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08
00308 맥없는 기싸움 =========================
공대의 아이?
아버지와 아는 사인가?
그는 씨익 웃은 후 그대로 걸어나가버렸다.
정현이 저렇게 나갈 줄은 몰랐는지 황보숭과 주준, 동승은 당황하고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나쁠 것은 없지.
정현을 어떻게 회의의 방향에서 빼버릴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그럼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만이라도 회의를 해야겠군.”
“그, 그게.”
“잠시만 기다려주시오! 사공! 이것은…!”
직위로는 힘들겠지만 대학자인 정현이 있다면 어떻게든 조조의 움직임을 막을 것이라 생각한 그들은 필사적으로 회의의 진행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만약 어제 이런 식으로 사직을 했다면 어떻게든 대체 인력이라도 찾아보겠지만 당장 회의가 시작하기 전에 정현이 말해버린 이상 승기는 우리에게 있었다.
“이것을 노린 것인가?”
조인은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지만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도 궁금하다.
도대체 정현과 아버지가 무슨 관계인지.
그가 나간 문을 바라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저희에게 있어서 나쁠 것은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기회를 이용해야겠지요.”
“그, 그래?”
“예.”
정현이 사직을 한 것이 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조조를 막을 수 있는 껀덕지가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
“그럼 바로 시작하겠소. 안건은 다들 알겠지만 왕자복과 장억에 대해서요. 장억이 저지른 죄는 매우 크오. 왕자복 역시 그 죄에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할 수 없는 바.”
“허나 증거따위는 없지 않습니까.”
“그저 발견하지 못했을 수도 있지. 그러니 심문을 통해서 알아낼 것이오.”
동승이 힘겹게 말했지만 조조는 냉정히 그의 의견을 잘라버렸다.
이미 끝난 싸움이나 다름없었다.
동승, 황보숭, 그리고 주준에게는 조조를 막을 수 있는 힘이 없었다.
“물론 조공의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에게 제대로 된 심문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자료와 인원이 필요하오. 또한 경험 역시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과거 심문을 꽤나 했던 경험이 있으니 제가.”
“그래서 제가 직접 할 생각이외다.”
“….”
“아니 사공이나 되시는 분이 왜 직접…?”
내가 심문을 하고 조사를 할 줄 알았는지 경험과 관록으로 밀고 나가려던 황보숭과 주준은 조조의 말에 당황했다.
비록 조조가 황보숭이나 동승, 주준에 비해 경험이 적지만 그 역시 정치와 군의 일에 꽤나 잔뼈가 굵은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나서니 경험이 모자르다고 할 수도 없었기에 황보승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사공께서 그런 일을 하면 사람들이 비웃소. 이번 건은 내 부하에게…”
“중요한 사안이요. 역모와 이적이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는 일. 그런 만큼 내가 직접 나서서 알아보는 것이 좋겠지.”
“허나 그렇다면 허도의 관리는 누가 하시려고 하오?”
“이미 하후 군수를 불렀습니다. 며칠 안에 그가 올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진류군의 군수인 하후 군수라면 충분히 도읍을 다스릴 수 있겠지요. 또한 문제가 생긴다면 조공께서 심문을 멈추고 나설 수도 있으니 뭐가 걱정이란 말입니까?”
허도의 관리에라도 손을 뻗으려고 했는지 동승은 다급히 말했지만 순유는 기다렸다는 듯 답변했다.
동승은 날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아니 나보고 어쩌라고.
그럼 그냥 댁들한테 넘겨 줄 줄 알았나보지?
“장군님들께서 걱정하시는 것처럼 저의 실제 경험은 매우 일천합니다. 그리하여 조공께 부탁드린 것이니 문제가 있다면 저에게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네는 생각이 있는 건가? 없는 건가? 어찌 그런 일을 조공께 맡길 수 있단 말인가? 한 나라의 사공이라는 직위가 그리도 우습게 보이던가?”
“그럴 리 있겠습니까? 허나 조공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 일은 중히 생각하고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보다 훨씬 뛰어난 역량과 경험을 가지고 계신 조공께 돌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빠득.”
황보숭은 이를 갈았고 동승은 날 노려보았다.
그들의 시선에 난 히죽 웃었다.
“그럼 이 일은 그렇게 알고들 있으시오.”
“허나…”
“철컥.”
조조는 검을 잡았다.
그것을 본 황보숭과 주준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댁들이 아무리 할 말이 많더라도 지금은 물러나야 할 것이다.
