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60
00360 잘못했어요! =========================
아니 이게 무슨 소리야.
임신이라니!
기쁨보다는 황당함이 더 들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혀를 차고 있는 유 의원을 향해 물었다.
“아니 그게 말이 됩니까!?”
“아니야?”
“아니라고하긴 좀 그렇지만서도 아니 그래도 그렇지. 혹시 오진하신 것 아닙니까?”
내 말에 유 의원은 기가 막히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내 의원생활 모두와 그동안 내가 사람들을 진맥한 이 손모가지를 걸지. 쫄리면 아니라고 해보시든가.”
싸늘하다.
유 의원이 시선이 비수가 되어 꽂힌다.
무지하게 쫄려서 아니라고 못하겠다.
근데 이렇게 쉽게 되는거야?
영이랑은 그렇게 했는데도 임신하는게 쉽지 않았는데?
내가 어이없어하자 유 의원은 내 어깨를 가볍게 쳤다.
“영이 생각하는 모양인데. 원래 많이 어리면 임신이 쉽지가 않아요. 진동장군님.”
“아, 아으…”
얘한테 뭔가 기대하기는 글렀군.
얼굴이 새빨개진 채 공황상태에 빠진 청이는 입술만 달짝거릴 뿐 이었다.
“임신에 관련해서 스승님과 예전에 토론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남자와 다르게 여자는 준비할 시간이 있다고 하더군. 왜. 성교육이라도 해주랴?”
빈정거리듯 말하는 그를 향해 나와 조청은 아무런 말도 꺼내지 못했다.
“믿기 싫으면 믿지 말고 얘 막 굴려서 유산이라도…”
“안됩니다!”
드디어 청이가 입을 열었다.
그녀가 다급한 표정으로 말하자 유 의원은 씩 웃었다.
“들었지?”
“하아아… 어쩌죠?”
“내가 보기에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얘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차!
엄청난 실수를!
너무 당황해서 잊고 있었다.
난 고개를 돌려서 청이를 보았다.
내 시선에 그녀는 차마 고개를 못들고 있었다.
“청아.”
“예? 예에?”
“채, 책임질게.”
아니 이게 아니라.
“고마워.”
“제, 제.. 제가 더 고맙지요.”
청이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버지가 알면 기뻐하실까 화를 내실까.
분명히 기쁜 일인데 마냥 기뻐할 수 없는 것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
“어…그게.”
말 나온김에 바로 아버지에게 갔다.
청이가 임신했습니다.
이 한마디만으로 분위기는 요상하게 흘러갔다.
“아들아.”
“예?”
“네가 어렸을 때, 그러니까 열살때 나무에서 떨어진 이후로 큰 사고를 치지 않았지.”
“그, 그랬죠.”
예상 밖으로 침착하신 아버지의 모습에 난 그나마 안도했다.
다행이다.
화는 안내시는구나.
“그런데 이런 사고를 치다니. 이 애비는 가슴이 찢어질 것 같구나.”
“…..”
다행이 아니구나.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조공을 만나서 뭐라 말씀을 드려야 할지…”
“아니 그건 제가…”
“넌 다물고 있거라.”
“예.”
지은 죄가 있으니 뭐라고 하겠나.
아무리 결혼을 할 사이라고 하지만 시집도 안간, 그것도 그냥 일반 백성도 아닌 사공의 딸을 임신시킨거다.
아버지는 날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고 청이에게 눈을 돌렸다.
날 갈구는 아버지의 기세에 눌려 잔뜩 주눅이 들어 있던 청이는 아버지의 시선에 꽂히자 움찔하며 더더욱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네가 죄송할 것은 없지. 어차피 저 녀석이 꼬신 것 아니겠느냐.”
심히 억울하지만 입 다물었다.
“아니 그게… 장군, 아니 서방님은 아무런 잘못이…”
“벌써부터 챙기는 것이냐? 그리 하지 않아도 좋다.”
“그게 아니라…”
“괜찮다. 네 마음을 다 알고 있으니까.”
이상하다.
나 아버지한테 신뢰받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아버지는 나를 다시 한번 한심하다는 듯 응시했고 그 시선에 난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이야~ 날씨 좋네~”
“쯧쯧. 진동장군씩이나 된 놈이… 이런 사고를 치다니. 이제 아비가 되는 놈에게 회초리질을 할 수도 없고. 하아. 이거 사공을 볼 면목이 없구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네가 왜 죄송하느냐. 괜찮다. 그래도 진가에 있어서는 경사나 다름없구나. 영이도 임신을 했는데 너까지 임신을 하다니. 손이 귀한 진가에 복이 오는구나. 고맙다. 아가.”
“예에…”
청이는 거의 눈물까지 글썽거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아버지는 청이가 며느리가 될 예정이라고 하지만 단 한번도 그녀에게 저렇게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다.
