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83
00383 평원 공략 =========================
“허억…헉… 나, 난… 여기까지야… 조장… 먼저 가…”
“흥.”
산을 타느라 발목을 접질렀는지 비틀거리는 그를 바라보던 소년은 그가 들고 있던 창을 손에 들었다.
“낙오자는 버려.”
냉정한 목소리다.
그 목소리에도 소년은 창을 놓지 않았다.
“다시 한번 말하지. 낙오자는 버리는게 나을거다.”
“거절한다면?”
“그러면 너도 죽는다.”
“동료를 버리느니 차라리 죽는게 낫지.”
“그럼 죽든가. 가자.”
창을 들어주고 지쳐 있는 다른 소년에게 어깨를 빌려 준 그는 무덤덤한 얼굴로 앞을 보았다.
앞서 걷는 것은 조장 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멈춰 선 채 기다리고 있었다.
“뭣들하는거야! 당장 가지 않는다면 우리가 진다고!”
“지는 것보다 아군의 수를 줄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항명이냐!?”
조장의 거친 외침에 상이라 불린 소년은 피식 웃었다.
“항명같은 귀여운 것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풍, 만.”
상은 가볍게 검을 움직여 조장에게 겨눴다.
상의 검술 실력은 신병 중에서도 알아주는 것이었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었다.
“전만… 너까지!? 위풍! 너도냐!?”
“솔직히 널 믿고 따르기는 좀 부담스러운데.”
“나 역시. 내가 목표로 하는 것은 동료를 버리고 목표를 이루는 자가 아니다. 자기 사람은 어떻게든 챙기는 자지. 그렇다면 차라리 비. 저 녀석이 낫다.”
모든 이들이 자신을 부정한다.
지휘관으로서 최악의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기에 그는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항명이다! 항명!”
“그러니까 항명같은 귀여운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하후상의 유들유들한 말에 조장은 이를 갈다가 결국 검을 뽑았다.
“당장 저 녀석을 버리고 짐을 들어! 우리는 가야한다! 교관의 말이 기억나지 않나!?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그곳까지 가야 한다고! 가지 못한 자는 낙오자다! 다시 처음부터 하고 싶은 것이냐!”
“그 기회를 얻겠다고 동료를 버리고 싶지는 않은데.”
위풍은 씨익 웃은 후 자신의 단검을 가볍게 들어올렸다.
부하들의 항명.
아니.
지금의 상황은 하극상이 일어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어떤 식으로 명령을 해도 저들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기에 그는 빠득빠득 이를 갈다가 외쳤다.
“빌어먹을 새끼들! 네놈들 같은 머저리들을 데리고 가느니 차라리 나 혼자라도 가겠다!”
“혼자 가서 뭐하시려고?”
“다른 지휘관의 부하라도 되려고! 멍청한 새끼들! 평생 밑바닥에서 기기나 해라!”
그가 자신의 짐만을 챙겨 뛰어가는 것을 본 하후상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그를 향해 피식 웃은 소년, 조비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지휘관은 이제 누가 해야하지?”
“네가 해.”
“너에게 맡기지.”
“역시 너다.”
전만과 위풍, 그리고 하후상까지.
그들이 자신에게 지휘관의 자리를 맡기자 조비는 쓰게 웃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네. 곽융. 괜찮냐?”
“미. 미안하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다.”
지쳐버린 자신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챙기려는 조비의 행동에 곽융은 감동했다.
거의 눈물까지 흘리려는 듯한 그를 보고 웃은 조비는 남아 있는 이들을 모았다.
“식량은 그 빌어먹을 개자식이 가져갔으니 남은 방법은 두가지겠군. 여기서 버티다가 교관들이 구해주러 오길 기다리든가. 아니면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가든가. 풍. 다른 방법이 없냐?”
“여기 이러고 있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탈영병 소리를 듣고 다시 처음으로 강등되는 정도일거다. 다들 그것은 싫겠지? 어떻게든 목적지까지 가야해.”
“그럼?”
“하지만 식량 없이 가기는 힘들어. 강행돌파도… 일단은 무리인 듯 싶고. 그렇다면 답은 현지 조달 뿐이지.”
전위의 아들인 전만은 시큰둥히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자신들이 있는 곳이 산 근처이니 사냥 정도는 가능할 것이다.
그리 생각한 그가 움직이려고 하자 조비는 손을 들었다.
“사냥은 내가하지.”
“할 수 있겠나?”
“활 정도는 쏠 수 있으니까. 무시하지 말라고.”
“귀한 집 자식인 것 같은데. 대단하구만.”
전위가 조조의 호위이고 조비와 만난 적이 있었지만 전만이 사사로이 자신의 가족들을 데려 온 적은 없었다.
그렇기에 아직까지 조비의 정체를 알지 못하는 전만은 조비를 향해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러고보니 네가 이끌던 다른 놈들은 다 낙오해버렸지.”
“흥. 나는 지휘관 그릇이 아니야. 아버님처럼 선봉장이 되어 싸우는 자에 가깝지. 따라오지 못하는 녀석까지 챙길 여유는 없어.”
