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71
00271 어른의 여유 =========================
“아가씨. 좋은 아침입니다. 몸은 괜찮으세요?”
“응.”
방에서 책을 읽던 사마영은 문이 열리며 들어 온 소녀가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부드럽게 미소지었다.
뭔가 굉장히 여유가 느껴지는 그녀의 웃음을 본 소녀는 탁자에 탕약을 올려 놓았다.
쓴 탕약이지만 먹어야 했다.
소녀가 준 탕약을 바라보던 사마영은 머뭇거리며 손을 내밀었다.
그것을 본 소녀는 먹기 좋게 식은 탕약을 그녀의 약간 거칠어진 손 위에 올려 놓았다.
“유 의원께서 보내신 약이에요.”
“고마워. 매일 아침마다 네가 고생하네.”
“헤헤~ 그럴리가요~ 다 저 좋자고 하는 건데요~”
창 밖에 비춰지는 햇살처럼 따스한 미소다.
이런 아이라면 그도 좋아하겠지.
자신보다 한 두살 많기는 하지만 작은 체구 탓인지 나이보다 더 어려보이는 그녀를 향해 사마영은 차분히 웃었다.
“가끔씩 생각하는 건데. 완. 정말 후회하지 않겠어?”
시집도 가지 않은 처녀가 유부남을 노리는 것을 탓할 생각은 없었다.
잘난 게 죄지.
엄한 여자라면 자신의 선에서 끝내버리겠지만 이야기를 해보니 그와 자신의 남편이 맺어지는 것이 그에게 나쁠 것은 없었다.
물론 질투가 나기는 한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사마영은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교완에게 말했다.
“제가 선택한 일이에요.”
그녀의 걱정 섞인 질문에도 교완은 밝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교완은 눈을 반짝거렸다.
그런 그녀를 향해 사마영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서방님이 쓸데없이 인기가 많아서 탈이야. 슬슬 관리를 들어가는게 좋을까?”
“아하하~ 그렇게 말씀하셔도 결국은 그냥 풀어지실 거잖아요?”
“그래서 문제야…”
“그렇지만 장군님께서도 아가씨께는 껌뻑 죽으실 것 같던데요.”
“후후후… 그렇지?”
교완과 조청은 기싸움을 했지만 그 둘 모두 자신에게는 꼼짝하지 못했다.
어차피 자신이 허락하지 않으면 애초에 지금의 싸움 조차도 다 무의미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처음 사마영을 본 날 교완은 깨달았다.
자신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사마영을 이길 수 없다고.
그리고 산양군에 와서 그것은 더욱 확실시 되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사마영에게 더 극진히 대했다.
아무도 말하지 않았는데 스스로 나서 지극 정성으로 사마영을 돌보았고 사마영은 웃으며 그 호의를 받아들였다.
마치 친자매처럼 살갑게 대하는 두 미소녀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들은 훈훈하게 미소짓곤 했었다.
“네. 그리고…”
교완은 슬쩍 사마영을 보았다.
요 근래 몸이 좋지 않은 그녀의 모습에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꽃피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도 나름대로 미모라면 어디가서 진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지만 정말이지…
당해낼 수 없다.
“그리고 아가씨께서 말씀하신다면 장군님은 절 거절하실텐데요.”
“후후후…”
자신의 분수를 알고 있다는 것은 현명한 것이다.
상대를 질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넘어서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
그것은 좋은 모습이다.
사마영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이길 자신도 없고.”
“어머? 이기려고 했었어?”
“사실은 조금…”
교완이 부끄러워하며 솔직히 말하자 사마영은 빙긋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웃음을 보며 교완 역시 베시시 웃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교완은 머뭇거리다가 의자에 앉았다.
“저는 오히려 아가씨가 더 걱정이네요.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음? 응. 뭐 괜찮아.”
“괴, 굉장한 자신감…”
자기는 죽었다 깨어나도 저렇게는 못될 것 같다.
자기가 사랑하는 남편에게 새로운 아내가 생기는 것이다.
어떤 여자가 그것을 좋다고 허락하겠는가.
저번에 아버지가 오셨을 때를 떠올렸다.
다리몽둥이를 부러트려서라도 데려가겠다고 성을 내시던 아버지를 말리고 그를 설득한 것이 다름아닌 사마영이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진유하를 모시는 것은 둘째치고 평생 여강에 갇혀서 원하지도 않는 사람의 아내가 살아가야 했을지도 몰랐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그녀에게 있어서 사마영은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어찌 정성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나.
교완은 사마영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역시 아가씨에게는 못당하겠어요.”
“후후후…”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는 사마영을 공경의 눈으로 바라보던 교완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누구세요?”
“요화입니다.”
진유하의 심복인 요화가 왜?
어지간해서는 이곳에 잘 오지 않는 그였기에 사마영과 교완은 서로를 보며 궁금해했다.
