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9
00029 갖고싶은 것 =========================
“백성들을 사랑하시고, 약한 자를 사랑하시고, 위기에 처한 자를 구하시는 분께서 그런 짓을 하실리 없잖습니까.”
“누가 뭘 어쨌다고?”
듣기만 해도 손발이 오그라든다.
너무 오그라들어서 금방이라도 시공의 폭풍이 열릴 것 같다.
“에… 그러니까 병사들 사이에서 도련님에 대한 평가는 이렇습니다.”
악진은 낮게 헛기침을 한 후 말을 이어나갔다.
“죽어가는 민 도련님을 살리셨으니 위기에 처한 자를 구하시고, 진가에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백성들에게 알리셨으니 백성들을 사랑한다고…”
“…그게 누구 얘기야?”
“도련님이요.”
세상에.
무슨 세기말 구세주도 아니고 이게 뭔 개소리야.
“내가?”
“네.”
“…..”
침착하자.
이거 나쁜 상황 아니다.
어차피 소생술을 백성들에게 알린 것은 괜시리 집중되고 소란스러워 지는데다가 아버지와 나를 견제하는 지역 유지들을 막기 위해서였다.
굳이 이런 소문이 아니더라도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예상치 못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그럼 받아들이자.
나쁜 소문이라면 해명을 하든 그것을 막든 해야겠지만 좋은 소문이 퍼지면 그걸 막을 이유는 없지 않은가.
명사들의 평도 좋지만 이런 세간의 소문도 이름값을 올리는데는 큰 도움이 된다.
“하하하! 이것 참! 내 얼굴에 금칠을 아주 제대로 하는구만!”
“실제로 도련님께서 퍼트리신 소생법으로 살아난 병사들이나 백성들이 있다보니 도련님을 칭찬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소생법이 왜 온현까지 퍼진거야? 난 동아현에만 알려줬는데.”
“상인들 덕분이지요.”
“헤에… 그렇구만.”
상인을 이용해서 소문을 퍼트리는 것만으로도 이런 식으로 평가를 올릴 수 있구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인가?
“흠…”
“표정이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일단 좋게 퍼졌으니 좋아해야겠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도 없다.
소문은 양날의 검이다.
의도하여 퍼트린 소문이 아닌 이상 그 결과가 어찌 퍼질지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듯이 소문은 와전되고 와전되어 자칫 잘못했다간 오히려 악영향이 나올 수도 있었다.
“이거 쉽게 생각할만한 것은 아니네.”
“예?”
“아무것도 아냐.”
그저 이번에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난 등줄기가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시장은 멀었어?”
걸은지 꽤 된 것 같은데.
다리가 아파지는 것을 느끼며 내가 묻자 악진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 왔습니다. 저기에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우시장 옆의 길쪽을 보니 동아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시장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길가 양 옆에 가게들과 좌판들이 모여 있는 시장 골목 안으로 들어간다.
악진과 병사들이 호위하는 날 본 몇몇 이들이 황급히 비켜 움직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도련님. 손 꼭 잡고 계세요.”
“응.”
행여나 모를 미아 대비를 위해 장연의 손을 꽉 잡고 시장을 구경했다.
가벼운 먹거리 뿐만 아니라 동아현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물건들이 상당히 많았다.
철광석이나 괴, 신기한 동, 식물들.
그것들을 구경하던 도중 난 발걸음을 멈췄다.
“엇!?”
“왜요?”
“밀랍이다! 이거 사자!”
“그러네요?”
동아현에서는 팔지도 않는 밀랍을 팔고 있는 것에 기겁했다.
역시 일만호가 넘는 현이구나.
“이건 얼마에요?”
“한통에 은 세냥입니다.”
“너무 비싼데?”
“무슨 말씀을. 목청의 밀랍은 굳기와 향이 아주 좋아서 어딜 가도 이정도 값은 받는다우.”
덩치 큰 좌판 주인이 밀랍이 가득 담긴 통을 툭툭 치며 말하자 난 인상을 구겼다.
저 정도 밀랍이면 향초를 스무개 정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은 세냥이나 주고 저걸 사는게 잘하는 짓일까?
“주세요.”
“옛수다.”
