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37
00237 닭 쫓던 개 =========================
“흐음…”
원소는 다리를 꼬고 눈을 감았다.
무언가 생각하는 듯한 그를 향해 왕흘은 쓰게 웃으며 물었다.
“왜 그러시오?”
“아니. 궁금해서. 도대체 당신을 돕는 사람이 누굴지.”
“누굴 것 같소?”
사실 왕흘조차도 모른다.
동백이 무에 재능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십이 넘는 병사들, 그것도 원소의 정예병들과 싸워 이기고 봉기를 납치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닐 것이다.
거기에 왕창과 왕기라는 혹까지 데리고 있다면 더욱 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었다는 것은 자신이 모르는 조력자가 있다는 것인데.
그들을 상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글쎄… 혹. 누군가와 손이라도 잡은게요?”
원소가 웃으며 물었지만 왕흘은 그 웃음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희미하게 마주 웃을 뿐.
그의 웃음에 원소는 손을 꿈틀거렸다.
당장이라도 그의 목을 잡고 비틀며 고문을 하고 싶었지만 아직 왕흘에게는 받아야 할 것들이 있었다.
그의 재산.
그의 땅.
그리고 공자원에 남아 있는 그의 영향력.
왕흘에게 뒤집어 씌워진 누명만 벗겨낸다면 자신은 공자원의 왕흘을 구한 위대한 인물로 소문이 날 것이고 공자원과 연이 닿아 있는 많은 이들은 자신을 존경할 것이다.
그때까지는 왕흘이 아무리 역겹고 가소로워도 함부로 손을 대서는 안되었다.
“후우. 뭐. 말하기 싫으면 관두시오.”
원소 역시 애초에 대답을 기대하고 물었던 것은 아니었기에 시큰둥히 고개만 끄덕일 뿐 이었다.
“그럼 한번 기다려봅시다. 누가 올지. 혹시 아오? 왕흘. 당신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형이 움직였을 줄? 그러면 참으로 좋겠구려. 불민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서 형이 움직인다. 아주 보기 좋을 것 같구려. 그리고 이 원소는 그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집행한 위대한 인물이 될테니까.”
“그거 참 기대되는구려. 부디 잠시 후 당신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길 빌겠소.”
세곳에 큰 소란을 일으켰다는 것.
그것은 확실히 자신을 구하기 위한 양동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만약 원소만 아니었다면.
그리고 백마항에 있는 병력의 수가 적었다면.
마지막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 원소의 상장인 문추만 아니었다면.
이 양동은 효과적일 것이다.
흉족은 무섭다.
비록 이민족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기마실력은 대단했고 굉장히 흉포하며 잔인했다.
그들이 한번 뜨고 잡혀간다면 구할 수 없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그런 이들이 나타나 행패를 부리고 있다면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래야 백성들을 안정시킬 수 있을테니까.
백마항의 배는 중요하다.
큰 항구일 뿐더러 업과 남쪽의 다른 도시들이 연결되어 물자를 유통하게 하는 곳이다.
그곳에 있는 배들이라면 한척이라도 아깝고, 한척이라도 아쉽다.
그런 배와 배가 오갈 수 있는 항구에 불이 낫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그것을 진압해야 한다.
유우, 공손찬과 싸우느라 많은 자금을 소모한 원소다.
그렇기에 왕흘을 이렇게 잡아 그의 재산을 얻으려 하는데 항구와 배가 다 타게 두는 것은 엄청난 손해였다.
봉기 역시 아깝다.
비록 요새 전풍에게 밀린다 하지만 곽도와 함께 원소를 모셔 온 충신이다.
그에게 나아갈 지침을 마련하기도 했을 뿐더러 황건적 토벌 때부터 그를 모시며 원소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이다.
단순한 부하라기보다는 가족에 가까운 위치에 있는 사람이다.
그런 이를 동백이 잡아갔다면 반드시 구해야 할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소는 자리를 뜨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원소가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었지만 원소는 그정도에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듯 보였다.
‘이자에게 소중한 것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셋 전부를 놓쳐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자신이 알기로 이곳에서 병사들을 통솔하여 그 위험들을 배제할 만한 장수는 단 셋 뿐이었다.
원소. 그리고 고람. 마지막으로 문추.
하지만 원소는 고람 하나만을 내보냈을 뿐 나머지는 시큰둥히 대처할 뿐 이었다.
마치 그래도 상관없다는 듯.
왕흘은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원소를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무서운 자다.’
이자를 움직이게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왕흘은 원소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큰일입니다!”
“또 무슨 일이냐.”
문이 열리며 정예병 둘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를 향해 원소는 무덤덤히 말했고 그런 그의 질문에 정예병은 다급히 답했다.
“백마항에 신원 불명의 배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두척이 아닙니다!”
