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22
00422 처음이 아닌 처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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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편히 쉬도록.”
“이런다고 내가 너의 부하가 될 것 같으냐?”
근처에 있는 고문도구를 보면서도 전풍은 심드렁히 말했다.
죽어도 내 부하는 되지 않겠다 이거지.
그럼 어쩔 수 없지.
“정 내 부하가 되고 싶지 않다면 정보라도 내놔야겠지. 남피의 상황, 그리고 그 외에 북방에 있는 다른 지역의 정보와 지형, 그리고 군사들에 대해서 말하도록. 하루의 시간을 주겠다. 내놓을 수 있는 정보가 있다면 모두 토해내도록.”
내 부하가 되지 않겠다면.
나와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면 굳이 곱게 데리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원희에게도 심문을 해야하니 그에 맞춰서 전풍도 같이 하면 되겠지.
전풍이 자결하지 못하게 그의 입에 재갈이 물리는 것을 본 후 난 곧장 위로 올라갔다.
“후우…”
속이 쓰리다.
안량을 죽이고 전풍을 잡는 쾌거를 이루어냈지만 내 속은 무척이나 쓰렸다.
“전풍을 잡지 못하는 건 아쉽네.”
전풍까지 합류하게 되면 최고일텐데.
하지만 그는 나와 너무나도 달랐다.
안정을 추구하는 나.
모험을 추구하는 그.
어떻게 보면 극과 극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내 부하들을 무수히 죽게 만든 전풍을 잡아도 죽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지만 이만큼이나 다르다면 어쩔 수 없다.
그저 전풍을 반면교사로 삼는 수 밖에.
아쉬움에 절로 입맛을 다시며 내 방으로 돌아가려고 할 때 계단에 쪼그려 앉아 혼자 멍하니 술을 퍼마시고 있는 감녕과 만났다.
“야.”
그러고보니 내가 전풍과 협상을 하는 사이에 사망자에 대한 처리를 한다고 했었지.
하긴.
그런 일이 있으면 저정도로 되겠지.
특히 이번에는 흑귀대의 피해가 컸다.
동료애의 수준을 넘어 거의 가족같은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흑귀대였다.
견희를 지키기 위해서 처참하게 죽은 그들의 모습을 생각한다면 저렇게 술을 마실 수 밖에 없겠지.
그래도 장군이라 병사들 앞에서 함부로 슬픈 티를 내지 못할테니…
난 그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궁상맞게 왜 혼자 마시고 있냐?”
“도련님.”
“왜?”
“그…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게 있는데.”
“얼마든지. 내가 답해줄 수 있는 거라면 얼마든지 답해주지.”
“장인어른에게 이쁨받으려면 어떻게 해야하우?”
“응?”
이건 또 뭔 소리래?
부하들의 죽음에 슬퍼하는 줄 알았는데 감녕은 그런 것과는 다른 것 때문에 우울해하고 있었다.
“아니 그게. 오늘 여포… 아니, 장인어른 될 사람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날 되게 싫어하는 것 같아서…”
괜히 걱정했다.
하긴.
삶과 죽음은 선택이라고 떠들고 다니는 흑귀대의 수장이나 다름없는 놈이다.
슬퍼는 할지언정 그것 때문에 궁상을 떨지는 않는 것이 흑귀대였다.
“하아…”
“왜?”
“아니. 난 또 흑귀대가 죽은 것 때문에 그런 줄 알았지.”
“아. 뭐 그것도 있고. 그래도 뭐. 그건 늘 각오하고 다니는 일인지라… 아무튼 답변은?”
“장인어른에게 이쁨받는 법이라…”
막상 생각해보니 딱히 해줄 말이 없었다.
난 처음부터 이쁨받은 터라…
뭐라고 해야하나.
“선물공세는?”
“화신주 한동이 줬는데.”
“그거 말고는?”
“없어.”
뭐라고 해야할까.
난 솔직히 여포가 감녕을 인정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여영기를 지키라고 방천화극을 줄리도 없었을 테니까.
