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29
00429 천하이분지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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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유분수지.
위연이 피가 줄줄 흐르는 어깨를 잡으며 그가 바닥에 떨어진 검을 잡았을 노숙은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뒤로 수백이 넘는 이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어느새 이곳까지 왔단 말인가.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접근하다니.
위연은 긴장하며 그들을 노려보았다.
“일열. 쏴라.”
활을 들고 있던 이의 말에 그의 뒤에 있던 보병들은 자신들의 무기를 들었다.
쇠뇌였다.
하나를 만드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장비다.
그것을 수백이나 되는 이들이 모두 장비하고 있다니.
강남에서도 이만큼 부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은 몇 없었고 그 몇 없는 곳 중 하나가 바로 노가였다.
“젠장!!”
쇠뇌의 공격에 흐름이 끊겼다.
팔이 잘린 손책을 그의 부하들이 챙기는 것을 본 위연은 고민했다.
더 싸울 수 있을까?
하지만 지금의 병력만으로는 좋지 않다.
최악의 경우 쇠뇌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이열. 쏴라.”
일열의 쇠뇌병들이 쇠뇌를 쏘고 장전을 하는 동안 이열의 쇠뇌병들이 쇠뇌를 쏜다.
그리고 대기하던 삼열의 쇠뇌병들이 나선다.
“가라. 여몽.”
“알겠수!! 가주님!!”
장검을 들고 달려가기 시작한 여몽은 위연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그의 검과 위연의 검이 맞부딪힌다.
몇차례 이어지는 공격에 위연은 여몽을 발로 걷어 찬 후 고개를 돌렸다.
어느새 손책은 여몽이 이끄는 병사들과 합류하여 노숙이 있는 쪽으로 가고 있었다.
여몽의 부하들에게 막혀 있는 위연은 장비를 향해 악을 썼다.
“뭐하는거야!! 손책을 죽여!! 손책을 잡아야 한다고!! 저러다가 놓친다!!”
위연의 노기 섞인 외침에도 장비는 반응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공격하는 병사를 쳐내며 뒤로 빠지기만 할 뿐.
그런 그의 모습에 당황한 위연이 한순간 멍하니 쳐다보자 장비는 말의 고삐를 잡아 당기며 말했다.
“그건 괴월의 명인가?”
“뭐?”
“미안하지만 나에게 온 명령은 좀 달라서.”
장비는 고개를 돌렸다.
그가 자신을 따르는 기병들과 전장에서 이탈하려 하자 위연은 당황했다.
손책을 잡는 것 말고 다른 명령이 있었단 말인가?
도대체 그게 무슨?
“무슨 소리야!”
“수고해라.”
당황한 위연은 장비를 따르는 기병들이 노가의 노병들을 피하여 후퇴하는 것을 보고 이를 갈았다.
“젠장!!”
노가의 병사들은 후퇴하는 장비와 그를 따르는 기병들을 쫓지 않았다.
그저 눈 앞에 있는 위연의 부대만 공격할 뿐.
여몽은 장비가 완전히 이탈하자 씨익 웃으며 외쳤다.
“노 도련니이임!! 한놈 남았수다!!”
“쏴라.”
가장 위협이 되는 기병들을 겨냥하여 쇠뇌를 쏘던 노가의 쇠뇌병들이 자신들을 노리자 위연은 분통을 터트렸다.
비록 장전이 느리지만 활보다 강한 것이 바로 쇠뇌였다.
그들과의 거리가 멀어 함부로 공격하러 들어갈 수도 없었던 위연은 노숙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
“개자식!! 반드시 네놈을 씹어먹어주마!!”
“쏴라.”
위연이 욕을 하든 말든 노숙은 신경쓰지 않았다.
그저 차갑게 공격명령만을 다시 내릴 뿐.
장전을 마친 이들이 앞으로 나서며 쇠뇌를 겨냥하고 발사하자 위연은 분통을 터트렸다.
이미 여몽의 부하들은 손책을 챙긴 상태였다.
“두고보자!!”
그들의 공격을 버티지 못한 위연이 병사를 이끌고 도망가버리자 여몽은 어깨를 으쓱이고 손책을 보았다.
한쪽 팔이 잘리고 옆구리에 큰 부상을 입었다.
이정도면 적어도 폐인, 심하면 부상을 이기지 못하고 죽을 수 밖에 없었다.
“쳇. 도련님!!”
“하아…”
노숙은 인상을 구겼다.
아직은 유표와 싸울 때가 아니라고 그리 말했지만 바득바득 우기며 유표를 치러가버린 손책이다.
