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72
00372 망설임의 결과 =========================
“…..”
적의 수는 얼마나 될까?
황보숭은 고민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 황제는 절대로 자의로 저런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이런 명령을 내린다는 이유는 간단했다.
협박이다.
결국 조조가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그리 생각할 수 밖에 없었던 황보숭이 검자루를 잡았을 때 조조는 싸늘히 웃었다.
“잘 생각하시오.”
“…나는.”
“한번이 힘들지 두번은 어렵지 않잖소.”
“….!!”
조조의 말에 황보숭은 검자루를 잡았던 손에 자신도 모르게 힘을 넣었다.
한번.
동탁에게 굴복했을 때.
그토록 동탁에게 저항했지만 결국은 그에게 굴복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신이 진정으로 지키고 싶은 것이 뭔지 궁금하군. 이보오. 황보 장군. 당신이 지키고 싶은 것을 잘 생각해보시오.”
자신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황제의 시선에 가슴이 아려왔다.
하지만.
조조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명가인 황보가.
자신을 따르는 이들.
그리고 자신의 가족들.
그들을 자신의 욕심만으로 버릴 것인가?
이미 대세는 기울어졌다.
그렇다면.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현명하시구려.”
조조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신호에 따라 날카로운 피리소리가 들렸고 전각의 지붕 위에 숨어 있었던 궁병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것을 본 황보숭은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만약 자신이 잘못된 판단을 했더라면.
“장군께서는 알고 계시오?”
“…무엇을… 말씀하시는 거요?”
“이런 일을 꾸민 이들이 누군지…”
“난 잘 모르오.”
“그런데도 황궁으로 왔다라…”
조조의 시선은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심장을 찌르는 듯한 그 날카로운 시선 속에서도 황보숭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그를 마주했다.
“나는 모르는 일이외다.”
“그렇소? 그렇다면 다행이구려.”
전혀 믿지 않는다.
입가는 웃지만 눈만큼은 전혀 웃고 있지 않는 조조를 마주하던 황보숭이 고개를 떨구자 조조는 담담히 손을 흔들고 외쳤다.
“충신인 황보장군께서 지원을 위해 병사들을 데리고 오셨다!! 그 지원을 받아 바로 움직이도록 한다! 황실친위병은 그대로 남고 나머지는 함께 움직인다!”
“예!!”
숨어있던 병사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척 봐도 자신들과 수는 비슷했다.
지금이라도 움직이는 것이 나을까?
하지만 저게 다라는 보장은 없었다.
영악한 조조다.
그런 조조라면 분명히 다른 수를 두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던 황보숭이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황제가 외쳤다.
“황보장군!!”
“…..”
“폐하.”
“한마디만! 한마디만 하게 해주시오! 사공!”
필사적으로 자신에게 무언가 말하려는 황제의 모습에 황보숭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황제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눈치채보려 했지만 조조는 냉정하기 그지 없었다.
“폐하를 모셔라!!”
“예!”
병사가 움직였다.
황제의 양 팔을 잡은 병사들이 그를 데리고 가버리자 황보숭은 조조를 노려보았다.
“감히 옥체에 함부로 손을!!”
“어쩔 수 없잖소. 비상시이니 만큼 폐하께서도 넓은 아량으로 용서해주실 것이라 믿소.”
“큭.”
“뭣들 하느냐!! 어서 모시지 않고!!”
자신이 데려 온 병력을 고스란히 흡수하려는 속셈을 모를리 없었다.
황보숭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각의 형태가 만들어낸 사각들 때문에 적들의 수를 가늠할 수 없었다.
움직일까?
아니야.
지금은 위험하다.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없기에 황보숭은 이를 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모여있던 병사들이 갑옷을 벗고 무기를 내밀었다.
그들이 모두 무장해제 당하는 것을 지켜만 보던 황보숭은 조조가 내려와서 자신에게 다가오자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병사들은 얼마나 되오?”
“장군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는 많을거요. 자. 그럼 갑시다.”
“어딜…?”