그냥 단번에 결혼 승낙을 받을 줄 알았던 나는 예상하지 못할 만한 의문에 그와 함께 고민했다.
“그냥 투정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하아… 도련님도 아시잖수. 난 원래 고아였다는거.”
“그렇지. 익주쪽의 어떤 유력자의 양자가 되어 관직을 하다가 낙향했다면서?”
“응. 내가 말은 안해서 그렇지 사실 가족이라는 것에 좀 무게를 두고 있수. 산양군수님을 일단은 아버님처럼 모시고 있고.”
“흑귀대원들한테 하는 거나 아버지에게 하는 거 보면 그런 것 같아. 그래서?”
“아까 영기가 날 위해서 장인어른에게 대들었는데… 솔직히 기분은 좋았지만 그래도 그건 좀 아닌 것 같수다.”
“그렇겠지.”
“하아… 이거 생각치도 못한 곳에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
감녕이 이렇게 절망하는 것을 보니 되게 신선하다.
여자는 그냥 깔아 뭉개면 된다고 하던 놈이 이러니 놀리고 싶었지만 진짜로 고민하는 것 같아 그러기도 좀 뭐했다.
“야야. 너무 걱정하지마. 나도 방법을 좀 생각해볼게.”
“도련님은 어떻게 했수?”
“나? 난 장인어른들이 날 워낙 좋아하시는지라.”
“아니 이 기만자가!?”
“아니 사실인데 어쩌라고!”
사마방이나 조조나 날 좋아하고 빨리 사위로 받아들이고 싶어했었다.
이게 바로 정략의 힘이다!
“너무 고민하지마. 내가 얘기하면 여포가 그래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이겠지. 여포 모르냐? 자기 딸을 위해서 죽으려고까지 했던 사람이야. 그런 사람인데 딸이 왠 시커먼 남자 하나 데리고 와서 결혼하겠다고 해봐라. 당연히 화내지. 아마 내가 갔어도 그 자리에서 여포는 화를 냈을걸?”
“그, 그랬을까?”
나와 여포의 관계를 아는 감녕이 떨떠름히 물었다.
원래 딸 가진 아버지는 그런다.
나도 내 딸 휘아가 컸을 때 왠 이상한 놈팽이가 와서 데리고 가겠다고 할 것만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을 듯한 기분인데.
“원래 그런 법이야. 아버지가 정해준 남자가 아니라면…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쉽게 인정하기 힘들지. 그러니까 걱정마. 네가 싫어서 그런 건 아닐거다. 아버지 마음은 다 그런다더라.”
만약 진짜 싫어서 그런 것이라면 방천화극도 주지 않았을거다.
난 감녕의 어깨를 쳐 준 후 그의 손에 들려 있는 술을 받아 한모금 마셨다.
화신주도, 죽엽청도 아닌 일반 탁주다.
전풍 때문에 썼던 입맛을 술로 축이고 난 후 담담히 말했다.
“쓸데없는 고민 말고 어서 들어가서 자든가, 아니면 흑귀대원들이나 추스리든가 해라.”
“알겠수다.”
감녕이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터덜터덜 걷는 모습을 보니 웃음이 나왔다.
저 녀석도 은근히 순정남이네.
장인어른이 자기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는다고 저렇게 풀이 죽다니.
어울리지 않는 그의 모습에 키득거리며 내 방으로 향했다.
“우왓! 깜짝이야!”
“…왜 놀라십니까?”
“아니. 왜 여기 있어?”
“결혼한 사이에… 첫날밤은 당연히 치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어…”
잠깐만.
내가 지금 얘랑 결혼을 한건가?
비록 결혼식이 중간에 망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한다는 것은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한거야 만거야.
견희는 진지한 눈으로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은 결혼식때 입었던 예복이다.
아직까지 옷도 갈아입지 못했다.
그럼 아까부터 계속 여기 있었던 건가?
“방에서 쉬라니까…”
“제 방이 이곳입니다.”
“여긴 제 방인데요.”
