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63
00363 잘못했어요! =========================
내 말을 들은 조조는 벌떡 일어나서 다가왔다.
“다시 한번 말해봐. 뭐가 어쨌다고?”
분위기가 요상한데!?
난 그의 시선을 살짝 회피하며 조심스레 대꾸했다.
“청이가 임신을… 켁!”
“그게 무슨 소리야!”
“자, 장인어른. 고정하시고…”
“사공! 왜 이러십니까!”
“아버님!”
“사돈!”
내 멱살을 잡은 조조는 인상을 왕창 구기고 있었다.
“아! 놔봐! 좀! 야!! 아직 시집도 안간 애를…! 응!? 너 이자식. 오늘 너 죽고 나 죽자!”
지금까지 나에게 항상 웃으며 차분한 태도를 보이던 조조라고는 절대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흥분한 모습이었다.
망했다.
그냥 술 안마셨을 때 얘기할 걸 그랬나?
이유하의 기억에 있던 것처럼 개꿀잼 몰카라고 하고 춤이라도 춰야하나?
어떻게 변명을 해야 할지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조조와 얼굴이 가까워진 나는 그에게서 풍겨지는 술냄새에 움찔하며 눈을 돌린 채 말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무리 내가 설득과 교섭에 능하다고 하지만 분노한 아버지를 설득하는 것은 무리다.
그리고 지금 발생된 이 상황은 누가봐도 내가 잘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나만 잘못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여기서 어떻게 ‘청이가 절 덥쳤어요!’ 라고 하겠냐.
그냥 납작 업드리고 죽었다 빌자.
“사돈!”
“사공!”
“아버님!!”
“아! 이 자식아! 아오!!”
씩씩거리며 화를 내던 조조가 결국 내 멱살을 놔주고 자리로 돌아가자 난 보는 이로 하여금 ‘아 쟤가 지 잘못은 아는구나.’ 싶을 정도로 최대한 죄송한 몸짓을 보였다.
조조의 상태를 살피려고 힐끔힐끔 눈치를 보았다.
그런 나와 눈이 마주친 그는 이를 드러내며 싸늘히 말했다.
“뭐 할 말 있어?”
“아, 아뇨.”
잽싸게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
지금 배째라고 나갔다간 진짜 배 쨀 분위기다.
“사돈. 죄송합니다. 제가 아들 놈의 교육을 잘못시킨 죄입니다. 제가 죄인입니다.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아버님! 제가, 제가 잘못…”
“사공. 너무 그리 화내지 마십시요. 유하가 물론 젊은 혈기가 넘쳐서 청이를 그렇게 하기는 했지만.”
순욱까지 지원해준다.
고마워요! 순 선생님!
다음에 술 한번 살게요!
저번에 유비의 일로 쌓였던 앙금이 풀려나간다.
필사적으로 조조를 말리려 하는 순욱을 훈훈하게 바라보던 나는 씩씩거리던 조조가 날 노려보자 황급히 다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청이는 반드시 제가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아니 행복이고 자시고! 그걸 못기다려서…!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더니… 네가 그럴 줄은 몰랐다!”
“아까 이해해주신다면서요!”
“그건 아니지! 자식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조조는 나에게 이런 식으로 화를 낸 적이 없었다.
그것에 내가 당황하며 바라보자 조조는 눈썹을 꿈틀거리며 소리쳤다.
“뭐! 내가 화내는게 잘못됐냐!? 응!?”
“아뇨. 아닙니다. 지당하신 분노이십니다.”
내가 뭔 말을 하겠냐.
다시 업드려서 빌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말리고 청이가 말리고 순욱이 말린다.
그리고 내가 죽었다 생각하고 빌고 있자 조조는 씩씩거리다가 자신의 잔에 술을 잔뜩 따랐다.
“어이구! 속터져!”
“자자. 사돈. 너무 그러지마십시요. 청이는 제가 딸처럼 잘…”
“사돈은 조용히 하십쇼.”
“네.”
아버지의 가세도 도움이 못되는구나.
죄송합니다. 아버지.
못난 아들 때문에…
순욱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간신히 웃어보이며 조조를 만류했다.
“사공. 너무 그러지 마십시요. 청이도 그렇고 진동장군도 그렇고. 서로 좋아해서 한 것이잖습니까. 어차피 결혼을 할 사이인데… 오히려 더 좋은 것 아닙니까?”
“자네는 닥치게.”
“예.”
애써 웃으며 말리려던 순욱은 조조의 싸늘한 말에 조용히 뒤로 물러났다.
조조에게 나만큼이나 신뢰를 듬뿍 받고 있는 순욱마저도 순살되어버렸다.
