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77
00477 둘 다 가져보렵니다 =========================
황족이 진동부에 체포되었다.
죄목은 황실 모독죄와 사공 모독죄.
그것이 허도에 알려지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영루에 워낙 많은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어쩔 생각이지?”
“글쎄요.”
유망지가 조조를 무시하고 모욕한 것에 대해서 관료들끼리도 말이 많았다.
직책상 따지자면 조조는 현재 한의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신하였다.
정치와 군권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조조다.
그런 조조를 모욕했다는 것은 그냥 나 죽여달라는 이야기.
아무리 술에 취했다고 하더라도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모욕을 한 사람이 유망지. 즉 황족이라는 것이었다.
“유명무실해지기는 했지만 황족에게는 반역을 제외한 죄는 약하게 처벌하는 관례가 있지요.”
“그렇지.”
“공께서는 어찌 하셨으면 좋겠습니까?”
황족이 걸린 문제라서 나도 쉽게 처벌할 수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번 기회에 황족들이 가진 쓸데없는 기득권을 전부 빼앗아서 한 황가가 유명무실하게 만들어지게 하고 싶었지만.
“나도 조금 고민이 되는군. 상서령은 어찌 생각하나.”
“글쎄요…”
우리 셋 모두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그냥 잘못을 조금 한 정도라면 웃으면서 넘어갔을 거다.
하지만 문제는 유망지가 조조를 모욕했다는 것이다.
지금 다들 입을 다물고 외면하고 있지만 황제는 그저 유명무실한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런 황제에게 조금 더 권한을 주는게 낫지 않겠냐고 조심스럽게 떠드는 이들이 있는 판국에 황족이 문제를 일으켰다.
이것은 황가를 따르는 이들을 짓누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지만 신하가 황족을 처벌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조조와 나를 공격할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속편하게 놔줄 수도 없고.”
순욱은 입맛을 다셨다.
그의 말대로다.
만약 유망지에게 가벼운 처벌만 해준 후 내보내 준다면 그것을 빌미로 황실을 따르는 이들은 더욱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렇다고 아주 극형을 내린다면?
강남 연합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나름 황족인 유표와 유장은 이것을 빌미로 또 미쳐 날뛰려 할 것이다.
“진퇴양난이군.”
“죄송합니다.”
그냥 조용히 넘어갈걸 그랬나?
내가 고개를 숙이자 순욱과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잘 잡았어.”
“자네가 아니었어도 문제는 터졌을걸세. 요새 황족들을 너무 풀어주었지. 너무 그리 생각하지마.”
조조와 순욱의 말을 들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진다.
내가 차를 홀짝이기 시작하자 조조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시려는 겁니까?”
“사실 고민의 여지도 없는 문제지.”
“예?”
“지금 우리가 고민을 하는 이유는 결국 황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는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렇… 죠?”
“요즘 너무 조용히 움직인게 문제지.”
조조의 냉정한 말.
난 그의 말에 웃었다.
“처벌을 강행한다는 겁니까?”
“그래. 황족이라고 하나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잘못된 것이지. 한때 내 별명을 알고 있겠지?”
낙양의 귀신 북부위.
하늘을 나는 새마저도 떨어트릴 수 있는 권력을 가진 십상시 건석마저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 미친개.
조조는 싱글거리며 순욱에게 말했다.
“그럼 나는 좀 쉬도록 하지. 괜한 고민을 한 것 때문에 머리가 아프구만. 이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내가 질테니 문약. 자네가 알아서 해보게나.”
“명을 따르겠습니다.”
조조가 나가자 순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가를 따르는 신하들과 꽤 교우가 깊은 순욱이다.
그는 날 안타깝게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그의 처벌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글쎄요. 규정상 사공에 대한 모욕을 한 것이니만큼 곤장 백대 정도면 충분할 듯 싶습니다.”
곤장 백대.
몸이 약한 사람은 오십대만 맞아도 죽는다.
꽤 몸이 튼튼해 보였지만 곤장을 백대나 맞는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보장할 수 없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죽이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는 내 대답에 순욱은 눈을 감고 생각했다.
“몇가지 책략으로 써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처벌까지 책략으로 쓰실 생각이십니까?”
“하하하! 이래뵈도 책사 나부랭이이니까. 쓸 수 있는 것은 어떻게든 써야하지 않겠나?”
순욱의 웃음을 보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상서령 어르신.”
“왜?”
