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74
00474 호의와 권리 =========================
“…그리하여. 동평군수 정욱에게 대사농의 직위를 내린다.”
“삼가 받들겠습니다.”
임명장을 받은 정욱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며 난 입맛을 다셨다.
조앙의 결혼식이 치뤄지고 한달 간의 긴 축제까지 끝났다.
그동안 딱히 별 일 없었다.
강남 쪽에 만들어진 연맹이 뭔가 일을 벌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조용하기에 더 불안하다.
“이것으로 조회를 마치겠다.”
조회내내 강남에 대한 생각만 하던 나는 순욱의 목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원소를 토벌한 이후 미뤄 둔 관직의 재편을 알리기 위한 조회가 끝났을 때 많은 것이 바뀌어져 있었다.
“큭.”
이를 갈며 허유가 거칠게 나간다.
그토록 서주목이 되길 원했지만 서주목이 된 것은 하후연이었다.
“괜한 욕심을 부린 것이지.”
허유를 뒤따르는 몇몇 신하들을 보며 사마랑이 히죽 웃은 후 내 옆으로 와 말했다.
그렇지.
괜한 욕심이지.
제 능력에도 걸맞지 않고, 거기에 의심까지 받고 있는데 그런 과한 직책을 줄리가 없잖아.
날 향해 웃어보이는 사마랑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에휴. 직책이 높아졌으니 오히려 할 일만 늘어나겠구만.”
사마랑이 받은 관직은 위사령이다.
원래의 직위보다 꽤나 높아진 직위이지만 그것을 겸하며 하내군의 군수직까지 담당하게 되었다.
중앙관직과 함께 지방관의 관직까지 가져야 한다는 것.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오히려 부담이 늘어난 것 같은 그를 걱정하며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하내군이라면…”
“그래도 사마가가 있으니 어떻게든 할 수 있겠지.”
사예주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사예주의 명가인 사마가 출신의 사마랑에게 하내군의 군수직을 맡긴다.
그것만으로도 아직까지 조조에 대한 반감이 있는 사예주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엄한 사람을 앉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
“그래도 문제가 있으시면 바로 제가 가겠습니다.”
“하하하! 든든하군. 하지만 자네도 바쁘지 않겠는가. 괜히 힘쓰지 말게나.”
“어허. 가족 좋다는게 뭡니까. 그래도 가야지요. 제 처가가 있는 곳이기도 한데.”
“그거 참 고맙구만.”
사마랑은 싱글벙글 웃으며 내 어깨를 쳐 준 후 다른 관리들과 함께 나갔다.
하내군을 가기 위해서 준비를 하려면 바쁘겠지.
전에 진가에 왔을 때 영이가 엄청 좋아하던 걸 보면 좀 더 머물게 하고 싶지만 사마랑이라면 가족보다는 공무를 더욱 중요시 여기니 오늘 오라고 해봤자 오지 않을거다.
떠나기 전에 인사나 하러 가야겠다.
나 혼자 덩그러니 남았을 때 이번에 큰 관직을 받은 정욱은 얼굴에 기쁜 표정을 잔뜩 드러내며 나에게 다가왔다.
“이보게. 유하! 아니, 아니지. 이제는 표하라고 불러야하나? 아니면 진동장군님이라고 불러야하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대사농 어르신.”
“에이~ 이 사람. 그리 말하지 말게나. 자네와 내가 남인가? 우리가 함께 고난과 역경을 넘은게 몇번인데. 아. 그리고 손관을 내 밑으로 보내줘서 고맙네. 그 자가 은근히 일을 잘해.”
“그렇지요? 잘 굴려보십시요. 더 잘할겁니다.”
“하하하! 지금도 엄청 굴리고 있으니 그리 말하지 말게나.”
허도로 병력을 보내는 것을 무시하고 병력을 돌려 허저와 전위를 지원, 성공적으로 유표를 무찌른 공에 대한 보답을 받은 정욱이다.
중앙 관직에 큰 관심을 보이던 그였기에 이번에 대사농이 된 것은 그에게 있어서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대사농이 된 만큼… 아무래도 이래저래 많은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아. 산양군이나 서주에서 쓰는 비료라든가.”
“아. 물론이지요.”
지방에서 중앙에 바치는 세금과 양곡을 관리하는 총책임자나 다름없는 위치다.
그런 자리에 오른 만큼 세금과 군량의 수입을 늘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야 할 터.
