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12
00412 형이 왜 거기서 나와 =========================
********
일단 결혼식은 중지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두어시간 정도 더 식을 치루고 피로연까지 해야 하지만 지금 그럴 때가 아니었다.
방통의 보고를 받은 나는 혼란해진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병들을 데리고 피신하기 위해서 다급히 움직이는 사람들.
그들을 정리해야 했다.
“지금 결혼식을 치룰 때가 아니군.”
그동안 정찰병과 순찰병은 뭘 한거지?
거추장스러운 예복과 장식들을 벗어 시녀에게 준 나는 무장한 채 다가 온 장료에게 천천히 말했다.
“요격을 준비해. 적병의 수가 몇이나 되는지 알아봐.”
제대로 된 기습이다.
순찰병을 그렇게 움직였는데도 걸리지 않았다니.
“예. 영기와 함께 나가겠습니다. 장군께선…?”
“내부를 지켜야지.”
남피에서의 공격이라.
전풍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려는 건가?
난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남의 잔칫상에 재를 제대로 뿌려놓았군. 방통.”
“응.”
동요하는 명가의 사람들은 안심시키며 병사들을 지휘하던 방통이 다가왔다.
늘 장난스럽던 그의 표정은 분노와 짜증으로 딱딱히 굳어 있었다.
“일단 손님들을 피신시키도록 해. 그리고 내부에서 저들에게 동조하여 반란을 일으킬지도 몰라. 그것을 주의하며 움직이자고.”
청이와 결혼할 때도 그랬었다.
조조와 나를 죽여 혼란을 유도하려 했었지.
지금도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안그래도 여범과 문직, 서성이 병사들과 함께 내부의 단속을 하러 갔어. 아직까지 별 소식이 없는 걸 보면 특별히 문제 될 만한 것은 없을거야.”
“그래? 그럼 너도 준비해.”
“응.”
남피에서 적군이 출현했다는 것은 한번에 쓸어버리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그나마 방통이 있어서 다행이군.
“도련님!”
“어라? 넌 왜 여기 있냐?”
예상치 못한 사람이 나타났다.
백마항으로 갔던 감녕이다.
이제 막 왔는지 흙먼지가 달라붙어 있는 흑갑을 입은 그는 들고 있던 선물꾸러미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방금 왔수다. 서 도련님이 선물을 가져다 주라고 해서…”
“남쪽의 지원을 간 것 아니었어?”
“그건 준예가 갔지. 전부 움직일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고.”
전부 움직일 필요가 없다?
그쪽은 어떻게 움직이고 있을까?
아무튼 지금은 그것보다 이쪽 상황이 중요했다.
당장이라도 움직일 수 있도록 준비되어 있는 감녕을 보며 물었다.
“…그래? 잘됐네. 상황은 들었지?”
“응.”
문제는 병력이다.
백마항을 점령하기 위해서 철갑보병대 뿐만 아니라 흑귀대도 다수 보냈었던 나는 기대감을 품고 그에게 물었다.
“병력은 얼마나 데려왔냐.”
“흑귀대 삼천. 이정도면 그럭저럭 도움은 되겠지?”
일반병이라면 모를까 정예병인 흑귀대라면 반드시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이라면 따로 추가 병력을 운용하지 않더라도 내부의 반란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잘했어. 걔들 데리고 문직과 합류해.”
“알겠수.”
감녕이 곧장 밖으로 나갔다.
혼란스러운 관청의 내부를 천천히 관조했다.
멍하니 서 있는 견희가 보였다.
그녀에게 다가간 나는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
“견희!”
“예.”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서 있는 그녀를 보았다.
전투가 벌어진다면 노릴 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해보자.
첫번째는 나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병사들과 함께 움직이고 나름대로 버틸 자신도 있었다.
그렇다면 위험성 부분에서 일단 제외한다면 다음은 견희일 것이다.
견희가 없어지게 된다면 견가와 협력관계에 큰 문제가 생길테니까.
“여기 얌전히 있어.”
“예.”
두렵다는 표정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견희의 얼굴은 무표정하기 그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병사들을 이끄는 부장 하나가 달려오자 난 그에게 말했다.
“현 상황은?”
“적들이 업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적의 수는 약 삼만. 증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겠지… 방어태세는?”
“성벽과 성문으로 병사들이 이동했습니다. 방 도독께서 지휘를 하고 계십니다.”
“좋아. 나도 간다.”
갑옷을 챙겨 입어야 한다.
지금 입고 있는 갑옷은 예전 조숭에게 받은 사슬갑옷 뿐.
난 견희를 데리고 내 방으로 향했다.
“여기 얌전히 있어. 어디 가지 말고.”
“괜찮으시겠습니까?”
“문제 없어.”