결국 이런 꼴이 되어버린 것을 보니 착찹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어쨌든 자신의 주군인데.
결국 유표와 싸우고 이렇게 패배하여 돌아오는 꼬라지를 보니 한숨 밖에 나오지 않았다.
터덜터덜 걸어 손책이 있는 쪽에 도착한 노숙은 그의 부상을 보고 인상을 구겼다.
“젠장… 중경!! 이리 와보시오!”
급하게 달려오느라 녹초가 되어버린 사내는 노숙의 부름에 숨을 헐떡거리다가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몰아쉬었다.
그가 힘들어하는 모습에 노숙은 손을 들어 올렸고 여몽은 달려 그를 업고 손책의 곁으로 갔다.
“치료할 수 있겠소?”
처참하기 그지 없는 손책의 상태를 확인한 중경은 입맛을 다셨다.
숨소리마저도 가늘기 그지 없다.
잘린 팔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옆구리의 부상.
노숙도, 여몽도 아무런 말을 하고 있지 않자 중경은 볼을 긁적거린 후 퉁명스레 말했다.
“이봐. 노 가주. 난 의원이지 대라신선이 아니야.”
“할 수 있다는거요? 없다는 거요?”
“어우… 이건 뭐. 편작이 와도 힘들겠는데?”
아무리 자신이라지만 이정도 상처를 치료하는 것은 힘들다.
그가 자신없어하자 노숙은 한숨을 내쉰 후 물었다.
“완치는 힘들더라도 목숨은 붙여 놓을 수 있겠소?”
“이걸 어떻게 완치를 해. 그건 신의라 불리는 화타가 와도 힘들어.”
“그럼 살릴 수는?”
“그것도 반반인데…?”
중경이 곰곰히 생각하며 가방에서 침과 약재를 꺼내자 여몽은 투덜거렸다.
“장 어르신은 뭐 할 줄 아는게 없으슈? 거 화타 그 사람은 마마도 막았다던데.”
“종목이 달라! 종목이! 그 사람은 나서서 치료하는 사람이지! 에이. 아무튼 이거나 먹여봅세.”
“그게 뭐요?”
처음 보는 약이다.
탕약을 주로 쓰는 장중경이 이런 단환을 쓸 줄은 몰랐던 노숙은 의아해하며 물었고 장중경은 히죽 웃었다.
“그 화타가 만든 마비약이다. 전에 화타를 만나러 갔을 때 몇개 받아 두었지… 어디보자. 자. 먹을 수 있겠나?”
“흐으…으…”
“출혈이 심해서 힘들겠군. 일단 지혈부터 해야겠는데… 팔이 잘린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충격으로 죽을 수도 있으니 꼭꼭 씹어 먹어.”
그나마 정신은 남아 있는 손책이었다.
그는 간신히 장중경이 준 환약을 씹어 삼켰다.
힘겹게 마취약을 그가 먹자 장중경은 침과 붕대를 이용해 그의 잘린 팔을 지혈하기 시작했다.
“거 진짜 막을 수 있는거요?”
붕대가 금방 붉게 물들어버리자 여몽은 의심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장중경은 옆에 있는 약상자로 여몽의 머리를 때렸다.
“에라 이놈아. 방해할거면 저리 가 있어.”
“아니 말로 하시면 되지. 왜 때리십니까.”
“여몽.”
“쳇. 맨날 나만…”
노숙의 진지한 어조에 여몽은 입을 다물었다.
모두가 조용해져 있는 동안 잘린 팔의 단면에 약을 뿌리고 깨끗한 천으로 꾹 누른다.
지혈제가 제대로 받는 것인지, 아니면 아까 먹은 마취제 덕분인지 손책의 얼굴이 조금 괜찮아졌다.
“어디… 이정도면 되려나? 제대로 된 치료는 여기서 못해.”
빠르게 조치를 끝낸 장중경은 피가 잔뜩 묻어 있는 손을 천으로 닦은 후 말했다.
“당연하겠지만 정상적인 생활은 힘들어. 옆구리의 상처도 심해서… 한 1, 2년 정도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푹 요양만 해야겠는걸?”
“그렇게 하면 살 수는 있는거요?”
“살 수는 있지. 하지만…”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패왕 손책은 끝장이겠군. 이제 뒷방 신세를 면하기는 힘들겠어.”
“그게 무슨 소리요?”
여몽의 질문에 장중경은 그의 잘린 팔을 가리켰다.
