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34
00434 독과 약 =========================
관도 부근의 높은 산에 자리잡고 있던 곽가는 봉화를 확인했다.
“오소가 맞았군. 고생했소. 허 자원.”
“별 말을 다 하시는구려. 친우를 위해 이정도도 못해주겠소?”
원소의 부하로 있으며 자신과 내통하던 허유에게 웃어보인 곽가는 그가 쓴웃음을 짓자 담담히 말했다.
“조공께서 그대에게 큰 상을 내리실 것이오.”
“딱히 상을 바라고 한 일은 아닌데. 아무튼 뭐. 준다면 받아야지. 듣자하니 서주가 그리 살기 좋다던데… 나중에 서주로 휴양이나 가봐야겠소. 나로서도 한 친우의 손을 들어주고 다른 친우의 뒤통수를 후려친 터라 심력을 너무 쓴 것 같거든.”
일부러 들리게끔 중얼거리고 허유가 내려가자 곽가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가진 능력은 있으나 욕심이 과한 자다.
하긴.
그 욕심이 있으니 이렇게 배신을 한 것이겠지.
허유가 멀어지는 것을 차분히 지켜보던 곽가는 자신을 호위하기 위해 따라 나온 이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소년병이지만 가진 지휘 능력이 대단한 이가 이끄는 삼백인대다.
그런 이들에게 호위를 맡기는 것 자체가 위험한 일이었지만 곽가는 그다지 걱정을 하지 않았다.
“이제 가시지요.”
다가 온 삼백인대의 대장인 소년이 두 손을 모으며 말하자 곽가는 그를 말없이 지켜보았다.
아는 얼굴이다.
조조의 차남인 조비.
하지만 곽가는 그에게 아는 척을 하는 대신 무덤덤하게 대할 뿐 이었다.
“곽 성주님.”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곽가는 작게 숨을 내쉰 후 말했다.
“잠깐 정도라면 시간이 있지. 나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는가?”
“그리하겠습니다.”
부하들에게 철군을 지시한 후 조비는 곽가의 뒤를 따랐다.
그와 함께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간 곽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이번 전투는 아주 중요하네. 만약 여기서 원소를 잡지 못한다면 군량을 잃은 것을 저들이 알게 되겠지.”
“그럼 저들의 사기가 떨어지는 것 아닙니까? 쉽게 전쟁을 끝낼 수 있을텐데…”
“그래. 식량을 잃고, 또 업과 평원을 잃어 그들은 사면초가에 빠지게 되었지. 하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적이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 제일 좋은 것은 첫 전투에서 승리를 가져와야 해. 그리고 난 후 오소가 습격을 받아 식량이 전부 불탔다는 것을 저들이 알게 되어 사기 저하로 항복하게 하는 것이야. 어차피 업성과 평원성은 진동장군의 손아귀에 들어왔으니까.”
“그렇지요.”
조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업성의 이야기만 떠올려도 가슴이 아팠다.
견희.
처음 본 순간 반했던 여인.
그 여인은 이미 진동장군의 아내가 되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을 탓할 수는 없었다.
진동장군은 선택권을 주었다.
후계자 자리를 포기한다면 자신이 나서서 견희와 맺어지게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계자 자리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견희와 맺어지는 것을 단념하라고.
자신의 선택이었다.
후계자 자리를 노리기 위한 자신의 선택.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머리와 다르게 마음은 항상 업성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을 잊기 위해서 전투에 집중했다.
후계자가 되기 위해 공을 세우려 더더욱 전투에 집중해나갔다.
“뭐… 나야 가만히 있어도 공을 세우겠지만. 큰 공을… 예를 들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가지려는 자에게는 아쉬운 일이 발생하겠지.”
“…하시고 싶은 말씀이 무엇입니까?”
곽가를 따르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은 많았다.
그런데도 곽가가 이렇게 자신들을 데리고 온 이유는 이 말을 하기 위해서라고 조비는 생각했다.
“알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안성주이며 서주목인 조 자수가 아주 큰 공을 세웠다더군. 장양의 육만 군세를 물리쳤다고 하네. 자칫 잘못하면 연주와 사예주에 큰 위기가 찾아 올 뻔 했는데 그것을 사전에 잘 차단했어.”
“…..”
조앙.
자신의 이복형.
현재 조조의 후계자에 가장 가깝고 조조 사후 세력의 주인이 될 사람이라고 많은 이들이 평가하는 자다.
