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89
00289 허도로 =========================
장억을 잡은 지 열흘이 지났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안정을 취할 수 있을 정도로 태산군에 대한 정리를 끝냈고 이제는 각자 임무를 맡고 있는 곳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
허도로 가는 것은 나와 조청, 그리고 서황, 마지막으로 처형을 집행하길 원하는 손관이었다.
그의 부상이 걱정되었지만 태산군에 있는 의원의 이야기로는 크게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래도 걱정된다.
손관은 여전히 다리가 아팠는지 절뚝거리고 있었다.
“서주로 가서 화타 선생을 만나는게 낫지 않겠나?”
“제 복수를 하는게 우선입니다.”
절뚝거리면서도 손관은 따라오고자 애를 쓰고 있었다.
어차피 장억, 위강, 그리고 왕자복과 장억의 죄에 연류되어 있는 호족들을 데리고 가는 것인지라 마차는 많았다.
그들을 호위하기 위한 병력도 이천이나 되니 손관 하나 낀다고 해서 무리가 될 것은 없었지만 난 그래도 걱정이 되었다.
“허도에도 실력 좋은 의원이 있습니다.”
“화타 선생보다 잘해?”
“그, 그건 아니지만. 화타 어르신의 제자 중 하나입니다.”
“흐음… 그럴 거면 차라리… 손관.”
“예.”
“산양군에 가면 유 의원이라는 분이 계실거다. 그 분에게 치료를 받고 곧장 허도로 와. 동평군을 지나 허도로 가는 것이나 산양군을 지나 허도로 가는 것이나 며칠 차이나지 않을거야.”
“하지만.”
“내 말 들어. 어차피 쟤네 데리고 가봤자 바로 처형 못해. 그리고 널 처형수로 하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니까. 네가 다리를 치료받을 시간 정도는 벌 수 있을거야.”
난 손관의 다리를 가리켰다.
“복수 한번 하고 인생 끝낼거야? 응? 넌 나에게 충성을 맹세했지. 장억과 위강을 네 손으로 죽이게 해주겠다는 거래를 하면서. 그 거래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난 너를 배신할 생각 없어. 그러니까…”
그는 멀뚱히 날 응시하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너무 걱정한다고 뭐라고 하지 않아줬으면 좋겠군.”
“아닙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됐어. 음… 어차피 한호가 산양군으로 돌아가야 해. 그러니까 그들과 함께 산양군에 가.”
지필묵을 받아 빠르게 소개장을 써 준 후 그에게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손관은 머뭇거리다가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장군님.”
“별 말을. 최대한 빨리 치료 받고 올 수 있었으면 좋겠군.”
“하하… 예.”
그가 쓰게 웃으며 마차에 올라타는 것을 본 나는 손을 휘저었다.
산양군으로 돌아가는 병력을 사이에 마차가 끼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난 내가 탈 마차를 보았다.
“굳이 나까지 마차에 태우지 않아도 되는데.”
“저도 마차에 탈 겁니다.”
“…..”
“왜, 왜 그러십니까?”
조청의 말에 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당황한 그녀가 묻자 난 정욱에게 시선을 돌렸다.
태산군의 일이 끝났으니 일단 동평군으로 돌아가 유복을 데리고 와야 하는 것이다.
동평군으로 가는 그도 데리고 갈 것이니까…
“허도에는 가시지 않을 겁니까?”
“나와 같이 허도에 가려면 꽤 기다려야 할 텐데? 그래도 동평군까지는 같이 가줄 수 있다네.”
“네.”
일단 동평군까지는 안심이군.
아무리 조청이라고 하더라도 정욱이 있는데 엄한 짓은 안하겠지?
으으… 내가 왜 허도에서 약속을 지킨다고 한 걸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 멀뚱히 쳐다보는 조청을 보았다.
이럴 때 보면 안그런데 쟤는 가끔씩 되게 무서워지는게 탈이야.
밤이 무섭다. 진짜.
“그럼… 이번에 가는 건 서황 정도면 되겠군.”
하후연을 데리고 가고 싶었지만 방통을 도와 서주에서 청주로 보낼 물자를 준비하려면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아쉬워하는 하후연을 서주로 보내고 남은 것은 감녕과 서황 뿐이었다.
장패는 이미 병상에서 일어나 며칠 전에 낭야군으로 돌아가버렸다.
“장제와 감녕이 남아서 유복이 올때까지 태산군을 다스린다고 치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되겠군.”
병사들도 놓고 가니까 그들 정도라면 충분히 문제가 생기더라도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태산군 내에서 항복하고 휘하로 들어 온 현령들과 연계해도 되니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판단한 나는 한숨을 내쉰 후 마차에 올랐다.
“…안타십니까?”
“나는 말을 타고 가야하니까. 동평군으로 돌아가는 동안 주변의 지형을 파악해야지.”
