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88
00388 친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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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업을 치고 싶어도 건드릴 수가 없네.”
당장 평원의 안정을 취하려면 인접한 업을 공격하여 얻어내는 것이 좋았다.
아니면 고당항과 제군을 연결하는 다리라도 만들던가.
하지만 둘 다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다리야 자금과 시일의 문제가 컸고 업은 병력이 너무 많았다.
첩자에 의하면 추정 병력만 해도 약 칠만이 넘는다.
각지에서 끌어모으고 있는 병력이다.
전 병력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그정도라니.
거기에 정예병의 비중까지 생각한다면 그 엄청난 군세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당하다고 볼 수 있었다.
“이거 진짜 대단하구만.”
서류를 내려 놓으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청주의 전풍이 쫓겨나며 큰 손해를 보았을 텐데도 아직까지 엄청난 저력이 남아 있다는 것에 어이가 없었다.
“이제 슬슬 움직여야 할텐데. 언제까지 이럴 수도 없고…”
하지만 칠만이라니.
지금 평원에 있는 병력이 약 일만정도.
최대한 끌어모은다면 이만정도까지는 모을 수 있다.
“철갑기마대를 양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고… 하. 진짜 어떻게해야할지 답이 안나오네.”
병력 차이가 적당해야 뭘 어떻게 상대하고 자시고가 나오지.
방통마저도 지금 업을 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한 마당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장연 쪽도 생각해야지.”
“그러게 말야.”
장연이 이끄는 군세가 치고 내려올 것 까지 생각한다면 약 십오만 정도 된다.
세상에.
십오만이라니.
“이거 이길 수 있겠나?”
“어떻게든 되겠지. 업에서 내려오는 원소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방통은 투덜거리는 나를 향해 히죽 웃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원소가 남하했을 때 그의 뒤를 치기 위해서 업을 공략하는 것이지. 그것조차 막지 못한다면 답은 없어. 유하. 생각하라고. 할 수 있는 일만 하자. 할 수 있는 일만.”
“그래야겠지…”
내가 할 수 없는 일에 대한 걱정으로 시간을 때울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다른 이들을 돕는 수 밖에.
그래도 가 사형이 합류했고 사마의도 움직이고 있는데다가 곽가도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있으니 어떻게든 원소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며 한숨을 내쉰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당항에서 병력은 왔어?”
“응.”
평원 공략전을 치루며 생긴 부상자와 사상자에 대한 처리는 끝났다.
고당항에서 온 병사들과 보급품으로 다시 무장을 시키기는 했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업을 보며 손가락만 빠는 정도에 불과했다.
어쩌지?
다른 곳을 치려고 해도 우리가 평원을 뜬 사이 업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우리가 고립되어버린다.
서주나 청주라면 모를까 기주 같은 경우는 연고지도 없고 다른 호족이나 명가와 연계하는 것도 아니니 고립되어버리면 그 순간 지옥이 펼쳐진다고 할 수 있었다.
평원을 먹어도 이거 딱히 좋은게 없구만.
나와 방통이 골치를 썩히며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때.
갑작스러운 연락이 들어왔다.
“장군님!!”
“뭐야?”
“크… 큰일입니다! 업에서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뭔데?”
“업에서 군사가 움직였다고 합니다!”
문을 열고 들어 온 부장은 나에게 서찰을 보여주었다.
업에서 병사 왔다갔다하는게 뭐 하루이틀인가.
나와 방통은 시큰둥히 대답한 후 서찰의 내용을 읽어보았다.
“…와오.”
“이제 시작인가.”
업의 병력이 움직인다.
지금까지 모여 있던 병력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며 백마항에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고 했다.
거기에 상업용으로 이용되는 배들마저도 징집한다는 이야기까지 들어왔다.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는 모양인데.
나와 방통은 업에서 병력이 빠진다는 것에 호조를 느끼며 서찰을 읽어나갔고 마지막 줄을 읽은 순간 기겁했다.
우리를 기겁하게 한 것은 총대장의 이름이었다
그 총대장은 바로.
