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0
00030 갖고싶은 것 =========================
“그래. 너희들은 어찌 생각하느냐.”
사마방의 질문에 사마랑과 사마의는 입을 다물고 생각했다.
사마은령에게 받은 서신을 생각해 본다면 단순히 사촌동생을 구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너희도 알다시피 내 누이의 사람 보는 눈은 나보다, 아니 어쩌면 사마가의 그 어떤 누구보다도 대단하다. 누이가 보았을 때 만족한 사람들 중에서 사마가에 도움이 되지 않은 이는 단 한명도 없었다.”
“물론 그렇지요.”
“고모님께서 실수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는 것은 인정하겠습니다.”
“그래.”
사마랑과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자 사마방은 빙긋 웃은 후 말을 이어나갔다.
“장연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더욱 그렇다. 동아현의 현장인 진궁은 검소하며 뛰어난 행정 능력과 더불어 사람들의 통제를 하는데 있어서 한번의 막힘이 없었다고 하더구나. 거기에 자식을 가르치는 것 역시 대단하지.”
“저 역시 인정합니다.”
“자식을 위해서라고 하나 사마가의 여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의 욕구보다는 자식의 발전을 위해 일부러 못난 여종을 보내라고 요청할 정도였지요.”
사마랑과 사마의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하자 사마방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아비나 아들이나 외모보다는 다른 것에 관심을 두고 있다. 지금까지 장연을 본 모든 이들은 두려워하거나 경멸했지. 두창은 그저 병에 불과하나 그것에 얽매여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두창에 걸려 추한 몰골인 장연을 보고서도 진궁이나 진유하나 두려워하거나 경멸하는 모습따위는 없었다고 한다.
여종인 만큼 신분이 그만큼 미천한데도 불구하고 그들은 그런 모습을 단 한번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까지 사마가에 초청한 공자, 귀인들 중 그 누구도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모든 이들이 장연을 보고 기겁하여 놀라거나 욕할 뿐이었던 것이다.
“진궁이라는 자에 대해서는 알고 계셨습니까?”
“소문은 들어보았지. 하지만 소문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믿을 수 있는 노릇은 아니니까. ”
인물평을 받아 이름을 알린 사람 중에, 효렴으로 추천을 받은 사람 중에, 무재로 천거된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인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실제 관직에 나가 있는 사마방이기에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는 그렇기에 말할 수 있었다.
“그는 진짜다.”
“…그렇다면 끌어들이는 것이 좋겠군요.”
“그래. 그리고 그의 아들인 진유하는…”
진유하의 이름이 사마방의 입에서 나오자 사마의는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하하하! 너무 그리 화를 내지 말거라.”
“필요에 따라 그를 시험했지만… 그가 과연 중요한 인물일지는 의문입니다.”
사마의의 투덜거림에 사마방과 사마랑은 빙긋 웃었다.
사마가의 어린 천재가 사람을 대하고 평가하는 방법에 대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네가 그렇게 말하는 것을 보니 그 역시도 진짜라고 생각되는 모양이구나.”
“…그건 아닙니다. 그저…”
“그저?”
“마음에 들지 않을 뿐입니다.”
“너무 그렇게 생각치 말거라.”
동생을 향해 빙긋 웃은 사마랑은 사마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손길에 얼굴을 붉히면서도 사마의는 사마방을 향해 조심스레 말했다.
“그를 사마가의 일원으로 끌어들이는 것. 저는 솔직히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하거라.”
사마방의 근엄한 어조에 사마의는 입술을 우물거렸다.
솔직히?
“그건… 그건.”
“저는 찬성합니다.”
“형님!”
“너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거라. 언제까지 그 아이를 감싸고 돌 생각이더냐.”
“하지만…”
사마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숨기려 했지만 사마방이나 사마랑에게는 항상 걸려버린다.
다른 이들에게는 절대로 감추고 싶은 일들인데.
“언제까지 너의 그림자가 되어 살게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심통난 사마의를 달래듯 사마랑은 상냥한 어조로 말했고 사마의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그건 그렇지만…”
“너에게도 소중한 아이이지만 나에게도, 그리고 아버님께도 소중한 아이다.”
“알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아이가 원하지 않았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나온 퉁명스러운 목소리에 사마의는 놀라면서도 말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안다. 진유하가 진짜라는 것도.
진유하가 허영과 권력만 탐하고 겉보기에만 멀쩡한 골빈 다른 공자들과는 차원이 다른 자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는 실천할 줄 아는 자다.