“아니 그런 거라면…”
“자네는 타고 있게. 하하.”
정욱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하고 군대를 지휘하러 앞으로 가버렸다.
그가 가자 홀로 뻘쭘히 마차에 타고 있던 나는 조청이 안으로 들어오자 움찔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무것도.”
설마 여기서 뭔 짓을 하지는 않겠지?
내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는 조청을 바라보았다.
내 시선을 받던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빙긋 웃었다.
음.
확실히 예쁘긴 한데.
가끔씩 보이는 그 무시무시한 시선 때문에 나도 모르게 위축된다.
“뭘 요구할 생각이야?”
“네?”
“허도에 가면.”
“아…”
조청은 생긋 웃었다.
“비밀입니다.”
무섭다.
허도로 가는 길은 큰 문제가 없었다.
중간에 동평군에서 정욱과 갈라지기는 했지만 지휘는 서황이 계속했으니 나는 그저 편안한 마차 여행을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장군님. 이제 내일이면 허도에 도착할 겁니다.”
군대를 이끌고 가는 것인 만큼 군대의 진입에 대한 허가를 받아야 했다.
진동장군인 내가 데리고 가는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 인장을 찍은 문서를 든 서황은 웃으며 말했다.
“다녀오겠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황제와 조조가 있는 허도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직위로 밀어 붙일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하루 거리에 군대를 주둔시켜놓았고 서황은 허가를 받기 위해서 병사들을 이끌고 허도로 향했다.
“장군님. 식사 준비를 하겠습니다.”
“응. 그 전에. 걔들은 어때? 가다가 죽기라도 하면 골치아프다.”
태산군에서 잡은 죄인들이 허도로 가는 길에 죽기라도 하면 진짜 피곤해진다.
가뜩이나 가는 도중에 자결을 시도한 이까지 있어서 그거 막느라 진땀 뺐었던 나는 아예 그들이 타고 있는 수레에 전담 병력까지 놨다.
“다들 지쳐보이기는 하지만 생명에 지장이 있는 이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예.”
“잘했어. 허도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경계를 풀 생각하지 말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조청이 가고 난 마련된 야영지에 앉아 생각을 이어나갔다.
장억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아마 피의 숙청이 이어지겠지.
다만 아쉬운 것은 조앙의 후계권을 공고히 할 만한 일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그것이 못내 아쉬웠던 내가 입맛을 다시는 동안 병사들에게 명령을 하고 조청이 돌아왔다.
“식사는 어떻게…”
“같이 먹자고.”
“예!”
묘하게 밝아보이는 조청의 얼굴을 보며 쓰게 웃었다.
만약 조앙의 후계권을 안정화하려면 조앙의 배 다른 동생들을 모두 제거해야 할지도 몰랐다.
그때 조청이 상처받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무엇이 어쩔 수 없다는 겁니까?”
“아무것도 아냐.”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녀를 향해 난 빙긋 웃은 후 물었다.
“내일 정도면 허도에 도착하는데… 일단 조공을 먼저 만나봐야 할 것 같네. 넌 어떻게 할거야?”
“저도 함께 가지요.”
“오래간만에 만날 만한 사람들은 없어?”
“없습니다.”
단호하네.
조청은 아무런 망설임없이 대꾸했고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같이 움직이자고.”
허도로 먼저 갔던 서황이 허가증을 가지고 돌아왔다.
그 전에 봤던 연주목의 인장이 아닌 사공의 인장이 찍힌 문서를 받아 잘 챙긴 후 마차가 아닌 말에 올랐다.
아무리 그래도 진동장군인데 마차타고 들어가긴 뭐하지.
군을 선두에서 이끌며 허도에 가까워질 수록 난 감탄했다.
“이거 복양하고는 비교도 안되는데…”
이게 허창현이 원래 큰 현이기는 했지만 그곳에 도읍을 준비했다고 하더니만…
과연 이게 도읍이라는 건가.
복양성의 몇배나 될 것 같은 거대한 성을 보며 중얼거리자 서황은 빙긋 웃었다.
“하지만 병사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넓은 것에 비하면 수도 적고.”
“도읍이라고 하지만 아직 노리는 세력은 많으니까… 겠지?”
당장 북쪽에서는 원소, 서쪽에서는 이각. 남쪽에서는 원술과 유표가 있었다.
그나마 안전할 수 있는 동쪽을 지킬 필요가 없는 것이 다행이다.
그래도 도읍은 도읍.
오고 가는 이들의 수는 복양이나 하비와 비교할 바가 되지 못했다.
관도에 쭉 서서 허도에 들어가길 원하는 이들을 가볍게 흝어 보았다.
대부분이 상인이나 명가의 사람들로 보였지만 개중에는 살기 힘들어 허도에 와서 막일이라도 하려고 하는 것인지 차림새가 남루한 이들도 꽤나 있었다.
