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61
00361 잘못했어요! =========================
“…..”
영이의 말도 틀린 것은 없었다.
“초군과 패군은 움직이지 않았잖아. 그리고… 지원 정도는 다른 곳에서도 있을 것 같고.”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사실이네요. 산양군이야 서주의 지원을 곧장 받을 수 있으니 괜찮지만. 오히려 허도가 더 불안할 것 같네요.”
“그래서?”
“그러니까 왜 지금 임신을 시키셨어요. 조금만 늦었어도 좋았을 것을.”
영이의 타박에 난 고개를 숙였다.
아니 이게 내가 청이를 임신시켜야겠다! 라고 생각하고 한게 아니잖아.
내가 아무런 말도 못하자 그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고 여기에 둘 수는 없으니… 허도 밖에 답이 없지만 그래도 씁쓸하군요. 당장 황제측의 문제도 아직 해결이 못된 것 같은데.”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왕자복의 심문은 끝냈지만 그는 끝까지 자백을 하지 않았다고 하네요. 결국 동승과 그와 관련된 황가의 신료들 몇몇만을 삭탈관직하는 정도 밖에 되지 못했다고 해요.”
“허어…”
대단하다.
조조의 고문을 이겨내고 자기 신념을 지켜내다니.
정말 쓰잘데기 없는거에 목숨을 거는 사람이었구나.
“장억? 그 사람은 손관이라는 사람에 의해서 처형당했다고 해요.”
“그런데 넌 그런 거 어떻게 알아?”
“저 나름대로의 정보망이 있으니까요. 사마가를 얕보지 말라구요.”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그녀의 모습에 난 웃어버렸다.
너무 사랑스럽다.
살며시 안아 준 후 입맞춘 나는 영이의 볼을 만지작거리며 물었다.
“그럼 어떤게 나을까?”
“어차피 허도를 가기는 해야 하잖아요. 그렇지만 서방님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지금 당장은 자중해야 하는 시기이니까…”
“아버님이나 자수 형님이 적들을 물리칠때까지는 말이지.”
“예.”
영특한 영이라 그런지 이미 상황을 알고 있었나보다.
지금 우리의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무엇을 해야하는지.
영이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청이와 결혼을 하고 곧장 산양군으로 돌아올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오래간만에 같이 자고 싶지만 임신한 영이가 편하게 자려면 내가 있는 것보다는 그녀 혼자 자는게 나았다.
“잠들때까지 있어줄까?”
“그래 줄래요?”
방긋 웃은 영이의 손을 잡은 채 몸을 일으켰다.
보던 책을 덮어 놓은 영이가 눈을 감고 새근새근 잠들때까지 그녀의 곁에서 지켜주었다.
잠든 얼굴만 보면 사랑스럽기 그지 없는데.
왜 나랑 엮이는 애들은 이렇게 한두가지씩 무서운게 있을까?
“…이거 걔도 그러는 거 아니야?”
교완.
강남 쪽에 대한 공략을 위해서 교완과 결혼하고 명가인 교가와 맺어져 주변의 호족 및 명사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정략결혼이다.
“불안하구만.”
정략결혼이라고 해서 소 닭보듯 대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잘 지낼 수 있다면 잘 지내는 것이 좋지.
왜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가화만사성이라고.
“그래도 걱정이구만…”
다행히 영이가 크게 화를 내지 않은 것에 안도하면서 난 편히 잠든 영이에게 이불을 제대로 덮어 준 후 내 방으로 향했다.
다음날이 되자마자 바로 허도로 떠날 준비를 시작했다.
시간을 오래 지체할 수는 없었다.
하루 쉰 것만으로 여행의 피로가 모두 풀린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
“다녀오세요.”
“응. 갔다올게.”
영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제는 거동하는게 꽤 힘들어진 영이가 기어코 관아의 정문 앞까지 나왔다.
옆에 서 있는 장모님의 시선이 따갑다.
“자, 장모님?”
“잘 다녀오게나.”
“…..”
올때 좋은 선물이라도 사와야겠네.
임신한 아내를 두고 얼마 있지도 않은 채 허도로 가버리는 내가 고울리 없겠지.
이해는 하지만 마음으로 쉽게 받아들이기는 힘들어 하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나는 쓰게 웃으며 허리를 숙였다.
“다녀오겠습니다. 올때 좋은 선물을 가지고 올게요.”
“몸 조심하게. 사위가 다치기라도 한다면 우리 영이는…”
“걱정마시길. 영아. 다녀올게.”
“네.”
희미하게 웃으며 배웅하는 그녀였다.