“…뭐?”
“어두워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조조의 배로 추정됩니다.”
“…..”
백마항에 배가 들어온다?
그것도 한두척이 아니야?
원소는 이를 갈았다.
“설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원소는 왕흘을 죽일 듯 노려보다가 그의 멱살을 잡았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놀란 왕흘은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말없이 그를 마주했다.
“네놈. 설마 조가놈과 손을 잡은 것이냐?”
“…그럴지도 모르지.”
조가놈이라면 조조를 말하는 것인가?
정확하게 말하면 조조가 아닌 그의 부하 진유하지만 딱히 조조와 손을 잡지 않았다고도 할 수 없었다.
왕흘은 원소를 노려보며 떨떠름히 말했고 원소는 빠득 이를 갈았다..
“빌어먹을… 쥐새끼 같은 놈!”
발을 구르며 화를 낸 원소는 들어 온 병사를 향해 외쳤다.
“왕흘을 묶어라!”
“예? 하지만…”
“왕흘. 이자를 잡는 것 조차 조조 그놈이 예상했다면… 이자는 그저 미끼에 불과한 것이다. 그 망할 놈은 날 잡으려고…!”
만약 자신이 유주에 있다는 것이 허보라는 것을 조조가 눈치챘다면?
그렇다면 그는 자신의 움직임을 예측했을 것이다.
지금 자신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만약 공자원의 일을 예측했다면 자신이 움직일 것이라는 것을 그는 눈치챘을 것이고…
“빌어먹을!!!”
예전부터 그랬다.
어린 시절 치기어린 행동.
결혼하는 신부를 보쌈할 때 그는 자신이 가시덩굴에 빠졌을 때도 도와주기보다는 오히려 놀리며 자신들을 쫓는 이들에게 소리쳤다.
악적이 가시덩굴에 빠졌다고.
그때 빠져나오느라 얼마나 고생을 하고 화가 났던지.
그것에 대해 조조에게 추궁했을 때 그는 이리 말했었다.
‘너의 움직임은 너무 단조로워서 다 예측된다. 봐라. 내가 그렇게 외쳤기 때문에 네가 이렇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아닌가?’
마음 같아서는 그 자리에서 그 망할 놈의 목을 치고 싶었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맞았고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허허 웃고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 자신은 조조를 경계해왔다.
내 행동이 단조롭다고?
예측이 된다고?
왜 지금 그때의 일이 떠오르는 것일까.
원소는 빠득 이를 갈았다.
“왕흘을 데리고 업으로 가라! 그리고… 문추를 불러라! 만약 조조가 병사를 보낸 것이라면… 오늘 그 놈이 최악의 수를 둔 것임을 가르쳐주마!”
“예!”
원소의 명령에 병사 둘이 들어와 왕흘의 입에 재갈을 물린 후 그의 양 손을 묶었다.
그들이 왕흘을 묶는 것을 본 원소는 성큼성큼 걸어 밖으로 나갔다.
“문추!!”
“예!”
“병사들을 챙겨라! 백마항으로 들어오는 배들을 막아야 한다!”
“소식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신원이 확실치 않은 배입니다!”
“아니! 지금 들어 올 수 있는 이는 오로지 조조놈 뿐!”
“하지만 조조는 천자를 구하러 간 것이 아닙니까!?”
“허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가 왕흘을 잡기 위해 움직이는 것을 예상했다면… 그가 지금 이렇게 움직일 수 있다.”
원소의 말에 문추는 심각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영악하고 교활한 조조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다.
“어찌할까요? 지금 이곳에 있는 병력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문추는 조심스레 물었다.
자신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왕흘을 지키는 것이 아닌 원소를 지키는 것이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원소를 업으로 보내고 자신이 그의 후방을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원소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병사들에게 연락해라. 항구가 불타게 두라고. 수십척의 배가 온다고 하더라도 항구에 배를 댈 수 없다면 그들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상륙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그곳에서 지키면 되는 것이다. 병사들의 통솔은 내가 하겠다. 문추. 너는 왕흘을 챙겨서 업으로 돌아가라! 가는 길에 동백을 잡도록 하고. 나머지는 신경쓰지 마라!”
“하지만…”
“명령이다!”
백마항에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을 무시한다는 말에 문추는 머뭇거렸다.
백마항은 업에 있어서, 아니 기주에 아주 중요한 항구다.
그곳에 일어나고 있는 흉족의 침입과 항구의 화재를 내버려 둔다는 것은 업의 생활이 크게 힘들어진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원소는 서슴없이 말했고 문추는 갈등할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원소의 부하.
그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원소의 명령대로 곧장 안으로 들어간 문추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으악!!”
“무슨 일이냐!”