그들이 결국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입을 다물자 조인은 씩 웃은 후 말했다.
“그럼 다음 안건인 낙양의 치안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하남윤에게서 번번히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것들은 아시지요?”
“낙양의 치안 문제인가.”
“병사와 장군을 보내달라는 것이었지.”
황보숭과 동승, 주준은 불만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옛 수도인 낙양이 피폐되어 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은 복구할 여력이 없었기에 소극적으로만 복구할 수 밖에 없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근처의 치안 유지만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던 것을 조인이 언급하자 그들은 모두 동의한 후 물었다.
“그래서?”
“며칠 전에도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홍농 지역에 새로운 도적떼가 생겼다고 합니다. 그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지휘관이 한명 가주었으면 하는데…”
“누차 말했지만 우리가 가기는 조금 그렇군.”
“황제 폐하를 지키는 것 역시 중요한 일이네.”
“지금은 따로 뺄 여력이 없구려. 병사라면 모르겠지만 지휘관은…”
“아, 이미 지휘관은 한명 보내놨습니다. 조공의 아드님이신 현 서주목, 그리고 창기대장인 조앙이 창기대 일천을 이끌고 홍농으로 출발했습니다.”
“그랬소?”
“그라면 믿을만하지. 그나저나 먼길 갔다 오는 건데 좀 더 쉬었다가 가지. 정말 바빠보이는군.”
뭐지?
나를 대할 때와는 좀 다른 모습이다.
황보숭과 주준, 동승은 조앙이 조조의 아들이고 세력의 후계자임에도 불구하고 꽤나 좋게 보고 있는 듯 보였다.
조앙의 성격상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 그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였을텐데?
난 그들의 표정을 보다가 계속 말없이 적기만 하는 종요를 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빙긋 웃으며 눈인사를 할 뿐 말을 꺼내지 않았다.
“그래서 그에게 지원을 했으면 합니다. 저희 쪽에서 한명 보냈으니 황제 폐하를 따르는 이들 중에서도 한명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허… 알겠소.”
“내 좋은 부관이 있으니 그를 보내리다.”
주준이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부관을 보낸다 말하자 조인은 입을 다물었다.
다음 안건은 내가 말해야 한다.
“그리고 원소에 대한 일이 있습니다.”
“그자는 또 왜?”
“원소가 언제 움직일지 모릅니다. 그러니 저는 허도에서 몇가지 일만 한 후 곧장 복양으로 가려고 합니다만…”
“복양으로? 복양성주라도 할 생각인가?”
“복양성주인 곽가를 밀어 낼 생각은 없습니다. 동구항 관리자로 갈 생각입니다만.”
“동구항 관리라… 하긴. 나쁘지 않지.”
“지금까지 진동장군은 높은 관직에만 있지 않았소. 가끔씩은 그런 작은 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라오. 사실 지금 진동장군의 자리에 오른 것도 굉장히 파격적이기는 하지.”
조앙이 가는 것은 아쉬워하면서 나한텐 왜 이런 반응만 나오지?
저들이 나에게 적대적인 것은 이해가 갔지만 왠지 슬퍼졌다.
여기서 치이고 저기서 까이는구나.
“회의 안건은 이게 답니까?”
“아니요. 추가적으로 나눠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이어서…”
나에게 있어서 중요한 문제는 이미 끝났다.
정현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회의는 별다른 작업 없이 꽤나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었다.
황실 측 장수와 문관들을 각지로 보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맡은 업무가 있는데다가 어떤 이는 강등에 가까운 직위 변경이라 저들이 항의를 하기는 했지만 진동장군인 나 마저도 세력과 황제를 위해서 고작 항구 관리인으로 가는데 무슨 불만들이 많냐는 조조의 일침에 그들은 그저 이만 빠득빠득 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회의는 이것으로 종료하겠소.”
“잠시만. 조공. 저도 할 말이 있소이다.”
“하시지요.”
황보숭은 손을 들어 올린 후 조조를 똑바로 보며 물었다.
“사공께서 현덕의 면회를 모두 막으셨소?”
“그렇소만. 문제라도 있소?”
“어째서요? 그는 황족이요. 황실을 따르는 장수가 황족을 만나 안부 인사와 문안인사를 드리는 것은 기본적인 예의이고 법도요. 그것을 왜 막는거요?”
“알고 있겠지만 현재 유비는 환자요. 환자에게 안정을 취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단 말이오?”
“그 병을 걱정하여 문안하는 우리의 생각을 해줘야 할 것 아니오!”