그가 큰 공을 세웠다는 것에 조비는 가슴이 철렁해지는 것을 느꼈다.
안그래도 거리가 벌려져 있는데 그가 공을 세웠다고?
장양의 육만 군세를 막아?
조비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꽉 깨물었다.
형이다.
그런 형이 공을 세웠다면 응당 축하하며 기뻐해야겠지만 조비는 오히려 억울하다는 마음과 조급함 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습니까.”
칭찬할만하다.
지금 분통을 터트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칭찬할만 하다.
그런 조비를 보며 곽가는 히죽 웃었다.
“아무튼. 뭐. 공을 세우길 원하는 삼백인대장에게 한가지 제안을 하고 싶네.”
“무슨… 제안입니까?”
“원소에게 치명상을 입힐 만한 책략은 다 꾸몄는데 말이지… 한가지가 부족한게 있어서 말야.”
“그게 무엇입니까?”
“화살.”
“…예?”
곽가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
그런 그의 눈빛을 마주하던 조비는 곽가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원소의 상장인 문추를 잡을 패는 준비가 되었어. 그리고 고람을 꺽을 패 역시도 준비되었지. 그들의 틈을 열 준비도 다 되었단 말야. 하지만 하나. 빠르게 날아 원소의 심장에 꽂을 화살만이 준비가 되지 않았단 말이지…”
“…..”
“자네가 원한다면 그 화살의 자리를 주겠네.”
“그 말씀은…”
“전투가 시작되고 틈이 열리면 출격하여 원소군의 안에서 원소를 잡을 사람이 필요하네. 그 역할을 해주게나. 내 업성과 평원, 백마항에서의 이야기는 들었네. 자네와 자네의 부대가 지극히 용맹하다고 하더군.”
곽가의 제안은 달콤했지만 그 제안의 뒷면에 있는 것이 무엇인지 조비는 모르지 않았다.
9할 이상의 확률로 죽는다.
틈을 열겠지만 그 틈이 언제까지 열려 있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파고들어 원소를 잡는다고 하더라도 돌아오는 길이 있다는 보장도 없다.
화살의 역할은 날아가 상대를 죽이는 것.
결코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저에게 죽음을 명하시는 것입니까?”
“으음. 그럴리가. 그래도 귀한 화살을 날리는 것인데 회수를 위한 줄 정도는 걸어둬야지. 하지만 그 줄이 계속 이어져 있다는 보장은 할 수 없어. 적에 의해서 끊길 수도 있겠지. 날아가는 도중에 끊어질 수도 있고. 어쩌면 화살이 날아가는 것을 방해할 수도 있어.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 정도는 되어주지 않겠나?”
“…..”
“말해두지만 강요하는 것은 아니야. 대신할 화살은 얼마든지 있으니까.”
조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과연 가능할 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무리였다.
분명 원소를 지키고 그에 근접해 있는 이들은 원소의 최정예병들일 것이다.
그리고 그 수는 적어도 천 이상은 될 것이다.
자신의 삼백인대만으로는 무리다.
“원한다면 인원의 추가 정도는 해줄 수 있지. 그에 따른 지원도 해줄 수 있고 말야.”
곽가의 달콤한 말에 조비는 갈등했다.
천인대라면 가능할까?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자신 뿐만 아니라 동료들이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기회는 항상 오는 것이 아니지. 그리고 언제나 자네에게 기회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자네 이상으로 공을 세우고자 하는 이는 아주 많아. 내 아들인 혁이도 그렇고…”
“큭.”
“자네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군주가 되려는 자는 과감하게 결단을 할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네. 이것 저것 재 다가는 기회를 전부 놓쳐버릴 수 밖에 없어.”
“…..”
“서주목이 이길 확률이 희박한 전투에서 승리한 이유 중 하나는 그의 과감한 결단 때문이지. 듣자하니 그는 일부러 몇번의 전투를 패배하며 유리한 곳으로 전장을 만들었지. 물론 그 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그 스스로도 많은 노력을 했지만 말야.”
곽가의 말은 차분히 이어지고 있었다.
그 말에 조비는 갈등했다.
만약 조앙이 공을 세우지 않았다면 무리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테니까.
하지만 조앙이 생각지도 못한 엄청난 공을 세웠다는 것은 자신이 이번에 조앙 이상의 공을 세우지 못한다면 후계자 자리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말해두지. 이것은 기회일세. 기회를 잡느냐. 마느냐는 자네가 결정하는 거야.”
“하겠습니다.”
