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10
00210 말을 듣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 =========================
“우쌰!”
수레에 군량을 담으며 장합은 어깨를 풀었다.
팽성군에서 보내 온 식량을 분배하여 각지로 보낸다.
늘상 전장에서만 머무르며 장수가 하는 일 치고는 보잘것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장합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오히려 이렇게 이렇게 보내는 식량이 연주의 백성들을 구원할 수 있다는 것에 보람마저 느끼고 있었다.
“하하! 이거 참. 장 도위께서는 힘도 좋으시오.”
“오셨소? 조 도위?”
조조의 사촌동생인 조순이 웃으며 대나무 물통을 건네자 장합은 빙긋 웃은 후 그것을 받았다.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에 물을 뿌린 후 물통의 물을 반쯤 마신 후 함께 고생한 부하에게 그것을 넘긴 그는 수레가 출발하는 것을 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조 도위께선 왜 나오셨소? 자경대의 훈련은 끝난겁니까?”
“하하하. 호표기들을 훈련시키던 나요. 고작 일반병의 훈련 정도야 우습지. 강병들이 될거요.”
자경대가 만들어지고 그들에 대한 훈련을 시켜야 했지만 마땅히 사람이 없었다.
산양군에 있던 이들은 서주로 이동해서 그곳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결국 인원 부족으로 산양군수인 진궁이 중앙에 요청하고 요청해서 간신히 초청한 사내는 다름아닌 호표기를 훈련시키던 훈련교관이었다.
너무 대단한 사람이 온 것 아닌가 싶었지만 그는 소탈하기 그지 없었다.
자경대를 단순히 자경대가 아닌, 정예병으로 끌어올리고자 했는지 그의 훈련은 엄했고 그 훈련이 끝날 때마다 자경대는 늘 녹초가 되어 있었다.
오늘도 산양군의 자경대를 녹초로 만들어버린 조순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잘만 하면 호표기 수준은 아니더라도 백귀대 까지는 끌어올릴 것 같소.”
“오… 그정도입니까? 대단하시구려.”
백귀대는 산양군의 정예 병력 중 하나다.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자경대를 그정도 수준까지 올리다니.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며 장합은 감탄했다.
“하하하! 별 것 아니오. 그리고 군수께서 부르시니 같이 갑시다.”
“저도 말입니까? 저는 왜…?”
“글쎄? 팽성군에서 서찰이 하나 왔는데 그것 때문에 그런 것 같소.”
“팽성군이라…”
장합은 고개를 끄덕이고 그와 함께 관아 안으로 들어갔다.
관아를 들어가며 다른 이들도 만났다.
서성, 그리고 장제와 한호.
전부터 자신들과 함께 하고 있는 산양군의 소중한 동료들이다.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은 장합은 진궁이 들어오자마자 입을 열자 깜짝 놀랬다.
“장 도위, 그리고 서 도위. 그대들은 바로 하비로 가주어야겠다.”
“이렇게 갑자기? 하지만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이곳의 일도 아직 남아 있는데…”
“어쩔 수 없다. 임시 서주목의 요청이니 말이다.”
진궁은 차분히 말했지만 그 목소리에 담겨 있는 걱정을 이 자리에 있는 모두는 눈치챌 수 있었다.
진유하는 진궁의 하나뿐인 아들이다.
지금까지 힘들다거나 도움을 원하는 요청을 산양군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아들이 이렇게 요청을 하니 걱정이 된 모양이다.
“무슨 일 때문입니까?”
서성의 질문에 진궁은 애써 무덤덤히 대답했다.
“유요가 움직인다고 하더군. 원술이 물러난 이후 유요가 왕랑과 손을 잡고 하비를 노릴 지도 모른다고 한다. 그에 대한 대비를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해.”
“하지만 굳이 저희가 갈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장합은 조심스레 진궁에게 말했다.
진유하를 돕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산양군의 일도 중요하다.
이곳에서도 사람이 없어서 중앙에 요청을 하고 있는 중인데 서성과 자신이 빠진다면 그 뒷감당을 하기는 쉽지 않을 터.
장합이 걱정스레 말하자 진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에 대한 대비로 하비의 조홍과 요화를 보내준다고 하더군. 인력에 대한 문제는 걱정할 필요 없다.”
“그런 것이라면야…”
“오… 자렴 형이라면 괜찮은 사람이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요. 다만 요화라는 사람은 잘 모르는데…”
“우리 중에서 군수님을 가장 오랫동안 모신 것이 그 녀석일거요. 성실한데다가 자신의 일을 정확히 알고 행하는 녀석이니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요.”
조순의 말에 장합은 웃으며 대꾸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의 빈자리를 해결해 줄 사람이 온다면 걱정은 없다.
그렇다면 빠르게 움직여야 할 터.
진유하가 요청을 했다는 것은 상황이 급박하게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백귀대와 산양군의 정병 삼천을 데리고 가도록.”
“알겠습니다.”
장합과 서성.
직위는 같지만 군 경험이라면 장합이 훨씬 위다.
