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43
00243 타인의 책략 =========================
“오셨습니까.”
“잘 있었냐?”
웃으며 반기는 장합과 장패는 방통과 서황, 그리고 떨떠름한 얼굴의 조순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저 사람들이… 저 자는 누구고?”
장합이 궁금해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인사해. 이번에 내 소속이 된 조순이다. 호표기 기대장이라시더라.”
“그렇습니까? 처음 뵙겠습니다. 말씀은 많이 들었습니다. 장합이라고 합니다.”
“장패요.”
“으음…”
조순은 도적의 복장을 하고 있는 그들의 인사에 떨떠름해했다.
그들의 어색한 인사를 보며 난 천천히 말했다.
“청주 쪽은 어떻게 했어?”
“성주님이 돌아가 계신 동안.”
“이제 성주 아니야. 진동장군님이시다. 진동장군.”
장합이 말을 꺼내자 방통은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말에 장합은 크게 기뻐했다.
“축하드립니다.”
“어… 축하하겠… 그럼 이제 서주는 누가 다스리는데? 혹시 엄한 놈이 와서…”
“아. 그럴 일은 없을거야.”
장합은 기뻐하며 축하인사를 건냈지만 장패는 입맛을 다셨다.
그의 입장에서는 엄한 놈이 서주에 와서 이상한 짓거리를 하면 화가 날 것이다.
그렇기에 간략하게 조앙에 대해서 말해 준 후 편제를 정비했다.
이래저래 전투를 치루며 장합이 이끄는 병력의 수가 줄은 모양이다.
그래도 이만에 가까운 병력을 데리고 있게 되었으니 그럭저럭 만족할 수 있겠다.
각 장수의 필요에 따라 각 부대별로 분배를 한 후 난 막사를 세우고 그들을 불렀다.
“일단은 내가 진동장군이 되었으니까 관직을 부여할 수 있어. 그건 나중에 알아서 임명 할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허… 태산군 무지렁이 장패가 관직을 얻는다고? 이거 웃기는구만.”
장합과 서황은 웃었고 장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맛을 다셨다.
그리고 방통은 꺼림찍하다는 얼굴로 날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사양할게.”
지금 가지고 있는 관직도 부담스러운 모양이다.
방통은 떨떠름히 말했고 그를 향해 난 피식 웃었다.
“넌 도독이라 내가 주지도 못해…”
“엇!? 방 군수님이 도독이 되셨습니까?”
장합은 화들짝 놀라며 날 보았다.
방통이 어떤 놈인지 알고 있으니 놀랄만도 하겠지.
“무려 청주의 도독이야. 물론 이걸 계속 이어나갈 수는 없겠지만… 도독이 되면서 임무가 떨어졌거든.”
도독이라는 이야기만 듣고도 짜증을 내는 방통을 달래며 난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가 공략해야 할 군은 총 둘. 북해의 군은 총 다섯이야. 제군과 제남군, 북해군, 동래군. 그리고 평원군. 하지만 평원군은 강 너머에 있는데다가 이미 원소가 잡고 있을테니 손대는 것도 부담이다. 그러니 제외. 그리 따진다면 넷이라고 볼수 있고 그 중 우리가 영향력을 올려야 하는 군은 제군과 제남군이지. 북해군의 공융은 우리의 손을 들기로 했고 동래군은 뭐… 신경 안써도 될테니까.”
제군과 제남군을 차지하게 되면 연주 태산군과 연계하여 효율적으로 청주를 공략할 수 있게 된다.
현 태산군수가 아버지와 사이가 안좋기는 하지만 그건 적절히 조조를 갈구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여차하면 내가 하든가 그것도 아니면 진군이나 한호, 장제등에게 떠넘겨도 좋다.
아니면 왕랑을 끌어들여도 좋고.
제군, 제남군, 북해군만 차지할 수 있다면 동래군은 고립되어버리니 싫어도 우리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굳이 동래군까지는 건드리지 않아도 될 것이다.
내가 차분히 말하자 장합은 곰곰히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제남군과 북해군이야 서주의 낭야군으로 많은 수가 이주를 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있다고 치더라도 제군은 원소를 따르는 이들이 많습니다. 특히 원소의 영향력을 크게 받고 있는 평원의 고당항과 이어지는 임제항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지요. 뱃사공들 자체가 다들 원소를 따릅니다.”
“그리고 또 조사를 해봤는데… 원소가 청주를 공략하려고 군사를 모으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더라고.”
“엥? 그 인간이 왜?”
장패의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지금 한참 바쁠텐데?
내가 궁금해하자 장합은 떨떠름히 대꾸했다.
“청주의 도적인 독안룡을 제거하기 위해서 움직일 거라고 하지만… 실상은 청주를 차지하기 위해서겠지요.”