“야! 넌 말도 하기 전에 사냐?”
“어? 안 쓰실 거에요?”
“생각 중이었잖아.”
“그럼 제가 쓸게요. 유모님도 밀랍을 모으시던 것 같던데…”
“아냐. 그냥 내놔.”
“헤헤~”
어쨌든 관직에 있는 인간들이나 명사들의 대부분이 향초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이상 향초는 만들어두면 언젠가는 쓰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돈 아끼지 말고 팍팍 사서 향초를 만들어두는게 좋겠지.
향초가 영구적인 것도 아니니까 말야.
한번 줬다고 해서 끝날만한 뇌물이 아니니 일단 모아두는게 낫겠다 싶었다.
“더 없나?”
“지금은 그게 다네요. 댁을 말씀해주시면 모이는데로 가져다 드리지요.”
“그럼 가져다 줘. 값은 그때 치룰테니까. 지금은 사마 가에서 머무르고 있어. 그곳에서 진유하를 찾으면 될거야.”
“알겠습니다.”
사마가에서 머무른다는 이야기에 가게 주인은 꽤 놀란 듯 했지만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생각치도 못하게 밀랍을 구했다.
그 외에도 말린 꽃이나 귤처럼 향료를 만들어 낼 만한 것들을 찾아 구매한 후 원래의 목적인 우시장으로 향했다.
“윽… 소똥냄새.”
우시장에 들어오자마자 확 풍겨오는 소똥 냄새에 난 코를 틀어쥐었다.
환장하겠네.
관아에 있는 우사에서 나는 냄새도 심했지만 이건 진짜 대단할 정도다.
들어오자마자 머리가 지끈거리다니.
“우시장에 오신 것은 처음이신가보군요. 아침은 더 대단하답니다.”
악진이 웃으며 말하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동안 악취 때문에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다가 간신히 코가 마비되어 살만해지자 난 겨우겨우 발걸음을 떼었다.
“힘드시면 돌아가시는게 어때요?”
내가 비틀거리는 것이 안쓰러웠는지 장연은 날 잡아주며 물었지만 고개를 저었다.
우시장에 우두에 걸린 소가 있을지 없을지도 모른다.
온현에 머무는 것은 고작해야 일주일 뿐.
일주일 안에 우두에 걸린 소를 발견하지 못하면 종두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멀어지는 것이다.
가급적 빨리 두창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기에 악취와 싸우며 소들을 구경했다.
“어떤 소를 찾으십니까? 말씀하시면 제가…”
“아냐. 내가 볼게.”
“뭐 그러시죠.”
악진이 호의를 무시하는 것이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에게 우두에 걸린 소를 찾아줘! 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그렇게 한참을 걷고 나서야 진짜 운 좋게 한마리, 우두에 걸린 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니! 이 미친 인간이! 우두에 걸린 소를 시장에 끌고 오면 어떡해!”
“어, 어제까진 이런게 없었는데!? 아냐! 우두 아니라고!”
“아니긴 뭐가 아니야!? 우시장 백정짓 한두번 한 줄 알아!? 이 미친 인간아! 당장 그 역귀 가지고 꺼져!”
“안돼! 난 팔아야 한단 말야!!”
간사하게 생긴 사내가 난처해하며 소리지르고 있었지만 주변의 시선은 따갑기 그지없었다.
우두는 전염병이다.
잘못하면 우시장의 모든 소에게 전염될 수 있는데 생각없이 그 소를 가져 와버린 간사한 얼굴의 소주인에게 버럭버럭 소리지르던 건장한 사내는 이를 갈며 외쳤다.
“저 새끼 내쫓아!”
“잠깐만!”
“뭐요!?”
“복장을 보아하니 어디 좋은 집 자제 같은데… 괜히 여기 끼지 마쇼. 다칠테니까.”
우두에 걸린 소라니.
첫 우시장 방문으로 대박이 터졌다.
최대한 표정관리를 하며 내가 다가가자 사내와 소를 둘러싸고 있던 건장한 백정들이 짜증을 내며 말했고 그 말에 항상 웃고 있던 악진의 얼굴에 웃음이 사라졌다.
“뭐!? 어이. 미쳤나?”
“댁은 또 뭐요?”