“물론 그 말도 틀린 것은 아니오. 하지만 생각해보시오. 그는 황족이고 황가의 일원이요. 그가 죽기라도 한다면 천하가 당장 누굴 탓할 것 같소?”
“그야.”
“만약 장군께서 그 책임을 대신 져주겠다면 그를 만나지 못하게 한 것을 취소하겠소.”
조조의 웃음에 황보숭은 이를 갈았다.
나로서는 황보숭이 냉큼 그 미끼를 물었으면 싶다.
그럼 바로 죽여버리게.
아니 잠깐만…
이거 뭔가 수가 있을 것 같은데.
난 조조를 노려보며 비릿하게 웃었고 조조는 내 시선에 난감해한 후 슬쩍 주준을 가리켰다.
그것을 본 주준은 나와 조조를 바라본 후 미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이건 이용할 수 있겠군.
“그건…”
황보숭도 바보가 아니니 유비의 죽음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는 머뭇거리기만 할 뿐 책임을 진다는 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안정을 취해야 하오. 그런데 자꾸만 찾아가면 나을 병도 낫지 않을 것이오. 그의 치료는 우리가 알아서 잘 할테니 걱정마시오.”
치료는 해준다.
그 대신 유표, 아니면 원소만 잡으면 그의 목숨도 끝이다.
명분은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그 명분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바로 힘이다.
우리가 틈을 보이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이유가 원소, 유표, 원술이 손을 잡고 우리를 공격하면 당해내는 것이 엄청나게 힘들기 때문이었다.
거기에 황가를 따르는 신하들이 내부에서 동조하여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아무리 조조라고 하더라도 무리라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유표나 원소를 잡아서 전선을 줄임과 동시에 위험을 줄이고, 또 형주나 하북을 손에 넣는다면 어떻게 될까?
유비를 죽이고 유비가 병사했다라고 말했을 때 그들은 절대로 우리를 건드리지 못한다.
왜?
잘못 건드렸다간 엄청난 적을 상대해야 하니까.
아니, 애초에 우리가 죽였다고 대놓고 말해도 싸움을 피해야 하는 이들은 명망 높고 지극히 공정하며 한 황실을 위하는 조조가 유비를 죽일리 없다고 오히려 보호해주려 할 것이다.
결국은 힘이 필요했다.
젠장.
황제 얻었다고 다 끝난게 아니라는게 무지하게 열받는다.
고만고만한 세력들이나 세력이 없는 주에 들어가는 것 정도는 가능하지만 세력이 있는 것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다니.
난 짜증나는 현실에 인상을 구겼다.
“크흠…”
“그럼 따로 할 말은 없는 것으로 알고 이만 회의를 종료하도록 하겠소. 그럼.”
결국 많은 것을 얻었구나.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황보숭도, 주준도, 그리고 동승도.
그들 역시 대단한 이들이다.
결코 이렇게 당하고 넘어갈 사람들이 아니었다.
최대한 주의를 해야 한다.
이를 가는 황보숭과 동승, 그리고 허허 웃고 있는 주준을 힐끔 보았다.
어쩌면 저런 모습들 자체가 연기일수도 있겠지.
그들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은 채 회의 종료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보게! 진동장군!”
“예. 어르신.”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주준의 말에 난 머뭇거렸다.
뭔 얘기를 하려고?
벌써부터 수작이 들어오는건가?
“어… 가능은 합니다만 긴 시간을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까 전 정 어르신께서 회의가 끝나면 찾아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그리 많은 시간을 뺏지는 않을 걸세.”
조조와 나의 관계를 이용해서 뭔가 하려는 것일까?
일단은 들어보자.
난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뒤를 따랐다.
도착한 곳은 관청의 뒤에 있는 으슥한 곳이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의 자리에 오고 나서야 주준은 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자네. 언제까지 그리 살텐가?”
“…예?”
뭔 개소리야?
내가 어이없어하자 주준은 내 어깨를 꽉 잡았다.
“시대는 자네같은 영웅을 바라고 있다네. 자네가 우리를 돕는다면…”
“….”
주준은 나에게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자네의 이름은 영원히 충신으로 남을 걸세.”
충신이라.
재밌는 제안이다.
더 할 나위 없는 간신인 나에게 충신으로서 역사에 남을 것이라는 말을 하다니.
아까의 일이 떠올랐다.
내가 조조를 노려봤던 것.
그것을 보고 이렇게 나오는 걸까?
난 주준을 향해 씩 웃었다.
“…정말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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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이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길 기도해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