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80
00280 끝없는 욕심 =========================
손관의 말을 들으며 난 피식 웃었다.
장패에게 듣기로 손관은 무력이 대단한데다가 전투 중 물러남을 모르는 맹장이라고 했다.
황건적과 싸울 때 복부에 상처를 입은 상태에서도 한번의 물러남 없이 적들과 미친듯이 싸워 승리를 얻어내고 몇달이나 요양을 했다고 한다.
그런 이라면 확실히 나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원소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내 편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손관이라는 뛰어난 맹장을 손에 넣었다는 것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럼 바로 얘기나 해보지. 감녕 불러.”
손관에게 말해 감녕을 안으로 들어오게 한 나는 장패가 준비한 봉고현의 지도를 보았다.
일만호가 넘는 거대한 봉고현이니만큼 길을 잘 알아야 했다.
“호족들에게도 사병이 있으니까 그들을 생각한다면 문제시 제대로 빠져나갈 수 있는 도주로가 준비되어야 합니다. 길 안내는 제 부하들이 맡을 겁니다.”
손관은 지도를 보며 차분히 말했다.
꽤나 상세한 지도를 빤히 바라보던 감녕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이건 어디서 난거야?”
“장억을 죽이기 위해서 오래 전부터 준비한 겁니다.”
원한이 깊긴 한가보다.
지도를 보며 장패는 피식 웃었다.
“이거 만들다가 잡혀갈 뻔한 적도 있었지.”
이정도로 상세한 지도라면 확실히 잡을만 하겠다.
용케 목숨을 유지한 손관을 신기해하며 바라 본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러겠네. 이정도로 상세하면 거의 군사지도 수준인데… 고생 많았겠어.”
내 칭찬에도 손관은 별로 기쁜 얼굴은 아니었다.
하긴, 가족의 원수 잡으려고 지도 만든 건데 그거 칭찬받아봐야 뭐가 좋겠나.
그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그는 지도를 가리켰다.
“이곳을 보시면 태산군수 장억은 현재 봉고현의 현령직도 겸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봉고현의 현령 치소는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대신 이곳. 태산군수의 치소를 중심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봉고현에 있는 관병은 약 오천명. 그 중 오백명이 정예병입니다. 또한 장억과 손을 잡고 있는 위강, 조율은 각각 군승과 도위직에 있으며 그들의 집안에 있는 사병의 수는 오백이 넘습니다. 추가적으로 그들을 따르는 사병들을 더 한다면…”
“대충 잡아도 칠천여 정도 되겠네. 태산군 내의 다른 현에 있는 병력은 얼마나 되지?”
봉고현을 바로 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동평군과 산양군, 팽성군에서 온다고 치더라도 시간을 잡아야 한다.
행여나 다른 현에서 병사를 끌고와 장억을 돕는다면 아군이 피해를 입을 수 있었다.
내 질문에 손관은 작게 고개를 끄덕인 후 대꾸했다.
“적어도 이천에서 삼천 정도… 하지만 모든 현이 태산군수를 돕는다고 볼 수 없습니다. 몇몇 현같은 경우는 태산군수를 끔찍하게 싫어하니 그들의 도움을 받는다면 별다른 전투 없이 봉고현으로 들어 올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 동평군수께서도 그리 말씀하셨어. 자. 그럼 우리가 확인해야 하는 곳은 어딘데?”
확인해야 하는 것은 장억이 자금을 모아 그걸 어떻게 쓰고 있느냐다.
만약 그가 돈을 열심히 모아서 열심히 쓰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확인된 바로 그는 딱히 사치를 부리지 않는다고 했다.
그렇다는 것은 탈세한 세금과 밀조와 밀매를 통해 모은 돈을 어딘가에 모아놓았다고 볼 수 있었다.
매번 그것을 보낼 수는 없을테니 말이다.
“보물이나 땅을 구입해서 그것을 주는 경우를 생각한다면… 좀 다양해집니다만…”
“뭐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좀 가능성이 낮지 않나?”
“그렇긴 하겠지만. 완전히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글쎄…”
지금은 이유하가 있던 세계처럼 돈될만한 것을 빼돌리기 쉬운 세상이 아니다.
보물이나 땅문서로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전쟁이 한번 나면 자칫 잘못했을 때 땅이 모두 황폐화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건물도 그렇고, 보물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실제 지불할 수 있는 금괴나 은괴, 혹은 곡식이 지금은 가장 중요했다.
주고 받기는 편하지만 위험성이 높은 땅문서나 보물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기 어려웠던 나는 장억이 탈세를 통해 모은 금을 어딘가에 숨겨 놓고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곡식을 보관하는 것도 힘들겠지. 결국은 금이 어딘가에 있을거야. 그리고 그것을 금으로 바꾸고, 주고 받은 것에 대한 장부도 있을것이고.”
