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35
00435 고통 없이는 얻는 것도 없다. =========================
준비가 끝났으면 움직인다.
말에 올라탄 곽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전군. 전진하라.”
야간의 행군이다.
적에게 들키지 않기 위한 움직임이기에 함성은 없었다.
그저 조용히, 목적지를 향해 걸을 뿐.
기병들마저도 말에서 내려 걷고 있었다.
“해야 할 일들은 알고 있겠지?”
이번 전투에 참전하는 주요 인물들은 장합, 그리고 조인과 악진, 조홍이었다.
그들이 자신의 주변에 모이자 곽가는 천천히 말했다.
“앞서 말한대로 작전을 수행해주길 바라겠다.”
“뭐 그거야 그리 하겠지만…”
이번 전투의 전략은 오로지 곽가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미 조조에게 명령을 받은 조인과 조홍, 이통과 악진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장합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괜찮겠습니까? 그것을 그에게 맡겨도…”
“장 도위가 지원해줬으면 하는데.”
“명령이라면 따르겠습니다만…”
가장 중요한 원소를 잡는 것.
그것을 이제 막 천인대장에 오른 애송이에게 맡긴다는 것이 영 불안한 장합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 애송이가 조조의 아들 조비라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런 위험한 일을 맡긴다는 것이 영 내키지 않았던 장합이 불만스러운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곽가는 씩 웃었다.
“문제라도 있나?”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걱정될 뿐이지요.”
“무엇이 걱정되나?”
“그는 조공의 아들입니다. 행여나 그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를 맡기로 한 진동장군께 피해가 생길지도 모릅니다.”
장합이 다른 이들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말하자 곽가는 여유있게 말했다.
“뭐 그건 그가 알아서 할 일이겠지. 거기서 죽으면 그게 그 녀석의 실력이고 그릇이겠지.”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하지만 어쩌겠나.”
이곳에 있는 것은 자신 뿐이 아니었다.
저기 있는 조홍과 조인은 조조의 동생들.
그들에게 있어서 조비는 조카나 다름없었다.
그들이 있는 곳에서 저리 냉정히 말하다니.
장합이 그들의 시선을 걱정하며 말하자 곽가는 키득거렸다.
“내 입이 원래 이렇게 썩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모두들 알고 있기도 하고. 허나. 그래서? 그것이 불만인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진동장군에게는 내 나중에 사죄할테니 걱정 말게. 그가 나에게 조비를 보낸 것은 내 마음대로 쓰라는 것에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나저나 그들은 어찌 되었나?”
“잘 따라오고 있습니다.”
청주에서 온 지원이다.
그들의 실력은 장합이 인정할 정도였다.
장합은 진유하의 최측근이며 지장이고 또 맹장이었다.
그런 그가 인정할 정도라면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곽가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이왕이면 자네에게 그 임무를 맡기고 싶었네만….”
“괜찮습니다. 아쉽기는 하지만 저보다는 그가 더 적합하니까요.”
중요한 임무.
바로 문추를 상대하는 일이었다.
조인이나 조홍도 강한 무장이지만 문추는 차원이 달랐다.
조조의 부하 중에서도 허저나 전위 정도가 아니라면 쉽사리 상대할 수 없는 자다.
장합이 비록 강한 무장이기는 하지만 이번에 해야 할 일은 문추를 압도적인 힘으로 꺽어버려 적들의 사기 하락과 혼란을 유도하는 것이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장합만으로는 무리라고 할 수 있었다.
“안량이 스스로를 하북 최강이라고 떠들었지만 실상은 달라. 진짜 강자는 문추이네. 비록 필부의 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지만 가끔씩은 그 필부의 무가 전황을 바꿔버릴 수도 있지.”
“예.”
“그러니 그에게 말해주게나. 만약 문추를 잡지 못 한다면 군법으로 처리하겠다고. 조비의 실패는 인정하나 그의 실패는 인정할 수 없다고.”
“알겠습니다.”
