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58
00258 당했으면 갚아줘야지 =========================
내 속을 떠보려는 그를 향해 심드렁히 말했다.
그의 말대로 조조의 적은 많았다.
당장 원소부터 시작해도 그럴 뿐더러 이각, 그리고 유표와 원술, 내부적으로는 황제를 따르는 문무 백관들도 완전히 아군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런 그들이 조조를 흔들게 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일 사람이 누구겠는가.
바로 나다.
서주의 영웅이며 마마를 물리친 위대한 이.
조씨도 아니고 휘하 세력도 많은데다가 지금까지 해 온 일도 많다.
그 뿐만 아니라 서주에서의 영향력이 크고 연주에서 복양 다음으로 번성하며 백성들과 명사들이 정말 살고 싶어하는 곳인 산양군의 군수가 바로 내 아버지다.
날 얻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조조의 사이가 갈라지면 조조의 힘이 엄청나게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날 목표로 삼아 조조의 세력을 깍아내려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나이도 어리니 자기들 입맛대로 써먹기 좋다고 생각하겠지.
곽가는 그것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조조에게서 독립할 것이었으면 서주목 자리를 조앙에게 내어주지도 않았고 서주에서 작업을 할 때 조조의 이름을 파는 일도 안했을 것이다.
조조는 나의 방패가 되어 줄 자지 내가 타도해야 할 자가 아니기 때문에.
“절대자의 자리에는 관심없습니다. 그럴 능력도 안될 뿐더러 그럴 생각도, 의지도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조공의 그늘 아래 편하게 사는 것이니까.”
“허어. 작구만. 작아.”
왜 다들 작은 걸 나쁘다고 생각하지?
작은 것 하나 제대로 못하면서 큰 것만 노리다가 패가망신 당한 이들은 역사를 뒤져봐도 얼마든지 있었다.
곽가가 한탄하는 것을 들으며 난 쓰게 웃었다.
“나쁩니까? 꼭 대의를 따라야 할 필요는 없지요. 필요에 따라서 손을 잡고, 필요에 따라서 충성을 맹세하기도 하는 겁니다.”
“쓸데없이 경계를 하고 있는 모양이군. 자네처럼 의욕이 없는 자는 오히려 신뢰하기가 쉽지. 좋아.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
“본제로 돌아갑세. 중요한 것은 원담의 처리와 지원의 문제지? 마침 나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잘 되었구만. 조공께서 자네가 무척 유용한 인재라고 했는데 나에게까지 유용할 줄은 몰랐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곽가는 내가 원담을 데리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따라오게나.”
가타부타 말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데리고 이동했다.
성을 나와 성 북쪽에 있는 작은 장원에 들어간 그는 장원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몇마디를 해주었고 그들은 문을 열어주었다.
높은 담이다.
그 담 안으로 들어선 나는 깜짝 놀랬다.
“여기 누가 있는 겁니까?”
“들어가보면 아네.”
꽤나 화려해보이지만 실상은 암살자들과 경비원이 넘쳐난다.
험악해보이는 개들이 걸어다니고 나무와 지붕 위에는 무사로 보이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이 이렇게 감시할 만한 사람이 누가 있단 말인가.
큼지막한 건물 안으로 들어간 그는 마치 감옥처럼 되어 있는 방 중 하나를 가리켰다.
그 방 안에 허름한 옷을 입은 채 책을 읽고 있는 사내를 가리킨 곽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
“꺼져라. 조조의 개.”
“흥.”
안에 있는 이의 싸늘한 반응.
나 역시 안을 보았지만 나도 처음 보는 이다.
그것을 보여 준 곽가는 안쪽의 다른 방으로 향했고 그곳을 보면서도 아까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아직 생각이 바뀌지 않았나?”
“원공을 따르던 내가 조가놈을 따르라고? 차라리 자결을 명하지 그러냐? 개같은 자식아.”
“흥.”
원공을 따른다?
도대체 누구지?
곽가는 나를 데리고 나갔다.
건물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에게 물었다.
“누굽니까?”
“누구겠나? 원담에게 힘을 실어줌과 동시에 전풍을 잡을 수 있는 자들이지.”
“….?”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곽가는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원소군 제 일 책사. 심배, 그리고 저번에 사마 복야의 동생인 중달이 맡기고 간 봉기이네. 언젠간 자네가 와서 쓸 날이 있을 것이라고 하더군.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빠르게 쓸 줄은 몰랐는데.”
그의 말을 듣고 난 입을 꾹 다물었다.
사마의가 봉기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봉기를 여기로 보냈을 줄은 몰랐다.
아니, 지금은 봉기가 중요한게 아니다.
“봉기와 심배라… 봉기는 그렇다고 치고. 심배는 죽은 것 아니었습니까?”
내가 알기로 심배는 분명히 복양성의 반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처형당했다.
하지만 여기 살아 있다는 것은…
난 곽가를 노려보았고 곽가는 심드렁한 어조로 말했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도 속여야 하지. 그런 표정 짓지 말게나.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단 한명 뿐 이니까.”
“누굽니까?”
