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79
00279 끝없는 욕심 =========================
“무슨 소리야? 그게?”
“…..”
손관은 머뭇거리고 있었다.
거짓말을 생각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 듯 보였다.
얼굴 가득 담기는 분노를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동생이 간살당했고… 태산군수 장억이 위강을 보호한다고 증거를 없앴다는 거.”
“예.”
“확실한 건가?”
“형님도 아는 일입니다.”
“장패 불러와.”
손관은 고개를 끄덕인 후 나가 장패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에게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장패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들으셨수?”
“응. 어떻게 된건데?”
“음… 말 그대로요. 관이에게는 친형과 배다른 여동생이 있지. 아니… 있었지라고 해야하나. 벌써 한 십삼, 사년은 됐을거요. 자주 있는 일 아니오?”
“미색이 뛰어난 동생을 데려다가 간살하고 무마시키려고 했다고? 장억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나?”
“그때 당시는 군수가 아닌 봉고현의 현령에 불과했지. 하지만 태산군의 호족들과 깊은 연을 맺고 있는 장억이요. 그가 위강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지. 관이가 저리 말하지만 그때 당시만해도 딱히 드문 일은 아니었소.”
힘 있는 자가 힘 없는 자를 짓뭉개는 일.
십삼, 사년 정도 전이면 황건적이 한참 날뛸 때였다.
매관매직은 기본이고 관리들의 부패가 극에 달할 때의 일.
힘 있는 집안에서 미색이 고운 여아가 태어난다면 축복이다.
하지만 힘 없는 집안에서 미색이 고운 여아가 태어난다면 그것은 저주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아름다운 것을 좋아한다.
그렇기에 그것을 가지려 애를 쓴다.
비록 그것이 타인의 행복을 깨버리는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손관의 여동생도 그런 경우겠지.
장패의 씁쓸한 말에 난 대충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래서?”
“관이에게는 형이 하나 있었수. 강이라고. 나와 비슷한 나이였지. 그 녀석이 필사적으로 위강의 집에 들어가서 동생의 시체를 가져와 봉고현의 현령에게 신고했지만… 결국 나온 것은 손강이 동생을 간살했다는 개같은 소리였소.”
“허어. 그렇군. 누명인가?”
“당연하지. 위강이 저지른 죄를 덮기 위해서 손강에게 죄를 뒤집어 씌운거요. 친동생을 간살했다는 끔찍한 죄를 저질렀다는 누명도 모잘라 장억은 그것을 빌미로 손관의 집안 자체를 말살시켰지.”
“연좌제인가.”
“그렇수.”
친동생을 간살한 것은 끔찍한 죄다.
효를 중시 여기는 지금의 시대상에 따랐을 때 충분히 가족들에게 연좌죄를 물릴 만한 죄였다.
일 한번 더럽게 깔끔하게 하네.
뒷 소문 나오지 않게 그 집안 사람들을 몰살시키려 했다는 것이다.
“관이네 집은 지주이기는 했지만 그리 힘있는 집안은 아니었지. 결국 손가는 관이를 제외하고 모두 죽었소.”
“그렇군… 용케 살아났네.”
“그때 관이는 나와 함께 있었으니까. 집이 불태워지는 것과 집 앞에서 부모님, 형이 죽는 것을 그는 나와 함께 지켜볼 수 밖에 없었수. 그때부터 장억에 대한 원한을 키워나갔지.”
“흐음…”
“관이를 잘 부탁하오. 그 녀석. 당신을 존경하고 있으니까. 관리들이라면 이를 갈고 있지만 당신과 양 군수만큼은 믿고 따를거요. 당신들은 적어도 그런 짓은 용납하지 않으니까.”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은 많아.”
아버지, 정욱.
아니 그들 외에도 지금은 제대로 정치를 하는 이들은 많았다.
당장 서주에만 봐도 그런 일 따위는 이제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니까.
“어쨌든 당신 사람이잖수. 아니면 당신과 관련되었거나. 안그렇소? 서주의 영웅.”
피식 웃은 장패는 쪼그려 앉으며 말했다.
“딱히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뭐. 그래서?”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우. 서주야 당신이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그런 일이 거의 줄었지만… 명사라는 자들이 자신의 명성, 그리고 과거의 관직과 그로 인해 얻은 힘으로 백성들을 잡아먹으려 하는 일은 너무나 많소. 당장 기주만 봐도 그렇고, 사예주만 봐도 그렇소. 서주에서 당신은 당신에게 저항하는 명사들과 명가를 모두 제거해나갔지. 그들 중에는 물론 선한 이도 있겠지만…”
“악인도 많다? 근데 왜 말 안했냐?”
“어떻게 말하겠수?”
장패는 씩 웃었다.
“지금이라면 나도, 그리고 관이도 당신을 믿고 따르고 있으니 그런 것 따위는 얼마든지 말할 수 있지. 하지만 그때는 힘들었소. 왜? 결국은 아귀다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관과 지방의 호족들끼리 기싸움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소. 누가 이기든 힘없는 백성에게 좋을 것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당신이 지금까지 한 일을 보고 우리는 당신을 믿기로 했수. 그러니 이렇게 말하는 거요.”