“이분이 누군 줄 알고 그따위 소리를 지껄이는 건지 모르겠는데.”
“뉘신데?”
“경조윤께서 친히 모신 손님이다. 너희같은 하찮은 백정들 따위가 감히…!”
내게 버럭 소리를 지르는 건장한 사내를 향해 악진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의 말에 놀란 주변의 백정들과 소팔이들이 당황하며 물러났을 때 악진은 천천히 허리의 검자루에 손을 가져갔다.
“도련님께 무례를 저지른 죄. 목숨으로 갚아라.”
“아, 아이고! 죽을 죄를…”
“어이.”
“예.”
“무례고 나발이고 됐으니까. 저 소가 무슨 문제가 있는거지?”
악진이 살기를 내뿜으며 머리를 자르려던 것을 막아 준 탓인지 백정은 눈물을 범벅이 된 채 간사한 얼굴의 사내가 끌고 온 소를 가리켰다.
“저 배쪽을 보십시요. 저기. 저거. 우두입니다! 우두! 우두는 전염병인데 저 미친 작자가 여기 소를 다 죽일 생각인지 저걸 가지고…”
“나, 나도 몰랐다고! 어제까진 없었어!!”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잖아! 그리고 아까 우리가 우두에 걸린 것을 봤을 때 그냥 돌아갔어야지! 왜 서성거리다가 몰래 들어오려고 한건데!”
“그… 그렇지만 이 녀석을 제대로 팔지 않으면 우리 이아가…!!”
“그건 니 사정이지!”
또다시 싸움을 시작하려는 그들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고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악진과 악진의 부하들이 칼을 뽑았고 싸움은 중지되었다.
“그러니까… 저 소때문에 싸웠다는 것 아냐.”
“그렇습니다요…”
“어이.”
“네!”
간사한 얼굴의 사내가 당황하며 날 보자 난 잠시 생각하다가 물었다.
“그 소 얼마야?”
“도련님!”
“저 병걸린 소를 사서 어쩌시려고…?”
“뭔가 상황이 되게 애절해보이잖아. 딱히 소가 불쌍한 것은 아니지만 우두에 걸려도 먹을 수는 있다면서.”
“그렇긴 합니다만…”
우두에 걸린 소도 처리만 잘 하면 먹을 수는 있었다.
악진이 떨떠름하게 답하자 난 주머니에서 금 한냥을 꺼내었다.
“인간적으로 양심이 있으면 정가를 받고 싶다는 개소리를 지껄이지는 않겠지?”
“저기… 도련님.”
“왜.”
“금 한냥에… 사시려는 것은 아니겠지요?”
“음? 맞는데?”
내가 금 한냥을 꺼낸 것을 보며 당황하던 사내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아이고! 도련님! 소 한마리 팔면 적어도 네냥은 받아야 하는데 한냥이라니요! 너무하십니다!”
“너무는 네가 더 너무한거지. 야. 사람을 호구취급해도 유분수지 병 걸린 소를 한냥 주고 사준다고 하면 오히려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것 아냐?”
“그, 그렇긴 합니다만… 제발 가격을 제대로…!”
“금 네냥이 뉘집 개 이름인 줄 아나. 그냥 줄때 곱게 가라.”
“아이고오오!!”
만약 내가 여기서 그냥 가면 저 인간은 백정들에게 몰매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 주제에 상황파악 못하고 나에게 거래를 하려는 모습이 가소로워서 난 주머니에 금을 다시 넣었고 그는 그제서야 상황 파악이 되었는지 내 바지를 잡았다.
“도련님! 제발! 제발!”
“자. 악진. 소 챙겨.”
“으음… 네. 그런데 도련님. 정말 이 소를 어디다 쓰시려고 사는 것입니까?”
“날 여기까지 데리고 와줬고 또 데려다 줘야 하는 너희들에게 해 줄 것은 없고 고기라도 양껏 먹이려고 사는건데? 내 주머니 사정상 좋은 소를 살 수는 없으니까 말야.”
“어? 그런 거였습니까?”
악진의 뒤에 있던 그의 부하들의 얼굴이 내 말에 밝아졌다.
우두에 걸린 소라도 고기는 고기다.