문추 같은 강장이 소리를 친다니.
어지간한 일이 아니면 그럴 리 없는데.
원소는 불길한 예감에 힘껏 달려 안으로 들어갔고 그 역시도 기겁했다.
“어째서…?”
몸을 돌린 원소는 그 광경을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들이 보고 있는 광경.
그것은 방금 전까지 살아 있던 왕흘의 심장에 단검이 꽂혀 있는 것이었다.
———
“원소도 바보는 아닌가보군.”
흉족들 열명을 이끌고 백마항의 관청 근처에 숨어 든 여포는 쓴 입맛을 다셨다.
아까 전에 관청에 있던 병사들이 우루루 나간 것을 보았지만 척 봐도 꽤나 강해보이는 이들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들을 생각하며 여포는 이를 갈았다.
‘이들만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뒤를 본 여포는 한숨을 내쉬었다.
흉족들은 강하다.
하지만 체계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이러한 작전 때도 과연 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
여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들의 도움을 받을 수는 없다.
그 대신 자신이 나왔을 때 도울 수는 있겠지.
빠르게 작전을 구상한 여포는 차분한 어조로 흉족들에게 말했다.
“내가 들어갔다 나올때까지 이곳에서 버텨다오.”
“어쩌려고?”
아마 저 관청 안에 원소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한번 도전해 볼 만은하지.
여포가 말없이 손을 내밀자 흉족 중 하나가 그에게 갈고리 밧줄을 넘겨주고 불안해하다가 말했다.
“저 놈들도 보통 놈들은 아닌 것 같은데… 괜찮겠수?”
“해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지.”
갈고리가 달려 있는 밧줄을 관청의 벽 위에 걸고 몇번 당겨 본 여포는 밧줄을 타고 벽을 올랐다.
이깟 벽이야 부숴버릴 수도 있지만 그랬다간 소란이 벌어진다.
기껏 동백과 장료, 고순이 시선을 끌어주었는데 그것을 이용하지 않으면 곤란하지.
벽 위로 올라가 관청 안에 수월히 들어갈 수 있었던 여포는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병사들의 움직임은… 저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군.’
저들이 원소의 정예병들이라면 저들의 1차 목표는 바로 원소의 안전일 것이다.
그러니 최대한 보호하고 있는 곳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
‘왕흘을 구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원소를 발견, 그를 제거하는 일이다.
진유하에게나, 그리고 진궁에게나.
그들의 가장 큰 적은 원소다.
빠르게 이동하며 그 건물의 뒷편 창가까지 간 여포는 허리에서 소검을 꺼내어 들었다.
이런 짧은 병기를 쓰는 것은 익숙하지 않지만 지금같은 작업을 할 때는 오히려 단병이 낫다.
“그럼 한번 기다려봅시다. 누가 올지. 혹시 아오? 왕흘. 당신을 구하기 위해 당신의 형이 움직였을 줄?”
“기대되는구려. 잠시 후 당신의 얼굴이 흙빛으로 물들길.”
기대고 있던 벽의 위, 창문 너머로 목소리가 들려온다.
한 사내의 목소리는 모르지만 다른 하나는 익숙한 목소리다.
원소의 목소리에 여포는 심호흡을 했다.
지금 들어가야하나?
하지만 이 건물을 둘러싸고 있는 정예병들을 생각하면 쉽게 움직일 수 없었다.
과거처럼 모든 것을 버리고 임무를 위해서 살아가는 자신이었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의 자신은 천하최강이 아닌 아버지 여포였다.
딸이 기다리고 있는 이상 쉽게 목숨을 버릴 수 없었다.
‘기회는 반드시 온다.’
소검을 검집에서 천천히 뽑아 든 여포는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가라앉혓다.
원소를 잡고 바로 탈출한다.
그리 생각하며 기회만 엿보던 여포는 갑작스러운 소란에 더더욱 깊숙히 어둠 속으로 몸을 숨겼다.
“큰일입니다!”
“또 무슨 일이냐.”
“백마항에 신원 불명의 배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한두척이 아닙니다!”
“…뭐?”
“어두워 자세히 보이지는 않지만…”
“설마!! 네놈. 설마 조가놈과 손을 잡은 것이냐?”
“…그럴지도 모르지.”
“빌어먹을… 쥐새끼 같은 놈!”
‘조가놈?’
원소가 조가놈이라고 부를 만한 이가 누가 있지?
여포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했다.
‘조조? 갑자기 조조가 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여포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를 악물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다.
자신들이 한 일은 세가지.
북쪽과 동쪽, 서쪽을 공략하는 것이다.
신원 불명의 배는 자신들과 관련되지 않았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 틈을 노리고 있다면 이용하면 그만.
여포가 검을 뽑아들었을 때 병사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빌어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