“동승의 저택으로. 그곳에 뭔가 있지 않겠소?”
조조는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동승의 자택에 있을 만한 것이 무엇일까?
아마 연판장이겠지.
“혹여 알고 있는 것이라도 있소이까?”
“그런 것은 없다고 말씀드렸을텐데.”
동승이 즐거워하며 연판장을 들고 와 자신도 함께하자고 말했었다.
그때도 망설였다.
그것에 동승은 실망했지만 언제든지 환영한다는 말만 했었다.
언뜻 보았던 그 연판장의 이름에는 분명…
“폐하가…”
유협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황보숭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것 때문이었을까?
연판장을 챙겨야 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일까?
황보숭은 힘없이 작게 중얼거렸다.
“어찌 이런 일이…”
“그러게 말이오. 내 나름대로 참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폐하께서는 성이 차지 않으신 듯 하오.”
“뭔가 아는 것이라도 있소?”
떨리는 목소리로 황보숭이 조심스레 묻자 조조는 씩 웃었다.
“알리가 없잖소. 아직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 말이오. 그러니 황보 장군께서도 몸 조심하는 것이 좋을것이요.”
“….”
“그 한 목숨과 가문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그의 말에 황보숭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 남자에게 연판장 따위는 필요가 없었다.
동승이 일으킨 반란이라는 것만 알면 되었다.
황제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이가 일으킨 반란이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죄가 있든 없든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게 되었다.
“어쩔… 생각…이오… 아니.”
과거에는 자신의 부하였다.
과거에는 동급의 동료였다.
하지만 이제는.
“…어쩔 생각이십니까. 사공…”
자신의 상급자가 되었다.
황보숭은 떨리는 어조로 물었고 그 질문에 조조는 활짝 웃었다.
“글쎄. 일단 수도를 흔들게 한 악적들부터 잡고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겠소? 허도를 흔들게 한 이들이라면 분명 누군가와 결탁했을 터. 그것을 파악한다면 움직이는 것이 아주 쉬워지겠지.”
씩 웃은 조조는 황보숭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 잡으며 싸늘히 말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말이오. 아무리 봐도 결국은 어떤 줄을 잡느냐인 것 같소. 썩은 동앗줄을 잡느냐. 아니면 굵은 동앗줄을 잡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따라 달려 있는 것이지.”
“….”
“내가 보기에 지금 황보 장군께서는… 그 선택을 할 때가 온 것 같소만.”
그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에 황보숭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인망이 높은 황보숭과 주준까지 가담한 진압군은 빠르게 허도에서 분탕질을 시작한 반란군을 제압했다.
크게 어렵지 않았다.
황보숭이 가세하여 설득하는 것만으로도 황제 폐하를 구출해야 한다 떠들어대는 이들의 입을 다물게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니까.
필사적으로 움직이는 황보숭 덕분에 손쉽게 허도의 반란을 진압할 수 있었던 조조는 관청에 모여 있는 이들을 보며 물었다.
“피해 상황은 어떤가?”
“병력의 손실이 조금 있었습니다.”
병영을 담당하던 이통은 머뭇거리며 조심스레 답변했다.
오자란이 어떻게 매수를 한 것인지는 모르지만 병영 내의 병사들이 그에게 가담하여 반란을 일으켰다.
“산양군수님이 아니었다면 피해가 더 커질 뻔 했습니다.”
조조의 옆에 앉아 차를 홀짝거리는 진궁을 향해 이통은 천천히 말했다.
“어떻게 하셨소?”
“간단합니다.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하나 동조하지 않는 이들도 있을 터. 그들의 구분만 정확히 할 수 있다면 반란을 진압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요. 그저 반란에 가담하지 않는 자는 병영 밖으로 나오라는 말만 했을 뿐입니다.”
“참으로 대단하시오.”
말은 쉽지.
병영 안에서 일어난 반란이다.
누가 적이고 누가 동료인지 모르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병사들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능력이었다.
대수롭지 않은 듯 말한 진궁을 향해 조조는 감탄하며 고개를 숙였다.
