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13
00313 역사를 마주하면 =========================
“마음대로 하거라.”
“…예?”
조비와 함께 조조를 찾아 조비를 데리고 동구항으로 가겠다고 고했다.
틀림없이 거절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조조는 너무나도 시원스레 허락해버렸다.
그것에 나와 조비 둘 모두 당황했다.
“괜찮겠습니까?”
“물론. 하지만 두가지 조건이 있다.”
“말씀하시지요.”
뭔 조건을 달려고 그러는거지?
조조는 무덤덤한 얼굴로 기다렸다는 듯 조건을 말하기 시작했다.
“말단 병사라도 상관없다고 했겠지? 그렇다면 말단 병사부터 시작한다. 아무런 도움도, 아무런 지원도, 그리고 아무런 호위조차 없을 것이다. 네 스스로 한번 올라가보도록 하거라. 그리고 사위. 사위 역시도 돕지 말게.”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조조의 말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명가의 도련님인 조비가 과연 바닥부터 굴러서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입고 있는 것이나 먹고 있는 것이다 모두 최고급품만을 사용하는 도련님이다.
그런 조비가 버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또 한가지 더.”
“무엇입니까?”
“조가의 사람임을 알리지 말도록. 사위의 부하로 있는 동안 너는 진가의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조비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고 그런 조비를 보며 조조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행여나 나, 혹은 사위에게 그것이 들켰을 시.”
“…..”
“앞으로 너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을 것이다.”
와우.
이건 좀 심한데?
나와의 관계 뿐만 아니라 조가 밑 조가와 연계되는 다른 이와의 관계마저도 모두 숨겨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하고 혼자 힘으로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오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명령이었기에 조비의 얼굴은 딱딱히 굳었다.
“고작 그정도도 하지 못한다면…”
“할 수 있습니다.”
“좋다. 진동장군.”
“명을 받들겠습니다.”
사적으로 장인어른과 사위의 관계가 되었지만 조조는 날 사위가 아닌 직책으로 불렀다.
그 말은 이건 공식적인 명령이라는 것이겠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인 나는 조조의 엄숙한 명을 들었다.
“조가의 아들. 비를 진동장군 휘하의 병사단에 배정하라.”
“알겠습니다.”
“그 중 군역을 사는 일반병 소속으로 임관시킴과 동시에 모든 지원은 기존 부대와 같이 하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또한 모든 추가적인 지원은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이의 특혜가 발견될 시 사공의 명으로 그자의 목을 칠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이정도면 되겠지. 할 수 있겠나?”
좋은 것만 가지고 살아왔던 도련님에게는 상당히 가혹한 것이었다.
과연 조비가 이것을 인정할 수 있을까?
조조의 날카로운 눈빛을 당당히 받던 조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그런 모습에 조조는 나지막히 웃었다.
“나가보도록.”
“예.”
“자네는 잠깐 남게.”
“예.”
조비가 혼자 나가자 조조는 옆에 놓아두었던 술병을 들었다.
잔을 가져와 내 앞에 놓고 거기에 술을 따라 준 그는 자신의 잔에도 따라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그래. 어찌 생각하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 녀석이 갑자기 이렇게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후계자 자리 때문이겠지요.”
“훗.”
조조 역시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조비가 후계자 자리를 노리고 있었던 것을 눈치채고 있었는지 그는 내 대답에도 별반 놀란 기색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한잔의 술을 다 마시고 두번째 잔이 돌았을 때 그는 짧게 혀를 찼다.
“능력도 없으면서 자리만 탐하는 것이라면 무시해버리면 되겠지만. 앙이나 비나. 내 아들이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대단한 재능을 가지고 있지. 그리 생각하지 않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사람의 단적인 모습만 보고 재능이 있니 없니 따지는 능력은 없었다.
내가 아는 것은 삼국지라는 역사 뿐.
그곳에서 이름이 알려질 정도라면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런가? 비 녀석이 언젠가는 저렇게 야심을 드러낼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빠르군.”
“고생이 많으시겠습니다.”
“자네는 생각이 없나?”
조조는 눈을 빛냈다.
조청과 결혼을 하게 된다면 나 역시도 후계자 자리를 다투는데 한발을 걸칠 수 있을 것이다.
그가 그것을 언급하자 난 내 앞에 놓여져 있는 잔의 술을 단번에 들이마셨다.
“관심없습니다.”