교완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요화는 사마영과 교완에게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말했다.
“나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그러는 건가요?”
사마영의 질문에 요화는 얼굴 가득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도련님께서 오셨습니다.”
“어!?”
지금 청주에 가 있을 사람이 왜 왔단 말인가?
사마영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교완은 황급히 그녀를 잡았다.
“조청은?”
“아. 그 청 아가씨는 지금 병사들의 훈련 때문에…”
조청의 이름에 교완은 침을 꼴깍 삼켰다.
남편에게 사랑을 받는 것.
사마영은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지만 조청이라면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는 교완은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말했다.
아가씨라기보다는 장군님이라고 부르는게 낫지 않을까 싶은 조청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아가씨라고 하려니 입이 근질거렸다.
하지만 사마영이 말한 것이다.
그것을 어길 수는 없었던 교완은 나지막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그럼 가자.”
“네. 조심하세요. 아가씨.”
교완의 손을 잡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킨 사마영은 조심스레 신발을 신었다.
하비에 있을 때 진유하가 사줬던 꽃신이다.
조금 낡았지만 함부로 버리기 어렵다.
예전 그가 자신에게 선물해준 은장식 머리핀을 머리에 꽂아 고정시킨 사마영은 작게 숨을 들이마쉰 후 동경을 보았다.
전에 비해서 피부가 조금 거칠어졌다.
살은 좀 더 쪘다.
“서방님이 보시고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네.”
그를 위해 좀 더 꾸미고 싶었지만 이래가지고는…
사마영이 빈혈을 느끼고 비틀거리자 교완은 허둥거리며 그녀를 잡았다.
“제가 부축해드릴게요.”
“고마워.”
교완의 부축을 받으며 사마영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요화는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몸은 괜찮으십니까?”
“응. 괜찮아. 너무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어.”
“그래도…”
“후후후. 유 의원께서도 몸을 자주 움직이라고 하셨는걸? 괜찮으니까 너무 신경쓰지 말아줘. 오히려 불편하니까.”
“으음… 알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살짝만 건드려도 부서질 것처럼 요화는 걱정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그런 그를 안심시키며 사마영을 교완의 부축을 받고 천천히 걸었다.
그렇게 산양군 군수 치소의 복도를 걷던 그들은 허름한 관의를 입은 채 걷고 있는, 이제는 노년에 접어드는 이를 발견했다.
“아버님.”
“영아. 나와도 괜찮으냐?”
“후후후… 너무 걱정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야 당연히 해야지.”
사랑하는 남편의 아버지인 진궁은 손에 들고 있던 죽간과 서류를 요화에게 넘겼다.
그가 사마영을 부축하는 것을 대신 잡으며 진궁은 부드럽게 웃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단다.”
“너무 그러지 마십시요.”
아버님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그렇고.
너무 엄살을 피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조심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사마영은 진궁을 향해 부드럽게 웃으며 농담을 건냈지만 진궁의 표정은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시애비의 말을 듣지 않을 셈이더냐?”
진심이 듬뿍 담겨 있는 그의 말에 사마영은 베시시 웃었다.
“너희들은 가서 일을 보도록 하거라.”
“예. 군수님.”
“다녀오십시요.”
당장이라도 함께 가서 그를 보고 싶었지만 교완은 꾹 참았다.
그를 맞이해야 하는 것은 아직 자신이 아니다.
자신은 아직 그저 그의 부하에 불과할 뿐이니까.
시무룩히 입술을 삐쭉내밀며 교완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좋겠다… 진짜.”
진궁이 그를 데리고 가자 부럽다는 듯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교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저렇게 시아버지의 사랑을 받을 수 있으면 좋을텐데…”
“분명 그리 될 것입니다.”
교완이 작게 중얼거리자 요화는 피식 웃은 후 그녀를 달래주었다.
그것에 용기를 얻은 것일까?
교완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으면 정말 좋겠네요…”
진궁과 함께 관청 밖으로 나온 사마영은 햇살에 눈이 부셨는지 고운 아미를 살짝 찌푸렸다.
그런 그녀를 본 진궁은 당황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뭔가 가릴 것을 찾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 그를 향해 사마영은 차분히 말했다.
“괜찮습니다. 아버님.”
“이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요새 해가 강하다. 빈혈도 심해졌다면서. 잘 먹고는 있는 것이냐? 동평군수에게 말해 약선을 하는 숙수를 요청했단다. 며칠만 기다려다오. 널 위한 식단을 따로 마련해줄테니까.”
사치를 거의 하지 않는 진궁이 약선요리를 위한 숙수를 수배할 정도라니.
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의 사랑이라는 말을 절실히 느낄 정도였다.
진궁의 지나칠 정도의 배려에 사마영은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약선이라니요. 그런 것 까지는 필요 없습니다.”