“사돈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별 것 아닙니다. 이 중랑장께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행히 이 중랑장께서 병사들의 신임을 듬뿍 받고 계신지라.”
“그렇소?”
“예. 큰 상을 내리시는 것이 옳을 듯 싶습니다.”
“그렇군. 수고했다.”
“감사합니다.”
진궁이 자신을 추켜세워 준 덕분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만으로도 공을 세우게 되었다.
그가 감사해하며 자신에게 살짝 목례하자 진궁은 빙긋 웃은 후 입을 다물었다.
“동승의 자택을 수색한 결과 연판장이 나왔습니다.”
“연판장이라. 연루된 자는?”
“좀… 많습니다.”
자신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이도 있고 또 어떤 이는 관직을 버리고 낙향한 이도 있었다.
다들 꽤나 이름이 있는 명사들이었다.
순욱이 떨떠름히 말하자 조조는 피식 웃었다.
“어찌해야 하는게 좋겠나?”
“지금 당장은 처리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이용할 수는 있겠지요.”
순욱의 말을 받으며 순유가 천천히 말했다.
그의 생각과 같은 생각을 한 것인지 조조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일단은 주요한 인물들만 처분을 하고 나머지는 상황이 안정된 이후에 하는 것이 좋겠군. 그들 모두를 잡을 수 있을 만한 병력도, 시간도 없을테니 말이야.”
아무런 지원 없이 허도에서 반란을 일으켰다고 볼 수 없었다.
그렇다는 것은 빠른 시일 내에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동평군에서 병력을 지원받아 허도의 안전을 완전히 할 수 없는 이상 그들을 처리하는 것이 곤란했던 조조는 쓰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누구일까?”
“동승에 대한 심문을 한다면 빠르게 알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주군!”
벌컥 문이 열렸다.
들어 온 것은 하후돈의 부관이었다.
그가 들어오자 조조는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큰일입니다! 지금 남양군에 유표의 군세가 공격해들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 수는 약 이만오천! 허 교위와 전 교위가 막아내고는 있습니다만…”
“하아. 유표였군.”
“허도의 반란을 이용해서 치고 올라 올 생각이었나.”
보고를 받은 조조는 피식 웃었다.
만약 이번 반란이 성공하여 진압하는데 시일이 오래 걸렸다면 크게 위험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딱히 안전한 상황은 아니지. 문제는 장수인데… 장수와는 꽤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건만 이렇게 뒤통수를 치나.”
완을 차지하고 있던 장수가 유표를 막아줬다면 시간을 좀 더 벌 수 있었을텐데.
하지만 장수가 그를 막지 않았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된다.
“그게…”
“뭐냐?”
“유표와 장수가 손을 잡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군세의 후방에 장수군의 깃발이 있다고 합니다.”
“장수가!?”
“어째서?”
이유를 알 수 없다.
순욱마저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며 조조는 심각한 표정으로 진궁을 보았다.
하지만 진궁 역시도 상황을 알리 없었다.
“어찌해야겠습니까?”
“글쎄요… 지금 중요한 것은 남양이 뚫렸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럼 복양으로 사람을 보내야 한단 말입니까? 하지만 그것은 원소에게 틈을 주는 것입니다.”
“적군이 허도까지 오게 되면 큰일입니다! 반드시 그것만큼은 막아야 합니다!”
소란스러워진 상황 속에서 조조는 의자의 손받이를 톡톡 두들겼다.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던 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쩔 수 없다. 진류군과 패군에 요청하여 병력을 모으는 수 밖에.”
“진류군과 패군의 병력만으로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 외에는 답이 없다.”
“한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입을 다물고 있던 순욱은 조조에게 천천히 말했다.
“진동장군을 움직이시지요.”
“진동장군을? 그를 왜?”
“진동장군과 허도윤인 하후 장군이라면 충분히 의용병을 모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일러 진류군과 패군에서 병사를 모집. 곧장 남양군을 지원하게 해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