조조의 말대로이기는 했지만 괜히 후계자 구도에 껴서 분란을 일으킬 생각은 없었다
난 무덤덤히 대꾸했고 조조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피식 웃었다.
“오오… 이건 또 예상 밖의 이야기군. 왜 그러나?”
“저는 지배자의 자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소의를 쫓는 자. 좋은 지배자가 되려면 대의를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저에게는 그것조차 없습니다.”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이다.
그의 표정은 밝기 그지 없었다.
“그래. 그렇기에 자네를 사위로 끌어들인 것이지. 바뀌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변화가 없구만. 어떻게 보면 좋은 것이고, 또 어떻게 보면 나쁜 것이구만. 흐음… 그럼 자네는 누가 낫다고 생각하는가?”
“지금으로서는 자수 형님을 따를 자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직은 모르는 일이겠지요.”
“앙이는 어렸을 때부터 날 쫓았지. 하지만 정치적인 감각이 별로 없고 잘라내야 할 이를 자르지 못해. 냉혹함이라고 해야 하나? 비정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이 별로 없어. 그에 반해 비 녀석은 달라.”
“그는 잘라야 할 이유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르겠지요.”
“그렇지. 지배자로서 가져야 할 가장 큰 자질이지만… 굉장히 위험한 자질이기도 하지.”
“그렇군요.”
“이번에 비 녀석을 시험해 볼 생각이네.”
“말단에서 시작해서 그가 얼마나 올라갈 수 있는지 확인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래. 그 아이의 가장 큰 재능은 비정함이지. 하지만 그 비정함이 그 아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어. 그것을 이겨낼지, 아니면 거기에 잡혀 평생 그곳에서 머물러야 할지는 그 아이가 버텨내야 하는 일이야. 그것을 확인해주게.”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서 이룰 수 있다면 조비에게 후계자 자격을 주려는 것일까?
그것을 나에게 맡겼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나도 쉽게 조비를 대할 수 없었다.
“말씀드렸지만 저는 자수 형님만한 사람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경쟁은 사람을 발전하게 만들지. 앙이 녀석도 지배자로서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야. 그 부족함을 자네가 보완해주길 바라지만… 만약 내가 원하는 천하가 만들어졌을 때 자네가 항상 앙이의 곁에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지. 앙이 스스로도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을거야. 비가 점점 성장함에 따라 앙이 이상의 능력을 보인다면 그를 후계자로 삼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과연 그것이 가능한 일일까?
난 조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그는 내 시선은 무시한 채 말했다.
“그렇군요.”
“비를 지지하는 자들은 꽤 있지. 만약 이번에 비가 크게 성공한다면 그 아이를 다시 보는 이들도 많아질거야. 그럼 어찌 할 것인가?”
“어떻게든 되겠지요.”
“그 어떻게가 궁금한데.”
“…꼭 들으셔야겠습니까?”
조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빙긋 웃을 분 이었다.
그런 그를 마주하며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칼이 될 생각입니다.”
“그런가.”
조앙이 지배자의 자리에 오르는 것을 방해하는 이들을 베어버릴 칼.
내가 한 말이 무엇인지 눈치 챈 조조는 그저 선선히 웃었다.
“그렇다 하더라도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은… 경쟁의 구도를 만들게 해주게나. 앙이 녀석이라면 비를 충분히 감싸 안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하지만 위험합니다.”
“그런 위험을 견뎌내고 이겨내야 제대로 된 지배자가 될 수 있지. 나라고 하여 항상 꽃길만 걸었던 것은 아니야. 그저 꽃길만 걷는다면… 어떤 지배자가 될지는 자네도 알지 않은가.”
뻔하지.
신하에게 잡아먹혀버리는 멍청한 군주가 될 것이니까.
당장 좋은 견본이 있지 않은가.
몰락하여 동탁에게 휘말리고, 또 이각에게 잡혔다가 결국에는 조조의 손아귀에 들어 온 헌제라는 멍청하고 약한 군주.
“그 말씀은 아버님께서도 자수 형님을 내심 후계자로 인정하고 계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그렇습니까.”
장자이며 특별한 문제 없이 지금까지 잘 해 온 조앙이다.
뜬금없이 그가 후계자 자리에서 탈락할 이유는 없겠지.
조조 역시 조앙을 후계자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조비는 어떡하냐…
삼국지의 역사를 떠올렸다.