“도시 집중현상이네.”
“예?”
“당장 먹고 살기 힘드니까 도읍에 가면 뭔가 일자리라도 있지 않을까 싶어 이동하는 현상이야. 산양군이나 하비에도 이런 식으로 들어오는 이들은 많지. 다만…”
이렇게 마냥 받아주다간 빈민 구역과 부귀한 구역이 나뉘어지게 된다.
빈민 구역이 넓어질 수록 치안이 나빠지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과연 조조는 이들을 어떻게 감당할까?
“그러고보니.”
“왜 그러십니까?”
“연주목은 누구지? 조공이 사공의 자리에 오르면서 연주목 자리에서는 물러났잖아.”
“예.”
“누군지 알아?”
“순 군사님이라고 하더군요.”
“헤에…”
순욱이라.
확실히 그라면 충분히 연주목에 오를만 하지.
내가 납득했을 때 멀리서 푸른색 갑옷을 입은 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왔다.
“진동장군님이십니까!”
“응.”
“허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말에서 내린 그들은 나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했다.
서황이 왔다 간 것 때문에 이미 준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들의 안내를 받아 허도의 정문으로 들어선 나는 번화한 허도의 거리를 보며 감탄했다.
“와… 대단한데?”
“조공께선 진 장군님이 오시면 바로 모셔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알았다. 내 병사들이 쉴 곳은?”
“허도의 병영에 자리를 마련해놨습니다.”
“그리고 죄수들도 있는데.”
“그건 내가 맡지.”
장억의 무리들을 바로 감옥에 넣어야 한다는 것을 말했을 때 화려한 관복을 입은 이가 걸어왔다.
누구지?
처음 보는 사람인데.
난 조청과 서황을 보았지만 그들도 처음 보는 사람인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진동장군 진유하라고 합니다. 실례지만 누구신지 알 수 있겠습니까?”
“나는 황제 폐하를 모시는 위장군. 동승이라고 하네.”
“그러십니까…”
동승이라.
진한 수염이 인상적인 중년인을 빤히 바라보았다.
내 시선에 그는 빙긋 웃은 후 말했다.
“듣자하니 자네의 공이 아주 대단하다고 하더군. 태산군에서 악행을 벌이고 내전을 이끌려 했던 이를 잡았다고?”
“예.”
“반역 행위를 한 자라면 반드시 처벌해야지. 내게 주게나. 내 알아서 잘 처리할테니.”
동승은 여유롭게 웃으며 당연한 것을 요구하듯 말했지만 난 그와 다르게 여유를 가질 수는 없었다.
위장군이면 나보다 품계가 높다.
정상적으로 판단한다면 그에게 장억과 그 나머지를 넘기는 것이 맞지만 난 쉽게 그에게 넘길 수 없었다.
애초에 동승은 황제를 따르는 장수이니 말이다.
장억이라는 패, 그리고 왕자복을 잘만 이용하면 황제가 가지고 있는 미약한 팔과 다리를 완전히 잘라내어 그의 권위만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 기회를 동승에게 주면 그는 왕자복을 깔끔하게 제거하고 증거인멸을 시도할 것이다.
내가 미쳤냐.
“죄송합니다만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장억의 죄는 반역의 죄도 있지만 이적행위의 죄도 있습니다.”
백성을 노예로 파는 행위도 했지만 그는 항구를 숨겨 위험을 초래하기도 했었다.
그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기에 난 동승의 요구에 담담히 말했다.
장억 뿐만 아니라 왕자복도, 그리고 중가상단주도 넘길 수 없었다.
“그리고 제가 데리고 있는 이 중에는…”
“왕자복이 있다지? 하하. 왕자복을 보낸 것은 이몸일세. 나도 나름대로 장억이라는 자에 대해서 의심을 하고 있었거든.”
그걸 누가 믿냐?
등신이 아니고서야 그 말을 믿을리 없지.
동승의 여유로운 얼굴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응? 내 얼굴에 뭐라도 뭍어 있나? 왜 그리 보나?”
“아닙니다. 아무튼 저들은 먼저 조공께 보여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어허. 이 사람. 내가 자네보다 상급자이네.”
“하지만 직속은 아니지요.”
“…..”
동승의 얼굴에 새겨져 있던 웃음이 점점 지워진다.
그것을 마주하며 난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저희 쪽에서 조사를 끝내고 난다면 그 다음 위장군님께 요청드리겠습니다.”
“저희 쪽이라니.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몸이 아닌가?”
유들유들한 어조로 말하는 그를 향해 난 피식 웃었다.
“같은 배 이기는 하지만 칸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만… 이제 막 배에 오른 참이니 저는 제가 아는 사람들을 찾을 수 밖에요.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