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75
00475 호의와 권리 =========================
순욱의 방에서 나왔다.
그의 말대로 이번 일은 책략에 불과했다.
사전에 조조가 나에게 직접 제안했고 순욱이 설명한 이 책략.
나쁘지 않은 책략이다.
“진동장군님!”
“음?”
관아를 나가려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지?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에 조조의 밑으로 들어 온 진림이었다.
유려한 글씨체와 문체를 가지고 있지만 탐욕이 심하고 원소의 밑에 있을 때 조조를 분노하게 만들만한 선전포고문을 쓴 자.
원소가 조조에게 패배하고 나서 조조의 밑으로 들어왔지만 선전포고문을 작성한 일로 하마터면 처형당할 뻔 했던 진림이다.
“진 주부 아니십니까.”
“아이. 거 참. 말씀 편히하십시요. 고작 주부에 불과합니다.”
주부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진림은 문인으로서 이미 이름을 드높인 사람이다.
명사의 반열에 올라 있는 사람인 만큼 함부로 편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내가 그저 쓴웃음만 짓자 진림은 여유있는 어조로 물었다.
“저희끼리 지금 한잔 하러 갈 생각인데… 장군께서 자리를 빛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순욱의 말이 떠올랐다.
이제부터 많은 이들이 나에게 올 것이라는 이야기.
그것을 생각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조가 날 신뢰하고, 또 순욱이 날 신뢰하며 이런 일을 맡긴 것이라면 해줘야겠지.
하후돈을 수장으로 한 교사원은 이미 꽤 많은 이들을 모아두고 있었다.
그 인원은 오로지 교사원의 수장인 하후돈만 알고 있었다.
내가 아는 교사원의 인물은 단 두명이다
가 사형과 그리고 서복.
그 이상은 하후돈도 가르쳐주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이제 막 만들어져 실적을 올려야 하니 문제가 생기면 일단 가 사형에게 이야기를 하면 되겠지.
사형의 실적도 올려 줄 겸 해서 말이다.
나에게 친근하게 다가온 진림을 향해 웃으며 답했다.
“업무시간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주부로서 해야 할 일들은 이미 끝낸 상태입니다. 자자. 너무 그렇게 빼지 마십시요. 오늘은 제가 대접하겠습니다.”
행여나 내가 거절할까봐 진림은 뒤에 서 있는 사내를 보았다.
그와 함께 즐겁게 웃으며 진림은 내 팔을 잡았다.
“가시지요. 가. 좋은 술을 팔고 있는 곳을 알고 있으니.”
“하하… 그럼 서 교위도 데리고 갔으면 합니다만. 괜찮으시겠습니까?”
“서 교위님까지? 어이쿠. 물론이지요~”
진림이 날 습격하기 위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는 생각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서황을 불렀고 그는 내 부관이 되기 전 경력을 좀 더 쌓기 위해 서황의 부관이 된 하후상까지 데리고 나타났다.
“진 주부께서 오늘 연회를 대접하신다 하더군. 함께 가지.”
“예.”
“따르겠습니다.”
적어도 무력만큼은 나보다 더욱 강한 서황과 하후상이다.
그들이 함께한다면 일이 터지더라도 몸을 빼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의 술값은 제가 내겠습니다.”
“아이쿠~ 아닙니다! 아니에요. 오히려 제가 더 내야지요. 아시다시피…”
진림은 머뭇거리다가 볼을 긁적거렸다.
“저희가 좀, 모난 돌이잖습니까.”
자기도 알고 있는 건가?
“모난 돌이라니요.”
“말은 하지 않지만 저를 백안시하는 이들이 꽤 있는 것 쯤은 압니다. 그래도 진동장군께서는 그리 생각하지 않는 듯 보여서 다행이군요. 이렇게 모시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하하하… 아참. 이 친구는 이부라고 합니다. 저와 함께 원소의 밑에서 굴욕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요. 다행히 조공의 은혜 아래에 이렇게 한을 위해서 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 생각하고 있는 친구입니다.”