조조가 추씨를 탐한 것 때문에 가 사형의 책략으로 조앙은 죽게 된다.
그렇다면 그것을 막는다면 조앙은 별다른 문제 없이 조조의 뒤를 잇는 후계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행이네.
가 사형이라면 충분히 내 말을 들어 줄 것이다.
가후와 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감을 느끼며 난 빙긋 웃었다.
“왜 웃나?”
“이렇게 생각하니 아버님께서도 그저 한명의 아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겠군요. 자식들의 다툼 때문에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것이 참…”
“하하하! 하긴 그렇지. 이럴 때면 사돈이 부럽기까지 하지. 적어도 사돈에게는 이런 고통은 없지 않겠는가. 자식들끼리 서로 이를 드러내며 싸우려는 꼴은 보지 않아도 될테니 말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아주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만.”
“됐네. 이제와서 멈추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렸어. 세력을 와해시키고 황실을 중심으로 세력을 재편하자는 것이겠지? 그런 농담은 하지 말게. 재미 없으니 말야.”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눈치챈 조조는 손사레를 친 후 마지막 술을 입에 털어 넣었다.
“자네가 고생이 많겠군.”
“별 말씀을…”
다 나 좋자고 하는 짓인데.
조조의 말에 난 웃으며 차분히 대꾸했다.
“이제 나가보게. 동구항에는 언제 갈 생각인가?”
“가까운 시일 내에… 내일 주준과 만난 후 그의 이야기를 듣고 움직일 생각입니다.”
“그런가.”
“그들을 어찌 할 생각이십니까?”
왕자복과 장억에 대한 처리는 조조에게 넘겼다.
그가 그들을 가지고 무슨 짓을 할지는 나도 아직 몰랐다.
대충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이번의 일로 황제를 따르는 신하들이 대거 숙청될 것이라는 정도 뿐?
내 질문에 조조는 빙그레 웃었다.
“이걸로 좀 많은 이들을 끌어들여 볼 생각이네.”
“끌어들인다구요?”
“그래. 별다른 힘이 없는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들 중에는 오랜 기간 실무를 해 온 이들이 많아. 그들 모두를 제거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 그러니 쓸 자들은 쓰고, 버릴 자들은 버려야겠지.”
“주준과 황보숭, 동승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오랜 기간 황실을 위해서 일한 이들이지만 그들은 절대로 조조에게 회유될 사람들이 아니었다.
내 질문에 조조는 히죽 웃었다.
“한명은 끌어내릴 생각이네. 너무 위험하거든.”
“그게 누굽니까?”
조조의 입에서 누구의 이름이 나올지 대충 예상이 되었다.
난 그의 입술이 열리는 것을 보며 피식 웃었다.
“황제의 장인인 동승이네. 그를 제거하며 동귀비 역시 끝장내볼 생각이야. 동귀비는 귀인과 궁녀들을 이끄는 자이니… 반드시 없어져야겠지. 황실 내부에도 귀를 심어놔야 하니 말이야.”
“그렇군요…”
“그래. 그런데 궁녀들은 어찌 보충할 생각인가? 황제의 칭얼거림이지만 계속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리고 황실에 궁녀가 적기는 적어. 최소한의 권위를 위해서라도 궁녀는 채워주는 것이 좋지.”
“지금 보충하러 갔지 않습니까.”
“뭐?”
조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서쪽을 가리켰다.
“이각이 데리고 있을 궁녀들을 자수 형님이 데리고 올터이니 너무 걱정마시지요. 그들 속에 몇몇만 넣어두면 됩니다. 황실 자체는 그저 명분을 위한 곳, 그곳에 귀한 집 자식들을 넣을 이유는 없지요.”
“결국은 자수와 중달이 이각을 잡기 전까지는 궁녀를 채우지 말자는 것이군.”
“예.”
“하하… 결국 황제가 궁녀를 얻으려면 앙이를 열심히 응원해야겠군.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자수 형님이 장안을 얻을지 말지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겁니까? 반드시 성공할 것입니다. 다만…”
“마등과 유장, 그리고 황실의 방해가 있을지 의문인가보군.”
“예.”
다 된 밥에 재가 뿌려지는 경우가 아예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사마의가 꼈으니 큰 문제는 없겠지만.
내 걱정에 조조는 빙그레 웃었다.
“바보도 아니고 그만큼 된 일을 실패할 것 같지는 않구만.”
“부디 그러길 빌어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