조조는 연거푸 세잔이나 화신주를 마신 후 빈 병을 뒤로 휙 던지고 나서야 내 옆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청이를 바라보았다.
“너!”
“네!?”
지은 죄가 있는 청이도 움찔하며 조조를 보았다.
그런 그녀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조조는 씩씩거리다가 한숨을 푹 내쉬고 부들부들 떨며 말했다.
“청이 너는 방에 가 있거라.”
“하, 하지만 아버님.”
“시끄럽다! 가라면 당장 갈 것이지 뭘 잘했다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청이 역시 군소리 못하고 나가버렸다.
그녀가 나가고 침묵이 이어졌다.
혼자서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한 조조.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들릴 것 같다.
다들 긴장해서 침만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와중에 한병의 술을 다 마신 조조는 옆에서 어쩔 줄 몰라하던 순욱이 잽싸게 술병을 교환해주자 그것을 잡은 후 싸늘히 말했다.
“어이. 사위.”
“네!”
“이리 와봐.”
설마 그 술병으로 때리지는 않겠지?
오늘 뚝배기 부서지는 건가?
난 긴장한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꽤 오랜 시간 무릎을 꿇고 있어서 그런지 다리가 저린다.
그래도 잽싸게 조조의 옆으로 갔고 조조는 나에게 커다란 대접을 내밀었다.
“마셔.”
“예? 아. 예.”
대접 가득 따라지는 죽엽청.
그래도 화신주가 아닌게 어디냐.
가득 담겨 있는 죽엽청을 조금씩 마셨다.
술이 약한 나다.
간신히 한대접의 죽엽청을 다 마셨을 때 조조는 다시 한번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저… 장인어른? 제가 술이 약…”
“마셔.”
“네.”
눈빛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면 난 이미 능지처참 당해 죽었을거다.
그의 시선을 간신히 피하고 다시 한번 술을 마셨다.
목구멍이 타들어갈 것 같네.
겨우 두 대접의 죽엽청을 다 마신 나는 올라올 것 같은 것을 겨우 억누르고 고개를 숙였다.
무언가 생각하기라도 하는 지, 조조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냥 이대로 잠들어버려라.
하지만 그는 내 기대는 여지없이 박살내버린 후 술병을 들었다.
헉.
이제 한곈데.
하지만 다행스럽게 그는 술병을 나에게 줄 뿐 이었다.
“따라.”
“넵.”
조조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그것을 단번에 마신 그는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날 바라보았다.
설마 던지지는 않겠지?
그가 고민하는 듯 하자 난 몸을 풀었다.
과연 피할 수 있을까.
“사위.”
“말씀하십시요. 장인어른.”
“…좋았나?”
“예?”
“내 딸이 그리 좋았냐고.”
“…..”
뭐라고 답해야하지?
빠르게 머리를 굴려보았다.
끝내줬습니다. 라고 하면 저 술잔은 분명히 날아올거다.
아뇨. 그다지.. 라고 하면 저 술병으로 내 머리를 때릴거다.
이거 뭘 선택해도 맞는걸로 가는데?
답은 하나다.
“잘못했습니다.”
“내가 지금 그걸 묻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내 딸이 그리 좋았냐고 묻는거지.”
아무래도 술병보다야 술잔이 낫겠지?
난 머뭇거리다가 최대한 공손히 답했다.
“다, 당연히 청이를 좋아하지요.”
“정략혼이나 다름없는데?”
“정략혼이든 아니든 어쨌든 청이는 절 그렇게 위해주는데 싫어할리 없잖습니까.”
“그렇게 위해주는 청이를 이런 난감한 상황에 빠트리고 싶었나?
와나.
뭔 말을 해도 욕을 먹겠구나.
이유하의 기억에 있던 대한민국의 군대를 떠올렸다.
무슨 말을 해도 갈굼을 먹었던 그때.
딱 지금 그 상황 같았다.
그때 그는 어쨌지?
“죄송합니다.”
그래. 그냥 빌었지.
예전 일이 떠올랐다.
이유하의 기억에 휩쓸리지 말고 그의 기억을 이용하라고 하셨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래.
이용하자.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에 빠졌을 때의 이유하의 기억을.
“제가 다 잘못했습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알긴 아는구만.”
다행이다.
확실히 도움이 되긴 하는구나!
조조가 잔을 내밀자 그의 잔에 다시 술을 따라주었다.
비어버린 술병을 옆에 내려 놓자 순욱은 나에게 술병을 건네주었다.
“내가 이리 나오는게 섭섭한가?”