그를 대장으로 하여 지원군이 조직되자 진궁은 차분히 모두를 둘러보았다.
“모두가 있기에 우리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현재 연주목은 황제 폐하를 구원하기 위해 낙양으로 갔다. 그러니… 조금만 더 힘내길 바란다. 황제를 손에 넣는다면… 우리는 그동안 명분을 지키느라 손해볼 수 밖에 없었던 모든 것을 메꿀 수 있다. 그러니. 모두 힘내주길 바란다.”
자리에서 일어난 진궁은 장수들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그의 과한 예에 모든 장수들은 허둥거리며 일어나 마주 허리를 숙였다.
“군수님의 명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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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와요.”
유요에 대한 일을 알고 있는 영이는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내가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반겨주었다.
그녀를 한번 안아주고 난 이후 난 영이와 진등, 진규를 데리고 회의실로 바로 들어갔다.
“이야기는 들었어. 진등. 당신이 갔다왔다면서?”
“네.”
싸우는 것은 그다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진등 역시도 사람 설득하는 것을 잘하는 만큼 영이는 유요의 움직임을 경계하며 그에게 함부로 행동하지 말라는 조언과 함께 움직이지 않는다면 금과 식량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하기 위해 진등을 보냈다고 한다.
“결과는?”
“유요를 만나지도 못했습니다.”
“헐…”
이거 대놓고 움직이겠다는 거네.
난 인상을 왕창 구겼다.
진등의 제안조차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것은 그냥 대화 자체를 포기하겠다는 것이다.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 돈과 식량을 얻을 수 있는데 우리와 척을 지면서도 움직이겠다는 것은 뭔가 뒷배가 있다는 것이다.
“깨달은 것이겠죠. 지금이 아니라면 움직일 수 없다고… 그것이 아니면.”
“조조가 황제를 잡게 되면 모든 상황이 변하니 그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얻으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지. 그리고 그 제안은… 아마 원소가 했을 것이고.”
진등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가 황제를 얻으면 우리는 어떤 움직임을 해도 대놓고 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지금까지는 다른 주는 공격도 못했다.
황제가 임명한 주목을 공격하는 것은 불충이기 때문에.
충신을 연기해야 하는 만큼 황제의 이름이 들어간 일에는 최대한 손을 대지 않는 방향으로 일을 진행해왔다.
현재 양주목은 원술이다. 황실에서 임명한 양주목이 ‘사고로’ 죽어서 그 자리를 대신 원술이 차지하고 있는 것에 불과했지만 그는 황실의 후장군이었고 비상시 주에 대한 관리를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었다.
당연하겠지만 그것은 정식이 아닌 임시에 불과했고 황제를 손에 넣으면 원술이 가지고 있는 임시 양주목의 직위를 해제할 수 있다.
그리 된다면 원술은 그것에 대해 거부할 것이고 우리는 그때 황제의 명을 받았다는 명분을 가지고 양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
“연주목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이미 알려졌으니까…”
조조의 움직임은 이미 천하로 퍼져가고 있었다.
조조가 황제를 손에 넣는다.
그것이 가져다 주는 파급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는 정세를 읽을 수 있는 이들은 모두 알고 있다.
지금 원소도 연주에 대한 공격을 하기보다는 이미 조조가 황제를 얻는 것을 막는 것은 늦었다 판단하고 공손찬과 유우에 대한 공격을 하고 있는 중이다.
사마의가 보내 준 정보에 의하면 원소는 흑산적을 이끄는 장연과 협력하여 장연이 유주목을 제거하면 그를 자신의 정규군으로 편입시키리고 했다고 한다.
흑산적 입장에서도 나쁜 일은 아니다.
대놓고 원소와 치고박고 싸우며 식량과 부를 얻기 위해 발버두치는 것보다 원소의 편을 들어 편하게 전쟁을 치룰 수 있게 될테니까.
“원소는 지금 무리할 수 밖에 없어. 기주만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연주목이 황제를 손에 넣는다면 공손찬, 유우와 우리가 협력하여 그를 동시에 공격할 테니까. 아무리 원소라 하더라도 네개의 전선을 유지할 수는 없겠지. 그것을 막기 위해서 원소는 연주목이 황제를 차지하기 전에 흑산적과 협력하는 굴욕을 안고서 공손찬과 유우를 동시에 공략하고 있어. 만약 우리가 황제를 가지고 그에게서 원소 공략의 교지를 받을 때까지 공손찬과 유우가 버텨준다면, 우리 최대의 적인 원소를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명가의 후손이라 떠들어대던 원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책략이었다.
장양을 끌어들임으로서 서쪽에 대한 방비를 편히 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유우를 공략할 수 있게 되었고 또 원소는 청주의 도적들이 사라져 청주쪽에 대한 방비를 하지 않아도 되었기에 모든 힘을 다해 공손찬을 밀게 되었다.
조조가 황제를 손에 넣고 자신을 역적이라 찍어 공손찬, 유우와 연합하여 자신을 포위하고 공격하기 전에 끝장내려는 듯 원소는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하북에 있다가 내려 온 상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전투는 무척이나 치열한 듯 싶었다.