“좋네. 진지로 돌아가면 그때부터 자네는 천인장일세. 그리고 도위의 자리를 주지.”
조비가 고개를 끄덕이자 곽가는 씩 웃었다.
그의 웃음을 보며 조비는 불안감에 빠졌다.
“저를 이용하여 뭔가 하시려는 것입니까?”
“그렇다면?”
“…..”
“이보게. 삼백인대장. 착각하지 말게나. 지금 자네는 나에게 있어서 고작 삼백인대를 이끄는 하급 부대장에 불과해.”
싸늘하기 그지 없는 어조였다.
자신을 조조의 아들이 아닌 그저 삼백인대장으로 밖에 보지 않는 태도다.
그런 곽가를 마주하던 조비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본대로 돌아갔고 곽가는 봉화가 피어오른 쪽을 보며 싱글거렸다.
“자… 조공. 제 나름대로 조공의 후계자들을 강하게 만드는 책략은 썼습니다. 경쟁이야말로 성장의 원동력이 되지요. 앙이든, 비든… 어느 쪽이 공의 후계자가 되도 안심할 수 있도록 한번 제대로 키워보겠습니다.”
본대로 복귀한 조비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곽가의 제안은 이미 받아들였다.
이제와서 하지 못한다는 말은 할 수 없었다.
“무슨 일이냐?”
“뭔 얘기를 한거야?”
“전투에 대한 이야기였어?
궁금해하는 하후상과 전만, 그리고 위풍의 질문에도 조비는 아무런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떻게 말하겠는가.
곽가가 제안한 것은 큰 공을 세울 수 있지만 사지로 가라는 것이나 다름없는 명령이었다.
그것을 자신이 승낙했다는 것을 말할 수 없었던 조비가 망설이자 위풍은 조비의 어깨를 잡았다.
“이봐. 비.”
“…곽 성주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가 제안하더군. 상상도 못할 큰 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무슨 소리야?”
전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하후상은 짐작이 가는 것이 있었는지 표정을 딱딱히 굳혔다.
“설마…”
“뭔가 아는 것이라도 있나?”
“자휴 숙부께 들은 이야기가 있다. 내일의 전투. 그때 원소를 노릴 것이라고. 그 원소를 노릴 부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들었는데…”
하후상의 말에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본 전만과 위풍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너 설마.”
“승낙했냐?”
이건 공을 세우러 가는 것이 아니라 죽으러 가라는 말 밖에 되지 않았다.
고작해야 삼백인대다.
삼백인대로 원소의 목을 노린다고?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얗게 질린 위풍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 역시 공을 세우고 싶지만 죽을 생각은 없어. 고작 삼백으로는 책략이고 나발이고…”
“지원은 있다. 천인대가 될거야.”
“천명…”
천명이라면 가능할까?
아무리 계산해봐도 성공확률은 낮았다.
“그래도 힘들어. 자칫 잘못하면…”
“하기로 했어.”
조비의 말에 위풍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 미친 새끼가.”
이를 간 전만은 조비의 멱살을 잡았다.
그가 화를 내는 것에도 조비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다 죽이고 공을 세우면 무슨 상관인데! 진동장군과 흑귀대에게 배웠잖아. 공보다 중요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라고.”
“배웠지…”
“그걸 어길 생각이냐?”
전만의 싸늘한 말에도 조비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던 위풍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꾹꾹 눌렀다.
“그만… 천명이라면 어떻게든 가능할거야. 다만… 비. 하나만 약속해다오.”
“뭐냐.”
“분명 곽 성주라면 그냥 보내지는 않을거야. 지원이 있겠지.”
“응.”
“그렇다면 됐다. 약속해다오. 판단은 내가 하겠다. 위험하다 싶으면 빠질거야. 인정하겠나? 그럼 널 돕겠다.”
위풍의 말에 전만은 조비의 멱살을 놓아주었다.
지휘관은 조비이지만 책사는 위풍이다.
위풍이 괜찮다면 가능한 것이겠지.
전만이 말없이 바라보자 조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하후상은 그를 보며 불안감을 느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입니다.
어… 분명 대댓글을 적었는데 왜 없을까요;;;
읔ㅋㅋ 컴퓨터가 대댓글을 숨김 현상이 발생했네요 ㅋㅋㅋㅋ
이거 수정한것도 안고쳐진건가;;;
그런고로 오늘은 대댓글이 없습니다ㅠㅠ
즐감하시구 내일 만나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