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1
00021 예상치 못한 여정 =========================
아버지는 걱정하셨지만 결국 반대는 하지 못했다.
마마가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고 있으니 말이다.
이번에 장연이 들어 온 것 때문인지 더욱 그런 것 같았다.
아버지가 반대하는 종두법을 해야 한다고 우기는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번째는 말 그대로 두창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두창은 무서운 병이다. 한번 걸리면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나을 정도로 치사율이 높다. 거기에 전염율도 높고.
그것을 막을 수 있다면 그정도 위험은 감수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그리고 두번째는 약간 준비가 필요한 일이지만 성공만 하면 강력한 무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뭐냐고?
바로 생화학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지금 이 세상에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두창이 신벌이니 마마라는 신이 강림했니 떠들어대고 있는데 이유하의 지식에 의하면 두창은 불법 복제 비디오만 못한 병에 불과했다.
대처법, 그리고 종두법만 확실히 할 수 있다면 그 어떤 무기보다 강력하고 무서운 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거다.
두창에 걸린 사람의 고름을 모아서 말린 후 분말화 시킨 다음 전쟁이 터졌을 때 적병의 부대에 모아 놓은 가루를 날리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무기를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다. 물론 통제하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종두법만 제대로 시행해 놓으면 최소한 적병보다 적은 피해로 엄청난 효과를 볼 수 있다.
일만대군? 십만대군? 부대에 두창이 퍼졌는데 전쟁이 문제겠는가? 적병들의 사기는 최악으로 떨어질 것이고 적장이 두창에 걸린다면 그걸로 전투는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는 종두법을 그냥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이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지 아버지는 더 이상 종두법에 대해서는 말을 꺼내지 않으셨고 더 이상 할 얘기가 없어서 간단한 환담 정도만 하고 바로 내 방으로 돌아왔다.
방 앞에 섰을 때 인기척이 들렸다.
뭐지? 누구지?”
방에 들어가자 관의 하녀들이 입는 허름한 옷을 입고 머리를 틀어 나무비녀로 꽂아 고정시킨 장연이 뻘쭘히 서 있었다.
“왜?”
“그… 유모님이 도련님을 모시라고…”
“아. 그랬지. 야. 가서 차 좀 타와라.”
“네!”
지금은 쟤를 신경 쓸 때가 아니다.
일단 제일 큰 문제는 우두에 걸린 소나 말을 어떻게 구하느냐다.
구하는 것도 그냥 구하면 안된다.
적당한 연기가 필요하다.
어린 내가 우두에 걸린 소나 말이 불쌍해서 데려가 키우고 싶어요. 라는 식의 떼를 쓰는 걸 다른 이들에게 보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필요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제일 좋은 것은 동아현의 시장에 우시장이나 마시장이 생기는 것인데 그런 게 생길리가 있나…
침상에 앉아 어떻게 하면 안걸리게 종두법을 쓸 수 있을까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장연이 차를 타고 들어와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드세요.”
“응.”
차를 홀짝거리며 생각을 이어나가는데 옆통수가 따끔거린다.
“뭐야? 왜 쳐다봐?”
“에? 아. 그, 그게요.”
“할 말 있으면 빨리 해라. 할 말 없으면 나가고. 일 있으면 부를테니까.”
“그… 도련님.”
한참 머뭇거리던 박연은 결심을 끝내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가 더럽지 않으세요?”
“더러워. 좀 씻고 살아라. 유모한테 들었지? 나 모시려면 하루 세번 손은 무조건 씻어.”
“예? 아니! 그, 그런 의미가 아니라요! 손 씻었다구요. 보세요.”
“음… 그나마 낫네.”
늘상 기름과 때로 더러웠던 유모의 손보다는 확실히 깨끗했다.
장연의 손을 잡고 여기저기 살펴본 후 놓아주자 그녀는 더더욱 놀란 얼굴이다.
“왜 그런 표정이야?”
“아니… 그게. 저는 마마가 들었던 몸인데…”
“근데?”
만약 마마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나였다면 저 피부를 보고 기겁을 하고 더럽다고 욕했겠지만 마마는 그저 병에 불과했다.
그리고 나는 그 마마를 극복하려고 하고 있고.
저 피부를 두려워하거나 더러워할 이유는 없다.
“더럽지 않으세요? 제가 있던 온현에선…”
“뭐!? 너 온현 사람이야!?”
“예? 아… 네.”
“그렇단 말이지…”
장연은 전군승님 댁 사모님의 고향에서 보내 준 시녀다.
그런 장연이 온현 사람이라는 것은 전군승 댁 사모님이 그쪽에 연줄이 있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거기에 갈 명분만 만들면 된다.
“야. 온현에 가면 네가 안내해 줄 수 있냐?”
“네? 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래… 이야~ 이거 네가 와서 한시름 덜었다.”