“아유~ 아닙니다. 이리 진노하시는 것은 당연하신 일입니다. 제가 어찌…”
“흠. 그래도 변명을 하지는 않으니 그나마 낫군. 그래. 남자라면 자기 잘못을 시인할 줄도 알아야지.”
좀 풀렸나?
아까와 다르게 흥분하기보다는 조금 가라앉은 듯한 그는 술을 반쯤 마신 후 물었다.
“그래도 자네가 이렇게 사고를 칠 줄은 몰랐어.”
풀렸나보다.
한풀 꺽인 그의 반응에 나와 아버지, 그리고 순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이렇게 끝나는게 어디냐.
난 병을 든 채 공손히 말했다.
“장인어른의 심려를 끼쳐드려서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됐네. 참나.”
“…..”
“진찰은 제대로 받은 것인가?”
“예. 화타 선생의 제자인 유 의원에게 진맥을 맡겼습니다.”
“화타 선생이라… 자네와 함께 마마를 막은 신의를 말하는 것이겠지.”
“네. 그리고 선생께 부탁을 드려 청이가 출산을 할 때까지 허도에 머물러 달라 부탁을 드렸습니다. 제 부탁이니 큰 일이 없으시면 들어주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화타라…”
조조는 작게 중얼거린 후 나머지 술을 단번에 마셨다.
그의 잔이 비워지자 다시 한번 술을 따랐다.
“청이를 허도에 머물게 할 생각인가?”
“예. 산양군에 머물게 해볼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무래도 영이의 산달도 있고… 그리고 청이도 조가에 있으면 더 편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그렇지.”
“전장에 데려갈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 안심하시기 바랍니다.”
내 말이 마음에 든 것일까?
조조는 피식 웃은 후 물었다.
“그럼 자리는 어디로 할 생각인가?”
“예? 자리라니요?”
“그럼 언제까지 이렇게 동가식 서가숙을 할 생각인가? 비록 자네의 임지가 계속 바뀐다고는 하지만…”
“아아아아! 그렇지요! 처가가 있는 곳에 집을 마련할까 생각 중입니다. 물론 원소의 일이 해결된 이후이기는 합니다만.”
원소 쪽의 일이 해결되면 어차피 중앙으로 움직여야 했다.
조조가 있는 곳에 장원을 하나 구입하면 그곳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지.
그리고 이렇게 말해두면 그래도 욕은 좀 덜먹지 않을까 싶었다.
내 말에 그는 만족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내 좋은 장원을 하나 마련해두지.”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가지 더.”
“네.”
“손주가 태어나면 그 아이의 교육은 조가에서 할 생각이니 그리 알게.”
“에…”
“불만인가?”
“아니 그런 건 아닙니다만.”
내 입장에서는 딱히 나쁜 일은 아니네.
청이나 영이나.
출산을 하고 몸조리가 끝나면 날 도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나도 중앙에 자리를 잡겠지만 아마 한군데 계속 있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적도 많을 것이고.
그걸 생각한다면 차라리 조가에서 키우는 것이 더 안전한데다가 교육도 잘 받을 것이다.
“그렇게 하시지요.”
어머니가 살아계셨다면 어머니께 맡기면 되겠지만 나야 어머니도 안계시고.
또 영이의 어머님 역시도 언제까지 산양군에 계실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뭐 이렇게 많아!?
내가 입을 다물자 아버지가 지원을 시작했다.
“하하하… 사돈. 아직 애가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뭘 그리 급하십니까. 천천히 결정하시지요. 일단 혼인부터 하는 것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손주의 교육 문제와 거처의 문제는 천천히 상의하시도록 하시지요. 물론 사돈의 의견을 적극 반영토록 하겠습니다.”
“그야 그렇지요. 쯧… 많은 손님을 모으려고 했지만 그건 힘들겠군. 당장 조가의 사람들만이라도 부르는 수 밖에 없겠어.”
당장 삼칠일 후가 가까운 길일이니 그때 하는 수 밖에.
그거 하려면 무지하게 바쁠 것 같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조조는 한숨을 내쉰 후 아버지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 아버지는 송구스러워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돈. 제가 어떻게 말씀을 드려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사돈께서는 딸이 없으시지요?”
“예? 아. 예.”
“그럼 사돈께서는 제 마음을 모르실 것입니다. 제가 이리 분노하는 것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 물론입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못난 여식이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귀한 따님을 맡겨주셔서 감사합니다.”
해냈다.
이얏호!
살아남았다!
겨우 화가 풀린 듯한 조조는 날 한번 바라본 후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었다.
“원 참. 그토록 바라던 일이 생겼는데 이렇게 기쁘지 않아보기는 또 처음이네. 앞으로는 조심하게. 내 지켜볼 것이야.”
“아… 네. 당연히 그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