곽가의 곁에서 떠난 장합은 백귀대가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백귀대와 함께 움직이고 있는 두 사내에게 다가간 장합은 담담한 어조로 물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좋지도, 나쁘지도 않소. 필부 하나를 잡아야 하는 일이 뭐가 그리 신경 쓸 것이 있겠소?”
긴 검은 수염의 사내.
붉은 얼굴이 인상적인 사내, 관우는 차분한 어조로 대꾸했다.
“정말 문추를 상대할 수 있겠습니까?”
“해봐야 알겠지. 허나 지지는 않을거요.”
청주에서 안량을 압도했던 관우였다.
그런 그라면 문추를 상대하는 일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관 도위라면 가능할겁니다. 그렇지만 조심하시지요. 문추는… 강한 잡니다.”
장합 역시 하북에서 살던 사람이었다.
문추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었던지라 관우에게 주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장합을 빤히 응시하던 관우는 수염을 쓰다듬은 후 물었다.
“그런 것을 떠나서… 만약 공을 세운다면 말이오.”
“말씀하십시요.”
“그것에 대한 포상으로 무엇을 받을 수 있겠소?”
“글쎄… 문추를 잡아내는 무를 선보인다면 다른 곳에서도 관 도위를 끌어들이려 하겠지. 적어도 중랑장 이상의 자리를 얻을 수는 있을겁니다.”
“그것 외에 개인적인 포상을 받을 수 있겠소?”
“그것은 진동장군께 여쭤봐야… 무엇을 원하시길래 그렇습니까?”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오.”
“흠.”
개인적이라는데 뭐라고 하겠는가.
그저 좋은 집이나 하나 달라고 하려나 싶었기에 장합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관평을 보았다.
관우의 말을 들은 관평의 표정은 무척이나 어두웠다.
“그런데… 자네는 어찌 표정이 그리 좋지 않은가?”
관우의 아들 관평은 장합의 질문에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것일까?
장합은 선선히 웃으며 그의 말을 기다렸다.
“괜찮으시다면 이번 전투는 장 도위님을 지원하고 싶습니다.”
“나를? 왜? 아버님을 지원하지 않고…”
많은 전투를 거쳐 훌륭한 부장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관평이었다.
그라면 문추를 상대해야 하는 관우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평이 오히려 자신을 지원하겠다고 말하자 장합은 웃으며 관우를 보았다.
하지만 관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관평의 말을 기다릴 뿐.
“문추를 잡는 것은 아버님 혼자면 충분합니다.”
“그래서?”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
공에 대한 욕심을 보인다.
전장에 나온 남자라면 당연한 모습.
특히나 오랫동안 전장을 누비던 관평이라면 천하의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전투에서 공을 세워 이름을 알리고 싶을 것이다.
그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장합은 관우를 보며 물었다.
“괜찮겠소?”
“평이도 이제 한 사람의 남자. 원한다면 싸우게 해줘야겠지.”
“감사합니다! 아버님!”
관우의 시큰둥한 대답에 관평은 두 손을 올려 예를 표했다.
부장이 다른 장수의 부장이 되겠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아들이.
무척이나 기분이 나쁠 수도 있는 말인데도 관우가 흔쾌히 허락하자 관평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보였다.
“허나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무엇입니까?”
“공을 세우지 못할 망정 폐를 끼쳐서는 안된다.”
“…..”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관우가 공을 세우는 것을 방해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문추를 잡는다 하더라도 관평이 공을 세우려다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여 전투가 흐트러진다면 그 죄는 상당했다.
만약 그 죄를 자신이 세운 공으로 상쇄시키려 한다면 관우로서는 막을 수 없었다.
그것을 경계하며 관우가 말하자 관평은 잠시 생각하다가 떨떠름히 물었다.
“아버님을 위해서입니까?”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관평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런 그를 차분히 지켜보던 관우가 다시 전방으로 고개를 돌려버리자 장합은 무거워진 분위기를 날리기 위해 관우에게 말했다.
“이번 전투가 끝나면 관 도위께 화신주를 올리지요. 오래간만에 진탕 취해봅시다.”
