 것도 일이고 가도 문제네.”
일단 주 부터 바뀌는데다가 가는데만 해도 시간이 꽤 걸린다.
마차로 가도 왕복 이주일이나 걸린다.
소를 사가지고 온다고 하면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
이제 겨울인데 그렇게 움직이기는 힘들다.
거기에 아버지에게 우두에 걸린 소나 말을 사달라고 했다간 안그래도 요새 공부는 안하고 다른 것만 한다고 혼났는데 더 혼날 수도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몰래 사야 한다는 거겠지?
삼국지에서 내 이름은 없었다.
아버지가 조조에게 처형당한 이후 진가에 대한 이야기는 아예 안나온다.
그렇다는 것은 내가 이름을 날리지 못하고 허접하게 살거나.
아니면 죽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그게 아니면 지면 관계상 적지 못했을수도 있고.
그 죽음이라는게 두창이 아니라는 이야기는 없었다.
“끙…”
어쩌지?
종두법은 솔직히 모험이라고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하의 기억에 전문적인 의료지식은 없다.
있는 것은 기본적인 응급처치법과 간단한 역사 정도 뿐.
대학교에 다닐때 배웠던 것과 드라마나 만화에서 본 것이 다인 정도다.
그 외에는 영업하러 다니며 사람들 얘기 들어주거나 가서 구경하며 배운 것이 전부.
그걸 그대로 시행하기에는 좀 무서웠다.
“죽느냐 사느냐. 진짜 그게 문제구만.”
행복회로를 마구 가동시키면 내가 두창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말은 걸릴 수도 있다는 거지.
운 좋게 살아남는다면 모를까 최악의 경우 치사율이 8할까지 올라가는 두창을 과연 내가 버틸 수 있을까?
“젠장.”
욕밖에 안나온다.
비누 열심히 만들고 위생문제 해결해봤자 이런 거에 한번 걸리면 그냥 훅 가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할 수 밖에.
마음을 정했다면 곧장 시행한다.
바로 방을 나가 아버지의 집무실로 향했다.
“아버지.”
“왜?”
“말이나 소 한마리만 사주시면 안될까요?”
“허… 어디에 쓰려고 그러는거냐? 아니 그보다. 너 소 한마리가 얼만지 알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거냐?”
“얼만데요?”
“한마리에 금 네냥이나 한다. 그것을 그냥 사달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느냐?”
금 네냥이라니.
쌀이 스물 네섬이나 된다.
더럽게 비싸네.
“그… 농사를 지을때 필요…”
“소는 이미 빌려주지 않았느냐.”
“그렇긴 하죠. 그래도…”
“사실대로 말하거라.”
“끙…”
“어서.”
“그… 두창을 예방할 수 있는 기술이 있어서…”
“뭣이!?”
내 말에 아버지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것에 놀란 내가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아버지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다가와 물었다.
“그게 정말이더냐!?”
“음. 되,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두창을 예방한다라… 그렇다면 얼마든지 사주마.”
“어? 정말요?”
“그래.”
“하지만 아버지는 그… 이유하의 기술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고 하셨잖아요.”
“두창은 다르다! 두창은!”
두창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아버지도 익히 알고 있는 건가보다.
하긴, 걸리면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는게 더 쉬운 데다가 일부 지방에서는 신벌이라고 까지 불리는 병인데.
그걸 예방할 수만 있다면 소가 문제겠는가.
“어떻게 해야 하느냐. 소를 제물로 바쳐 제사를 지내면 되는 것이냐?”
“아, 아뇨. 그런 건 아니구요. 우두에 걸린 소의 고름을 채취해서 그걸 몸에 넣으면 됩니다. 그럼 몇일 아프게 되고 그 이후에는 두창에 걸릴 확률이 엄청나게 줄어듭니다.”
“…뭐? 다시 말해보거라.”
내 말을 들은 아버지는 당황하며 되물었고 난 똑같은 답변을 해주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날 보시던 아버지는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소의 고름을…”
“네.”
“그것 밖에 없느냐?”
“제가 알기론 그런데요. 조금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두창에 걸리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으음… 소의 고름이라.”
“소의 고름을 몸에 넣는 것이 부담스러우신거에요?”
“그래. 아니… 그걸 떠나서 그런 방법을 써야 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절할 것이다.”
“끙.”
하긴, 에드워드 제너가 종두법을 처음 시행한 것이 1700년 후반 쯤일 것이다.
지금부터 대충 봐도 천오백년이 지난 후에도 종두법을 쓰는 것에 대한 반발이 엄청 났었다.
그런데 지금 종두법을 한다고 하면 어디가서 몰매 맞지나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나도 아버지가 아니었으면 이런 거 말 안했을거다.
“하지만 확실한 거라구요. 민이 형을 살릴때도 다들 그랬잖아요. 불가능하다고. 허튼 짓 말라고. 하지만 전 형을 살렸다구요.”
“그런 문제가 아니다. 유하야.”
