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09
00209 말을 듣지 않아도 이길 수 있다. =========================
강망과 만났으니 굳이 산양군까지 갈 필요는 없었다.
강망에게 팽성군에서 하는 일이 끝나면 바로 하비로 와달라고 한 후 우리는 곧장 하비성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쳤다.
“벌써 가시는 겁니까…?”
“응? 응.”
짐을 챙기는 나를 도와주며 교완은 아쉽다는 듯 작게 말했지만 우리가 여기 있어봤자 할 일은 별로 없었다.
원술에 대한 위협을 제거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계속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원소가 언제 움직일지도 모르는데다가 강망을 활용하기 위한 준비도 해야 하고 또 강남 쪽에 대한 방비도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유요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잖아.”
원술이 병이 나 여남으로 수춘의 모든 물자와 병력을 빼 여남으로 간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하며 동시에 오의 유요가 움직인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그들과는 딱히 거래를 한 적도, 적대를 한 적도 없으니 어떻게 나올지는 확인을 해봐야 하겠지만 딱히 좋은 일은 없었다.
원교근공.
먼 상대와는 거래를 하고 가까운 상대는 적대하기 마련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영이가 하비성주로 있다고 치더라도 만약 그녀 혼자 있을 때 유요가 공격해들어오기라도 한다면 골치아프다.
팽성군에는 병력도 많지 않았고 동해군 역시 그리 많은 병사가 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아…”
“아쉽더라도 어쩔 수 없지.”
교완과 강남의 기술에 대해서 몇가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이 있지만 그녀를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녀도 그녀 나름대로 팽성에서 할 일과 위치가 있으니 다짜고짜 빼버릴 수 없는 것이다.
아쉬워하는 교완을 향해 웃어보이며 내가 말하자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당분간은 이곳에 있는 것이 성주님께 더 도움이 될테니까요.”
“미안하구만.”
“아뇨… 괜찮습니다.”
방통에게 듣기로 교완은 날 섬기기 위해서 가족을 떠나 서주로 왔다고 들었다.
그런만큼 계속 내 곁에 있고 싶겠지만 팽성군을 진군 혼자 다스리게 하는 것은 확실히 무리가 있었다.
사람이라도 더 늘어난다면 모를까, 당분간은 교완이 진군을 지탱해줘야 할 것 이다.
“한가지만 약속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어떤 것을?”
“만약… 성주님께서 서주목의 자리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가신다면… 그때는 저를 데려가주시겠다고.”
“흐음…”
교완의 진지한 눈을 마주했다.
어찌보면 그녀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요구일 것이다.
날 섬기려고 팽성군에 왔고 방통의 밑에서 일을 하는 것인데 방통이 군수직에서 물러나 하비군의 군승으로 가버리게 되었으니 교완으로서는 억울하겠지.
일이라도 못하면 개소리하지 말라고 하겠지만 교완은 성실히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데다가 내가 모르던 강남의 기술들을 차근차근 강북에 전파하고 있었다.
신상필벌은 확실해야 한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잘해주고 있는 교완인만큼 난 그녀가 원하는 상을 무시할 수 없었다.
“좋아.”
“와! 감사합니다!”
그제서야 교완은 환하게 웃었다.
예쁜 미소녀가 밝게 웃는 모습을 보니 일단 눈에는 보기 좋다.
내가 그녀를 향해 부드럽게 웃었을 때 문이 열렸다.
“야. 뭐하냐?”
“왔냐? 짐은?”
“나 원래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사람이잖냐. 교완. 넌 왜 여기 있냐?”
“성주님께서 짐을 꾸리는 것을 도와드리고 있습니다. 오라버니. 부디 하비성에서는 성주님의 속을 썩이지 말고…”
“아니 내가 무슨 매번 사람 괴롭히는… 뭐 그건 중요한게 아니고. 야. 들었어?”
“뭐? 유요에 대한 거?”
“응. 유요가 왕랑과 협약을 맺었다고 하더라고.”
“왕랑이라…”
회계군을 다스리는 군수 왕랑과 유요가 손을 잡았다라.
방통의 말에 난 심각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그 둘이 힘을 합쳐서 엄백호를 밀 수 있다는 이야기겠군.”
“그렇지.”
그냥 자신의 군에서 조용히 살아간다면 모를까.
원술이라는 거대한 적이 사라졌으니 슬슬 움직이려는 모양이다.
확실히 기회는 기회겠지.
잘만하면 엄백호를 잡고 건업, 오, 회계. 세개의 군을 제대로 다스릴 수 있을테니까.
“이거 쉽게 생각할만한 일이 아니네.”
유요의 병력이 전진 배치되고 원술이 사라진 수춘 쪽에 알짱거린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회계의 왕랑과 손을 잡았다면 확실히 그들의 목표가 엄백호이고 엄백호를 잡아 서주로 치고 올라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엄백호가 이렇게 당해서는 곤란하지.”