“자랑이다. 위풍. 곽융을 돌봐줘.”
“맡겨다오. 간단한 응급조치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발에 부목을 대기 위해 적당한 나무를 찾으며 위풍은 무덤덤히 대꾸했다.
다른 이들이 움직이자 조비는 활과 화살을 들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하후상과 위풍이 곽융을 돌보는 동안 전만은 주변을 경계했다.
이번 시험은 오인조를 만든 후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산악행군 훈련이었다.
흑귀대원들과 그 흑귀대를 만들 때 큰 공훈을 세운 방통이 고안해낸 훈련으로 병사 개개인과 각 조간의 생존 능력을 최대한 올릴 수 있는 훈련이라고 했다.
하지만 시험을 치루는 입장인 이들에게 있어서는 지나치게 변태적인데다가 다섯명이 모이면 한놈은 쓰레기다 라는 것을 확인시켜주는 훈련에 불과했다.
무작위로 짜여진 인원들끼리 출발을 시킨 후 나머지는 알아서 하라는 내용인지라 초반부터 탈락자는 무수히 발생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전만이 투덜거리자 곽융의 다리를 부목에 고정시킨 위풍은 씩 웃었다.
“솎아내기겠지. 제대로 된 지휘관이나 책사, 혹은 너 같은 장군감을 골라내는 훈련. 이번에 제대로 한다면… 미래를 생각해도 큰 도움이 될거다. 뭐, 넌 굳이 여기가 아니더라도 크게 되겠지만 말야.”
“나만 그런가. 하후상도 그렇잖아.”
“뭐 그렇지.”
신분을 숨겨야 하는 것은 조비 뿐이었다.
하후상은 시큰둥한 얼굴로 대꾸한 후 조비가 사라진 쪽을 응시했다.
“잡았다.”
“엄청 빠른데!?”
조비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두마리 토끼와 꿩 한마리였다.
이 짧은 시간에 저렇게 잡아내다니.
전만은 감탄하며 조비의 손에 들려 있는 사냥감들을 낚아챘다.
“사냥꾼이냐? 넌?”
“사냥은 좋아하니까. 그리고 이 근처는 사냥감이 많네.”
여유롭게 웃으며 자리에 앉은 조비에게 다가간 하후상은 궁금해하며 물었다.
“네 성격이라면 그냥 버리고 갈 줄 알았는데. 왜 도와주는 거냐?”
만약 조비가 아니었다면 곽융은 낙오하여 버려졌을 것이다.
조비가 원하는 것을 생각한다면 의아한 일이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신병들 중에 의외로 좋은 집안의 자제들이 많아. 그들과 친분을 다지기 위해서지.”
조조군의 신성인 진유하가 모은 신병들이다.
그의 부대에 속하는 것이기에 그와 인연을 맺으려고 많은 이들이 자제들을 보냈다.
그들 중에는 조비처럼 신분을 숨긴 이도 있었고 전만처럼 신분을 밝힌 이들도 있었다.
그리고 곽융은 전만처럼 신분을 밝힌 사람이었다.
“난 형님에 비하면 빈털터리나 다름없지. 그러니 지금부터 이런 식으로라도 준비해나가는게 옳다.”
“흐음…”
“비야.”
“뭐냐?”
앉아서 쉬고 있던 곽융은 힘겹게 그를 불렀다.
그에게 다가간 조비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고맙다… 내가 돌아가면 반드시 널 도와줄게. 내 여동생도 소개시켜줄 것이고.”
“여동생?”
“그래. 남군에서는 여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예쁘고 현명한 녀석이야. 너와 무척 잘 어울릴거다.”
“흐음… 그래?”
“그래.”
남군이라면 산양군이나 복양성만 못하지만 꽤나 부유한데다가 인구가 많은 군이었다.
그곳 군수의 딸과 엮이게 된다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다.
조비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기대하도록 하지.”
어떻게든 간신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한시간에 가까스로 맞출 수 밖에 없었던 조비의 조는 겨우 고당항으로 돌아가는 수레에 올랐다.
“이제 무슨 훈련이 남았습니까?”
“너희들의 실적을 확인한 후 배치. 그리고 전장에 나간다.”
“드디어…!?”
전만이 기뻐하는 것을 보며 하후상은 떨떠름히 물었다.
“전장이라면… 어떤 전장입니까?”
“평원을 공략하기로 결정했다. 너희들은 일군. 진동장군님의 부대에 속하게 될 것이다.
감정이 아예 없는 것 같은 흑귀대원의 말을 들으며 모두는 기뻐했다.
어쨌든 지금 여기 있는 이들 모두 진유하와 함께 하기를 원하는 이들이었으니까
“지난 번 패배를 되갚아 줄 때가 됐군.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원소군들을 다 죽여버리겠어.”
“지난 번 패배라…”
그 패배의 의미를 알고 있는 하후상과 조비는 자신만만하게 웃고 있는 전만을 향해 피식 웃어보였다.