흑귀대 열명에게 호위를 맡겨 놨으니 괜찮을거다.
문제가 생기면 바로 견희를 데리고 움직일테니까.
난 그녀의 볼을 가볍게 쓸어만졌다.
“이거 미안하구만.”
“예?”
“마냥 행복해야 하는 날 이런 일이 발생해서. 나름대로 순찰병을 운용하기는 했는데 말이지.”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네. 그럼 갔다올게.”
“저… 장군님.”
“왜?”
“부디 몸 조심하시길 빌겠습니다. 무운을.”
전장에 나가는 남편에게 하는 것처럼 견희는 양 손을 모은 후 고개를 숙였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난 히죽 웃었다.
“고맙네.”
갑옷을 걸쳐 입고 걸어가며 끈을 묵었다.
대충 갑옷을 다 입고 검과 방패를 패용했을 때 관청은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다.
“손님들은?”
“관청의 안에서 대기하고 계십니다.”
지금 업이 뚫리게 된다면 나와 조조에게 호응하는 이들까지 크게 다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든 막아야 한다.
“평원 쪽으로 전서구는 보냈나?”
“예.”
전서구가 갔다면 칠일에서 팔일 안에 평원의 지원병력이 도착할 것이다.
현재 업의 병력은 약 이만오천.
거기에 감녕이 삼천이나 되는 흑귀대를 데리고 왔으니 이정도라면 칠, 팔일이 아니라 두달도 버틸 수 있었다.
“식량 창고는?”
“제대로 지키고 있습니다.”
수성을 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식량을 어떻게 보관하느냐다.
업에 있는 식량창고는 관청에 하나, 그리고 북문쪽에 하나다.
그곳 모두 철저하게 지키고 있으니 반란에 의한 습격에 방비할 수 있다.
“성벽으로 간다.”
말에 오른 나는 성벽으로 바로 향했다.
성벽 위에 도착하자마자 수많은 군세가 전투를 치루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 보였다.
“적장은 누구지?”
“안량입니다. 군사로는 전풍이 참전한 듯 싶습니다.”
“하아…”
저번에 어떻게든 잡았어야 했는데.
요격을 위해 성 밖으로 나간 여영기와 장료의 부대가 보였다.
“철갑기마병과 철갑보병이 없는게 아쉽군.”
“어차피 있어도 지금 운용하기는 애매해. 적의 수가 너무 많은데.”
갑옷을 입은 방통이 나에게 걸어오며 말했다.
하긴.
지금까지 준비된 철갑기마병과 철갑보병의 수는 적다.
단순한 오합지졸이라면 모를까 저들의 움직임을 보면 적어도 제대로 된 훈련을 받은 일반병이라고 할 수 있었다.
괜히 적은 수의 정예병들을 잘못 투입했다간 포위되어 죽도밥도 안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적들의 장비가 생각보다 괜찮군.”
“음. 투석기에 정란과 충차까지. 남피에 있는 물자를 거의 대부분 끌고 나온 모양이야. 전풍 나름대로 건곤일척의 승부를 내려고 하는 모양인데…”
“그렇다는 것은 지금 공격을 막으면 바로 남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건가?”
“그래. 막아내고 저들을 물리칠 수 있다면 말이지.”
방통은 고개를 끄덕인 후 천천히 말했다.
“장료와 여영기가 최대한 움직여 적들의 병기를 박살낼거야. 일단 위험한 것은 투석이니… 투석기는 그리 많지 않은 듯 보이는데. 저게 설치되려면 적어도 하루는 투자해야 하겠지. 그래서 적들도 지금 사거리 내로 들어오지 않으려 하고 있어.”
그동안 업을 다스리고 지키던 전풍이다.
그런 그인만큼 업을 공략하기 위한 방법 정도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순찰을 제대로 한거야? 어떻게 이렇게 들어 올 수 있지?”
“으음… 뭐라고 할 말이 없네. 미안. 순찰부대의 부대장이 아무래도 전풍의 꼬임에 넘어간 것 같아. 부대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평소 움직이는 곳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하더군.”
그랬나.
방통은 미안한 기색을 여실히 드러내며 말했다.
“앞으로는 주의해야겠네. 쉽사리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사람이 없어서 순찰을 그들에게 맡긴 것이 패인이군.”
“그러게 말야.”
업에 있는 몇몇 가문의 도움을 받아 그들의 사병을 정규군으로 편입시켜 병사들을 늘렸다.
그 중 일부가 전풍의 꼬드김에 넘어간 것이다.
미안해하는 방통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짜식이.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지.
그리고 이건 네 잘못이 아니잖아.
“대놓고 숨기려고 하는데 어쩔 수 없잖아. 뭐, 아무튼 그럼 일단은 정석대로 움직여야 할까?”