장연이 아니었다면 두창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일 터지면 덜덜 거리며 했을 것이다.
유비무환.
준비해둬서 나쁠 것은 없다.
“어… 그. 감사합니다.”
영문을 알리 없는 장연은 어리둥절해하다가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머리를 톡 쳐 준 후 난 싱글거리며 차를 들이마시고 침상에 앉았다.
“자. 그럼 간단하게 호구조사부터 해볼까? 나이가 어떻게 되냐?”
“…저기 도련님.”
“엥? 왜. 뭐. 내가 말 놓는게 거슬리냐?”
“아뇨. 그런게 아니라. 도련님은 마마가 들린 몸인데 거리낌이나 그런 거 없으세요?”
두창 걸렸다가 살아난 사람이면 칭찬해줘야지.
피부 좀 더럽다고 욕하기에는 내가 가진 지식이 너무 많다.
아니.
혹시 얘 그런거 즐기나?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몇몇 여자들은 욕먹는 것을 즐기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나는 자비로운 남자.
취향은 존중해준다.
“없는데? 왜? 혹시 경멸의 시선으로 바라보거나 더럽다고 욕해주면 좋아해? 그런 거라면 뭐 어렵지 않지. 큼큼! 이 더러운 암퇘지가!”
“큭. 유모님께 들었지만 이렇게 나오실 줄이야…”
“뭐야? 그거 아니야?”
“아니에요! 더러운 암퇘지는 뭐에요!?”
“이게 아니야? 그럼 뭔데?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똑바로 해. 돌려 말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은… 그. 동아현에 와서도 다른 사람들이 절 경멸의 시선으로 보든가 욕하든가 했는데 왜 도련님은 그러지 않으시는 건가요?”
“원하면 해준다니까?”
“원하지 않아요! 이상해서 그런 거라구요!”
결국 장연은 빽 소리를 질렀다.
약간 까무잡잡한 피부가 붉어질 정도로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어쭈. 너 지금 나한테 소리지른거냐?”
“윽…죄송합니다! 죽을 죄를…!”
아차 싶었나보다.
내 말에 장연은 당황하며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부들부들 떠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난 빙긋 웃었다.
“아니 뭐. 난 자비로운 남자니까 그 정도는 이해해주지. 일어나라고.”
“네에…”
나중에 온현에 가면 장연을 열심히 굴려먹어야하니 지금은 너무 갈구지 말자.
시무룩한 얼굴로 몸을 일으킨 장연이 고개를 조아린 채 들지도 못하자 난 다리를 꼰 채 다리를 까딱거렸다.
“우리 아버지… 그러니까 현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사람은 내면이 중요하다고 했어. 옛 성현의 말씀도 그렇고. 겉 모습은 비록 네가 추할지언정 네 내면이 추하지 않다면 되는 것 아닌가?”
“추한게 사실이긴 한데 직접적으로 들으니까 좀 가슴 아프네요. 그렇지만 대체적으로 사람들의 시선은 그렇지 않잖아요.”
“뭐 그렇긴 한데. 그건 그 사람들 얘기고. 너 우리 아버지 만나봤지. 아버지가 널 볼 때 더럽다고 시선 돌리거나 하시디?”
“그러고보니… 현장님도 다른 분들이랑 다르셨어요.”
“비록 아버지만큼은 아닐지언정 나 역시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자부하는 몸이다. 고작 피부에 두창 자국 있는 정도로 그렇게 떠들지 좀 마라.”
“…네에…”
장연은 멍하니 날 바라보다가 쓰게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정도면 됐겠지?
이렇게까지 말해주고 인정해줬는데 나중에 개수작 부리면서 내 일 안도와주면 진짜 끝장을 내줄테다.
“그럼 됐고. 아까 하던 얘기나 마저해보자.”
“네. 나이가 어떻게 되냐?”
“내년에 열 일곱이 됩니다.”
“생각보다 어리네? 얼굴 보고 한 스물은 넘었을 줄 알았는데. 그럼 가족관계는?”
“어머님이 한분 계십니다. 아버님은 황건적에게 당하셨고…”
“두창에는 언제 걸린거야?”
“이년 전입니다.”
이년 전이라. 그때 역병이 있었나?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장연은 내가 궁금해하는 것을 조심스레 말해주었다.
“온현에서 시작했지만 그때 마님의 가문에서 지휘를 잘 하셔서 그렇게 많이 퍼지지 않았습니다.”
마님이라면 민이형 어머님을 말하는 거겠지?
“그래? 그거 다행이네. 그럼 혹시 약혼자, 정혼자, 미래의 남편, 혹은 마음에 둔 남자. 그 외에 남자관계는 있냐?”