“원소가 친정을 한다고…!!? 제정신인가!?”
“허도에서는 알려나!? 야! 방통! 허도까지 전서구 보내! 전서구!”
“으, 으응!”
평원에는 전서구가 없으니 고당항까지 이동해야 했다.
방통은 벌떡 일어나 바로 나가버렸고 난 엄지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이거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원소가 친정을 한다는 것은 그가 결판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업에 있는 전 병력을 데려가는 것일까?
아니면 이것조차도 속임수일까?
첩보에는 그저 원소가 출정했다는 정보만 적혀 있을 뿐 이었다.
추정 병력의 수는 약 삼만 이상.
아마 후발대와 치중을 이끄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그 수는 지금의 배가 넘을 것이다.
“젠장.”
허도에는 청이가 있었다.
지금이라도 청이를 빼서 산양군으로 옮기는게 나을까?
하지만 내가 움직여봤자 허도에 도착했을 때는 본격적으로 원소군이 움직이게 될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차라리 업을 공략하고 후방에서 원소의 대군을 교란시키며 그들을 치는 것이 더 이득이다.
“후우…”
침착하자.
적이 대군이라 하여 흔들리는 것은 전투에 처음 나가는 신병들이나 하는 짓이다.
지금까지 잘해왔잖아?
그러니까 진정하고 방법을 생각하자.
내가 한참 궁리를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도련님! 들었수!? 원소가 출정했다는데!?”
“들었다. 우리도 움직일 준비를 해야겠다. 애들 모아.”
회의실에 모인 것은 감녕, 여영기, 서성, 조순이었다.
원소의 친정 소식을 알고 있는 모두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
“업을 공략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아직은 이른 것 아닙니까?”
“예상보다 빠르기는 하지만 원소가 대군을 이끌고 업에서 빠져나간다면 업을 치는 것이 나아. 다만 문제는 그들이 얼마나 되는 병력을 데리고 갔는지, 그리고 북방에서 업을 지원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병력을 데리고 오는지가 문제지. 자칫 잘못하면 어중간한 상태에서 전투 상황이 교착되어버리고 그리 되면 우리에게 유리할 것은 없어.”
어쨌든 기주는 원소의 영역이니까.
그곳에서 버티고 있어봤자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 말에 여영기는 입을 다물었다.
“할 수 있는 일만 하는 것이라면 지금 당장은 대기하는 수 밖에 없어. 업에서 나온 병사들이 백마항으로 모두 이동해서 빈틈을 보이지 않는다면 쳐봤자 역습의 빌미를 주고 평원을 빼앗기는 것 밖에 되지 못할거야. 좀 더 심하다면 아예 전멸당할 수도 있고.”
“하지만…”
“서주와 연주에서 지원이 가겠지. 그것만 믿자고.”
그리고 유표의 공격을 위해서 모아 둔 병력도 있었다.
그들을 해산하는 대신 허도에서 훈련을 하게 했으니까 어떻게든 버텨줄 것이다.
“그 대신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출정하는 원소의 군사들을 줄일 수 있는 수를 좀 써야겠네.”
“어떻게?”
“간단하게 무력시위. 감녕. 병사들을 준비시켜. 기병 위주로 움직이면 될거야. 바로 가자고.”
“업에 가자는 거유?”
“응. 우리가 평원에 있지만 언제든지 업을 공격할 수 있다는 것을 주지시켜줘야해. 그렇다면 당장 업을 지키기 위해서 병력을 많이 빼지는 않겠지.”
비밀 항구에 있을 장료가 움직이는 것보다는 차라리 내가 나았다.
나는 드러나 있지만 장료는 곽가의 숨김패일테니까.
나중에 업을 진짜로 공격할 때가 된다면 그때 힘을 드러내야했다.
“알겠수. 언제 가야하우?”
“지금 바로.”
군사가 이동하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 움직이는 것이 좋았다.
난 애써 차분한 어조를 유지하며 말했고 감녕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그들이 나가는 것을 보고 자리에 앉았다.
청주에서 최대한 병력의 지원을 받으면 얼마나 되지?