“그렇구만…”
“당신이 태산군을 쳐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들었을 때 누구보다 기뻐한 것이 바로 관이요. 지금까지 태산군수와 위강을 찢어죽이고 싶어했지만 힘이 없어서 그것을 하지 못했으니까. 하지만 이제는 다르오. 서주의 영웅이라는 당신이 함께 한다고 하잖소. 힘을 가졌소, 자신이 존경하오. 그런 이가 함께 한다는데 관이로서는 당연히 당신을 따를 수 밖에 없겠지.”
“그래?”
손관이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라.
복수를 해줌으로써 충성을 받아낸다.
어차피 장억 뿐만 아니라 태산군에 있는 명가나 호족 중 몇은 본보기로 제거해놔야 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꽤나 남는 장사라고 할 수 있었다.
잡아 죽여야 할 놈들 몇을 추가하는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럼 그 일에 관련된 이들이 누구인지나 좀 알아봐봐. 어차피 쓸어야 하니 그들의 처분은 손관에게 넘겨주도록 하지.”
“오!? 그게 정말이요?”
“응. 굳이 내가 처형을 할 이유는 없으니까 말야. 아. 하지만 처벌 방식에 대해서는 내가 말한대로 해야 할거야.”
“쉽게 죽이고 싶지는 않을텐데. 그들의 생살을 씹어 삼키고 싶어할거요.”
“걱정마. 그건 내가 알아서 할테니까. 나가서 손관이나 들어오라고 그래.”
얼마 지나지 않아 장패와 손관이 안으로 들어왔다.
그들이 들어오자 난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장억과 위강이면 되나?”
“예?”
“장억과 위강이면 되냐고. 더 필요 없어?”
“그게… 몇명이나 가능합니까?”
손관의 눈에 흉흉한 빛이 드러났다.
생각보다 그 일에 관련되어 있는 이들은 많은 모양이다.
희열에 가득 찬 그의 눈을 보며 난 무덤덤히 말했다.
“몇명이나 하고 싶은데?”
“몇명이나 가능합니까?”
“아니 요새 애들 왜 이래? 자꾸 질문에 질문으로 답하네. 흠… 일단 말해둘 것은 장억의 죄명은 반역이야. 그가 실제로 하든 하지 않았든 그를 깔끔하게 제거하려면 그 죄목이 제일 좋지. 뒷감당하기도 편하고.”
손관의 표정이 밝아졌다.
“절대 그를 쉽게 죽이지 못하고 삼대를 멸해야 한다. 그러니까 처형을 어찌할지는 잘 생각해봐.”
반역에 대한 처벌은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이 삼대를 멸하는 것이다.
존속살인에 대한 누명을 쓰고 손가의 삼대가 멸했다면, 똑같이 갚아주면 되겠지.
난 손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기뻐하고 있었다.
“하지만 한가지 말해두지.”
“무엇입니까?”
“복수는 복수를 낳으니 때려치라는 말은 하지 않겠어. 하지만 사람을 칠 수 있는 자는 맞을 각오가 된 이만이 가능한거야.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 줄 아나?”
“장억과 위강, 그리고 제가 복수를 함으로써… 저도 위험해 질 수 있다는 겁니까?”
“그래. 자세한 것은 확인을 해봐야 알겠지만 장억은 지금 내 적과 손을 잡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적은 아마… 무척이나 교활하고 위험한 자겠지. 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말야.”
내 말에 손관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무엇을 걱정하는 것일까?
그저 단순하게 생각했겠지.
서주의 영웅인 내가 천벌을 내리기 위해 태산군수와 위강을 잡으려 한다.
그것에 기뻐하며 한손 거둔다고 생각한 정도에 불과했을까?
그렇다면 확실하게 깨닫게 해주지.
지금 내가 하는 것은 천하에 퍼지고 있는 천신장의 소문처럼 하늘의 뜻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저 나의 이득, 그리고 내가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단계에 불과했다.
그것을 확실하게 인지시켜야 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
난 손관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안에 있는 미망을 없애기 위해서 장억과 위강을 죽인다? 좋아. 하지만 그들의 죽음이 다른 이들을 방해하게 될 수 있고 그 죽음에 네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 알려진다면 내 적은 나 뿐만 아니라 너 역시도 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정욱과 마차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만약 태산군수 장억이 진짜 다른 세력과 연계를 하며 그들에게 자금을 내어주고 있다면?
그 뒤를 제대로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실패할 가능성도 생각해야 했다.
잡는다면 그대로 반격.
하지만 놓친다면 우리가 당할 수도 있었다.
“위험을 감수해서라도 나와 손을 잡겠다면 나 역시 너의 복수를 돕겠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너는 그냥 뒤에서 손가락이나 빨고 있어. 어차피 네가 죽여야 할 놈들은 내가 다 끝장내줄테니까.”