평소에 일반인들이 고기를 먹는 기회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것을 이렇게 해결한다는 것에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악진은 난처해하며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진짜 감사하다고 생각하면 나 집에 갈 때 잘 좀 부탁할게.”
“그야 당연히 잘 해야지요. 소 챙겨라.”
“네!”
병사들이 우두에 걸린 소를 챙기는 것을 보며 난 간사한 얼굴의 사내에게 금 한냥을 휙 던져 주었다.
그것을 받고 좋아해야 할지 울어야 할 지 고민하던 그가 살짝 고개를 숙이자 난 그를 내려다보다가 담담히 말했다.
“운이 나빴군.”
악진과 병사들이 소를 끌고 곧장 병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가자 난 방으로 들어가 준비물을 챙겼다.
단검 한자루. 고운 천 하나. 그리고 작은 자기병 하나와 가죽으로 만든 장갑.
그것들을 보따리에 싸서 병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간 나는 저녁에 소를 잡을 것이라는 말에 조용히 소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도련님! 잘 먹겠습니다!”
“도축은 할 수 있는거야?”
“제가 이래뵈도 숙련된 백정 출신 병사입니다!”
“그거 다행이네.”
그들의 감사인사를 받으며 우리 안으로 들어간 나는 소의 젖과 배가 있는 부분의 물집들을 보았다.
원형으로 털이 빠진 살 위에 올록볼록 돋아나 있는 우두를 단검으로 톡톡 터트려가며 그 고름들을 병에 챙겨 넣었다.
“도련님! 뭐 하십니까!?”
“우두를 보는 것은 처음이라서 말이지.”
“그러다가 우두에 걸리십니다요!”
“알았어! 신기해서 그러는 거니까 조금만 보고 나갈게!”
사람들이 몰리기 전에 최대한 빨리 고름을 채취해야 한다.
작은 병에 가득 채워질 정도의 고름을 채취한 후 뚜껑을 닫고 그것을 주머니에 넣은 후에 우사에서 나왔다.
내가 나오자 밖에서 쉬고 있던 병사는 이상한 듯 물었다.
“안에서 뭐 하셨습니까?”
“신기해서 우두 터트리고 있었어. 톡톡 터지는게 재밌던데?”
“으엑! 그런 게 뭐가 신기합니까! 어서 씻으십쇼!”
“괜찮아. 장갑 끼고 했으니까. 이거나 버려줘.”
우두를 터트리며 장갑에 고름이 조금 닿았다.
잘 씻으면 괜찮겠지만 여기서 우두에 걸려버리면 죽도밥도 안되기에 난 그것을 병사의 앞에 던져주었고 병사는 징그러운 것을 보듯 긴 나무로 장갑을 들어 모닥불에 휙 던져 넣었다.
“근데 얼굴에 그건 뭡니까?”
“아. 이거? 냄새가 너무 나서.”
사실은 코나 입으로 들어 올지도 모르는 우두 바이러스를 조금이라도 막기 위한 것이지만 굳이 사실을 말할 필요는 없었다.
젖은 천도 벗어 모닥불에 던져 넣자 병사는 우사 안의 소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도련님 덕분에 오래간만에 포식하겠군요.”
“그런데 마흔명? 소 한마리 가지고 되겠어?”
“차고 넘칩니다. 걱정하지 마십쇼. 어떻게… 오늘 저녁에 같이 드시겠습니까?”
“글쎄? 상황 봐서.”
내가 소 한마리를 통째로 준 것 때문인지 병사들은 나에게 무척이나 호의적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꽤나 인망이 높았는데 소까지 주니 더욱 인망이 높아져 병사들 중에는 나를 존경한다고까지 말하는 이가 있을 정도다.
“이야~ 도련님 덕분에 오늘은 포식하겠네요.”
악진과 함께 병사 한명이 싱글거리며 날 도우러 왔다.
어… 동아현에서 여기까지 날 호위하던 병사 중 하나 같은데. 악진처럼 병사들 중에서도 조금 높은 계급으로 보이는 그가 다가오자 그는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반갑습니다. 도련님. 우금이라고 합니다.”
“…아 그래.”
“전에 말씀드렸죠? 도련님 덕분에 제 동료가 살아났다고. 그 녀석이 이녀석입니다.”