“그것을 정하는 것은 그 아이지 네가 아니다.”
사마방의 차분한 말에 사마의는 한숨을 내쉬었다.
물론 사마방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키지 않는 것은 아니다.
사마가문의 귀중한 보옥이며 자신의 반쪽이나 다름없는 아이를 내주는 것은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사마가에 온 공자… 공자라고 부르기도 아깝군. 그들과 진유하는 확실히 다르다.”
“아버님께서 왜 그를 그리 좋게 평가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첫번째. 민이를 구했다. 심폐소생술이라고 했지. 그 아이가 사용한 방법은 굉장히 위험한 방법이다. 자칫 잘못했다간 모두의 질타를 받을 수도 있는 방법이었다. 그것을 그 아이는 시도했다. 너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고, 또 누이의 이야기를 보면 그 아이는 자신의 재능이나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진유하는 사람이 많은 그곳에서 망설임없이 심폐소생술을 사용하여 민이를 구했다.”
“그것만으로 평가하기에는…”
“두번째. 장연의 말을 들어보면 그 아이는 신기한 기술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너 역시 받지 않았느냐. 밀랍을 이용한 초라는 것. 어제 하루 보니 만드는 것이 그리 어렵지는 않아보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만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것을 어린 나이에 만들어내는 발상을 생각한다면 보통 녀석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
“세번째. 장연에 대한 반응이다. 두창에 걸린 장연의 몸과 얼굴은 객관적으로 보기에 모두 추하고 더럽다고 여길만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진유하는 그것에 대해 지적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배려따위도 없었고 경멸따위도 없었지. 보통 사람은 그리 할 수 없는 것이다.”
“그건….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네번째. 우리와는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이다. 어제의 일을 생각해보거라.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사마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지. 그 과정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던 일은 많았다. 하지만 진유하는 어땠지?”
촛농을 이용해서 계란을 세웠던 어제의 일을 떠올리니 사마의는 절로 얼굴이 붉어졌다.
그의 주장에 한마디도 반박하지 못한 것이 떠오른 것이다.
파괴와 보존. 그 둘 중 어떤 것이 더 나은 것인지는 총명한 사마의라면 반드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내가 그를 마음에 들어하는 이유는 이정도면 되지 않았느냐? 자신의 공적을 자랑하기보다는 스스로를 낮추었고 너의 비난에 응대하기보다는 돌려 말함으로써 자신의 주장을 내세웠다. 그런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떤 것으로 마음에 들어해야 하는 것이냐.”
사마가에 왔던 공자들은 모두 같은 시험을 거쳤다.
못난 여종을 보내는 것, 그리고 초대되었을 때 모욕을 받는 것.
그 모든 과정에서 진유하와 같은 행동을 한 공자는 지금까지 단 한명도 없었다.
“저 역시 아버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사마랑마저 사마방에게 동의하자 사마의는 입술을 꾹 다물고 뚱한 표정을 만들었다.
그런 그의 모습에 사마방과 사마랑은 쓰게 웃으며 사마의에게 말했다.
“솔직하게 말하거라. 너 역시 사마가의 피가 흐르는 남자다. 그렇다면 우리와 생각이 크게 다르지는 않을 터. 너와 영이의 사이가 각별한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하여 언제까지 그 아이가 세상에 나오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다.”
“…알고는 있습니다만… 하아. 역시 내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영이에게 결정해보라고 하는 것은 어떻겠느냐?”
“알겠습니다. 영이에게는 제가 말하겠습니다.”
결국 사마의는 사마방의 말에 동의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함께 사마랑이 밖으로 나가자 사마방은 차를 한모금 마시며 부드럽게 웃었다.
사마가의 내원은 사마가의 직계 혈족 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 그리고 그 내원에서도 가장 심처에 있는 것은 고대부터 사마가의 지식과 경험이 문서화 되어 잠들어 있는 서고가 있었다.
거대한 건물 한채 크기의 서고 앞에 도착한 사마의는 무겁게 한숨을 내쉰 후 자신의 뒤에 있는 사마랑을 보았다.
“형님께서는 후회하지 않으십니까?”
“글쎄. 그런 녀석이 가문에 들어온다면 나로서도 재미는 있겠다고 생각한다만.”