“그럴 여유가 있나…? 아니 그보다 청주쪽 일을 왜 이렇게 잘 알아? 짜증나게. 기주나 신경쓰지. 쯧…”
내 책략인 독안룡의 활동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꼴이 마음에 들지 않아 투덜거렸고 장합과 장패는 쓰게 웃었다.
그나저나 원소는 왕흘의 죽음으로 그의 재산을 끌어들이지 못하는 이상 다른 주에 손을 뻗는 일이 쉽지 않을텐데.
“뭔가 흔적이라도 발견한게 있어?”
난 떨떠름히 물었고 장합은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수를 쓸 생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딱히 이렇다 할 흔적은 없습니다. 혹시 모르지요. 관리들 중에 원소와 손을 잡고 있는 이가 있을 수도 있고…”
“악수를 두는 건가. 괜히 무리하다가 죽도 밥도 안될텐데. 그런 거였으면 좋겠다.”
난 팔짱을 끼고 생각했다.
“아니면 허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겠네.”
아무리 생각해도 원소가 나오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원소의 적은 나만이 아니다.
그의 뒤를 조조가 노리고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청주로 직접 온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그런 수를 쓸리가.
“전 다른 소문을 들었습니다.”
“무슨?”
공도는 조심스레 말했다.
“도적들을 잡으며 그들이 받은 정보를 보았는데… 그 중에 원담의 이름이 적힌 서신이 있었습니다.”
“뭐라고 적혀 있었는데?”
“계속 하라고… 다른 말은 없었습니다. 그저 딱 그것만 있었습니다.”
“…..”
“이게 무슨 의미일까?”
계속 하라?
뭘?
도적들에게서 빼앗은 서신에서 원담의 이름이 적혀 있고, 그 서신의 내용이 계속하라는 것이면 무슨 의미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나와 방통은 머리를 맞대고 궁리를 해보았다.
“모르겠다.”
“그러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일단 도적에게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도적질을 계속하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청주가 혼란스러우면 혼란스러울 수록 원소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진다.
그것 외에도 많았다.
이미 원담의 부하가 청주에 들어와서 모종의 일을 하고 있었다면 괜찮다.
“그걸 어디서 발견했지?”
“동래군의 도적에게서 발견했습니다만…”
“흐음… 다른 곳에서는?”
“북해의 도적들도 그렇고, 제군과 제남군도 그렇고. 다들 한두통 씩은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 같은 내용이야?”
“네.”
뭐지?
머리를 굴려봤지만 특별할 만한 것은 없었다.
그저 도적들은 자기들이 하는 도적질을 한 것에 불과했다.
“그냥 그거라고 생각해야 하나?”
“청주의 치안을 악화시키는 것? 하지만 굳이 그걸 서찰까지 보낸다? 이유가 없잖아.”
이미 청주의 치안은 황건적이 난을 일으킬 때부터 안좋았다.
기주에서 밀린, 서주에서 밀린 도적들이 도망가고 그곳에서 해적이 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 그들이 있는데 곳의 치안을 더 어지럽히라고?
뭐하러?
먹에 먹을 타봤자 먹일 뿐이다.
혼란을 줘서 원소가 얻을 것이 무엇이 있을까?
이미 혼란스러운 상태인데.
“그게 아니면 뭔가 세력을 규합하라 뭐 그런게 아니겠습니까?”
“글쎄? 그것도 큰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만약 세력을 규합해놨으면 모를까 규모가 있는 도적은 별로 없었어. 제일 큰 도적이래봐야 오백에서 육백여명 정도? 그걸로 뭐 할 수 있는 건 없지. 그리고 무척 약하던데…”
조순의 질문에 장패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도대체 원담의 서신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난 고민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알 수 없는 것 가지고 근거없이 추측하고 그래봐야 나오는 것도 없다. 그냥 해야 할 일이나 하자. 그럼 시작은 제남군인가?”
“제남군을 공략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냥 서주목이었다면 모를까 방통은 정식으로 청주 도독에 취임했다.
제남군의 군수에게 청주 도독인 방통의 밑으로 들어가라고 명했을 때 그가 거절하거나 저항한다면 공격해도 된다.
지금까지처럼 독안룡이니 뭐니 떠들어대며 신분을 숨기고 많은 수의 관병들을 피해다닐 필요따위는 없었다.
만약 제남군수가 우리를 거부하면?
나는 진동장군이다.
진동장군의 역할은 반란을 계획하는 이를 사전조사하여 끝장낼 수 있는 권한이 있다.
독립적인 행동을 할 수 있고 그것에 대한 보고만 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그가 거절한다면 나는 진동장군의 권리를 이용해서 아예 제남군수를 반란분자로 지목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명분에 의한 고삐에 물려서 제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조조가 천자를 잡게 된 이상 나는 우리에게 겁날 것은 없었다.