“순욱. 하긴… 순욱이 알면 조공도 알고 계시겠지.”
“…..”
그 인간이!?
날 속인건가!?
….
생각해보니 딱히 속였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심배가 죽었다는 이야기는 소문으로 알려진 것이니까.
그리고 그때 당시에 난 심배의 생사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여포에 대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랬습니까…”
“그래. 뭐야. 알려줬어야 했나? 이거 미안하게 되었군. 하지만 심배가 죽었다고 알리는 것이 그 당시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네. 차후에 심배를 쓸 수 있음과 동시에 원소를 열받게 하고 전풍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었으니까.”
“가장 최선은 죽이는 것 아니었습니까?”
“심배를 죽여봤자 남는게 뭐가 있다고 죽이나? 특히나 저렇게 쓸모있는 인간을 죽여 없애는 것은 내 취향이 아닐세. 쓸모있는 이는 써먹어야지. 마냥 죽이다고 능사가 아님을 알아줬으면 좋겠구만.”
곽가는 빙긋 웃은 후 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개미새끼 한마리도 함부로 드나들지 못하게 철통관리를 하는 장원에서 빠져나와 성으로 돌아 온 우리는 서로를 마주보며 입을 다물었다.
“원담에게 기회를 주시려는 겁니까?”
“그렇다네. 지금 원소의 세력에서 책사라 불릴만한 사람은 이제 셋 정도에 불과해. 곽도, 그리고 저수. 마지막으로 전풍. 그리고 자네도 알겠지만 지금 그 세력은 전풍 쪽으로 크게 기울어져 있어.”
“전풍이 미는 후계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원소의 삼남인 원상. 전풍의 포섭에 의해서 원희도 원상을 지지하게 되었다고 하더군.”
뭐 이렇게 잘 알아?
그럴리는 없겠지만 난 굉장히 찝찝한 기분에 빠졌다.
“굉장히 상세히 아시는군요.”
“그야 당연하지. 그쪽에 나와 손을 잡은 내 사람이 있으니 말이야. 이정도는 알아줘야 하지 않겠는가?”
곽가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고 난 그의 말에 감탄했다.
원소의 부하를 포섭하여 첩자로 쓰고 있다는 것인가.
진짜 무시 못할 사람이네.
내가 빤히 바라보자 곽가는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첩자를 쓴다고 날 비겁하다고 말할 생각인가?”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만…”
“그렇겠지. 농에 불과할 뿐이니 걱정하지 말게나. 자… 그럼 한번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내 계획은 이렇네. 원담을 나에게 주게나. 그러면 그에게 심배와 봉기를 붙여 놔줄 생각이야. 그들이라면 충분히 원담이 재기할 수 있을 정도의 힘이 되어주겠지.”
“원담을 영웅으로 만들 생각이십니까?”
“그래. 전풍이 지지하고 있는 원상의 세력은 확실히 강해. 곽도가 그것을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고 있지만 이미 대부분의 이들이 원상이 원담을 이어 원소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제가 말하긴 좀 그렇지만 그 핏덩이가 뭘 했다고 후계자가 됩니까?”
내가 알기로 원상은 열살 남짓한 애송이에 불과했다.
물론 나도 열살쯤부터 움직였고 사마의는 일곱살에도 성인과 다를바 없을 정도로 머리를 굴리고 있었으니 마냥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건 좀 특별한 경우였다.
지금까지 만난 다른 열살 소년 소녀들은 그 나이때에 걸맞는 행동을 하고 지식을 쌓을 뿐 이었다.
그것을 언급하자 곽가는 선선히 웃었다.
“몰랐는가? 공손찬을 공략한 공적의 대부분이 원상의 공적으로 되어 있다네. 아마 전풍, 그리고 그의 세력으로 포섭된 이들의 수작이겠지. 심지어 원소가 참여한 전투인데도 불구하고 말이야. 알겠는가? 이 의미를?”
“원소 역시 원담이 아닌 원상을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다네.”
이건 처음 듣는 정보다.
곽가가 준 정보를 들으며 난 생각했다.
전풍은 이미 원상을 원소의 뒤를 잇는 후계자로 만들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었다.
그를 견제하고 방해해야 하는 이들이 이 꼴이 나버렸으니 전풍을 막아야 하는 곽도로서는 당장 자신의 위치를 지키는 것만으로 벅찬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곽가의 생각이 딱히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
“그를 견제하려면 원담에게도 그만한 공적을 씌워줘야겠는데… 그렇다고 세력권을 주는 것은 미친 짓이지. 차라리 우리가 가지고 있어봐야 쓸데도 없는 사람을 주는게 낫지 않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걱정하는 것.
원담과 심배, 봉기가 이미 무너져버린 세를 읽고 포기해버리는 것이다.
그들이 포기하고 전풍의 밑으로 들어가버린다면 우리는 만만하게 생각할 수 없는 책사 둘과 우리의 손으로 만들어버린 영웅에게 공격을 당할지도 몰랐다.
“책사는 때로는 독을 마심으로서 상대를 안심시킬 줄도 알아야 하는 거라네.”