“마마에 걸려 살아난 것만도 다행스러운 일인데 그런 것을 어찌 바라겠습니까…”
이런 질문은 많이 받았는지 씁쓸해하며 장연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긴.
저런 얼굴이면 데려갈 남자도 없겠지.
“흠…”
“…..”
“흐으으음…”
“…저기 도련님? 왜 그런 눈으로… 그리고 그 손은…”
“아니. 내 생애 첫 여종인데 나도 이런 거 저런 거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
“………….”
내가 이렇게 나올 줄은 상상도 못했나보다.
장연의 얼굴이 딱딱히 굳자 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일단 벗어.”
“예에!? 가, 갑자기요!? 그… 그건 왜요!?”
내 명령에 장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벌겋게 물든다.
그것을 보며 난 히죽 웃었다.
“왜겠어?”
“…설마… 제가 생각하는 그런 건 아니겠지요?”
“그런게 뭔데?”
“윽…”
“벗기 싫으면 팔이라도 걷어봐.”
“예? 아… 예.”
주춤거리며 내 앞으로 다가 온 장연이 가리고 있던 옷 소매를 조심스레 당겼다.
거친 피부 위에 확연한 곰보자국들을 만져본다.
“아프냐?”
“아뇨.”
“더 걷어봐.”
“네…”
머뭇거리면서도 장연은 순순히 옷을 더 걷었다.
긴 팔이 훤히 드러나자 까무잡잡한 피부를 천천히 살폈다.
두창의 흔적은 그녀의 몸 전체에 나 있는 듯 싶었다.
“이거 심각하구만.”
“도련님…”
“됐어.”
이걸로 결정.
종두법을 해야겠다.
사람들 시선 무서워서 죽거나 이런 두창이 몸에 남게 되면 조조에게 신뢰는 커녕 종두법을 하는 것만 못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최대한 안걸리게 잘 하는게 낫겠지.
“근데 너 여자치고는 팔이 되게 두껍다. 힘 좀 쓰냐? 싸움도 좀 하는 것 같은데.”
만지작거리던 팔에는 선명한 근육이 드러나 있었다.
근육의 크기만 다를 뿐이지 선명도로 따지면 거의 요화 수준이던데.
“조금 합니다. 아주 조금이지만…”
“그래도 동네 왈패정도는 잡을 수 있지?”
“네.”
“됐어. 그럼 내일 너랑 가면 되겠네.”
“어디 가시는데요?”
“전 군승님 댁.”
아침을 먹고 바로 헛간 뒤쪽으로 향했다.
악희가 만들어 놓은 비누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늘에서 굳고 있는 비누들을 보고 콕콕 눌러 본 나는 어느새 내 뒤로 다가와 있는 장연에게 말했다.
“야.”
“네.”
“손 줘봐.”
“예? 예… 윽. 이게 뭐에요?”
“뭐겠냐?”
“찌꺼기 같은데…”
기름을 거르며 생긴 찌꺼기를 나뭇가지로 들어 장연의 손바닥에 발랐다.
미끌거리는 감촉이 기분나빴는지 장연의 얼굴이 찌푸려지자 그것을 자세히 살폈다.
이정도면 때가 생긴 거겠지?
“이건 또 뭔가요?”
“어허. 가만히 있어.”
“으… 미끌거리는게…”
“가만히 있으래도.”
“도, 도련님…”
더러워진 장연의 손바닥에 조금 굳은 비누를 발랐다.
얼마나 빠지려나.
저번 것은 이정도로 뭍혀서는 때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손바닥을 비벼 거품을 내게 한 후 그 손을 물에 담궜다.
차가운 물이라 그런지 장연의 얼굴이 또다시 찌푸려졌다.
“흐음…”
어제 것 보다는 확실히 낫다.
확연히 때가 빠진 듯 하자 난 만족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련님? 방금 뭐 하신 거에요?”
축축해진 손을 옷으로 닦은 장연이 물었지만 대답해주지 않았다.
대답해줘봐야 알아듣지도 못할테고 굳이 말해 줄 필요도 없다.
“도련님!!”
“어. 유모. 어떻게 됐어?”
어제 유모에게 핸드크림을 한쪽 손에만 바르고 자라고 했었지.
하루 정도면 어느정도 티가 나려나?
내가 궁금해하자 유모는 밝게 웃으며 양 손을 내밀었다.
“그거 어떻게 만드신 건가요? 손이 무척이나 부드러워졌어요!”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여자는 여자라는 건가?
그 전이 워낙 안좋았기 때문인지 하루 바르고 잔 것만으로도 유모의 손은 눈에 띌 정도로 좋아졌다.
“그리고 벌꿀향도 나는 것 같고…”
왼손을 들어 킁킁거리던 유모는 그 허접한 핸드크림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몸을 베베 꼬기 시작했다.
“도련님. 그거 더 없으신가요?”
“없어.”