“어찌보면 이번 처벌은 황가와 조가의 사이를 더더욱 틀어놓는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신하인 조조가 황족인 유망지를 처벌한다.
그것은 조가가 황가를 능멸한다는 것이라고 확대하여 해석할 수 있었다.
죄를 지은 이에게 걸맞는 처벌을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 시대의 사람들은 당연함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반역을 저지르면 구족을 멸하고 반란에 가담하면 이웃까지도 잡을 뿐만 아니라 친구도, 말 한마디 섞은 이들도 잡는다
그것이 당연한 세상이다.
그런 세상에서 조조를 모독한 죄목으로 황족을 처벌한다는 것은 황족들의 힘을 엄청나게 깍아내리게 할 수 있다는 것과 더 나아간다면 황족들을 연좌제로 묶을 수도 있는 것.
황가와 조가의 사이를 돈독히 하는 것을 원하는 순욱에게 그렇게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내 질문에 순욱은 빙그레 웃었다.
“그럼 유망지를 처벌하지 말자고 했어야 했던 건가?”
“그건 아니죠. 죄를 지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게 황족이든, 조가의 사람이든.”
“그래.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뿐이야. 지금까지 조공께서는 황가에 많은 것을 양보해주었지. 당장 동귀비를 죽이지 않은 것만 해도 칭찬해 마땅한 일이고.”
“그렇… 지요?”
“호의가 계속되면 그것이 권리인 줄 아는 이들이 많지. 이번 일은 황족들이 쓸데없이 날뛰는 것을 막게 할 수 있는 좋은 약이 될거야. 물론…”
순욱은 지그시 날 응시했다.
“자네가 일을 크게 벌이지만 않으려 한다면.”
처벌은 유망지에서 끝내달라는 건가?
하지만 이건 기회다.
황족의 힘을 약화시키는게 아니라 아예 재기할 수 없을 정도로 짓밟을 수 있는 기회.
그 기회를 날려먹기에는 좀 아깝지 않나?
순욱은 쓴웃음을 지었다.
“처벌을 어디서 할 생각인가? 교사원에 넘길 것인가? 아니면 진동부에서 직접 할 생각인가?”
만약 진동부에서 한다고 한다면 여기저기서 압박이 들어오겠지.
진동부는 정확히 말하자면 무관의 영역이다.
유망지를 진동부에서 처리하려고 한다면 문관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상서부와는 당연히 마찰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순욱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난 무덤덤히 대꾸했다.
“흠… 교사원으로 넘기지요.”
순욱과 척을 지면서까지 황족을 누르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딱히 내가 이득 볼 것은 없었다.
황족이 나한테 딱히 뭔가 한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잘 생각했네. 지금쯤이면 진동부에 많은 이들이 몰려 있을거야. 그들이 자네를 규탄한다면 이리 말하게나. 유망지에 대한 처벌을 정한 것은 상서령인 나 순욱이고 그의 처벌은 교사원에서 집행할 것이라고. 자네는 그저 추포만 한 것으로 끝내는게 좋아. 더 이상 개입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이건 자네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네.”
“그리하지요.”
“이거 미안하게 됐구만. 어쩌면 이번 일로 진동부의 힘을 크게 키울 수도 있었을 텐데 말이야.”
“아뇨. 뭐 진동부야 제 부하들 관직 주려고 만든 곳이니까. 딱히 힘 키울 필요도 없습니다.”
굳이 진동부 안키워도 내 힘은 강했으니까.
내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순욱은 기쁘게 웃었다.
“그럼 유망지와 다른 이들을 교사원으로 보내게나. 죄인의 신병을 옮기는 처리라든가 그 외 잡무는 상서부에서 바로 해주지. 교사원에도 내가 알려 놓을 것이니 걱정말게.”
“알겠습니다.”
순욱과의 만남을 마치고 진동부로 향했다.
허도의 북쪽에 위치한 진동부에 도착한 나는 진동부의 앞을 보며 감탄했다.
벌써부터 꽤 많은 이들이 자리를 깔고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동부를 만들고 활동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람 하나 보기 힘들던 진동부에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
왠지 뿌듯하다.
저게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들이 아니라서 문제이긴 하지만.
내가 근처로 가자 날 발견한 이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진동장군!!”
“그만! 더 이상 접근하지 마시오!”
날 호위하기 위한 서황과 흑귀대원들이 그들을 막았다.
보아하니 허도 인근의 명가부터 시작해서 상서부, 사용부, 진처부… 문인과 문관들이 대부분이었다.