공과 사를 굉장히 중요시여기는 아버지다.
청이가 관직이 없었다면 모를까 관직이 있는 상황인 만큼 함부로 그녀를 대하지 않았었다.
그것 때문에 섭섭한 감정이 있었던 청이가 결국 눈물을 주륵 흘려버리자 아버지는 당황하며 날 보았다.
“네 아내가 우는데 어쩔 생각이냐.”
“울지마. 네가 울면 나도 울고 싶잖아.”
진짜 울고 싶은 건 난데.
청이의 손을 잡아주자 그녀는 끅끅거리며 겨우 울음을 참아내었다.
“아무튼… 허도에 간다고 했지? 같이 가자꾸나. 나도 가서 조공… 아니, 사돈께 무릎이라도 꿇고 같이 사죄를 드리는 수 밖에.”
“아니 아버지께서 그러실 필요까지는…”
“시끄럽다. 넌 가만히 있거라.”
“네.”
그냥 얌전히 있자.
나에게는 잔소리, 청이에게는 덕담.
명백히 편애를 보인 아버지와의 만남을 끝내고 난 청이와 함께 걸었다.
뭐라고 말을 해야하나…
“일단… 너는 허도에 가면 당분간 허도에 있어.”
임신을 하면 원래 친정에 가 있는 것이 옳다.
내 말에 청이는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고당항에서의 일이…”
“일같은 소리 하지 말고 몸이나 잘 추스려. 허도에 가자마자 바로 결혼식 올리고… 하. 신혼생활따위는 없겠구만.”
나야 영이랑 알콩달콩한 신혼생활을 겪었지만 청이는 그런 것도 없이 바로 임신이다.
난 쓰게 웃으며 그녀를 보았다.
혹시 그것에 불만을 가지진 않을까 불안했지만 청이의 얼굴에는 웃음 밖에 없었다.
“헤헤헤…”
“좋냐? 응?”
“좋지요~”
당장 허도에 가서 뭐라고 변명을 해야 할지도 문제지만 청이는 마냥 좋아보였다.
자꾸만 히죽거리는 청이를 보니 나도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에휴. 축복이라면 축복이지.”
“그러게요. 진가의 앞날은 밝겠네요.”
“끙. 아무튼… 미안… 은 아니고. 고맙다는 말 밖에 할게 없네.”
“후후후~”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려 하는 그녀의 팔을 잡아주었다.
이 배에 내 새끼가 자라고 있다는 거지?
그녀의 배를 살짝 만져보았다.
그것에 청이는 생긋 웃었고 난 그녀를 보며 말했다.
“너 앞으로는 술 먹지 마라.”
“예? 하지만.”
“임신했을때 쓸데없는 짓은 하지 마. 어휴… 서주에 계신 화타 선생을 모셔야겠네. 허도에 있는 의원들이라고 해봐야 화타 선생만 못할테니까.”
“화타 선생님이시라면 믿을 수 있지요.”
그동안 화타와 쌓아 둔 인맥이 여기서 빛을 발하겠구나.
난 청이를 위해서 해줄 일을 곰곰히 생각했다.
그런 와중에 마련된 청이의 방에 도착했고 난 그녀의 손을 놓아주며 말했다.
“푹 쉬어.”
“예~ 서방님도요~”
이런 모습을 보면 날 덥칠 때 보여줬던 그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
마냥 순진해보이는 청이를 향해 가볍게 인사를 해 준 나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터덜터덜 걸어나왔다.
일단 영이에게 가자.
몇번 꼬집히더라도 빨리 말하는게 낫겠지.
영이가 있는 안채로 들어가 그녀의 방쪽을 보았다.
아직 자고 있지 않은 듯 보였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영이가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촛불을 밝힌 채 책을 읽고 있던 영이는 내가 들어오자 방긋 웃었다.
“어서와요. 후후. 당신이 옆에 있으니까 좋네요.”
“으, 으응.”
조조보다 영이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가 걱정이다.
내가 머뭇거리자 그녀는 고개를 귀엽게 갸웃거렸다.
“무슨 할말이라도 있어요?”
“아니. 그게 뭐라고 해야하나…”
“후후후… 당신이 이렇게 머뭇거리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네요. 항상 자신만만한 사람이 왜 그러실까? 이리 와요. 머리 쓰다듬어 줄게.”
영이의 옆으로 가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천천히 자리를 만들어 침상에 여유를 만들어낸 그녀가 침상을 탁탁 치자 난 거기에 앉아 살며시 누웠다.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만지는 그녀의 손길이 좋았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봐요.”
“화 안내면.”
“들어보구요.”
“…..”
역시 만만하지 않구나.