“예?”
“저건 나중에 또 써야돼니까. 그리고 아버지가 비누 만드는거 금지시켜서 구하지도 못해.”
“이럴수가… 그럼 현장님을 설득하면 되는 건가요!?”
“설득해봤자 씨알이나 먹히겠냐. 그냥 포기해. 포기하면 편해.”
잿물로 비누 만들어봤자 얻을 수 있는 글리세롤은 얼마 되지 않는다.
수산화 나트륨을 이용해서 본격적으로 비누 생산을 하지 못하는 이상 글리세롤을 화장품으로 써먹기는 일단 무리라고 생각하자.
그래도 보습력은 있는 것 같으니 상비약으로 쓰면 되겠지.
“그래도 준 건 준거니까 그거나 아껴 써.”
“네에…”
유모가 시무룩해졌지만 어쩔 수 없다.
“정 만들고 싶으면 기름이랑 잿물 걸러서 만들든가. 근데 그거 만들다가 아버지한테 걸려서 혼나도 내 책임 아니다.”
“으음… 알겠어요. 하녀들이랑 십시일반 모아서 기름을 사서 만들면 되겠죠?”
“기름은 그렇다고 치고 밀랍은 어쩌려고? 이제 겨울이라 밀랍 구하기도 힘들텐데. 강남에서 파는 거 구하지 않는 이상은 불가능할걸? 그리고 그거 비누만든다고 해서 막 나오는거 아니야. 어쩌다가 한번씩 생기는거라고.”
사실대로 말하자면 만들때 소금을 넣으면 비누와 글리세롤이 분리되지만 이걸 말해 줄 필요는 없다.
비장의 수는 남겨둬야지.
그리고 그나마 크림의 형태라도 비슷하게 만들고 향이라도 내려면 밀랍을 넣어서 굳혀야 한다.
근데 이제 겨울인데 밀랍은 또 어디서 구하겠는가.
내 말에 유모는 아쉬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아… 그럼 어떡해요?”
“뭐… 다른 향료를 구할 수 있으면 모를까 지금은 힘들 것 같은데… 아. 이건 어때?”
“어떤거요?”
유모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궁금해했다.
여자는 진짜 다 똑같구나.
피부 얘기 나오면 다들 득달같이 달려든다.
“일단 비누를 많이 만들면서 그거… 앞으로는 감유라고 하자. 감유를 좀 많이 마련해봐. 그리고 저번에 전 군승님께서 보내신 귤껍질 좀 가지고 와봐.”
“귤껍질은 왜요?”
“꿀 향은 힘들어도 귤 향은 만들 수 있을 것 같으니까. 굳이 똑같지 않아도 되는 것 아냐?”
“그 귀한걸 여기에 넣는다구요…?”
유모가 경악을 했지만 한번 해보고 싶었다.
귤껍질은 말려서 향료나 약으로 쓰는 경우가 있지만 집에서 그거 쓰는 사람도 없어서 쟁여두고 있었으니 여기다 써보자는 거다.
글리세롤에 귤껍질을 압착해 향유를 짜내 넣으면 그럭저럭 귤 향 나는 쓸만한 보습제는 만들 것이다.
물론 크림과는 달라서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겠지만 보습력은 작살나겠지.
거기에 감유를 얻기 위해서 비누를 왕창 만들어 놓으면 그걸 그냥 냅두면 아까우니 쓰겠지?
어차피 손에 남아 있는 글리세롤을 닦아내기 위해서 비누를 쓸 것이고.
비누를 쓰면서 씻다보면 자기 스스로 청결을 알게 될 것이다.
사람이라는게 한번 깨끗한 것에 익숙해져버리면 다시 더러운 생활을 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여인들이 더러운 것에 질색하게 되면 그 여인들을 꼬시려는 남자들도 씻기 시작할테고.
이런 식으로라도 청결에 대해서 인식하게 만들자.
“그렇긴 한데… 그거면 되나요? 기름이랑 귤이랑…”
“응. 십시일반을 하든 한명한테 몰아주든 알아서 해. 아무튼 기름 구하고 만들 때 불러. 조언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정 힘들겠다 싶으면 악희 불러다가 만들어. 걔가 방법은 아니까.”
“네! 알겠어요!”
보들보들해진 손등을 보며 방긋방긋 웃은 유모가 힘차게 대답하자 난 몸을 돌리며 외쳤다.
“그럼 안녕이다!!”
============================ 작품 후기 ============================
육적회귤의 고사를 생각하거나 귤과 관련된 일화들을 좀 생각해서 겁나 비싸지만 못살 정도는 아니다! 라고 생각을 했는데 귤이 엄청 귀한거였나보네요.
일단 이 부분은 저도 좀 더 조사를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사료 찾는게 어려우니 원…
지적 감사합니다. 일단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