“그러십니까…”
목에 걸려 있는 열쇠로 서고를 잠구고 있는 두꺼운 열쇠를 열었다. 그가 문을 열자 사마랑 역시 자신의 열쇠로 두번째 자물쇠를 열었고 그제서야 두꺼운 문을 막고 있는 봉인이 모두 해제되었다.
문이 열리자 짙은 먹향과 함께 은은한 꿀냄새가 퍼졌다.
어제 진유하에게 받은 밀랍초의 향이다.
“마음에 들었나보네.”
“그러게요.”
수많은 책장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동안 사마가에서 배출한 기재들의 역사와 지식이 담겨 있는 서고 안을 성큼성큼 걸어 서고의 끝, 목표한 곳에 도착했을 때 사마의와 사마랑은 자신도 모르게 미소짓고 말았다.
책상에 엎드린 채 흔들리고 있는 향초의 불빛을 보며 미소짓고 있는 소녀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아! 오라버니들!”
인기척을 느끼고 나서야 소녀의 시선이 움직였다.
은은한 향촛불을 통해 보인 얼굴에 사마랑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영아. 요새 더 마른 것 아니냐?”
“중달 오라버니랑 똑같은데요. 뭐. 중달 오라버니께도 말씀해주세요. 중달 오라버니의 그림자가 더 커질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사마의와 똑같은 중성적인 목소리.
사마의와 똑같은 중성적인 매력.
키부터 얼굴.
그 모든 것이 똑같은 소녀다.
뛰어난 이가 많은 사마가의 인물 중에서 특출난 사마의지만 그 사마의보다 더욱 총명한 아이.
사마의의 쌍둥이 동생이며 스스로 사마 가를 위해 사마서고에 틀어박힌 사마가의 보옥.
그 누구도 존재를 알아서는 안되며 그 누구도 눈치챈 적이 없는 사마가 최고의 비밀
“영아. 언제까지 이렇게 살것이냐. 슬슬 나올 때도 되지 않았느냐.”
“저와 중달 오라버니의 모습이 달라질때까지는 나갈 생각이 없어요. 또한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모습을 감추고 있는 것은 사마가에 있어서 더욱 좋은 일이라는 거. 똑같이 닮은 이가 있다는 것은 제대로 쓰면 사마가의 큰 도움이 된답니다. 아버님도 동의하신 일이니 너무 그리 생각치 말아주세요”
마치 거울을 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닮아 있는 소녀의 말에 사마의는 쓰게 웃었다.
“네가 잘 먹지 않으니 내가 잘 먹지 못하는 것이다.”
“에이~ 오라버니도 참. 저도 엄청 먹는걸요! 오라버니께 맞추느라 이러는 거라구요~”
단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사마의는 두건을 써서 머리를 감추고 있다는 것이고 이 소녀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흑단같은 머리를 곱게 땋아 어깨 앞으로 내렸다는 것 뿐이다.
“그나저나 오라버니들께서 저를 찾으셨다는 것은… 또 그 일 때문인가요?”
사마의와는 다르게 표정의 변화가 다양한 소녀는 시무룩히 고개를 숙이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그 모습에 사마의와 사마랑은 미안해하며 대답을 미뤘다.
“영아.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다.”
“나는 싫다고 했는데 아버님과 형님이…”
“네가 지금까지 만났던 다른 공자들과는 확실히 다른 사람이니 이번에는 너도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금호 공자때도 그리 말씀하셨잖아요. 에휴. 어쩔 수 없죠.”
머뭇거리며 미안해하는 사마랑과 사마의를 향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사마영은 손을 내밀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사마의는 한숨을 내쉬고 자신의 두건을 풀었다.
“잘 할 수 있겠느냐?”
“어렵지 않겠죠. 지금까지 오라버니와 저를 구분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잖아요.”
“나로서는 들켰으면 좋겠다만…”
“그래. 다른 사람에게 들킨다면 너도 이런 생활을 그만두지 않겠느냐.”
“그렇게 된다면 조부님의 계책이 물거품이 되버리지요.”
사마영이 이 서고에 틀어박히게 된 것은 조부인 사마준 때문이었다.
쌍둥이. 그리고 성별을 제외하고 너무나도 닮아 있는 그 둘.
만약을 위해서 둘을 따로 떨어트려 놓고 사마영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간을 보내 그 둘이 커가면서도 모습이 같자 사마준은 사마영을 사마의를 위한 대체품으로 삼길 원했다.
만약에 사마의에게 일이 생겼을 때 그를 대신하기 위해서.