전혀 틈을 보이지 않는 영이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검고 깊은 눈동자.
그 눈동자를 응시하던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청이가 임신했… 으아아악!!”
“지금 뭐라고 했어요?”
“머리! 머리! 머리 빠져!”
머리칼을 쓰다듬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무섭다!
오래간만에 영이의 감정없는 목소리를 들었더니 정신이 확 든다.
머리채의 안전을 위해서도 영이를 설득하고 진정시켜야 한다.
“…..”
그런데 어떻게 진정시키지?
난 영이의 배를 가리키며 말했다.
“흥분하고 화내면 애한테 안좋아!”
“전혀 흥분하지 않았으니까 알아듣게 설명해봐요.”
이거 안통하네.
“아니 그게…”
“…..”
“어쩌다 보니… 으아아악!!”
“후…후후후.”
진짜 무섭다!
난 힐끔 영이의 눈을 보았고 허겁지겁 시선을 돌렸다.
촛점없는 눈을 한 채 전혀 웃지 않는 얼굴로 웃음을 뱉어내는 그녀의 모습에 놀라며 난 다급히 말했다.
“아니 그게 술먹고 실수로…”
“좋아요.”
“…응?”
머리를 잡고 있던 손이 놓여졌다.
난 황급히 머리를 빼내었다.
흑흑.
하마터면 대머리 될 뻔 했네.
“어… 화풀린거야?”
“당연하죠. 당신이 잘못한게 뭐 있겠어요? 청이 고것이 꼬셨겠죠. 요망한 계집애 같으니라고.”
여전히 눈에 촛점을 담지 않은 채 영이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이렇게 된 이상 독을 써서…”
“워워. 진정해. 진정하라고.”
“충분히 진정하고 있는걸요. 아무리 당신과 결혼이 예정되어 있는 사이라지만 결혼식도 치루지 않은 채 임신이라니. 용서 할 수 없네요.”
“저기… 영아?”
술먹은 청이도 무섭지만 진짜 무서운 것은 역시 영이다.
오래간만에 영이의 이런 모습에 두려워진 내가 부르르 몸을 떨자 그녀는 싱긋 웃었다.
“후훗. 농담이에요.”
“응?”
“아무리 그래도 제가 첫번째라는 것은 변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렇죠?”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무조건 기자.
영이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난 조심스레 대꾸했고 영이는 그제서야 눈에 촛점을 맞춘 후 빙긋 웃었다.
“그나저나 신기하네요. 저는 임신하기 위해서 꽤 시간이 걸렸는데… 이렇게 짧은 시간에 임신을 하다니. 그녀가 더 좋은 것은 아니겠죠?”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저에게 있어서는 영 아가씨가 최고입니다. 영 아가씨 말고 다른 여자는…”
“다른 여자를 임신시켜놓고선.”
그냥 다물고 있자.
영이는 피식 웃은 후 차분히 말했다.
“솔직히 말해봐요. 청이가 더 좋았나요? 아니면 그녀와 더 궁합이 잘 맞는 건가?”
“어. 아니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나도 이상해서 유 의원님한테 여쭤봤는데 하시는 말씀이 임신을 하는데는 남자도 중요하지만 여자의 몸도 중요하다고 하더라고. 너 나보다 어리잖아. 어린게 좋긴 하지만 너무 어리면 임신이 그리 쉽지 않은가봐.”
“그런가요? 신기하네요. 그런 이야기는 사마가의 비고에도 없던 이야긴데.”
“화타 선생과의 토론에서 그런 결과가 나왔나보더라고. 유 의원님도 그렇고 화타 선생도 그렇고 다들 백성들을 많이 진료하시는 분들이니까. 그동안의 연구결과겠지.”
“그렇군요… 다행이네요.”
유 의원에게 이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면 난 아무런 말도 못했을거고 영이는 극대노했겠지.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유 의원님.
내가 한시름 덜자 영이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나저나 문제네요.”
“뭐가?”
“청이가 몸조리를 할 곳. 저도 이제 몇달 후면 산달인데… 이곳에서 돌볼 수는 없잖아요?”
“그렇긴 하지. 그래서 허도에 보내 놓을 생각이야.”
“허도…”
허도의 말을 꺼내자 영이는 다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허도도 마냥 안전하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은데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유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더군요. 거기에… 만약 장수가 유표와 손을 잡기라도 한다면… 아니, 그냥 장수가 유표의 움직임을 방관이라도 한다면… 허도를 노린 전투가 시작될지도 모르는데… 산양군을 지원하기 위해서 허도에서 병력이 빠졌어요. 그리고 다른 군에서도 보내주었고. 당장 북쪽에서는 장연이 내려온다고 해서 낙양의 지원도 힘들텐데. 오히려 그곳이 더 불안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