“이부라 합니다. 진동장군님.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제 막 마흔 쯤 되어보이는 중년 사내는 망설이지 않고 나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러고보니 진림이 투항할 때 함께 온 이들이 몇명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사람인가보다.
나 역시 그에게 인사를 보냈다.
“진동장군 진유하라고 합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북에서 문인으로써 이름을 떨치시는 분이라고…”
“하하하. 그정도는 아닙니다. 그저 조금 아는 척 떠들 뿐이지요.”
“조금 아는 척 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이름이 드높으신 분인데. 하하하… 오늘 저도 견문을 넓히겠군요. 일단은 저도 무관인지라 문관 분들과의 사이가 그리 좋지 못한데. 앞으로 잘 지내도록 합시다.”
“영광입니다!”
“그럼 옷을 좀 갈아입고 갔으면 좋겠군요. 아무래도…”
관복을 입고 술집에 가는 것은 좀 그렇다.
내 제안에 진림과 이부는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희들이 진가로 가겠습니다.”
진가로 돌아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혹시 모를 습격을 대비해서 난 조숭이 준 갑옷을 챙겨 입었고 하후상과 서황에게도 사슬갑옷을 입게 한 후 흑귀대에게 은밀히 우리를 따르라 명령했다.
“마침 잘 됐군. 술자리에서 진심이 나온다고 하지. 장삼. 하던 거 멈추고 애들 데리고 따라와.”
“왜 그러슈?”
“너희들은 나중에 따로 들어와서 술을 마시며 주변의 분위기를 살펴. 만약 문제가 터지면 바로 움직인다.”
“알겠수다.”
간만에 주점으로 술을 마시러 간다는 것에 좋아하는 장삼과 흑귀대원들은 시시덕거리며 내가 준 금전을 챙겼다.
호위 겸 치안 강화다.
그들에게 나중에 따로 오라고 말한 후 밖으로 나가 진림과 이부를 기다렸다.
“너무 늦어서 죄송합니다. 하하. 오래 기다리셨습니까?”
“아뇨. 그리 오래 기다리지는 않았습니다. 가시지요.”
진림, 이부와 함께 도착한 곳은 허도에 있는 여영루라는 유명한 술집이었다.
가격이 비싸지만 기녀들이 재주가 많고, 또 술이 아주 달고 맛있다는 소문이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그게 나랑 뭔 상관인가 싶었다.
내가 술을 별로 안좋아하고 귀한 술을 원하면 그냥 산양군이나 서주에 요청해서 보내달라고 하면 된다.
거기에 기녀?
영이가 알면 난리를 칠거다.
부인을 맞이하는 문제라면 모를까 내가 다른 여자와 쓸데없이 술을 마시며 노는 꼴을 보면 영이 성격상 울면서 처가로 간다고 할지도 모른다.
으아.
그건 절대 안되지.
그래서 한번도 안가봤다.
게다가 같이 가보자는 사람도 없었다.
만약 감녕이나 방통이 있었다면 가자고 했겠지만 걔들이 없으니 나한테 그런데 가서 술마시자는 사람도 없더라.
…이거 나 조조군의 떠오르는 신성 맞나?
원래라면 여기저기서 날 모시려고 해야하는 것 아니야?
화려한 3층짜리 건물을 흝어보는 동안 진림은 벌써 몇번이나 왔는지 주인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건물의 1층에서 단정한 차림으로 기다리던 주인은 진림을 향해 허리를 숙이며 크게 인사했다.
“오래간만입니다! 진 주부님! 자자. 안으로 드시지요!”
꽤 많은 유생들이 자리잡고 있는 곳에 들어간 진림은 나오는 주인을 향해 말했다.
“자리가 있는가?”