원소와의 결전을 위해서라도 태산군에서 오래 해먹은 장억은 물러나줘야 했다.
그리고 장억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태산군의 호족들 역시도 물러나야 했다.
“그들은 반드시 제거할거다. 그리고 후환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의 삼족을 멸할거야. 그것만큼은 나도 확실하게 약속해 줄 수 있어. 하지만 그 일에 네가 끼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해야 할거다.”
서복이 태산군수직으로 간다면 모를까 유복이 어떤 성향인지 모르니 최대한 그가 자신의 마음대로 정책을 펼칠 수 있는 길은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는 산으로 가게 되어 있다.
아무리 정욱과 나의 추천으로 군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관직 한번 하지 못한 이가 순수하게 추천으로 관직에 오르는 것이라면 군 내의 호족들의 눈치를 살피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가 효과적으로 태산군을 복구하고 발전시키게 하기 위해서라도 거슬릴 만한 이들은 제거하는게 옳았다.
“어차피 내 적은 많아. 거기에 적이 좀 더 늘어나거나 적의 원한이 조금 더 생기는 정도니까 나나, 지금까지 나와 손을 잡고 있던 장패 등은 이제 손을 뺄 수도 없지. 하지만 너는 다르다. 나와 손을 잡고 칼날 위를 함께 걷든. 아니면 그냥 뒤로 물러나서 새롭게 올 군수의 선정에 만족하며 살든. 그건 네 선택이야.”
“명령은 하지 않으십니까?”
“명령을? 내가 왜? 네가 날 존경하고 따르고 싶다고 하더라도 네가 말하는 충성과 존경은 결국 네 복수를 완성시켜주느냐 마느냐에 대한 것이잖아. 복수 정도는 해줄 수 있어. 하지만 네 원한을 해결해주는 것은 별개의 문제지.”
난 손관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난 절대 대가 없이 사람을 부리지 않는다. 장패에게 듣지 못했나? 난 사람의 충성을 순수하게 믿지 않아. 결국은 줄 것을 주고, 받을 것을 받자는 것이지. 그러니 난 너에게 제안하겠다. 손관. 내 손을 잡는다면 네 복수를 네 손으로 이루게 해주마.”
“제가 잡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래도 장억은 죽어. 삼대가 멸족당하겠지. 하지만 그게 다다. 그는 참수형을 당할거야. 그리고 위강은 죽겠지. 그 역시도 참수형 정도일 것이고. 하지만 네가 내 부하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어차피 죽일 놈이니 그들에 대한 형량 정도는 내가 결정할 수 있어. 너무 과한 것만 아니면 말이지.”
“과한 것이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음… 장억이 자기 모친이나 자식을 간살하게 한 후 끔찍한 경험을 하게 한다거나… 위강이 자기 딸을 강간하게 한다거나 뭐 그런거? 아니면 네가 그들을 간살하고 그런 건 좀 곤란하지. 형벌 중에서 골라야 할거야. 어쨌든 우리는 관군이니 말야.”
“…..”
동생이 간살당하고 형이 누명을 써서 죽었고, 또 부모님이 처형당하는 경험을 했다.
그렇다면 그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절망과 고통을 주고 싶을것이다.
내가 손관에게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그가 복수를 이루고, 자신의 원수들에게 끔찍한 죽음을 선사하게 하는 것.
그 정도 외에는 제시할 수 없었지만 그것이면 손관을 얻기에는 충분한 것이다. 라고 생각했다.
“어쨌든 우리는 법을 따르는 사람들이니까 말야. 선택해. 나와 함께 칼날 위를 걷는다면 그 보답 정도는 해주지.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나는 규정대로 진행할 것이다. 아, 물론 제대로 규칙과 법에 맞는 형벌은 많으니까 걱정말라고. 네가 상상도 못하던 형벌들이 기록에 있거든. 반역죄는 죄질이 아주 무거운거야. 그리고 추가적으로 약간의 조작을 통해 죄를 덮어 씌울 수 있지. 그걸 생각한다면 네가 질리도록 복수를 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어.”
“고민할 건덕지도 없는 것이군요.”
“음?”
“전 이미 장군님의 수하가 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저의 미망을 없애주시는 분께 제 모든 것을 바치기로 한 이상. 어떤 고행 앞에서도 장군님의 앞에서 걷도록하겠습니다.”
내 말을 모두 들은 손관은 천천히 내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리며 말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난 피식 웃었다.
“후회 안하지? 장패에게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내 부하가 된다면 너의 생활은 거의 없어진다고 봐도 될거야. 나는 이래뵈도 꽤 바쁜 몸이라서 여기저기 자주 돌아다닌다고. 그 말은…”
“어차피 저에게 가족은 없습니다. 있는 것은 태산장의 식구들 뿐이지요. 그들은 제가 없어도 됩니다. 장군님께서 제 미망을 없애주신다면 저 손관. 견마지로를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