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73
00373 망설임의 결과 =========================
동승의 반란은 어찌보면 허무하다 싶을 정도로 쉽게 끝나버렸다.
물론 당한 입장에서야 분통이 터지고 심장이 내려앉을 뻔한 일이었지만 어쨌든 전체적인 결과로 보면 큰 피해는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제가 가야한다는 말씀이십니까?”
큰 피해는 있네.
내가 움직여야 한다는 피해가.
“그래. 자네가 가야지. 자네가 아니면 누가 의용병을 모집하겠나?”
“아니 제가 뭐라고 의용병까지 모집합니까…”
“에이~ 왜 이러시나. 떠오르는 신성께서.”
싱글거리며 하후돈은 내 옆구리를 쿡 찔렀다.
살다살다 별짓을 다하는구나.
의용병 모집이라니.
지금 병사의 여유가 있는 군은 없었다.
추가적인 지원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의용병을 모집하여 유표를 물리쳐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백성을 움직일 수 있을만한 말솜씨를 가진 사람이 움직이는게 맞기는 했다.
“다른 분은 뭐 하시고요?”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의용병을 모집할 생각인데. 허도는 내가 하지. 허도에서 징집을 시행한 후 곧장 남쪽을 경계하는 움직임을 가질 생각이네.”
“으음…”
자기는 놀면서 남 일 시켜먹겠다는 얘기는 아니네.
조조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아버지를 보았다.
“네가 해야한다.”
“알고 있습니다. 알고는 있는데…”
“뭐가 그리 불만이냐?”
“아닙니다.”
에휴. 내 팔자가 이렇지 뭐.
당장 위기상황에서 놀 생각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일이 많아지는 듯한 기분이다.
“그럼 바로 가야겠군요.”
“그래. 원양과 함께 가도록 하게나.”
“알겠습니다.”
내가 가야 할 곳은 진류군과 패군이다.
그곳에서 병사를 모은 후 곧장 남양군으로 내려가 유표와 싸우고 있는 허저와 전위를 지원한다.
쉽지 않은 일이겠지.
“그럼 한가지 더. 유비는 어떻게 됐습니까?”
“잡혀있네.”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잡혔다고?
“유비를 탈취하기 위한 움직임이 없었답니까?”
“아니. 있었지. 있었는데… 막혔네.”
“진짜요?”
와.
이건 또 예상치 못한 얘기네.
황제를 확보하고 다른 곳의 반란을 막기 위해서 병력을 움직이고 유비쪽에는 거의 손을 못 쓴 상황이라 놓쳤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희소식에 내가 기뻐하며 아버지는 빙긋 웃었다.
“충집이 유비를 데려가려고 했지만 주령에 의해서 막혔다고 하더구나.”
키야~
역시 주령이구만.
아버지의 말에 난 만족스럽게 웃었다.
“다행이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이로서 동승의 반란으로 우리가 입은 피해를 확정할 수 있었다.
피해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병사들의 피해가 발생했고 백성들의 혼란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이정도는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리고 얻은 이득은 상당했다.
황제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황제를 보호하는 입장이 되었고 황제와 어느정도의 기싸움이 있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황제의 최측근은 동승이 움직인 이상 황제 역시도 이 반란의 책임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어쨌든 동승은 황제의 장인이니까.
“황제쪽은 우리가 알아서 하지. 그리고 유비도.”
“이번 기회에 잡아 죽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기는 하지. 다만 문제는… 지금은 조금 힘들다는거야. 유비는 황족이야. 반란을 일으켰다고 하나 지금은 우리가 공격받고 있는 상황이지. 백성들을 끌어들여 그들을 의용병화시켜야 하는 이때 반란에 대한 처벌을 빌미로 정적들을 제거해나간다면 그것 때문에 백성들이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어. 거기에 명사들 중에는 반란의 여부는 둘째치더라도 황실에 충성을 다해야 한다는 이들이 많아. 이 상황을 최대한 이용하려면 많은 이들에게 이 죄를 씌워야 하는데 개중에는 백성들에게 인기있는 이들도 있으니까. 그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치는 것은 어렵지.”
“결국 유표의 공격을 막아내기 전까지는…”
“그래. 처벌을 바로 할 수는 없다는 걸세.”
아쉽다.
이번 동승의 반란과 엮어서 유비를 한방에 보내버리려고 했는데.
내가 한숨을 내쉬자 조조는 빙긋 웃었다.
“폐인이 된 사람이 그리 무섭나?”
“유비무환이라고 하잖습니까. 이상하게 장인어른께서는 유비를 너무 만만하게 생각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조조는 이상할 정도로 유비를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팔 다리를 다 잘라서 그런가?
아니면 이미 손아귀에 들어와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건가?
내가 불만을 표시하자 조조는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어깨를 으쓱였다.
“흐음… 뭐 그렇긴 하지. 어쨌든 유표만 물리치세. 그리한다면 자네가 원하는대로… 유비를 끝장낼테니. 그에 걸맞는 최후를 선사하지.”
“알겠습니다. 장인어른.”
“그럼 바로 가주게나.”
“예.”