“부부라면 함께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견희가 물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여기에 있다는 것은 각오는 하고 왔다고 생각해야하는건가?”
“예.”
스스로 오늘을 첫날밤이 치뤄지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냥 돌려보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다.
어쩐지 얼렁뚱땅 넘어가는 것 같긴 하지만.
전풍을 꺽음으로서 남피의 힘을 많이 줄였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하북 내에서 협조를 받으려면 어쨌든 견가의 도움은 필요했다.
그렇다면 결혼이 인정되었다고 생각하고 넘어가는 것도 틀린 것은 아니겠지.
난 견희를 바라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술은 좀 마실 줄 알아?”
“조금이라면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럼 맨 정신에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좀 그렇군. 원래대로라면 이래저래 많이 해야할텐데 다 못했으니…”
“괜찮습니다.”
“아쉽지는 않은거야?”
“…네. 식과 예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요.”
뭔 일이 있었던거지?
내가 바라보자 견희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많은 것을 깨닫기도 했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좋은 변화같네.”
늘 딱딱하게 굳어 있던 견희였다.
비록 충격적인 일이기는 했지만 그녀가 감정을 드러냈다는 것은 이제부터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좋은 일이지.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는 시녀에게 간단하게라도 술상을 봐오라 말했다.
잠시 기다리자 술상을 차려 온 시녀는 탁자에 그것을 올려 놓고 조용히 나갔다.
뭔가 분위기가 묘하네.
조용한 밤.
일렁이는 불빛
그리고 미녀.
날 말없이 바라보는 견희에게 술잔을 내밀었다.
“한잔 어때?”
누누히 말해왔지만 난 술 잘 못 마신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벌써 몇병은 비웠을 탁주였지만 한병 가지고도 견희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마실 수 있었다.
“생각보다 잘 마시네?”
“이정도야…”
여인이 술을 마시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희가 꽤나 잘 마시는 것에 난 감탄했다.
“한병 더 줄까?”
난 그만 마셔야겠다.
내 질문에 견희는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도 그만 마시겠습니다.”
“그래?”
누군가는 취하는 것이 좋다고 하더라.
대표적인 예로 방통.
걔는 술에 취하면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다 잊을 수 있어서 좋다는데 난 취해도 오히려 정신이 말똥말똥해져서 더 기분이 나쁘다.
딱 지금 정도가 좋다.
적당히 몸이 후끈해질 정도.
“장군님께서는 생각보다 술을 잘 드시지 못하시는 듯 싶습니다.”
“응. 기억해둬. 중요한거라고.”
“화신주, 그리고 죽엽청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만… 그것이 장군님의 덕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두 종류의 술을 만든 건 내가 아니야.”
내가 증류주를 만든 것은 소독용 알코올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어쩌다보니 그게 증류주가 되어 특산품을 만드는 방법이 되기는 했지만 본래 목적은 그게 아니었다.
“그렇군요.”
“응. 너무 소문만 따르지 말라고. 생각보다 과장된 것들이 많으니까.”
견희를 향해 히죽 웃어보인 나는 갑옷을 벗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와드리겠습니다.”
“아. 고맙네.”
뒤쪽의 끈은 풀기 어렵단 말이지.
견희는 사뿐히 걸어 내 목에 걸려 있는 가죽끈을 풀었다.
헐거워진 갑옷을 벗어 걸어 놓은 내가 자리에 앉자 견희 역시 자리로 돌아왔다.
“장군님.”
“왜?”
“장군님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습니다.”
“그래. 이제 같이 사는 사이인데 서로에 대해서 잘 알아야겠지.”
“…..”
“응?”
이게 아닌가?
견희는 날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뭐지?
많이 공부를 한 것이 몸에 벤 탓인지 견희의 어법을 이해하려면 머리를 꽤 굴려야했다.
“으음… 아.”
수경원에 있을 때 나도 예법에 대해서는 공부한 적이 있었다.
절대 직설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돌려서 말함으로서 상대방이 자신의 의도대로 움직여주길 기대한다.