곽가는 빙그레 웃은 후 내 눈을 응시했다.
“내가 보기에 자네는 책사라고 보기는 어렵군.”
“…..”
“나는 안전을 추구하며 작은 것에 집중하는 이를 정치가라 하고 모험을 하여 큰 이득을 보려는 이를 책사라고 본다네. 내 기준에 있어서 자네는 책사가 아니야. 그러니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뭐 아니라고는 부정할 수 없겠군요.”
“자네의 말대로 위험할 수 있어. 심배와 봉기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고 전풍의 밑으로 들어가 그에게 견마지로를 하는 상황. 그들을 놔주면 그렇게 되겠지. 하지만 자네가 가지고 있는 원담이라는 패는 그들에게 그 선택지를 지우게 할 걸세.”
“심배와 봉기, 그리고 곽도가 원담을 모시며 전풍을 상대하게 만드시려는 겁니까?”
“그래. 원담이라는 방패가 없다면 그들은 힘없는 책략가에 불과하겠지. 하지만 위대한 원담은 자신을 희생해서 서주의 영웅 진유하의 눈을 속이고, 또 복양이라는 호랑이굴에 스스로 들어가 악독한 책략가 곽가의 손아귀에서 심배와 봉기를 구출해내었다. 오오. 그의 엄청난 업적을 찬양하라.”
곽가는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지만 그 말에서 장난기를 뺀다면 그가 하려는 짓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원담에게 힘을 실어주어 원소군 내에서 그의 입지를 다지게 하려는 것이다.
비록 심배가 자신의 책략이 실패해 곽가에게 잡혔고, 또 봉기가 사마의에게 잡혔다고 하지만 그들은 오래 전부터 원소를 모시던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복귀한다면 원소로서도 기쁠 수 밖에 없다.
아니, 다른 이들 역시도 그럴 것이다.
어쨌든 그동안 원소를 보좌하며 많은 일을 한 이들이니 말이다.
그런 그들을 원담이 구해내었다.
그렇다면 원소군 내에서도 원담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그동안 등신 짓을 했지만 역시 원소의 피는 못 속인다.
저 위대한 업적을 보아라.
서주의 영웅이라는 진유하를 농락했고 악당 조조의 손아귀에서 심배와 봉기를 구원한 저 원담을 보아라.
이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원담이 출전하는 전투에서 몇번 일부러 패배해준다면 원담의 영웅 전설이 만들어진다.
곽가는 이것을 노리는 것이다.
전풍이 원상에게 업적을 만들어 주듯, 곽가 역시 원담에게 업적을 만들어주어 그가 원소군 내에서 강해지고, 그 힘으로 전풍과 싸우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방법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 말씀은 저희들의 공적과 명성을 깍자는 말로 들립니다만…”
“만약 원담이 그저 자네에게 쳐발린 등신 머저리라면 그가 복귀한다 하더라도 큰 힘을 얻을 수는 없겠지. 하지만 그가 심배와 봉기를 구출한 영웅이 된다면, 그리고 사공의 군대와 서주의 영웅을 물리친 영웅이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질 걸세.”
“결국은 추측 아닙니까. 그리고 심배와 봉기가 쉽게 속겠습니까?”
“아니. 그들은 절대로 속지 않을 걸세. 눈에 뻔히 보이는 수이니까.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들은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겠지.”
“하긴…”
곽가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곽가의 책략이든 아니든 원담은 결국 심배와 봉기를 구출한 영웅이 된다.
그것도 스스로 위험을 감당하면서까지.
그렇게 된다면 심배와 봉기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전풍이라는 짜증나는 내부의 적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을 지켜 줄 이가 필요하다.
하지만 대패하여 포로로 잡히는 굴욕까지 겪은 자신들이 원소군 내에서 입지를 다지기는 어려울 터.
그들이 원소의 부하로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 뿐 이었다.
곽가가 말한대로 전풍에게 패배를 인정하고 그의 밑으로 들어가든.
아니면 원담을 내세워 자신들의 방패로 삼고 그가 원소의 뒤를 잇는 진짜 후계자가 되게 하든.
기회가 없다면 모를까 아무리 적이 준 기회라고 하더라도 그 기회를 그들이 놓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원담이 눈치챈다고 하더라도?
상관없다.
원담은 지금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을 것이다.
그는 아니라고 우기고 있지만 속으로는 자신이 팽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고작해야 아버지의 부하에 불과한, 자신의 말이라 생각했던 이들에게 배신당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그가 심배와 봉기를 구출하는 업적을 준다면?
그것이 곽가가 준 미끼라는 것을 알고 있더라도 삼키게 될 것이다.
“만약 원담이 이 모든 것을 예상하고 움직인 것이라면 어찌합니까?”
“그럼 당해야지. 뭘 어쩌겠나. 그리고 전력을 다해서 원담을 제거해야지. 만약 그정도로 속이 깊고 이것을 노리고 어렸을 때부터 개차반으로 살아온 것이라면 인정해야지. 나의, 그리고 조공 최악의 적으로 말이야.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원담이 그런 인물로 보이지는 않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동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