“어쩔 생각이야?”
“일단 하비로 돌아가자. 그리고 엄백호를 지원할 생각을 해야겠어.”
“어… 그럼 전쟁이 나는 건가요?”
교완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마치 겁에 질린 사슴처럼 물기에 젖은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녀를 본 후 힐끔 방통을 보았지만 방통은 시큰둥한 표정이었다.
“그럴 일은 없을거다.”
교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손에 감기는 머리칼이 기분 좋다.
작은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녀를 달래 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말했다.
“감녕과 조청을 불러. 그리고 진군도. 팽성군에서 간략하게 회의를 한 후에 바로 갈거니까.”
“음.”
“저… 성주님.”
“왜?”
“…저도 도울 수 있을까요? 저도 나름대로 무술을…”
“너 정도의 무술실력으로 전장에 나서면 금방 죽는다. 날 돕기 위해서 왔다면 넌 여기서 하비를 지원해주는게 맞아. 그러니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여기 있어다오.”
“네에…”
교완은 내 힘이 되어줄 수 없다는 것 때문인지 우울해했지만 지금은 그녀를 챙길 여력이 없었다.
“그리고 뭔가 해주고 싶다면 내 짐 좀 대신 꾸려줬으면 하는데.”
“알겠습니다!”
밝게 웃으며 대답한 교완을 내버려두고 난 진군의 집무실로 향했다.
내가 집무실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모두가 모였다.
서주의 지도를 가리키며 난 차분히 말했다.
“현재 방통이 가져 온 정보를 보면 유요의 움직임은 셋으로 나뉘어질 수 있다. 첫번째, 수춘을 노린다. 엄백호는 사람의 성질이 유하고 다툼을 꺼려하여 유요가 움직인다 하더라도 그의 뒤를 치지는 못할거야.”
“공격하지 않을 엄백호를 뒤에 두고 후방의 안전을 도모하며 힘을 키우겠다는 건가?”
“응. 그래서 왕랑과 손을 잡았을 수도 있지. 아무리 엄백호가 다툼을 싫어한다고 하더라도 완전히 믿을 수는 없을테니까.”
방통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텅 빈 수춘이라고 하나 그곳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병력이 필요했다.
병력을 끌고 나갔다가 회계의 왕랑에게 빈집털이라도 당한다면 오히려 손해이기 때문에 유요는 왕랑과 손을 잡은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움직일 수 있으려나…”
“오히려 지금이기에 움직일 수 있는 겁니다.”
감녕의 중얼거림을 들은 진군이 차분히 답했고 나와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수춘을 점거하고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원술이 차지한 후 그가 반쯤 미쳐서 여남으로 돌아갔다.
수춘의 백성들은 기존에 있던 군수를 쫓아내고 수춘 군수가 된 원술에게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낮은 기대치는 자연적으로 큰 기대치를 가지고 온다.
전 군수가 제대로된 정치를 하지 않았다면 그것을 이용해 적당한 수준으로만 다스려도 큰 인기를 끌며 백성들의 호응을 끌어낼 수 있는 것이다.
적어도 원술보다는 낫다. 라는 것을 들을 수 있는 것이다.
그 전과 비교해서 크게 바뀐 것이 없는데도.
“젠장. 차라리 우리가 먼저 수춘을 먹었어야 했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았으니까.”
수춘을 차지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곳에 들어가지 않은 이유는 있었다.
최대한 명분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차후 황제를 손에 넣으면 우리는 엄청난 명분을 손에 넣게 된다.
한 황실의 명령이다.
그러니 해라.
우리는 충신이니까.
지금까지 한 황실의 명분을 거의 어기지 않았으니까.
서주를 차지한 것도 결국은 서주의 백성들을 위함과 동시에 기존 서주목이었던 도겸의 죽음으로 인해 생길 혼란을 막기 위한 것이란 명분이 있었다.
정식 서주목 취임도 하지 않았고 황실의 임명을 받은 정당한 서주목이 온다면 얼마든지 서주목의 자리를 내어주고 빠질 것이다.
그것을 계속해서 내세워 온 만큼 다른 주를 공격할 수 없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계속 깽판치고 한 황실에서 내린 체계를 무시하던 놈이 이제와서 지키라고 하는 것보다 꾸준히 지켜 온 놈이 다른 놈에게 지키라고 하는 것은 말의 무게부터가 다르다.
그렇기에 원술이 빠질 것을 알고도 수춘을 차지할 수 없었던 나는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알고 있지만 간단하게 양주로 진입할 수 있던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연주목께서 협천자를 보호할 수만 있게 된다면 이런 건 문제도 아닐텐데 말입니다…”
“지금 불가능한 일을 가지고 떠들어봤자 의미는 없지. 가까운 시일 내에 연주목이 황제를 차지하겠지만 지금은 아니니까.”
조조가 황제를 잡기 위해 움직였다는데… 과연 어떻게 됐을까?