영이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을 때 요화를 도와 짐을 꾸린 교완은 나에게 다가온 후 빙긋 웃으며 귓속말을 건넸다.
“다음에는 전가요?”
“…..”
요망한 것.
내 귓가에 바람을 불어 넣어 준 그녀가 꺄르륵 웃으며 영이의 곁으로 가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째 여난의 기미가 보이는데.
허도에 가면 어떻게 액땜이라도 해야 하나 싶었다.
“가자.”
청이의 임신 때문에 조조에게 사죄를 하려고 아버지도 마차에 같이 탔다.
음…
둘이 가면서 좀 이른 신혼 기분이라도 만끽할까 했는데.
다 글러먹었구만.
“도련님. 부디 몸 조심하십시요.”
“그래. 야. 진짜 너만 믿는다.”
영이의 호위로 우금도 있었지만 그래도 요화만 못하지.
그의 어깨를 꽉 잡아주며 진심으로 말했다.
아직 원술의 잔당들이 근처에 있는 것이라면 안심하기는 어려웠다.
물론 군사의 수는 늘어났고 그들이 깽판을 칠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다.
요화라면 잘 해내줄 수 있겠지.
내 말에 그는 씩 웃으며 내가 사온 검을 들어 올렸다.
하북의 강철로 만든 좋은 검이다.
“이 검이 부러지더라도 저는 부러지지 않을 것입니다. 안심하십쇼.”
“하하. 부탁할게.”
든든하다.
실제 싸움 실력은 감녕이나 장합, 서황보다 모자를지는 몰라도 만약 단 한명에게 목숨을 맡겨야 한다면 아마 요화에게 맡기지 않을까 싶었다.
우직한 그의 모습을 보며 씩 웃은 나는 요화의 옆에 서 있는 정이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준 후 마차에 올랐다.
“혹시 화타 선생께서 오시면 허도로 가는 지원은 잘 해드려.”
서주로 서찰은 보내놨으니 특별한 일이 없다면 바로 허도로 와줄 것이다.
특히나 장안에서 퍼지고 있는 약에 대한 것도 적어 놨으니 그 위험성을 알고 있는 화타라면 반드시 와주겠지.
내 말에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마십쇼.”
“그럼 간다.”
내가 마차에 오르자 마차는 흔들렸다.
창 밖으로 보이는 산양군의 풍경을 보면서 난 근심스러워하는 아버지를 보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사돈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하는 거다. 후우… 아무래도 크게 뭐라고 하지는 않으시겠지만… 그래도.”
상대가 조조이니 배째라는 소리도 못하겠다.
아버지의 걱정에 청이는 머뭇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저도 같이 사죄를 드릴터이니…”
“너는 끼지 말거라. 이런 일은 남자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이니까.”
아버지가 날 탓하는 것에 청이는 차마 날 쳐다보지도 못했다.
그래.
너도 잘못 있는 거 알지?
“그냥 가서 바로 무릎 꿇는게 어떨까요?”
“하아… 차라리 그걸로 풀렸으면 얼마나 좋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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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지 않소?”
임시로 서주목 자리에 앉아 있던 하후연은 화타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다니요?”
명사이며 천하에 신의로 이름을 날리는 이다.
그와 동시에 진유하와 함께 마마를 막은 위대한 이로서 이름을 알리고 있는 화타인 만큼 하후연이라고 하더라도 쉽게 하대할 수 없었다.
꽤나 백발이 늘어나 있는 화타는 하후연의 반문에 한숨을 내쉬었다.
“이 보고서를 보시오.”
“그리 말씀하셔도…”
조조가 서주를 영역으로 삼게 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서주의 상태를 나타내는 보고서였다.
각 군과 군에 소속된 현.
그리고 현에 소속된 마을까지.
서주의 지원을 받으며 좀 더 여유롭게 서주 내를 돌며 병자들을 치료할 수 있었던 화타가 뜬금없이 나타나 그것을 보여달라고 하고, 또 그것을 가지고 와 이렇게 내미는 것이었다.
하후연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자 화타는 답답했는지 가슴을 툭툭 쳤다.
“아니 이걸 보라니까! 거기 말고! 자넨 그래가지고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그게… 하하. 죄송합니다. 아시겠지만 저는 장수이지 정치가나 책사가 아니라서… 정치적인 식견을 말씀하시려면… 팽성의 진군이라도 불러드릴까요?”
“그런게 아니야. 잘 보게. 정치적인 관점이나 정책을 이야기하자는 게 아니니까. 순수하게 수를 가지고 이야기하려는 거니까 말야. 이게 도겸이 서주목으로 있을 때 것이고 이게 지금의 것이네.”