꼬우면 너 반역자.
맘에 안들면 너 반란분자.
바로 지정해버리고 토벌이 가능한 것이다.
물론 토벌보다는 회유가 더 이득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아무튼 뭐… 딱히 문제 될 것도 없으니까. 그럼 가보자고.”
병사들을 이끌고 곧장 제남군으로 향했다.
제남군은 서주와 청주과 닿는 곳에 있는 군이니만큼 이곳만큼은 확실히 손에 넣어야 차후 원소와 붙더라도 전선을 청주로 만들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가장 먼저 차지해야 할 곳으로 선택한 우리는 제남군의 중심인 동평릉현에 들어왔다.
이만의 병력이 이동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천자의 뜻을 받은 진동장군 진유하의 군세라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그 덕분에 별다른 전투는 없었다.
전투를 하면 그 즉시 반란군으로 찍히게 된다.
상당히 많은 이들이 서주의 낭야군으로 이동해버려서 인구수도 그리 많지 않았고, 그 때문에 병력의 수도 그리 많지 않았던 제남군이 우리를 막을 수는 없었다.
병력도 없을 뿐더러 막는 것도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막으면 그대로 반역자가 될테니까.
별다른 문제 없이 보급과 휴식을 취하며 제남군을 지났다.
현령들은 잘보이기 위해 자리를 내어주거나 오히려 식량을 내어주고, 개중에는 자기 딸을 바쳐서 어떻게든 신분상승을 꾀하려는 이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확실히 천자를 가진 세력이라는 것 하나만으로 대우 자체가 바뀌는 것이 체감되었다.
그냥 하비성주일때는 움직이는 것도 눈치를 보면서 독안룡이라는 도적으로 행동했었는데.
편하긴 편하다.
동평릉현에 도착했을 때 제남군수는 동평릉현의 입구에 나와 엎드린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십대 중반 정도로 되어보이는 퉁퉁한 살을 가진 그는 말에 타고 있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허둥거리며 말했다.
“지, 진동장군님을 뵙습니다!”
“흠…”
이곳까지 오면서, 아니 뭐 딱히 볼 필요는 없었지만 제남군의 백성들은 그다지 잘 살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 서주에서 가장 낙후되었다고 볼 수 있는 낭야군의 2/3도 되지 않는 밭이 있었고 몇몇 현 같은 경우는 현령이나 현장마저도 도망치고 없는 곳이 있었다.
그런 곳에는 도적들이나 지방 호족들이 현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개중에는 쓰레기도 있었고, 또 꽤 괜찮게 백성들을 관리하는 이들도 있었다.
적당히 그들을 걸러내고 지원을 하거나 처단을 하면서 온 나로서는 지금의 제남군수를 곱게 볼 수 없었다.
“비단옷이네.”
“예? 아… 예. 귀한 분을 모시는 것인데… 그… 장군님과 도독님을 모시기 위한 연회를 준비했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요!”
내 시큰둥한 시선과 말투 때문일까?
제남군수는 당황하다가 애써 환히 웃었다.
“연회라는데?”
“준비했다는데 즐겨야겠지. 내 병사들이 쉴 곳은 준비되었나?”
“물론입니다!”
“장합.”
“알겠습니다.”
흑귀대와 호표기 중에서 몸이 날래고 강한 자들을 뽑아 나와 방통의 호위를 맡기고 장합은 병사들을 이끌었다.
이만이나 되는 이들을 쉬게 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그들이 제남군수의 부하들을 따라 거점을 차릴만한 곳으로 가는 동안 난 방통과 함께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딱히 원하지는 않지만 백성들의 호응을 얻어내려면 바로 저 인간 목을 쳐야 할 것 같은데. 어쩔까?”
“그래도 돈은 꽤 많아보이잖아. 칠거면 좀 뺏고 치자. 재산을 숨겨놨을 수도 있으니까.”
“그것도 그거지만… 도대체 돈이 어디서 났을까?”
아무리 군수직에 있으면 돈을 잘 번다지만 그것도 백성이 어느정도 있고 뜯어먹을 것이 있어야지 돈이 생기는 법이다.
낭야군으로 많은 백성들이 도망을 와서 백성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을텐데도 제남군수의 복장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고 그를 모시는 이들 역시도 삐까번쩍한 것이 돈을 꽤나 쳐바른 듯 싶었다.
“와우.”
“이야.”
제남군수의 치소를 보고 난 확신했다.
얘는 뭔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하하하!! 멋있지 않습니까? 정말 이정도로 만드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자! 어서 들어오십시요!”
이정도로 화려하게 치소를 지을 수 없었을 테니까.
나와 방통마저 감탄할 정도로 치소는 크고 멋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