“우수검사가 한쪽 팔이 없다는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나? 기마상태에서는 무기조차 잡을 수 없게 된다.”
“허어…”
장중경의 설명을 들은 여몽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우수 검사가 오른팔을 잃는다는 것은 목숨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특히나 손책처럼 강한 자는 더욱 그럴 것이다.
그것에 절망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지나 않으면 다행이겠다 생각하며 여몽이 탄식하자 장중경은 씁쓸히 중얼거렸다.
“손가가 이대로 몰락할지도 모르겠군.”
손가의 가주이며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손책이 이런 부상을 당했다.
손권은 아직 어려 가주로 추대되어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 되면 손책에게 눌려 있던 다른 가문들이 힘을 얻으려 할 것이고 지금까지 손가가 보유하고 있던 이권이나 토지, 봉록등을 빼앗으려고 움직일 것이다.
간신히 힘을 모은 손가가 다시 분열된다.
장중경의 중얼거림에 노숙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어쩌면…”
“음?”
무언가 방법이 있는건가?
여몽과 장중경이 의문을 품으며 바라보자 노숙은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것도 아니야. 장사로 복귀한다.”
의아해하는 이들을 무시한 채 앞서 걷던 노숙은 작게 미소지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쇼? 도련님?”
여몽이 다가와 묻자 노숙은 그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여몽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노숙은 차분히 웃었다.
“너 이제부터라도 공부 해야겠다. 말투도 바꾸고.”
“…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글도 제대로 깨우치지 못했을 정도로 무식한 여몽이었다.
그저 자신은 힘쓰는 장수가 되고 싶을 뿐이지 책을 읽거나 글자를 쓸 필요는 없다고 여기며 무예 수련에만 박차를 가하던 여몽이었기에 노숙의 말에 질린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숙은 냉정하기 그지 없었다.
“앞으로 너도 손가로 들어와야 할거다.”
“어? 그럼 진짜로 손가의 밑으로 들어가려는 거요? 지금까지는 자금과 이름만 대준다면서.”
“그래.”
노가의 가주로서 가주가 되기 전부터 ‘노가의 무서운 이’ 라고 불릴 정도로 냉정하고 차분히 책략을 짜내고 세상을 읽던 노숙이었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는 마치 그가 예언이라도 하는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머리 회전이 빠르고 상황을 파악하여 예측하는 능력이 있던 그가 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글공부를 하기는 해야 할 텐데.
여몽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진짜 해야하오?”
“진짜 해야하니까 말하지. 안해도 되면 말도 안했어.”
“왜? 도련님이 손가와 함께 하겠다고 한 것은 꽤 되었잖수. 지금까지 아무런 말도 안하다가 왜…”
“그때는 손가의 방식이 나와는 달랐기 때문이지…”
들것에 실려있는 손책을 바라보았다.
손책.
강한 자다.
손견의 피를 가장 많이 이어받았다고 생각될 정도로 뛰어나고 용맹이 대단했다.
하지만 그게 다다.
그는 맹장이며 용장이지만 군주의 그릇은 아니었다.
조조에게 관직을 받았고, 조조의 부하인 진유하와 관계를 맺었다고는 하지만 굳이 지금 유표와 싸울 이유는 없었다.
유표가 세력을 넓힌다?
얼마든지 넓히라고 봐주면 되었다.
지금 유표가 세력을 넓혀봐야 유장, 그리고 다른 강남의 명가에게 견제받게 더 받겠나.
그렇기에 그냥 놔두고 싶었지만 손책은 도리에 따라, 의협에 따라 유표를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억지에 가까운 강경한 주장 주유 역시 동의해버렸다.
손책은 훌륭한 사람이다.
호탕하고, 기개가 있으며 용맹함은 대단하다.
그리고 그게 다다.
그는 가슴 뜨거운 훌륭한 협객일지언정 머리가 차가운 군주가 될 수 없는 그릇이었다.
주유가 손책을 말리지 못한 이유는 손책의 그 성정 때문이었다.
강하고 불같으며 성급한 손책과 조화를 중요시여기며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주유가 함께 한다면 당연히 불같은 손책의 뜻을 주유는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새로운 손가의 가주는 어리다. 그렇다면… 그를 위대한 군주로 만들 수 있어.”
이미 자신을 완성시킨 손책은 힘들다.
그렇지만 다음대 손가의 가주인 손권은 달랐다.
그는 현명하고, 인자하며 타인의 의견을 무시하는 이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가능할 것이다.
‘드디어 구상만 해온 천하이분지계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기도 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