이게 뭔 개방귀같은 소린가 싶어서 대충 공부하기는 했지만 예에 따른 대화법은 이런 것이라고 했다.
“그… 뭐라고 말해야하나. 지금 네가 말하고자 하는 게 첫날밤을 치뤄야한다… 뭐 그런 얘기겠지?”
상대방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
그것을 변화하면 좀 더 같이 있고 싶다는 이야기가 되고 이 오밤중에 그런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동침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세상에
세번이나 꼬다니.
내가 떨떠름히 묻자 견희는 작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흠.”
확실히 견희와는 오늘 결혼식을 치뤘고 중간에 파토가 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녀와 나는 부부가 되었다.
그런 사이에 첫날을 각자 따로 잔다면 분명히 헛소문이 돌게 될 것이다.
가뜩이나 원희와 이혼을 하게 되고 나와 결혼을 하게 된 견희다.
그리고 그 원희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던 그녀인데 여기서 내가 첫날밤을 같이 보내지 않으면 분명 말이 나올 것이다.
“뭐. 괜찮겠지.”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입니다!
소녀전선이 그렇게 재밌다고 해서 한번 설치해봤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네요 ㅋㅋㅋㅋ
으… 저도 나이먹어서 그런지 이제 게임은 간단하게 와우 정도 밖에 못할듯…
바로 대댓글 가겠습니다!
용제 // 축하드림다!!
마법날개 // 오오 ㅋㅋ 맞추셨네요 ㅋㅋ반면교사가 됩니다!
우중월야 // 하마터면 맞을뻔…ㄷㄷ
천공의행검 // 그거시 주인공보정!
트릭스타 // 암시하는 편은 좀 있었죠 ㅋㅋㅋ
Dunkel // 결국 가진 이상이 다를 뿐이죠… 물론 쓰레기들이 없는건 아닙니다만ㅋㅋ
keylan // 감사합니다~
신지영 // 유비는 1부 끝날때쯤…? 몇가지 스토리가 생각나는게 있어서 그냥 빠른 킬할까도 생각중임다 ㅋㅋㅋ
쌍2 // 장양이 흑산적의 대장입니다 ㅋㅋㅋ
Teiran // 네 ㅋㅋ 아마 그리 될…것 같네요 과연 어찌될 것인가!
절부시다걸린스님 // 의존계 좋네요 ㅋㅋㅋ
Bobbylow // 스토리 변화때문에 진짜 1부 끝날때쯤 훅갈지도… ㄷㄷ
인페르니우스 // 항상 감사합니다~
T스톤 // 과연!!?
naruto piano //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ㅋㅋㅋ
koreaabce // 다행히 아직은…!
방귀장이뿡 // 기대해주세요~~
니알라토텝 // 잉? 뭐 그런건 아니고 ㅋㅋㅋ 생각해둔 병이 있슴다 ㅋㅋ
암천회류 // 항상 감사합니다~
별골 // 고산병 말고도 비슷한 증상의 병이 하나 더 있죠 ㅋㅋ
Kalon // 근데 제가 삼국지를 하다보면 이렇게 모아도 발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ㅠㅠ
백발마인 // 늘 감사합니다~
잠쟈다콩해쪄 // 교양은 지금 휘랑 성이 돌보는중… 결혼한걸 알면 분기탱천! 하겠죠 ㅋㅋ
나물 // ㅎㅎ 늘 감사드려요~
날사랑한그대 // 졸음은 꾹 참으시고 밤에!!
자유의노래 // 아이고ㅠㅠ 불쌍한 우리 완이…
현실과소설 // 초선을 내볼까도 생각해봤는데 초선이 정사에서는 없는 인물이더라구요. 그래서 좀 고민중임다… 이미 정사에 없는 인물이 나오긴 했지만 ㅋㅋㅋ
허니앙쥬 // 쓴 저도 반성…ㅠㅠ
월광천군 // 감사합니다~
영혼의상자 // 우와! 감사합니다! 땡큐썰!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