“장억을 납치해서 고문하는 방법은 어떨까요?”
손관은 눈에 불을 켜고 말했지만 난 동의할 수 없었다.
“고문을 해서 그가 끝까지 잡아 뗀다면? 나도 나름대로 고문에 자신이 있기는 하지만 가끔씩 고문에도 잘 버티는 이가 있더라고. 그리고 장억이 납치당한 것을 안다면 다른 이들이 어떻게 나올지 몰라. 이번에는 그냥 정공법으로 후려치는게 나을거야. 그들이 반응하기 힘들도록 말이지.”
“으음… 결국 장부를 찾아야 한다는 거군요.”
손관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어지간히 장억을 잡고 싶은 모양이다.
그를 달래며 난 차분히 말했다.
“응. 금을 찾아도 그것만으로 반역의 죄를 주기에는 쉬운 게 아니니까. 우기면 되기는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마냥 우기기는 힘들지.”
장억이 아무와도 손을 잡고 있지 않거나 원소나 다른 이와 손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만약 그가 아군과 손을 잡고 있는 상황, 혹은 황제와 손을 잡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장억의 정확한 죄목을 알리지 않은 채 그를 잡았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날 공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지금 허도에 도는 소문에 대해서 아는 사람.”
“무슨 소문인데?”
“허도 쪽에는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정욱에게 들은 허도의 소문은 그의 말대로 허도 근처에서만 도는 것 같았다.
장패와 손관, 감녕 셋 모두 모르는 듯 하자 난 한숨을 내쉰 후 말해주었다.
“조비를 엄청나게 띄워주고 있어. 그가 제왕의 그릇이니 뭐니 하면서 말이야. 이건 지금 조조의 후계자인 조앙을 공격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지. 그렇다는 것은…”
“도련님은 조앙을 밀고 있지 않수?”
“그래. 조앙이 아닌 조비가 조조의 후계자가 된다면 내 상황은 무척이나 난감해지지. 어쩌면 이걸 노리는 것일지도 몰라. 물론 조앙이 쉽게 후계자 자리를 빼앗기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치더라도 안심할 수는 없어.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효한 공격을 했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
“그러니까 지금 장군님은 장억이 돈을 모아서 다른 곳에 보내는데… 그게 조비를 띄워주는 자에게 보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거요? 누구라고 생각하시우?”
장패의 질문에 난 대답하는 대신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적을 상상하는 것은 금물이다. 자연스레 그 방향으로 마음이 움직이니까. 적이 누구인지는 몰라. 어쩌면 조비일 수도 있고, 또 어쩌면 원소일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면 황제일 수도 있지. 아예 장억이 자기 독단으로 이런 짓을 할 수도 있고 말야. 그러니까 그것을 확인해야해. 적이 누군지 알아야 그에 대한 대비를 할 수 있지. 나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것은…”
“좋은 것은?”
“아무것도 아냐. 자. 그럼 한번 해볼까?”
이 일을 주도한 것이 조비였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것도 이왕이면 황제와 손을 잡고.
정욱과 이야기를 하기 전부터 생각을 하던 것이 있었다.
조조의 후계자가 될 만한 가능성이 있는 이들은 많다는 것이었다.
당장 조비도 문제지만 후에 나올 조창, 그리고 조식 등 조조의 피를 이은 천재들은 많았다.
그들 모두 제왕의 자질이 있을 것이다.
조앙이라는 멀쩡한 후계자가 있다 하더라도 과연 조조의 부하 중 모든 이들이 조앙을 순순히 따를 것인가? 라는 질문에는 의문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원래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자신이 가지고자 하는 것은 빼앗아서라도 가져야 직성이 풀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조앙이 후계자라 하더라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던 와중에 이런 일이 생겼다.
어떻게보면 이것 역시도 기회라고 볼 수 있는 것이었다.
조앙은 못한다.
정욱의 말대로 그는 절대로 자신의 가족을 제거하는 짓 따위는 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하면 된다.
내가, 우리가 생각한 조조 이후의 방패는 바로 조앙이다.
우리는 검.
방패는 공격을 막고 우리는 적을 친다.
“일단 의심이 가는 곳은 다섯 곳입니다. 장억이 자주 가는 곳인 자신의 집. 그리고 태산군수의 치소, 위강의 집. 첩의 장원. 마지막으로…”
“중가상단.”
손관의 말을 이어받으며 장패는 씩 웃었다.
봉고현의 북서쪽 끝에 위치한 장원을 찍은 그의 입가는 비틀어져 있었다.
입에 닿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기분이 나쁜 듯 보였다.