같은 용모와 성향, 목소리까지 같기에 할 수 있었던 계책.
당연하겠지만 사마방과 사마랑, 사마의는 사마준의 의견에 반대했지만 사마영은 순순히 그 의견을 따랐고 평생을 이 서고에서 머무르며 사마의의 대체자가 되기를 바랬다.
“영아. 말해두겠지만 만약…”
“알고 있어요.”
사마준의 명, 그리고 사마의를 위해서. 마지막으로 사마가문을 위하여. 스스로의 삶을 그것에 바치기로 결심한 사마영을 사마방은 말릴 수 없었다.
결국 사마방은 사마영과 내기를 했다.
만약 사마의와 사마영을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세상에 나오기로.
사마서고에 있는 분장술을 완벽하게 익히고 사마준에게 분장술의 비기까지 전수받아 가족들조차 주의하지 않는다면 사마의와 사마영을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사마의와 사마영을 외부인이 구분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대놓고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사마방은 그 내기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번. 공자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조차도 저와 중달 오라버니를 구분한 사람은 없어요.”
“그거야 모를 일이지. 이번의 그 녀석은 좀 다르다니까.”
“뭐가 다릅니까. ‘형님’.”
사마영이 머리를 정리하고 두건을 쓴 순간 그녀의 목소리가 달라졌다.
순식간에 사마의의 목소리와 기세를 흉내낸 것이다.
사마영이 사마의로 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굉장한 재주다.
감탄 섞인 한숨을 토해내며 사마랑은 히죽 웃었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행하는 녀석이니까.”
“형님께서는 그가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요.”
“뭐… 나름?”
“그거 기대되는군요.”
완전히 사마의로 밖에 보이지 않는 사마영은 자신의 자리에 앉아 책에 집중하는 사마의를 힐끔 본 후 싸늘히 말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 역시 다른 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것 같군요.”
“그거야 만나보지 않고는 모를 일이지. 그럼 중달. 당분간은 휴식이겠구나.”
“네. 이곳에서 책을 읽고 있겠습니다.”
사마의는 이제 거의 포기를 해버린 것인지 오히려 편해보였다.
그가 죽간에 집중을 하자 사마랑은 어깨를 으쓱이고 사마의와 함께 밖으로 나왔다.
“이제 어쩔 생각이냐?”
“일단은 그와 만나 볼 생각입니다. 그 전에… 형님께서 수집한 그의 정보를 주십시요.”
“알겠다.”
사마랑의 뒤를 따르며 사마영, 아니 이제는 사마의라 불러야 할 소녀는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싸늘히 중얼거렸다.
“과연 당신의 가치가 조부님이 세운 계책의 가치보다 높을까?”
“누구냐!”
내원에는 아무나 들어 올 수 없다.
특히나 이곳은 금역으로 지정되어 있는 곳. 사마랑은 뒤쪽에서 들린 소리에 날카롭게 외쳤고 그 대상이 된 이는 움찔하며 두려움에 떨었다.
“저어… 저어…”
사마가에 온지 얼마 되지 않은 시종이다. 길을 잃고 헤멘 것이겠지. 아무것도 모르는 듯 두려워하는 시종을 본 사마랑이 한숨을 내쉬었을 때 사마영은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죽이세요.”
“허나.”
“죽여야 합니다.”
무서울 정도로 냉정하다.
서고 안에서 보였던 반짝이던 웃음은 사라진 채 사마의가 보일 법한 목소리와 분위기로 사마영이 말하자 사마랑은 눈을 감고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소매 안에 숨겨 둔 단검을 꺼내 던졌다.
“억…”
목에 깊숙히 박힌 단검은 시종의 목숨을 단번에 빼앗았다. 그것을 보며 사마랑이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자 사마영은 무감정한 눈으로 사마랑을 바라보며 말했다.
“규칙은 규칙.”
“하아. 알겠다. 그럼 이제 어쩔 생각이냐.”
“아버님께서 말씀하셨던 문제를 그가 해결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군요. 과연 그가 해낼 수 있을까요?”
“하아… 그렇다면 그것에 대한 준비를 해봐야겠군. 알았다. 네 말대로 해보마. 허나… 위험한 일인데 그가 과연 손을 댈지 의문이다.”
“그 의문을 갖지 않게 합당한 것 이상의 포상을 제시하면 되겠지요.”
사마영은 부드럽게 웃으며 사마랑의 옷자락을 잡았다.
“형님께서도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알겠다. 알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