악진의 말을 무시한 채 난 심각한 얼굴로 우금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우금? 우금이 왜 여기서? 조조 휘하의 장수가 아니었던가?
내가 당황하자 악진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련님. 제 이름을 들으셨을 때도 그렇고 왜 그런 표정을…”
“아냐. 아무것도.”
“혹시 저에 대해서 아시는 겁니까?”
이름은 알지.
그리고 그 마지막 죽음도 알고.
속내를 말하지 못하는 내가 머뭇거리자 우금은 볼을 긁적거리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휴… 도련님도 아시는 일인가보네요.”
“뭘?”
“제가 과거 도둑이었다는 것을요.”
“엥? 그랬어?”
그랬나? 악진이나 우금에 대해서는 이름과 그 끝 정도만 알 뿐이지 자세하게는 몰랐다. 내가 궁금해하자 악진은 피식 웃으며 우금의 옆구리를 푹 찔렀다.
“과거일 뿐입니다. 황건적 때문에 마을이 박살나고 먹고 살길이 없어서…”
“그래도 꽤 소질이 있었는지 한번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탐관오리들이나 난을 이용해서 자기 배를 채우던 악질들을 털었으니 의적 중의 의적이지요. 얻은 재산은 난으로 피해를 입은 백성들에게 나눠주었고 난이 끝나자 경조윤께 스스로 자수를 했으니까요.”
“아… 그래서 여기 병사로 있는거야?”
“네. 몸이 날래고 담력도 강한데다가 머리도 잘 돌아가서 그런지 경조윤께서 받아주셨습니다. 만약 문칙이 제 배만 채우던 녀석이었다면 제가 가만두지 않았을 테고.”
“그렇군…”
덩치와 험상궂은 얼굴에 걸맞지 않게 부끄러워하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쓰게 웃었다.
어쨌든 악진과 우금이라…
이번 여행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도련님께서 퍼트리신 심폐소생술 덕분에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꼭 한번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이렇게라도 인사를 드리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도련님.”
“에이~ 영광은 무슨. 괜찮아.”
“하하하! 온현에 계실 때 어떤 일이든지 저에게 맡겨주시면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습니다.”
“믿고 있을게.”
딱히 우금에게 뭘 시킬 일은 없을 것 같지만 이렇게까지 말해주는데 굳이 말리고 싶지는 않았다.
악진과 우금. 둘 다 조조의 명장이다.
그렇다면 나중을 생각해서 그들과도 친해지는 것이 좋겠지.
“음머어~”
“아. 도축을 하려나 보네요.”
“도련님도 저녁에 함께 드셨으면 합니다만.”
“그건 보고.”
여기서 악진과 우금, 그리고 혹시 모를 다른 장수들이 있을지 모르니 여기서 자기소개나 시켜볼까?
그래서 괜찮은 인물이 있으면 친분을 다지거나 여차하면 끌어들이자.
“도련니이임!!”
“어. 나 부른다. 갈게.”
“도련님! 꼭 자리를 빛내주시길 빌겠습니다!”
“알았어. 알았어.”
우금과 악진의 인사를 받으며 병영에서 나온 나는 장연과 함께 욕탕으로 향했다.
우사에서 있었더니 냄새가 아주 끝내준다.
낡은 옷을 장연에게 주며 태워버리라고 말한 후 욕탕에서 깨끗하게 씻고 나와 방에 도착했을 때 바깥에서 악진이 난처한 얼굴로 날 찾는 것이 보였다.
“왜?”
“도련님. 아까 그 소 주인이…”
“음?”
“도련님께 살려달라고 바깥에서 애원을 하고 있습니다. 계속 소란을 피워서 일단 잡아두기는 했는데… 어찌할까요?”
“두드려패서 쫓아내… 라고 하고 싶지만 그렇게 하기도 뭐하군. 일단 나가볼까?”
그냥 부잣집도 아니고 경조윤이 머무르고 있는데다가 온현에서 유명한 사마가의 장원 앞에서 저렇게 개긴다는 것은 뭔가 이유가 있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한푼 더 달라고 하는 것이라면 무시하고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라면 일단 들어보자.
그리 생각하며 난 악진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