세금 수입과 더불어 각 지역의 호구수, 그리고 역병 및 전염병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제 수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그거야 당연하겠지. 병사로 차출되며 전투를 치루는 일이 종종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닐세.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거야.”
“흐음…”
화타가 가리킨 곳을 보았다.
그곳을 천천히 읽어보던 하후연은 짙은 눈썹을 꿈틀거린 후 다른 보고서들도 살폈다.
여기저기를 뒤적거리던 그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워하며 화타를 보았다.
“이건…”
“이상하지?”
“그러게 말입니다. 이상하게… 병사하는 사람들이 줄었고, 거기에 아이들의 생존률이 늘어났군요. 거기에… 노인들의 사망률이 많이 줄었습니다.”
“거기에 역병의 발병도 대폭 감소되었어. 진유하가 서주를 관리하고 난 이후부터 지금까지. 역병이 돈 적은 그때 마마가 끝이고 그 이외에는 손에 꼽을 정도야. 아무리 관리가 잘된다 하더라도 이건 좀 이상해.”
“나쁠 것은 없지 않습니까.”
화타의 말에 하후연은 웃으며 말했다.
역병이 돌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죽지 않는다고?
그럼 좋은 것이 아닌가.
그런 그의 말에 화타는 어이없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래서 싸움만 하는 무장들은… 이보게. 이건 청주의 서복이 보내 준 것이고 이건 엄백호가 보내 준 것일세.”
“흐음…”
“다른 곳에서는 다른 해와 비교해도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아. 이상하게 서주 일대와 연주의 몇몇 군에서 백성들의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아니 이런 식이라면… 십년, 아니 오년만 지나면 서주의 인구가 연주와 사예주를 합한 것보다 훨씬 늘어날지도 모르지. 이건 장담하지. 훨씬 늘어날 것일세.”
“…..”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모르는 건가?”
“서주에서 일어나는 이 기현상의 이유를 알아내면… 다른 곳의 인구수도 늘릴 수 있다는 겁니까?”
“그렇지!”
화타는 무릎을 치며 고개를 끄덕였고 하후연 역시 심각한 표정이 되었다.
인구의 수가 증가한다는 것은 지배자 입장에서 무척이나 좋은 일이다.
사람이 늘어나면 세금을 낼 사람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군역이나 부역을 질 사람이 늘어난다.
물론 사람이 늘어감에 따라 소모되는 식량, 그리고 그들에게 분배해야 하는 좋은 땅이 줄어들기는 하지만 경작지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으니 오히려 감사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천하 전체가 아닌 일부만 이렇게 된다는 것은 무언가 정책상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었다.
하후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화타를 보았다.
“어찌 생각하십니까?”
“글쎄… 유하 그 녀석이 워낙 많이 일을 벌려놔서… 의심가는 것이 한둘이 아니야. 이걸 알아봐야겠군.”
“하지만 조카 사위는 지금 고당항에 있을텐데… 아시겠지만 그곳은 기주와 근접한 곳이라 위험합니다.”
화타는 의원이다.
그것도 그냥 의원이 아닌 신의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다.
목숨의 가치에 경중이 있다고 생각하는 하후연으로서는 화타를 그런 곳에 쉽게 보낼 수 없었다.
“호위라도 붙여주겠나?”
“끙. 하지만 지금은…”
마땅히 뺄 만한 사람이 없었다.
언제 원소와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호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사람이 없었던 하후연이 난감해하자 화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냥 병사들이나 내어주시게.”
“알겠습니다. 서주의 정예병 일천을 붙여드리지요. 방향은 산양군을 통해 태산군을 지나시면 바로 가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태산군? 거기에는 항구가 없잖은가.”
“있습니다.”
화타라면 진유하와 오랫동안 연을 맺은데다가 서주를 위해서도 많은 일을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충분히 기밀을 말해도 괜찮다고 생각한 하후연이 웃으며 말하자 그는 고개를 갸웃거린 후 대꾸했다.
“그런가? 난 잘 모르겠네만. 아무튼 고맙네.”
“별 말씀을. 부디 몸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그래.”
하후연과의 만남을 마치고 나오며 화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기이한 녀석이다.
마마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더러 자신조차 어찌 하지 못한, 아이들이 젖을 먹지 못하고 죽어버려 이제는 그냥 귀신이 들려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병의 해결법까지 알고 있는 녀석이다.
진유하의 후임으로 조앙이 부임했지만 그는 따로 진유하가 서주에서 펼친 정책들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임시 서주목이 된 하후연 역시 정치가가 아니었기에 따로 정책을 시행하는 대신 그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었다.
“이것 역시 그 녀석의 짓인가… 하. 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