“에…”
“후우… 이것을 어떻게 이야기해야 하나. 오자병법의 저자인 오기에 대해서 아느냐?”
“네.”
“오기가 어떤 삶을 살았느냐.”
“에… 증삼의 아들 밑에서 수학하다가 모친상이 있음에도 수학만 하다 쫓겨나 병법가가 되고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결국엔 재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최후에는 귀족들의 활에 맞아 죽었던 사람이죠.”
“..제대로 알긴 아는거냐?”
“그야 물론이죠. 제가 존경하는 분 중 하나입니다.”
오기는 전국시대의 명장이며 명병법가이고 정치가이기도 했다.
일생이 굉장히 드라마틱해서 나도, 그리고 이유하도 꽤 좋아하는 인물 중 하나다.
“그럼 오기의 말년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도 알겠지. 그토록 대단한 사람이 많은 이들에게 몰려 화살을 맞아 죽은 이유를 말이다.”
“그건…”
오기는 정치가이지만 중용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왕의 신임을 받아 귀족들의 권력과 특권을 빼앗아 높으신 분들의 미움을 샀고 그런 결말을 맞이한 것이다.
“만약 오기가 중용을 알고, 시대의 흐름에 너무 다른 정책을 펼치지 않았더라면 그 나라의 귀족들이 그를 그렇게 죽이려 했을까? 오기는 왕권의 강화와 국력을 높이기 위해서 그들의 특권을 대부분 빼앗았고 그 결과 그들의 미움을 받았다.”
“예. 그래서 중용이 중요한 것 아닙니까. 관중처럼 중용을 지키는 것이…”
관중은 포숙과 습붕 같은 깨끗한 충신 뿐만 아니라 개방, 역아, 수초같은 간신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적당히 뇌물도 받고 사치도 부리는 삶을 살았다.
똑같이 권력을 지향했지만 오기와 관중의 차이는 이런 것이다.
결국은 중용. 중용이 중요하다.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럼 네가 말한 그 방법이 과연 중용을 지키는 방법이라 생각하느냐?”
“그건.”
“오기의 일화를 떠올려보거라. 그는 모두가 반대하고 모두가 꺼려하는 방법을 서슴없이 시행했고 그 결과는 참혹했다.”
“…그렇지만 이건 확실한 방법이라구요.”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우두를 쓰는 것은 다르다. 너는 그것을 타인에게 어떻게 설명할 생각이냐?”
“…..”
“이 기회에 말해두마. 사람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이라 생각하느냐?”
“그건… 그냥 두려워서?”
“모르기 때문이다.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이 가늠할 수 없고 모르는 것에는 두려움을 느낀다. 그렇기에 모르는 것을 배우고자 하는 사람을 훌륭하다 말하는 것이다.”
“….”
“네가 가지고 있는 이유하의 지식은 분명 대단한 것이다. 분명히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민이가 살아났고 그저 접착용으로 밖에 쓰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이 밀랍으로 훌륭한 향초를 만들어 냈으니.”
“…그렇죠.”
“하지만 그 모든 것은 사람들을 납득시켰기 때문에 훌륭하다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을 납득시키고, 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상 그것은 지식이 아니게 되어버린단다. 그것은 곧 공포가 되어버리는 것이야.”
“하지만… 하지만 이 방법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많이 살릴 수 있다구요!”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거부한다면 어쩔 생각이냐?”
“….”
아버지의 말에 난 고개를 숙였다.
나야 이유하의 꿈을 통해 내가 곧 이유하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별 부담을 가지지 않는 것이다.
“모두들 반대할 것이다. 일단 유학자들 뿐만 아니라 위정자들도. 그리고 심지어 아무것도 모르는 무지한 백성들 조차도 반대하고 두려워하며 널 공격할 것이다. 이 애비는 절대 그것을 받아들일 수 없구나.”
“……”
“그러니 네가 말한 그 우두를 쓰는 방법은 다시 한번 생각해주길 바란다.”
“아버지.”
“왜 그러느냐.”
“제가 이유하의 지식을 이용하는 것이 싫으신… 거는 아니지요?”
“전에도 말했지만 난 그 지식을 이용하는 것에 찬성이다. 하지만 너무 급진적인 것은 위험한 법이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을 써서는 안되는 법이야.”
이유하의 기억 속에 있는 지식에도 비슷한 일은 많았다.
당장 내가 비누를 만들어 실현하려 하는 위생의 개념만 해도 그렇다.
위생의 개념이 정립된 것은 19세기 정도에 불과했다.
그 전까지 의사들은 위생? 그게 뭔가요. 먹는 건가요? 라는 소리만 해대고 있었으니 말이다.
제멜바이스가 위생을 주장하며 위생을 신경써서 많은 사람들을 구했는데도 의사들은 그를 사이비라고 신나게 털었다.
왜냐하면 제멜바이스는 위생과 수술 성공에 대한 상관관계를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천동설과 지동설만 해도 그렇다.
갈릴레오도 망원경으로 지구가 돈다는 것을 확인하고 주장했었다.