조조와 만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려는데 아버지는 내 어깨를 잡았다.
왜?
내가 물끄러미 바라보자 아버지는 주변을 둘러본 후 조심스레 물었다.
“삼국지 때문에 그러는 것이냐?”
“아. 뭐 그런 것도 있습니다만…”
“여포의 일 이후로 삼국지에 묶여 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물론 그렇습니다. 그것은 그것에 불과할 뿐이지요. 제가 유비를 죽여야 한다고 하는 이유는 별 것 없습니다.”
“무엇인데?”
“그냥 싫어서요.”
사람 싫은데 이유가 있어야 하나?
그냥 주는 것 없이 좋은 사람도 있고 주는 것 없이 싫은 사람이 있다.
유비를 처음 봤을 때 그런 생각을 했고 시간이 지났는데도 계속 그랬다.
그리고 그건 유비 역시 마찬가지일거다.
지금은 내가 엄청나게 유리한 상황이지만 언제 그것이 뒤바뀔 지 모르는 것이다.
내 말에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사람같은 모습은 있구나.”
“아니 지금까지 굉장히 인간적인 모습으로 살고 있었는데 무슨.”
나는 영웅이 아니다.
모든 일에 냉정 침착할 수 있는 그런 기계적인 영웅은 절대 못될 사람이었다.
조조마저도 청이가 임신했다는 소리에 그 냉정함을 버리고 분노했는데 내가 뭐라고 개인의 호오를 무시하겠는가.
“늘 침착한 네가 유비 일만 되면 그렇게 죽이자고 나서니. 조금 불안했다. 혹시 삼국지라는 이유하의 역사 때문에 그런 것인가 싶어서.”
“아버지께서 걱정하시는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이미 삼국지와는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는데요. 뭐.”
서주의 대학살이 일어나지 않았고 아버지는 살았다.
여포 역시 살아있는데다가 조앙이 장안을 차지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것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상류의 물줄기 하나가 바뀐 것만으로도 강이 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삼국지의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냥 참고만 할 뿐이지요.”
“장하다. 그래.”
아버지는 웃으며 내 어깨를 가볍게 쳐 주었다.
그런 아버지에게 웃어보인 나는 손가락을 튕기고 물었다.
“그러고보니 대사농 어르신이 여기 계신데…”
“아아. 그렇군. 그분께도 도움을 요청해야겠네. 허도에서도 백성들의 지원을 받아야 하니 말이야. 그래. 나도 할 수 있는만큼 하도록 하마. 아. 그리고 진류로 간다면 내 아는 사람이 있으니 그에게 도움을 받거라.”
“누구입니까?”
“진류 평구현 사람으로 이름은 모개라고 한다. 그에게 내 이름을 말한다면 네가 병사를 모집하는데 큰 도움을 줄 것이니 말이야.”
“무슨 사이시길래…”
“한때 동문수학하던 사이지. 물론 기간은 길지 않지만… 사람이 청렴하고 소탈하여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사람이다.”
“그렇군요.”
은근히 아버지도 인맥이 넓다.
아버지는 품에서 꺼낸 한장의 서찰을 주었다.
진류로 간다는 것 때문에 이미 준비한 것일까?
아버지의 직인이 찍혀 있는 소개장을 받아 품 속에 넣었다.
“백성들을 끌어들이는 일이다. 결코 쉽지 않을 것이지만…”
“알고 있습니다. 해내야지요. 허도가 공격받는 것만큼 치명적인 일은 없을테니까.”
“그렇지. 부디 잘 해주길 바란다.”
아버지와의 만남을 마치고 방으로 돌아가 대충 짐을 싸고 청이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내가 진류로 떠나야한다는 말에 청이는 무척이나 우울한 듯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었다.
“혼인한지 얼마나 됐다고…”
“너무 그러지마. 마누라.”
“마누라… 헤헤.”
표정 변화가 빨라서 좋네.
방금 전까지 우울해하던 청이의 얼굴이 조금 밝아지자 그녀의 옆에 앉아 손을 잡아주었다.
“첫날밤…은 무리겠지만 오늘 정도는 같이 자자.”
“…네에.”
청이를 데려가고 싶기는 하지만 얘 지금 몸 상태를 생각하면 그냥 안정을 취하게 하는것이 나을 듯 싶었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내 손길을 느끼며 어리광을 피우던 청이는 살며시 품에 안긴 후 속삭였다.
“서방님은 제가 지키고 싶었는데.”
“애 낳고 해라. 애.”
“저희의 애 이름은 어떻게 할까요?”
“그, 글쎄? 여아인지 남아인지도 모르는데.”
“후훗. 분명 서방님을 닮아 무척이나 현명한 아이겠지요?”
“널 닮아서 무시무시한 아이가 나올 수도 있겠지.”
“무, 무시무시!? 그… 전 무섭지 않은데.”
어우야.
너 가끔씩 눈 변하는 거 보면 진짜 무서워.
내가 떨떠름해하자 청이는 지은 죄가 있기 때문인지 슬그머니 시선을 돌렸다.
“크흠. 뭐 그건 그렇구요.”
“응.”