산양군과 서주에서 수입이 증가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는지 정욱은 나에게 다가와 물었다.
“자세한 것은 산양군에 요청하면 되려나?”
“그게 제일 좋을 겁니다. 제가 없는 사이 개량을 꽤나 했을테니까요. 낭야군수와 동해군수가 도움을 줄 수 있을겁니다. 제가 말해두지요. 하비성은… 뭐 산양군과 비교해서 별반 차이가 없을테니까.”
산양군과 서주.
지금 조조의 세력 내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세금을 내고 있는 군이었다.
막대한 생산량을 자랑하는 곳인 만큼 정욱은 그곳을 생각하며 입을 열었다.
“이왕이면 자네가 서주목을 맡았으면 했는데 말이지.”
“하하하! 굳이 제가 할 필요는 없겠지요. 저도 허도에서 할 일이 많으니까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저도 다 버리고 서주로 가고 싶기는 하지만 말이죠.”
“그렇지만 아쉬워.”
입맛을 다신 정욱은 내 어깨를 살짝 잡았다.
그의 표정.
어딘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자네는… 괜찮나?”
“예?”
“자네는 아무런 관직도, 포상도 받지 못하지 않았는가.”
“나름대로 받기는 했습니다만… 진동부가 설립됐잖습니까.”
진동장군에게 주어지는 권한 중 하나인 독립적인 부서인 진동부를 이제야 설립했다.
그리고 중앙관직이 없는 감녕과 서황, 장합, 그 외의 다른 부하들을 모두 그곳에 밀어 넣고 교위직을 하나씩 주었다.
“예끼! 이 사람아. 자네가 세운 공적이 얼마나 되는데… 그리고 원래 부의 설립은 자네의 권한이잖은가. 그게 포상은 아니지.”
“하하하… 괜찮습니다.”
이번 논공행상에서 나는 거의 포상을 받지 못했다.
받은 것이라고는 땅을 조금 받은 정도?
그 외에는 딱히 없었다.
포상을 받지 못한 것은 나 뿐만이 아니었다.
현재 업성 성주인 방통이나 평원군과 제군을 동시에 관리하고 있는 서복, 그리고 산양군수인 아버지까지.
기주를 공격한 우리에게는 제대로 된 포상이 들어오지 못했다.
“쯧… 조공께서도 너무하시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무심할 수가 있나.”
“괜찮습니다. 오히려 잘 된 일이지요. 저나 방통, 서복은 경험이 일천한 애송이인데. 이미 높은 관직에 올라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도 관직에 욕심이 없으시고.”
나는 진동장군.
방통은 업성의 성주.
그리고 서복은 두개의 군을 동시에 관리하는 군수.
아직 이십대에 불과한 우리가 가지기에는 높은 관직이다.
“쯧. 아무튼 이번에는 안타깝게 되었어.”
“별 말씀을. 그동안 고생하신 대사농께서 제대로 된 포상을 받은 것이 기쁠 뿐입니다.”
“하하! 너무 그리 띄워주지 말게나. 아참. 그리고 내 자네에게 줄 선물을 자네 집에 보낼 것이니 기대하고 있게나.”
“무엇이길래 그렇습니까?”
“이것저것 만들기 좋아하는 자네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될거야. 나도 구하느라 아주 힘들었어.”
“뭐길래…”
자신만만해하는 정욱을 향해 웃으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대답해주는 대신 더욱 즐겁게 웃은 후 나가버렸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퇴근 후의 기쁨이라는 건가?
포상을 받은 이들이나 포상을 받지 못한 이들이나.
그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나가는 것을 보던 나는 어느새 내 옆으로 온 가 사형을 발견하고 살짝 목례했다.
“집금오. 무슨 일 이십니까?”
“상서령의 제안이오?”
“…후. 글쎄요.”
“좋은 수이기는 하지만 당하는 입장에선 속이 마냥 좋을수만은 없겠군. 부디 그 마음 굳게 잡길 바라겠소. 그럼 다음에 뵙도록 합시다.”
가 사형은 씩 웃어 준 후 그대로 나가버렸다.
대부분의 관리들이 나가고, 나도 나가려고 할 때 이번에 막 임관한 것으로 보이는 비서랑이 나에게 다가왔다.
“저… 진동장군님.”
“무슨 일이지?”
“상서령께서 찾으십니다.”
“그래.”
부를 것 같더라.