그동안 얌전히 모아 온 병력을 모두 소모해버릴 생각인듯 원소는 무섭게 공손찬을 공격하고, 그 뿐만 아니라 하북에 도는 소문에는 원소가 북방의 이민족들과도 이미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한방에 끝내겠다는 의지를, 무모하다고 할 정도로 보이는 원소의 행동. 그리고 천자를 손에 넣겠다는 조조.
누가 먼저 끝내느냐다.
조조가 황제를 먼저 손에 넣는다면 조조의 승리.
원소가 공손찬과 유우를 손에 넣는다면 원소의 승리.
원소는 애초에 협천자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가 공손찬과 유우에 대한 위협을 없앨 수 있다면 협천자가 내린 교지도 무시해버릴 수 있다.
적당한 황족 하나 골라서 그를 황제로 추대하면 될테니까.
결국 시간 싸움이다.
“흑산적까지 끌어들여야 하다니… 청주가 예전같았다면 청주의 도적까지 끌어들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그렇겠지. 지금 원소는 물불 가릴 처지가 아니니까.”
원소는 공손찬과 유우를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다는 것은 자연스레 남쪽의 방비가 약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조도 이각과 곽사를 막기 위해 힘을 빼서 서쪽으로 돌려 놨으니 연주쪽에서의 공격은 안심할 수 있지만 서주에서 치고 올라오는 공격은 어떻게 막기 힘들 것이다.
그것을 억제하기 위해서 유요와 손을 잡았다면 현명한 판단이다.
칭찬해주고 싶을 정도다.
거기 당해야 하는 것이 나만 아니었다면 말이지.
“눈 딱감고 질러버릴까.”
서주의 힘을 이용한다면 솔직히 유요 하나 잡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놈의 명분만 아니라면, 그를 치는 것이 우리가 아니라면 유요 하나 잡는 건…
“어?”
“왜 그러세요?”
“생각해보니까 내가 굳이 싸울 필요는 없잖아.”
난 피식 웃었다.
유요와 왕랑이 날 견제한다?
그럼 우리 역시 다른 것으로 견제하면 된다.
“방통 좀 불러줘.”
내 말에 진등은 고개를 갸웃거린 후 밖으로 나갔다.
잠시 후 방통이 들어오자 난 그에게 물었다.
“흑귀대 일만. 관우, 감녕, 그리고 서황. 덤으로 여영기까지. 이렇게 주면 유요 잡을 수 있냐?”
“어렵진 않을 것 같은데? 우리가 공격 못하는 이유는 하나잖아. 그놈의 명분.”
“그게 문제긴 한데 생각해보니까 굳이 우리가 명분 때문에 잡혀 있을 이유가 없을 것 같더라고. 원래 왼손이 못하면 오른손이 하는 거라고. 굳이 우리가 전면에 나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 말에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단순히 엄백호에게 병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엄백호가 유요를 공략할 수 있게 만들자?”
“응.”
우리는 서주군이다.
서주의 이름을 달고 서주에서 바깥으로 함부로 병력을 뺄 수는 없었다.
황제의 명령이나 더 높은 이의 명령이 없는 이상.
조조가 아직 연주목에 불과한 이상 내가 병력을 빼서 양주를 공격하면 그것은 불충한 놈이 되어버린다.
그렇다면 내가 아닌 다른 이가 공격하면 되는 것이다.
바로 엄백호.
그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엄백호는 싸움을 싫어하는 자야. 그리고 엄백호의 뒤에는 왕랑이 버티고 있고. 그가 쉽게 움직이려고 할까?”
“그래서 말하는 거다. 할 수 있겠냐. 없겠냐.”
“그 말은 지금 날 서주군에서 쫓아내겠다는 걸로 보이는데? 맞냐?”
“응.”
방통을 총대장으로 한 방랑군을 운용한다.
그를 엄백호에게 보내 엄백호와 연합하게 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터.
내가 웃으며 말하자 방통은 피식 웃었다.
“불가능하지는 않아. 그리고 나도 그 방법을 생각해봤고. 하지만 그건 결국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하잖아. 그리고 엄백호를 설득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야. 만약 그를 설득할 수 있었으면 예전에 설득했겠지. 저번에 그를 만나봤는데 자신의 자리에 충실한 사람이더라고. 그의 머리속에 있는 것은 충도, 의도 아니야. 그저 백성 뿐이다. 그를 설득할 수 있을까?”
“그래도 지금 방법은 그것 뿐이야. 유요는 말을 듣지도 않으니까. 최소한 말을 들어주는 상대와 이야기를 하는게 낫겠지.”
어쩔 수 없다.
원소의 수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으니까.
여기서는 좀 피해를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내가 생각했을 때 회의실의 문이 열렸다.
“어이! 도련님!”
“뭐야?”
감녕이 들어왔다.
그의 얼굴이 무척이나 밝아보이는데.
뭐지?
나와 방통은 궁금해하며 그를 보았다.
“빨리 나와봐! 지금 누가 왔나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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