내가 위로하는 대신 무덤덤히 넘어가려 하는 것을 눈치챈 방통은 히죽 웃었다.
“우리쪽 투석은 준비되어 있어. 바로 공격할 수 있으니까 신호만 줘.”
“저쪽의 움직임은?”
“사자를 보낼 모양인가본데.”
방통이 가리킨 쪽을 보았다.
흰색의 깃발을 든 사자가 업성의 근처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해자 너머에 자리를 잡은 그는 깃발을 크게 흔든 후 외쳤다.
“원가의 사자요!! 진동장군은 받아주시오!!”
“뭐냐!!”
“지금 당장 유 부인과 견희를 내놓고 업 성을 비운다면 공격하지 않겠소!”
이거 싸우자는거지?
저딴 말도 안되는 얘기를 들을리가 없잖아.
방통은 가소롭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 올리며 비웃었다.
“어쩔까?”
“어쩌기는. 쏴.”
내 명령을 듣자마자 흑귀대원 중 하나가 활을 들었다.
당겨진 시위가 놓아지자 화살은 사신의 머리를 꿰뚫었다.
풀썩 쓰러지는 사신을 본 아군들은 환호를, 그리고 적군들은 분노를 보인다.
분노?
해봐라.
지금 내가 더 화났으니까.
“자. 이정도면 선전포고에 대한 예우는 갖췄고…”
사신을 죽였으니 무도한 놈이라고 소문나겠지만 그딴 거 알바냐.
남의 잔칫날 흙발로 깽판을 치는 놈을 상대하는 것인만큼 그런 평판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투석기 준비시켜. 그리고 상자노도.”
“응.”
성벽 위에 설치되어 있는 투석기들의 방향을 이동시킨다.
바퀴가 달려 있는 투석들이 모이고 투석기 위에 바위가 올려졌다.
“사거리가 될까?”
“나름 훈련을 시켜놨으니까. 저정도 거리라면 좀 여유있게 닿겠군.”
성벽 위에 설치된 만큼 사거리는 바깥에 있을 때보다 더 길었다.
그에 따른 훈련을 끝낸 만큼 방통은 적들이 설치하고 있는 투석기를 가리키며 자신있게 말했다.
“확실하지?”
“그래.”
“그럼 좀 기다렸다가 박살내자고.”
지금은 설치되고 있는 와중이다.
지금 부숴봤자 큰 피해를 주기는 어렵다.
중간 정도, 늦어도 투석기가 완성되기 바로 직전.
그때 부숴놔야 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음. 알았어. 오. 적들이 움직이는군.”
업성의 주변에는 전에 전풍이 만들어 놓은 해자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전에 내가 공략할 때 토산을 이용해서 메꾸려 했던 해자는 전보다 좀 더 깊고 넓어져 있었다.
어떻게 넘어 올 생각이지?”
“사람이 하는 생각은 비슷한 모양이네. 결국은 발판이라…”
투석기가 설치되는 동안 정란을 침투시키려는 것일까?
그래도 적들에게 상자노가 없는 것이 다행이다.
수많은 부대가 성벽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그들이 머리 위에 들고 있는 거대한 나무판.
저것으로 방어하며 해자를 건널 다리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어쩌지?”
“어쩌기는. 투석으로 박살내야지.”
나무판이라고?
그럼 부숴주지.
나무판을 얼마나 가져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오기는 힘들거다.
“쏴라!”
커다란 바위가 날아간다.
그간 열심히 훈련을 한 덕분인지 방통의 말대로 날아간 바위들은 다가오는 나무판 근처나 나무판에 떨어졌다.
바위에 맞아 버틴 나무판도 있지만 그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지는 나무도 있었다.
절반 정도의 나무판이 박살났다.
이정도는 전풍도 생각한 것이겠지.
“온다.”
간신히 살아남은 나무판이 해자의 바닥에 깔렸다.
“궁병.”
들어 올 때는 나무판이라는 방패가 있었겠지만 나갈때는 아니란다!
나무판을 깔자마자 자신들의 방패를 들어 올리려는 그들을 향해 궁병들이 화살을 쏘았다.
빗발치는 화살에 맞은 그들이 쓰러지는 것을 보던 방통은 적 부대를 가리켰다.
“정란이 움직입니다!”
“표적도 크고 좋구만.”
공성을 위한 정석대로 움직인다 이거지?
난 업성 쪽을 보았다.
역시나 반란은 무리 없이 진압되고 있는 모양이다.
“쯧.”
“반란 때문에 그러냐?”
“응.”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알 수 없다더니.
그렇게 이득을 보장해줬는데도 아직까지 원소의 손을 들어주는 정신나간 놈들이 있다는 것에 한숨이 나왔다.
“안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