물자는 여유가 있으려나?
“너무 그렇게 고민하지 마십시요.”
“응?”
지도를 보며 앞으로의 정세를 생각하고 있을 때 서성은 조심스레 말했다.
무슨 소리지?
“가끔씩은 얽혀있는 실더미를 잘라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잘라낸다라…”
“예. 저도 예전에 서역에 다녀 온 사람에게 들은 이야긴데 서역의 어떤 위대한 왕은 그 누구도 풀지 못한 밧줄더미를 잘라내는 것으로 풀어내었다고 하더군요. 복잡한 문제는 의외의 방법으로 쉽게 풀 수 있는 법입니다. 장군님께선 항상 일을 어렵게 생각하시는 경향이 있으시더군요.”
“그래보여?”
“네.”
빙그레 웃은 서성은 지도에 있는 업성과 복양성을 가리켰다.
“지금까지 곽 성주는 제대로 된 전투를 치루지 않았습니다. 복양성은 연주 내에서 가장 부유한 곳. 그런 곳인만큼 그곳을 지키기 위한 병사 뿐만 아니라 사병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아무리 원소라 하더라도 허도까지 쉽게 움직이지 못할 것입니다.”
“하긴 그렇지.”
“장군님께선 자신의 사람을 아주 소중히 생각하시지요. 그것에 잡혀 역량을 모두 발휘하지 못하시는 것 같습니다. 다른 이들을 한번 믿어보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닙니다.”
“….”
서성의 말대로다.
나는 내 사람들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오히려 일을 어렵게 풀어가고 있었다는 것인가.
뒤통수를 한대 맞은 느낌이다.
난 말없이 서성을 응시했고 서성은 그 특유의 차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고마워. 좀 진정이 되네.”
“별 말씀을.”
“후우…”
나름대로 안정을 취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던 걸까?
서성에게 지적을 받고 나서야 난 겨우 침착할 수 있게 되었다.
“곽가가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또 서주에서도 지원이 간다면 확실히 당장 원소가 허도로 진격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래. 네 말이 맞아. 아무튼 서성. 나는 아까 말한대로 업성에 다녀올 테니까 너는 평원을 지켜줘. 여영기와 조순이 있다면 어떻게든 방비는 할 수 있을거야. 또 고당항에서 지원도 있을것이고.”
“분부를 따르겠습니다.”
성정이 난폭하고 거침없는 감녕을 오랫동안 보좌 해 왔던 서성답게 그는 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더욱 침착할 수 있는 모양이다.
역시 사람은 어디서든 배울 수 있었다.
말수가 적고 항상 생각이 깊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말해 줄 줄이야.
“내가 인복은 확실히 있는 것 같네?”
“하하하… 인복만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은데…”
“흐흐. 그렇지?”
오래간만에 서성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차분하게 대꾸해주는 그와 이야기를 나누며 나름대로 침착함을 되찾은 나는 준비를 마친 감녕이 오자 서성에게 말했다.
“그럼 다녀올게.”
“부디 무운을 빌겠습니다.”
칠천 정도의 기병이 준비되었다.
당장 싸울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만약 전투가 벌어진다면 후퇴한다는 것이 기본 전제였기 때문에 기동력이 좋은 기병을 선정했다.
그들을 이끄는 감녕은 내가 말에 오르자 싱글거리며 말했다.
“괜찮겠수? 장군님이 직접 갈 필요는 없지 않나?”
“내가 움직임으로써 적들에게 언제든지 후발부대가 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효과도 있으니까. 조금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지. 항상 안전함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니잖아.”
“흥. 알았수. 장군님은 내가 알아서 지켜줄테니까 무모한 짓이나 하지마쇼.”
“걱정마라. 내 새끼들이 날 불러주는 걸 듣기도 전에 저승 갈 생각은 없으니까.”
“그럼 갑시다.”
이제는 함께한지 꽤나 오래 된 분홍이를 탄 감녕은 뒤를 돌아보았다.
모든 기병들이 준비가 된 것에 만족한 그는 방천화극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목표는 업이다! 간다!!”
“오오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