“에… 예. 있긴 합니다만. 2층으로 가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3층은 지금 만석이라… 그리고 기녀들도 지금 좀…”
“허어… 그것 참. 장군.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기녀가 없는데… 다른 곳으로 갈까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딱히 어디서 마시든 별로 신경은 쓰질 않으니까. 그리고 기녀라니요. 하하하. 저는 애처가라서 기녀와 놀기는 좀 그렇지요. 마음만 받겠습니다.”
방통이 와보면 좋아하겠네.
취미생활이 기루와 술집 만드는 것인 녀석인 만큼 이정도로 화려하고 큰 술집을 보면 신나하며 업에 만들기 시작할 것 같다.
그를 생각하며 웃는 동안 주인은 우리를 2층으로 안내했다.
“이정도면 아주 좋은 것 같습니다만.”
“3층은 더 좋습니다. 하하. 저도 쉽게 들어갈 수 없었지요.”
“자격이 필요합니까?”
“자격이라기보다는… 뭐, 여러가지가 있지요. 자자. 앉으십시요. 장군께서 상석에 앉아주셨으면 합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우리가 자리에 앉자 기다렸다는 듯 문이 열리며 요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형형 색색의 먹음직스러운 요리들이 각자의 앞에 한상씩 깔리기 시작한다.
그것을 본 서황은 잠시 생각하다가 나에게 말했다.
“장군님.”
“알아.”
나 역시 무관이고 독에 대한 훈련도 꽤나 받은 몸이다.
만약 음식에 뭔가 약이 타져 있다면 몸이 알아서 반응할거다.
“그럼 맛있게 드십시요! 이 집은 오리구이가 아주 맛있답니다! 장군. 자. 장군께서 드셔야 저희도 먹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진림은 호탕하게 웃으며 오리의 다리를 북 찢었다.
그것을 본 나도 내 앞에 놓인 오리의 다리를 잡아 찢었다.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것이 아주 먹음직스러워보인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한입 베어 물자 육즙과 향료의 맛이 입 안에 퍼진다.
맛있네.
나중에 애들 데리고 한번 와볼까?
오리고기를 먹던 나는 진림이 다가오자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아이고~ 무슨 말씀을. 장군께서 술을 잘 드시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들어 알고 있습니다. 한잔이라도 괜찮으니…”
진림이 따라 준 술을 단번에 마셨다.
증류주들과는 다르게 꽤 달달한 맛이 느껴지는 술이다.
이런 술도 만들 수 있나?
“복숭아를 이용해서 만든 술이라고 하더군요. 이 집에서 유명한 술입니다.”
“꽤나 좋은 술입니다.”
독주보다는 차라리 이게 낫다.
달짝지근한 술맛을 느끼며 그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진림, 그리고 이부가 와서 술을 받아가는 것을 본 나는 서황과 하후상에게도 술을 따라주었다.
이거 상석에 앉으니까 이런 짓까지 해야되는구만.
지금까지 내 부하들과 밥을 먹든 연회를 하든 상석에 앉아도 술을 따라주는 일을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그런지 어색하다.
“자! 그럼 조공과 진 장군님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 제가 석잔을 마시겠습니다!”
진림이 이상스러울 정도로 아부를 한다.
귀에 좋은 말은 독이나 다름없다.
단순하게 처음 만난 자리를 기념하기 위해 저리 말하는 것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무언가 목적을 가진 것이라면 주의해야지.
그가 석잔을 마시고 자리에 앉았을 때 서황은 달콤한 술이 별로 입맛에 맞지 않았는지 다른 술을 주문했다.
“그런데… 장군님.”
“왜 그러십니까?”
“장군님께선 조가의 분들과 아주 친밀한 관계를 가지고 계시다 들었습니다.”
“친밀이고 자시고 저 역시 조가의 일원입니다만…”
“아차! 그렇지요. 하하하.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를 했군요. 그럼… 장군께서는 장안 성주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십니까? 가족이시라면 가볍게 말씀하실 수 있으시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