“중가상단은 또 뭐야?”
“밀매를 담당하고 있는 상답니다. 중경이라는 호족이 가지고 있는 상단으로 연주와 병주 일대를 오가는 상단이라고 하더군요. 파는 물품은 곡식과 의복, 그 외에 다른 물품들도 거래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리고?”
“소문에는 노예거래를 한다고도 하더군요.”
“노예?”
“예. 강남에 있는 마을을 털어서 그들을 이민족으로 위장시킨 후 강북에 가져다 파는 겁니다.”
“미친… 노예거래는 불법 수준이 아닌데? 애초에 노예를 쓰는 이들은 없다고.”
“아니요. 있습니다.”
감녕이 당황하며 말하자 손관은 고개를 가로저었고 장패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노예 거래가 이루어지기는 해.”
“무슨 소리야? 난 들어 본 적이 없는데. 아니, 애초에 노예를 거래한다고 해도 그것을 사고 팔 수 있는 곳이 없잖아? 천하 어디를 봐도 노예는 찾기 힘들다고.”
장패의 말에 감녕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않은 채 다급히 물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던 나는 쓴 입맛을 다셨다.
나도 소문 정도는 들은 적이 있는 것이었다.
“북방 이민족들에게 바칠 공물로 보내는 건가? 그곳이라면 충분히 법과 이해의 단계에서 생각할 수 없는 곳일테니까.”
“예. 다들 쉬쉬 하고 있지만… 흉족이나 강족, 그 외에 북방의 이민족들에게 한족의 여성이나 남성은 꽤 좋은 값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약탈을 위해 내려오는 경우가 많고 심할때는 낙양까지도 침공했다고 하더군요.”
“그게 정말이야?”
감녕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민족의 침입을 막기 위해 싸우는 것보다는 그들에게 매년 공물을 주는데 그 공물에 백성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살기 힘든 북쪽이야. 그러다보니 그곳은 일할 사람이 적어지는 경우가 많지. 그것을 대비해서 자신들의 하인이나 노예로 쓰기 위해서 백성들이 매매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군. 실제로 본 적은 없지만 말야.”
내 말에 감녕은 이해를 하지 못한 듯 했다.
“아니 왜 그런 짓을?”
“이득이 되니까.”
“추가적으로 싸울 의지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낙양마저도 흉족에게 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병사들을 내세우고 전쟁이나 토벌을 준비하고 실행하는 것 보다 차라리 돈과 예물을 줘서 물러나게 하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병신같은 놈들. 누가 그런 생각을 한건데?”
무인으로써 싸우지도 않고 굽실거려버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는지 감녕은 기가 막혀했다.
그의 질문에 장패는 피식 웃었다.
“누구냐고? 들으면 놀랄 거다. 물론 나도 이건 소문으로 밖에 듣지 못한 것이지만 말야.”
“누군데?”
“영제.”
“…..”
“바로 전 황제의 명령이었다.”
“미친… 관직을 매매하던 것도 모잘라서 백성까지 매매한거야? 진짜 글러먹은 놈들이었네!?”
감녕의 외침에 장패와 손관은 고개를 끄덕였고 난 그들의 흥분을 잠재우기 위해 가볍게 손을 들었다.
“물론 그것은 소문에 불과해. 실제로는 영제의 눈을 가리고 하진이 병권을 쥐지 못하게 하게 위해서 십상시들이 수작을 부렸다는 이야기도 있지. 또 개중에는 흉족의 강함에 질린 하진이 전투에 나가고 싶어하지 않아 그들에게 백성을 공물로 바치기 시작하고 물러나 달라고 한 것이 처음이다 라는 이야기도 있고. 확실한 진위여부는 아무도 몰라.”
“끙… 아무튼 끔찍한 일이군. 결국은 백성들을 팔아서… 그래서? 그 중가상단이라는 놈들이 노예 거래를 한다고?”
“예.”
“그 중가상단과 장억이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있나? 아니, 그 전에 중가상단이 진짜 노예거래를 했다는 증거는 있나?”
“중가상단주 셋딸이 장억의 첩입니다. 그리고 중가상단과 다른 상단과의 문제에서 장억이 나서서 그것을 막아주었다는 이야기도 있지요. 뭔가 관련이 되어 있다면 분명 중가상단이 관련되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건 소문인데 말이우.”
“뭔데?”
“나랑 친분이 있는 태산군의 현령 중 몇명과 이야기를 했는데 말이지.”
“응.”
“그… 백성을 이주시켜달라고 했잖수.”
“그랬지? 그게 뭐?”
장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이주되어야 할 백성을 각 현에서 징발했는데… 나와 친분이 있는 이들은 젊은사람들을 꽤 많이 보냈다고 하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