아직까지 그 부분에 대한 소식이 없어 불안감이 없잖아 있다.
“그럼 두번째는 뭡니까?”
조청의 질문에 난 지휘봉으로 다른 곳을 찍었다.
바로 여강이었다.
육강이 다스리던 곳이지만 방통에 의해서 그 중심지가 완전히 초토화되어버린 곳.
그곳을 찍은 나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손책과 주유에게 듣기로는 여강은 어느정도 재건이 되었다고 들었어. 물론 완전히 재건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초반에 비한다면 장족의 발전이지. 원술은 여강에서도 손을 뗐다. 그런만큼 유요는 그 여강을 먹으려고 움직일 가능성이 있어.”
“하아… 정말 남이 기껏 해놓은 것들로만 배를 채우려는 거군요.”
“어쩔 수 없지. 나도 기회만 된다면 그렇게 움직였을테니까. 그리고 나머지 세번째는…”
“엄백호를 노리는 것이지.”
“맞아. 엄백호. 정식으로 군수직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기존의 군수가 서주에서의 일과 원술이 두려워 도망치고 난 이후 공백지가 된 곳에 백성들의 추대로 군수직에 오른 자야. 우리와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
“결국 여강을 제외한 나머지 두곳을 유요가 차지한다면 저희 서주에 큰 위협이 되겠군요.”
진군의 말대로 유요가 수춘이나 여강, 말릉과 오, 회계를 차지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서주에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당장 병사들을 움직이고 전진배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하비의 병력을 움직여야 할테니까.
그저 가볍게 무력 시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냥 다 쓸어버릴 수는 없습니까?”
조청의 말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음… 그렇긴 한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아.”
“차후를 위해서 우리는 지금 손목과 발목에 사슬을 걸고 움직여야 하니까 말야.”
명분을 지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잘만 쓴다면 무적의 검이 되지만 잘못 쓴다면 우리의 움직임을 상당히 제약하는 족쇄가 되어버린다.
아예 미친 척 명분이고 나발이고 모르겠다 하고 움직여도 좋겠지만 그것은 나중 날카로운 검이 되어 우리를 겨누게 될 것이다.
언발에 오줌을 누느니 그냥 지금은 참는 수 밖에.
“쯧… 그럼 방법은?”
“글쎄. 생각해 둔 것은 두가지 정도야. 협상. 아니면 단기간 서주의 병력과 장수를 이동시켜서 엄백호를 돕는 정도.”
“그게 지원 아닌가요?”
“지원과는 조금 달라. 편법이기는 하지만… 개인적인 친분을 들먹이며 엄백호를 돕는거지. 물론 본격적으로 도울 수는 없어. 예전에 도겸에 유비나 여포를 불렀던 것과 비슷한 방법이니까 말야.”
당분간 세력에서 벗어나 독립군을 운용하며 엄백호에게 참가한다.
물론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한 방법이지만 엄백호 혼자서 유요와 왕랑을 상대할 수 없는 이상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그것 뿐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방통의 질문에 난 담담히 말했다.
“당연하겠지만 둘 다다. 유요와 협상은 내가 해볼테니까 방통. 너는 서황과 관우를 데리고 가서 엄백호를 지원하도록 해.”
“관우를?”
“응. 왜?”
“음… 야. 위험하지 않겠냐?”
“뭐, 아니라고는 못하겠지.”
지금 관우는 객장의 신분으로 내 곁에 있는 것이다.
요새는 그럭저럭 고분고분해졌지만 아직까지 나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도 아닌데다가 유비가 세력을 갖추거나 부른다면 얼마든지 가버릴 수 있는 자다.
그런 자와 함께 독립군을 운용한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부담이 있는 것이기에 방통은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었고 난 그것에 어깨를 으쓱였다.
“정 불안하면 산양군에 요청해보자. 차라리 관우를 동해군으로 보내는 것이 어떨까? 관우 성격상 도망칠 것 같지는 않은데.”
방통의 제안에 난 생각했다.
산양군에 있는 장합이나 서성이 와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버지가 보낸 서찰에 의하면 산양군은 이제 많은 발전을 이루고 경작지를 만든데다가 백성들도 아버지를 무척이나 존경하여 스스로 자경대를 조직하여 아버지를 돕고 산양군을 지키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산양군의 기존 병력과 자경대를 운영할 수 있는 정도라면 이제 산양군에서는 슬슬 손을 떼도 될 것이다.
“요화와 조홍을 산양군으로 보내고… 서성과 장합을 받으면 얼추 균형은 맞출 수 있을텐데 말야.”
정규군 출신인 조홍과 부관으로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는 요화.
정규군 출신으로서 경험이 많은 장합과 요화와 마찬가지로 부관으로서, 그리고 군을 이끄는 대장으로서도 재능이 많은 서성.
이 둘의 자리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 전략은 늘어난다.
“그럼 바로 산양군에 요청을 하도록 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