그에게 대충 답해준 후 상서령의 집무실로 향했다.
먹 냄새가 물씬 풍기는 방에 도착한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순욱은 보던 죽간을 내려 놓은 후 쓴웃음을 지었다.
“차 한잔 할텐가?”
“그러지요.”
자리에 앉아서 내가 기다리는 동안 순욱은 차를 타와 내 앞에 놓아주었다.
익숙한 모양의 다과가 보인다.
그것을 보던 나는 다과를 집어 입에 넣었다.
“조가의 다과입니까?”
“변 부인께 좀 받았지. 어떤가?”
“아주 달군요.”
조가에 가서 변 부인과 만날때면 늘 먹는 다과가 이거다.
너무 달아서 얼마 먹지 못하는 다과를 오물거리던 나는 순욱이 자리에 앉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까?”
“그래. 하지만 아무리 책략이라고 하나 자네들에게는 꽤나 미안한 짓을 하는 것 같구만.”
“어쩔 수 없지요.”
“원소를 치는데 자네들은 아주 큰 공을 세웠어. 만약 자네들이 아니었다면…”
“원소는 패배했을지라도 도망가서 차후를 노릴 수 있었겠지요. 그럼 전쟁은 더 길어졌겠고. 유표와 유장, 그리고 강남의 연합이 저희를 공격했을지도 모르겠지요.”
나와 방통, 서복이 평원과 업성을 점령하여 원소의 퇴로와 추가 보급로를 끊어내지 않았다면 전쟁은 더더욱 길어졌을 것이다.
오소를 한번 습격한 것만으로도 그들의 사기를 대폭 깍아먹을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업성과 평원성의 점령이다.
그런 공을 세운 우리에게 아무런 포상이 없다.
그것으로 두가지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첫번째.
논공행상에서 제외된 이들의 불만을 억누름과 동시에 조조의 힘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점..
원소를 치는데 나와 방통, 서복은 아주 큰 공을 세웠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논공행상에서 제외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것에 대해 불만을 보이지 않는다면 상을 바라는 이들의 입을 한번에 다물게 할 수 있는 효과가 있었다.
봐라.
큰 공을 세운 그들마저도 조공의 처우에 대해 군소리하지 않는데 너희들이 세운 공이 무엇이 대단하다고 쓸데없는 소리냐.
아무리 조조군이 많은 수입이 있고 얻은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두의 욕심을 채워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렇지 않다.
자신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거나 손해를 본다면 그것에 대한 보답을 받고 싶어한다.
하나를 주고 열을 받길 원하는 것이 사람이라는 것이다.
두번째는…
“이 일로 이제부터 자네들에게 많은 이들이 다가올 것이네. 이번 논공행상에 대한 불만을 가진 이들부터 시작해서… 유표나 유장, 아니면 강남 연맹, 아니면 아직 우리가 알지 못 하는 이들까지. 그런 이들이 자네들에게 접근할거야.”
조조에게 불만을 가진 이들을 잡아낼 수 있다.
나는 조조의 사람이지만 조씨나 하후씨가 아니다.
비록 청이와 결혼을 하여 조가에 한발 걸치기는 했지만 그렇다 하여 조씨는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조가의 사람들이나 하후가의 사람들이 전부 포상을 받았는데 내가 제외되었다면 조조를 경계하는 이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진가의 사람이기에 제외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할 일이 무엇일까?
나는 지금까지 조조를 위해서 많은 일을 해왔다.
서주에서부터 시작해서 청주, 기주의 공략까지.
그런 일을 해오며 원소라는 거대한 적을 잡았으니 힘이 강해져 위험한 대상이 될 수 있는 내가 토사구팽 당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다.
“자네와 조공과의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이들이 생기겠지.”
“예.”
아직까지 적들은 넘쳐난다.
그런 상황에서 현재 아주 유리한 위치에 있는 우리를 공략할 수 있는 최적의 수는 바로 내부분열이었다.
유표, 유장, 그리고 손권까지.
원소를 쓰러트린 조조를 잡기 위해서 시행할 좋은 수.
그것을 예상했기에 순욱은 일부러 이러한 책략을 낸 것이다.
“자네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군.”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게 가장 효율적이고 쉬운 수이니까요.”
“자네가 이해해줘서 다행이야. 진심으로 조공께서 신뢰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수는 함부로 쓰지 못할테지. 진심으로 감사하겠네.”
순욱은 날 향해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