그리고 지배적인 의견인 천동설을 믿는 이들을 설득하지 못해 거의 파문 직전까지 몰렸었다.
그래도 지구는 돈다. 라는 말이 왜 나왔겠는가.
갈릴레오마저도 사람들을 설득하지 못해서 혼자 중얼거린 말이지 않은가.
“만약 네가 심폐소생술에 대한 설명을 할 수 없었다면, 그리고 그들을 어느정도라도 납득시키지 못했다면 과연 그들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났을까? 지금까지 다른 유학자들이나 힘있는 이들이 널 가만히 뒀을 것 같으냐? 네가 민이를 구했기에 망정이지 만약 구하지 못했다면 어땠을 것 같으냐. 네가 말한 그 종두법의 가장 큰 문제가 그것이다.”
“그렇지만.”
“두창을 치료하는 방법이 아니라 예방하는 방법이라고 했지? 그래. 만약 네 말대로 그것이 진짜 예방을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치자. 하지만 그 방법으로 치료되었다는 것을 너는 증명할 수 있느냐? 네 종두법으로 인해 두창을 예방했다고 하더라도 다른 힘있는 이들은 그것이 자신의 공이라 주장할 것이고 너의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 말할 것이다.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
만약 치료라면 넘어갈 수 있지만 예방을 한다는 것은 극적인 효과를 보여 줄 수 없는 것이었다.
무당이든 의원이든, 아니면 위정자든 그들은 그것이 자신의 방법으로 효과를 낸 것이라 주장할 것이다.
그들에게 맞서서 그것이 종두법의 효과임을 내가 과연 주장할 수 있을까?
“…..”
“결국은 네가 가진 지식을 제대로 활용하려면 두가지 방법밖에 없단다. 첫번째는 네가 모두에게 현 시대와 맞게 이해를 시켜주는 것. 두번째는 그들이 이해를 하든 못하든 함부로 덤벼들지 못할 정도의 강력한 힘을 가지는 것.”
“강력한 힘이라…”
“그래. 이제 이 아비가 왜 그것을 하면 안된다고 말하는지 알겠느냐?”
다른 건 모르겠지만 종두법은 확실히 거부감을 느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말씀하실 정도라면 그 말은 틀린 것은 아니겠지.
난 고개를 끄덕인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어떤 곳에서는 신벌이라고까지 불리는 마마다.
그것을 극복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버지도 찬성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타인의 시선이다.
타인의 시선으로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는 시대인만큼 아버지의 말씀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내가 내 놓을 수 있는 결론은 하나다.
“알겠으면 이만 돌아가보거라. 다시는 그런 이야기를 꺼내지 말…”
“세번째 방법으로 하죠.”
“…뭐?”
“몰래 하죠. 몰래.”
“…..”
앞선 두가지 방법은 사람들에게 널리 썼을 때의 이야기가 아닌가.
그럼 해결책은 간단하다.
몰래 쓰고 안걸리면 되는 것 아닌가!
누가 이상한 방법을 썼다고 하면?
우기면 된다.
꼬우면 증거 가져오라고 하자.
“아아… 하아… 너란 아이는… 끙…”
내가 이렇게 말할 줄은 몰랐나보다.
아버지는 골치가 아파졌는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고 난 신나게 내 계획을 떠들었다.
“아니. 안걸리면 되는 거 아니에요? 그… 종두법이라는게 뭐 여기저기 퍼트릴 정도로 심각한게 아니라구요. 그냥 몇일 앓고 마는 정도니까 고뿔 걸렸다고 알리면 되잖아요. 누가 물어보면? 아니 우두에 걸린 소가 불쌍해서 돌보다가 걸렸다고 우기면 되는 것 아닌가요? 다른 사람들은 제가 걱정되서 왔다가 걸렸다고 하면 되죠.”
“이 녀석아…”
원래 하지말라면 더 하고 싶은 법이다.
민이 형의 일로 난 깨달은 것이 있다.
지식은 힘이다.
그리고 그걸 안쓰는 것은 바보다.
나를 지킬 수 있고 다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이용해서 써야 한다.
쓰지 않는 지식은 죽은 지식에 불과했다.
“그러다가 걸리면 어떡하려고 그러냐!”
“그러니까 안걸리게 하자니까요. 저도 방법을 생각해볼게요. 그리고 뉘신지도 모를 사람들에게까지 이걸 쓸 생각은 없어요. 저와 친한 사람들, 저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들. 절대 죽지 않았으면 하는 사람들에게만 시도할게요. 그럼 되잖아요.”
모두를 지킴으로서 비난을 받을 것이라면 모두를 지키지 않으면 된다.
난 내가 공자님이나 맹자님같은 위대한 사람이란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다.
내 옆에 있는, 나와 가까운,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을 지키는 것만으로도 벅찬 일반인이다.
그들이 아닌 이들을 지키기 위해서 나와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피해를 봐야 한다면 난 당연히 그들을 지키지 않을 것이다.
“절 믿어주세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