“그럼 진류로 갔다가 바로 남양군으로 가시는 건가요?”
“아마 그래야겠지?”
시간을 오래 끌 수는 없었다.
전풍이 흔들려 북방으로 갔다고 하지만 그것을 기회로 삼아 심배가 언제 움직일지 몰랐다.
아마 그쪽도 태세를 정비하면 바로 치고 내려올 것이다.
거기에 장연의 군세도 무시할 수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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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수님. 왜 이 길로…?”
군세의 움직임이 다르다.
손관은 당황하며 동평군수인 정욱을 보았다.
산양군에 보낸 병력까지 불러와 팔천의 군세를 만들어낸 정욱이 허도를 지원하겠다는 것에 기뻤던 손관으로서는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허도로 가야합니다! 명령은 허도를 지원하는 것입니다!”
“아네.”
“예?”
손관의 필사적인 외침에도 정욱은 시큰둥하기 그지 없었다.
그의 말에 손관은 섬뜩함을 느꼈다.
“…군수님. 혹여.”
“응?”
“혹여 이 기회에 반란을 일으키시려는 것입니까!?”
허리의 검에 손을 가져가며 손관은 싸늘히 물었다.
그의 질문에 정욱은 한심하다는 듯 그를 응시했다.
그 시선에 움찔한 손관이 슬그머니 눈을 피하자 정욱은 짧게 혀를 찼다.
“자네도 이제 정규군이 되었고, 또 높은 자리를 노린다면 생각이라는 것을 좀 하고 살게나. 언제까지 동네 불량배처럼 살 생각인가?”
순식간에 명령을 지키려는 충신에서 생각없는 동네 불량배가 되어버린 손관은 시무룩히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를 향해 혀를 몇번 찬 정욱은 지도를 펼쳤다.
“생각해보게. 허도에서 왜 반란이 일어났겠나?”
“…그거야. 황제를 구하고 조공을 제거하려고…”
“그럼 묻지. 그게 성공할 것 같은가?”
“이미 조공을 치는데는 실패했습니다만.”
“자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영을 치는 것도 실패했고, 또 조공과 진유하를 치는 것도 실패했어. 그렇다면 그 반란은 실패라고 할 수 밖에 없지. 아니, 애초에 그 반란은 좀 생각이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실패할 수 밖에 없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그렇다면 한가지 생각을 해볼까? 왜 반란이 일어났겠는가?”
“황제 폐하를 빼돌릴 가능성도 있지 않습니까.”
“맞아. 그것은 배제할 수 없겠지. 그렇다면 묻겠네. 폐하를 빼돌려서 어디로 갈 것 같은가?”
“그건…”
“원소? 아니면 유장? 유표? 그것도 아니면 독자적인 세력? 어딜 것 같은가?”
정욱의 말에 손관은 열심히 머리를 굴려보았다.
원소?
원소는 협천자를 부정한다.
가봤자 좋은 꼴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강을 건너야 하는데 인접한 모든 항구는 지금 모두 조조의 직속 부하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어… 음. 유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유장에게 가기 위해서는 거쳐야하는 것이 너무 많다.
험난한 산길도 산길이거니와 아직까지 도적들이 많은 곳이 바로 장안 일대다.
지금 조앙과 두기가 필사적으로 잡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피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한 손관이 조심스레 말하자 정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유표지.”
“그럼…”
지금 군세가 움직이는 길은 남양군으로 빠지는 길이었다.
정욱이 그것을 생각하고 움직인다는 것에 손관은 잠시 침묵하다가 물었다.
“하지만 이것은… 명령을 위반하는 것입니다.”
“맞아.”
“예?”
“맞다고. 명령 위반하는 거.”
명령을 위반하는 행위는 중죄다.
그것도 이렇게 많은 병력을 이끌고 움직인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추가로 허도에 반란을 이유로 병력을 끌고 가는데 명령을 위반하는 것은 더더욱 큰 죄다.
손관은 당황하며 정욱에게 고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당장…”
“지금이라서 이렇게 가는 걸세. 그리고 명령을 위반했다라. 명령을 위반하면서 황제를 잡고, 또 유표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다면 오히려 이득이지. 내가 아는 사공께서는 그리 꽉 막힌 분이 아니야.”
“하아.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허도가 위험할지도 모르는데 구원군을 이끌고 남양으로 가버린다니.
다른 이들이 알면 큰일일 것이다.
어쩌면 큰 공을 세워도 그것을 질시한 이들이 정욱을 깔아내릴지 몰랐다.
손관이 걱정하자 정욱은 껄껄 웃었다.
“그런 생각은 말고 자네 주인 걱정이나 하게나. 내가 이렇게 움직여서 공을 세워 주는 것이 오히려 자네 주인에게 더 좋은 일이 될테니까.”
“예? 그게 무슨…”
이해하지 못한 손관이 고개를 갸웃거리는 것을 보며 정욱은 씩 웃었다.
“지금 유표가 바라는 상황이 그것이거든.”
“무엇…입니까?”
“허도의 반란으로 인해 남양에 대한 지원을 못하게 하는 것. 지휘관이나 책사를 부르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