“그거 좋군. 기대하고 있겠소.”
꽤나 오랫동안 함께 일했지만 여전히 선을 그어 놓고 있는 관우였다.
그의 아들인 관평이 다른 장수들과 친해지는 동안에도 꾸준히 고고함을 유지하고 있는 관우를 보던 장합은 어깨를 으쓱이며 자신의 부대를 향해 돌아가려 했다.
“장 도위님. 지금부터 따르겠습니다.”
“아아. 그래. 날 지원하겠다면 나와 함께 가야겠지. 그럼 아버님께 인사올리게나.”
“아버님. 부디 무운을.”
“그래.”
무뚝뚝히 대답한 관우는 청룡언월도를 가볍게 들어올렸다.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숙인 관평이 자신의 뒤로 오자 장합은 그와 함께 자신의 부대에 합류했다.
관우와 다르게 성격이 유쾌하고 많은 이들과 살갑게 지내던 관평이다.
그가 오자 장합을 따르는 백귀대들은 웃으며 그를 반겼다.
그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해준 관평은 부대의 선두까지 장합을 따라간 후 조용히 입을 열었다.
“장 도위님.”
“말하게나.”
“…만약 제가 공을 세운다면.”
“음?”
“한가지 청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허어… 자네가? 내가 들어줄 수 있는 청은 그리 많지 않은데.”
“진동장군님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십시요.”
진지하기 그지 없는 표정이었다.
지금의 진유하는 예전의 진유하와 달랐다.
단순히 임시 서주목일 때는 직계 수하로서 그와 독대를 청할 수 있었지만 지금의 진유하는 달랐다.
한나라의 진동장군이며 조조의 사위였다.
거기에 평원과 업성을 함락시킨 영웅.
그런 이를 제대로 된 관직조차 없는 이가 함부로 독대할 수는 없었다.
장합이야 오랫동안 그의 부하로 일해왔고 아직 관직만 받지 않았지 중랑장 이상의 공을 세운 이이니 괜찮겠지만 관평은 무리였다.
“관직을 요청하려는 것은 아닌 것 같고… 뭔가 사적인 부탁이라도 하려는 건가? 혹 중매라도 서달라고 하려고?”
늘 유쾌한 관평 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이다.
그 표정에 장합은 농을 걸었지만 관평은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무언가 크게 결심한 듯한 그의 표정에 장합은 자세를 바로 한 후 천천히 물었다.
“…무슨 말씀을 드리려고 그러나?”
만약 관평이 진유하를 해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관평이라고 하더라도 용서할 수 없을 것이다.
장합이 경계하자 관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생각하시는 그런 험한 것은 아니니다. 다만 한가지 청을 드리고 싶어서 일 뿐입니다.”
“청? 어떤 것이길래? 어지간한 것은 내가 들어…”
“죄송합니다. 그것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죽어도 진유하에게만 말해야겠다는 듯한 관평의 태도에 장합은 입을 다물고 그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관평은 대답할 생각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자네도 알겠지만… 진동장군님과 독대하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자격이 필요하네.”
“그러니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공을 세운다면…”
“흐음… 좋아. 내 부장으로서 움직이며… 적어도 적의 장수 하나 정도를 잡는다면 내가 장군께 직접 요청드리지.”
“감사합니다!”
적의 장수를 잡는다.
독립 부대를 이끄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부관으로 움직이며 그것을 이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아무것도 못한 채 멍하니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나았다.
관평의 눈이 투지로 불타오르자 장합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거 괜한 짓을 한 모양이군.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허나 진동장군께서 허락하지 않으신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겠지요. 알겠습니다.”
“좋아. 그럼 자네가 맡아야 하는 임무를 설명하도록 하지. 잘 듣게.”
장합은 이번 전투에서 특별한 임무를 받았다.
그 임무를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전투가 치뤄질 터.
그때까지 관평의 머릿 속에 작전의 개요와 세부 설명을 쑤셔 넣기 위해서 장합은 빠르게 그에게 설명했고 관평은 단 한마디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그의 말에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