“아냐. 아냐. 이럴 때야말로 더 잘먹어야지. 부담갖지 말려무나. 네 시애비가 얼마나 부자인지 모르는 것이냐? 이정도 사치는 약과다. 원한다면 비단 옷도 사주고…”
“괜찮습니다. 서방님을 위해서 들어가는 자금도 꽤 될텐데요. 그리고 훗날 원소와 싸울 것을 생각한다면 더 아껴야 합니다.”
“넌 가끔씩 너무 욕심을 내지 않는 것 같아 오히려 걱정이다. 원하는게 있다면 얼마든지 말하려무나.”
“이렇게 시아버지께서 아껴주시는데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내가 해주고 싶으니 사소한 것이라도 꼭 말해줬으면 좋겠구나.”
“저… 그럼 한가지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 말해보려무나.”
“초과가 먹고 싶습니다.”
“내 요화에게 일러 얼마든지 사다주마. 걱정 말거라.”
초과라니.
당장 산양군 군수 치소 옆에 과수원에서 말만 하면 몇상자나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언급하는 사마영을 향해 진궁은 자신있게 말했다.
“어이쿠. 오늘도 해가 강하구나. 이를 어쩐다. 네 피부가 다 상하겠네.”
“유 의원께서는 햇살을 쬐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데…”
“그래도 이런 걸로 네 살결이 타기라도 하면 어쩌니. 어디보자…”
햇살을 가릴만한 마땅한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진궁은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고 겉옷을 벗었다.
군수쯤 되어서 겉옷을 벗고 돌아다니는 것은 예에 어긋난다.
하지만 그런 것 보다는 며느리가 더 중요했다.
진궁은 옷을 벗어 들어 올려 그늘을 만들고 사마영이 그늘로 들어오게 했다.
“날 꽉 잡고 있거라.”
“후후후후… 예. 알겠습니다. 아버님.”
진궁의 마른 팔을 꽉 잡았다.
그 손길에 진궁은 한숨을 내쉬었다.
며느리가 병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걱정이 된다.
“손아귀에 힘이 없구나.”
“아버님께서 아프실까봐…”
“더 강하게 잡거라. 그러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는 것이냐.”
“오호호호~ 너무 아끼시네요.”
“당연히 아껴야지! 누구 며느린데!”
그가 당당히 말하자 사마영은 방긋 웃었다.
다른 이들에게 항상 진중하고 고고한 모습만을 보이던 진궁답지 않았다.
평소에도 자신을 예뻐했지만 요 근래 들어 그 보호가 더더욱 심해졌다.
그것이 싫지 않았다.
오히려 기쁘기까지 했다.
사마영은 방긋 웃은 후 손에 힘을 넣었다.
“아, 아야야…”
“것 보세요. 아프시죠?”
“끙… 그래도 다행이구나.”
사마영의 아귀 힘이 생각보다 강하다는 것에 놀라면서도 진궁은 안도했다.
이정도라면 괜찮겠지.
그리 생각하며 진궁은 옷을 잡은 손을 더 벌렸다.
사마영이 걷기 편하게 그늘을 크게 만든 그는 자신의 옆에서 걷는 그녀에게 물었다.
“사돈께선 언제 오신다고 하니?”
“다음달 쯤에 오신다고 합니다. 가문에서 시녀를 보내시겠다고 하셨으니까… 그리고 장연도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래. 장연의 도움을 많이 받도록 하거라. 그리고 교완. 그 아이도 꽤 착한 아이인 듯 싶으니…”
“네. 지금 많이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후우… 미안하구나.”
“예? 어찌…”
“아니. 이럴 때 오히려 네 마음이 심란할 만한 일이 만들어진 것 같아서…”
진궁이 안타까운 듯 한숨을 내쉬자 사마영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말씀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원해서 하는 일인걸요. 교완과 서방님의 결혼은 분명 서방님께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사마영은 치소의 입구를 보았다.
조금만 있으면 저곳으로 누구보다 사랑하는 남편이 걸어올라오겠지.
“제 남편은 절 가장 사랑하니까요.”
“자신감이 넘치는게 보기 좋구나. 그래. 내 며느리라면 그래야지.”
“후후후~ 칭찬 감사합니다. 아버님.”
따가운 햇볕에 탈까 걱정하면서도 자신에게 사과하는 그를 향해 사마영은 즐거운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애써 웃어 준 진궁은 관청으로 걸어 들어오는 사내를 보고 피식 웃었다.
“저기 네 남편이 오는구나.”
그가 말하기도 전에 남편을 본 사마영이다
검은색 갑옷을 입고, 헤어지기 전에 봤을 때보다 더욱 멋있어진 자신의 남편을 보며 사마영은 환히 웃으며 손을 들었다.
“서방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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