무관이 있었으면 바로 하극상으로 잡아 쳐 넣으려고 했는데.
칼까지 반쯤 뽑아든 그들 때문인지 사람들은 함부로 접근하지 못하고 서성거리다가 외쳤다.
“신하가 황족을 처벌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오!!”
“당장 유망지를 풀어줬으면 하오!!”
“신하된 도리를 보여주십시요!!”
“장군께서 한의 충신임을 보여주십시요!!”
백발이 성성한 문인부터 시작해서 아직 앳되보이는 어린아이까지.
얼씨구?
저건 종요 아니야?
“종 상서께서 여긴 왠일이십니까?”
“진동장군.”
그들의 앞에서 안절부절해하던 종요는 내가 부르자 밝은 표정으로 나에게 다가왔다.
흑귀대가 길을 열어주자 내 옆으로 온 종요는 머뭇거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유망지를 어찌 할 생각입니까?”
“어찌하기는. 법대로 처벌하려고 하는데요.”
“아아… 왜 그런 판단을 내리셨습니까!”
“그런 판단은 제가 아니라 조공과 상서령께서 내리신 겁니다만.”
여기서 내가 유망지를 처형이라도 한다고 하면 난리를 치겠구만.
그냥 다 쓸어버릴까?
내 눈빛을 읽은 종요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건 조공께도 좋은 일이 아닙니다. 유망지를 처벌하면 다른 황족들이 뭐라고 할 것이며 황가를 따르는 명가들이 뭐라고 하겠습니까?”
“그럼 황족이라면 조공을 욕해도 상관없다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당장 저들을 달래야 하잖습니까.”
“상서령께서 이리 말씀하시더군요.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아아… 상서령께서 어찌…”
“그거야 상서령께 여쭤봐야지요. 그리고 유망지는 교사원으로 넘기기로 했습니다.”
“예!?”
종요의 낯빛이 파랗게 물들었다.
진동부라면 날 설득해서 처벌의 수위를 낮추거나 그냥 무죄방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나보지?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그렇게 해줄 생각도 없고 해줄 수도 없다.
지금쯤이면 순욱이 교사원에 전해놨을 것이고 교사원에서는 유망지를 위한 특별한 방을 마련해놓을 것이다.
“교사원에… 아아. 왜 그리로 넘겼습니까?”
“제가 데리고 있으면 그냥 반란으로 처리할건데… 반란이라고 보긴 좀 그렇잖습니까. 아니면 반란으로 처리할까요? 반란은…”
“아, 아닙니다!”
반란으로 처리하면 삼족, 최대 구족이 멸족이다.
그렇게 되면 황제에게도 영향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유망지가 다치는 문제가 아니라 황실 자체가 크게 흔들릴 수 있는 일이었다.
“저번에 동승이 일으킨 반란때 용서해준 이들이 꽤 있는데. 아주 신나하겠군요. 그럼!”
“아아아! 잠깐! 잠깐만요! 진동장군님!”
종요는 허둥거리며 날 잡았다.
사실 나도 이거 반란으로 처리할 생각 없었다.
“그냥 교사원으로 보내는게 일을 제일 깔끔하게 처리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교사원은…”
반역부터 시작해서 황족에 대한 처벌까지 가능하다는 황제의 교지까지 받은 곳이 바로 교사원이다.
그곳으로 넘어가면 유망지가 살 가능성이 완전히 없어져버린다는 것을 아는 종요는 날 꽉 잡으며 다급히 물었다.
“누, 누구의 명입니까? 유망지를 교사원으로 넘기자고 한 것이?”
“상서령께서 그리하셨습니다만.”
“이런…! 상서령께서요!? 하아. 감사합니다! 내 저들을 데리고 당장 이곳에서 빠지도록 하겠습니다! 진동장군. 감사합니다.”
“하하하. 뭘 그런 것 가지고. 나중에 밥이나 한끼 사십시요.”
그는 난감해하다가 서황과 흑귀대원들에게 막혀 있는 이들에게 달려갔다.
종요의 설명을 들은 그들은 당황하며 바닥에 있던 돗자리를 주워들었다.
“실례가 많았습니다! 그럼!”
방금 전까지 나에게 원성을 보이던 이들 답지 않다.
그들이 후다닥 사라지자 텅 비어버린 진동부의 앞이 보였다.
“…그냥 좀 더 떠들게 냅둘걸 그랬나.”
사람 사는 곳 같아서 보기 좋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