항구도시화 되어버린 고당항의 성문에 들어가자마자 막사로 돌아갔다.
막사에서 하루를 쉬었고 그들은 새로운 갑옷과 무기를 받을 수 있었다.
“우와…”
“흑귀대의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네.”
진유하의 최정예부대인 흑귀대의 갑옷이 아닌 것이 이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정도만 해도 다른 곳의 정예병 수준이다.
“정예병이 되면 일반병을 열명 데리고 다닐 수 있지. 십인장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합의를 마쳤어. 조비. 우리는 널 따르겠다. 네가 지휘해라.”
하후상, 위풍, 전만, 그리고 곽융.
넷은 자신의 병사들을 모두 조비에게 넘겼다.
한순간 오십인대를 이끄는 지휘관이 되어버렸다.
“….”
“이대로 오십명만 더 모으면 백인장이 되겠군. 한 세명 정도는 내가 설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때? 또 없냐?”
전만이 웃으며 묻자 조비는 그를 마주하며 키득거렸다.
“좋아. 부탁하지. 백인대가 되면 그때부터… 평원전에서 공을 세울 수 있을 정도의 지휘를 할 수 있을거다. 제대로 된 전투는 처음이지만… 반드시 실망하지 않게 해주지.”
아무것도 없는 밑바닥부터 시작해서 오십인장이 되었다.
잘만하면 평원전에서 백인장까지 노릴 수 있게 된 조비는 야망에 불타오르는 눈을 빛내며 평원쪽을 쏘아보았다.
“그리고 평원 공략전 이후에는… 삼백인장이다.”
**************
여범에게 고당항에서 완성된 정예병들에 대한 보고서를 받았다.
정예병의 수는 총 팔백.
그들에게는 일반병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좋은 장비와 함께 봉급, 그리고 기마까지 지급된다.
“허… 지휘관의 자질이 있는 이들이 이렇게 많단 말이지?”
“물론 이걸로 충분한 것은 아닙니다만… 개중에 몇몇은 확실히 두각을 드러내더군요. 가장 훌륭한 것이 바로 이자 입니다.”
보고서에 적혀 있는 것은 다름아닌 조비였다.
팔백명의 정예병 중에서 빠르게 다른 정예병들을 포섭하여 하나의 세력을 만들어냈다.
힘든 훈련을 통해 정예병이 된 만큼 자부심이 넘쳐나는 이들일텐데 그들을 포섭하여 이정도 세력을 만들어낼 줄이야.
“곧장 자신들 휘하의 병사들과 기마를 요청하더군요. 백인대가 만들어졌습니다.”
“하하… 무리를 하는구만.”
“그러게 말입니다.”
정예병들에게 병사가 주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병사는 한번 받으면 공을 세우기 전까지는 지원 받을 수 없었다.
그런데 첫 전투에서부터 병사를 받아서 백인대를 만든다?
평원전에서 반드시 공을 세우겠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것은 나에게 요청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기회를 달라는 것이겠지.
“좋아. 허가해줘. 그리고 덤으로 사기를 올리기 위한 음식들도 보내주고. 원한다면 독립 백인대로 만들어 줄테니까 한번 제대로 해보라고 해.”
“괜찮으시겠습니까?”
“고작해야 백인대가 세울 수 있는 공이나, 실패시 오는 타격이나. 다 생각해봤자 전황에 큰 의미는 없어. 여기서 경험을 쌓아 인재가 된다면 업 공략전에 큰 도움이 되겠지.”
신병훈련 기간에는 그저 지켜만 보고 있었던 건가?
그저 그런 성적을 보이던 조비가 본격적으로 움직인 것에 웃으며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뒷 일은 부탁한다.”
“맡겨주십시요.”
깊게 허리를 숙인 여범의 어깨를 두들겨주고 밖으로 나갔다.
싸늘한 밤공기가 몸을 차갑게 식힌다.
평원이라.
“하. 이거…”
우리가 평원을 공격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원소와의 전투가 시작된다.
평원을 차지한다면 업에서는 절대로 얌전히 있을 수 없게 될테니까.
방통이 오기까지는 이제 오일 정도 남았다.
청주에서 보내지는 병력은 약 사천 가량.
거기에 장합까지 함께 올 예정이다.
나, 감녕, 여영기. 그리고 방통과 장합과 조순이 참가하는 전투다.
절대로 질 수 없고, 또 져서는 안되는 전투였다.
그렇다면.
원희의 뒤에 있는 심배는 자신과 반대되는 입장에 있는 원상의 사람이며 원소의 자식인 원희를 과연 어떻게 할까?
구원을 할까?
그것도 아니면 외면할까.
그의 선택에 따라 업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다.
난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나올거냐. 심배.”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임다.
이사를 했는데 ㅋㅋㅋ 이게 무슨… 청소할 곳이 한두곳이 아니네요 ㄷㄷㄷ
계속 청소만 하다가 정신차리니 12시..
대댓글은 못달겠네요ㅠㅠ 죄송함다…
그럼 내일 뵐게요! 좋은 밤 되세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