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8
00048 정경유착 =========================
첫날 저녁 식사를 하며 대충 상대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
사부님이야 뭐 제쳐두고.
먼저 채염. 채옹의 딸로 음악에 재능이 대단하다.
그 뿐만 아니라 지식욕과 미술 부분이 뛰어나고 생활력이 대단하다.
수경원의 요리와 살림 전반을 담당하고 있어 대체적으로 수경원의 제자들이 번 돈을 관리한다.
그리고 밤에는 삯바느질을 하거나 옷감을 받아와 그것으로 옷을 만들어 판다.
채옹의 딸이라면 높은 지위일텐데 아까 슬금슬금 내 반찬을 노리는 방통의 머리를 냅다 철과로 때리는 것이 보통 억척스러운게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다음은 차후 서서로 개명하게 되는 서복.
처음 만날 때부터 지금까지 대놓고 무게를 잡고 있는 것이 웃기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쁜 녀석은 아닌 듯 싶었다.
지금 수경원의 주 수입원인 돗자리와 짚신을 이 녀석이 만드는데 채염이나 나, 그리고 방통과 다르게 험한 일에 익숙한 듯 싶었다.
마지막으로 방통.
이놈은 좀 특이한 녀석이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
눈을 뜨고 있는 건지 감고 있는 건지 모를 정도로 항상 실실 웃고 있는데 푼수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래저래 능력이 많은 녀석이다.
조각상을 만들거나 다른 집의 장식을 만들어주고, 그 외에 이런 저런 바깥일을 통해 돈을 벌어와 수경원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올리는데 내가 보기엔 그게 다가 아닌 듯 싶었다.
첫 인상은 이정도다.
“나쁘지 않네.”
“뭐가?”
“깜짝이야. 야. 들어 올 때 인기척이라도 좀 내라.”
“하하하! 뭐 어때. 그나저나 네 방은 좋은 향이 나는걸?”
“하나 주랴?”
아무튼 결론만 말하자면 셋 다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채염이나 서복이나 방통에게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그를 신뢰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으니까.
방통 역시 자신의 몫은 확실히 하는지 꼬박꼬박 수입을 채염에게 건네주고 있다고 들었다.
“좋지.”
내 방에 멋대로 들어와 퍼져 있는 방통에게 향초 하나를 던졌다.
선물용으로 쓰려고 전에 만들어 놓은 향초를 챙긴게 잘한 것 같다.
그것을 받은 방통은 향초에 코를 가져다 대고 킁킁거리며 기뻐했다.
일부러인지 아니면 원래 그런 것인지 푼수처럼 행동하는 방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나는 의자에서 몸을 돌린 후 물었다.
“야.”
“왜?”
“아까 그 청연루라고 했지.”
“응.”
“거기는 뭐하는데냐?”
내가 관심을 가지자 방통은 자세를 바로하며 대꾸했다.
“꽃같은 여인들이 자신의 미모를 뽐내는 곳이지. 한마디로 말해줄까? 극.락.”
“기루냐?”
“기루라니. 극락이라고 표현해라. 극락이라고. 남아로 태어나 그렇게 예쁜 누님들과 이래저래 노는게 얼마나 즐거운지 모르는구나. 누님의 매력을 모르는 네가 불쌍해.”
“아니 매력은 알거든… 아무튼 그건 둘째치고. 이거. 거기서 받아온거냐… 아님 훔쳐온거냐?”
내가 궁금한 것은 이거였다.
아까 방통에게 받은 속옷을 흔들며 묻자 방통은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하더니 더더욱 짙은 미소를 지었다.
“그게 왜 궁금한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상해서.”
“뭐가?”
“기루라면 적어도 그 기루를 지키는 이들이 있을테고… 그런 곳에 손님으로 간 것 같지는 않은데 너 같은 어린애가 이런 것을 훔친다? 내가 보기엔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헤에…”
방통의 입가에 그려진 웃음이 짙어지자 난 그를 마주보며 말했다.
“너 뭐하는 놈이냐?”
“그걸 알아채는 네가 더 궁금하다. 다들 그냥 한심한 놈이라고 비웃고 말았는데… 아니면 그냥 모른 척 하든가. 첫 만남부터 정곡을 찌르네. 뭐… 일단 답변을 하자면 거기 지키는 사람이랑 이런 저런 인연이 있을 뿐이야.”
“무슨 인연?”
“그게 왜 궁금한데?”
방통의 웃음이 짙어질 수록 나에 대한 그의 경계심이 짙어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동문인데다가 같이 살 사인데 이정도 경계심은 상관없다.
어차피 경계심따위는 금방 허물어질테니까.
난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잡으며 간절히 말했다.
“친구여. 나도 소개시켜줘.”
“이건 또 예상 못한 반응이네. 좋아. 이런 것도 받았는데 그 정도는 해주지.”
내가 간절히 말하자 방통은 당황하더니 손에 들려 있는 향초를 들어 올리며 의기양양한 얼굴로 말했다.
넌 그런 표정 지을거면 눈 좀 뜨고 말해라.
감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르겠다.
수경원에서 맞이하는 첫번째 아침이지만 다를 건 없었다.
늘 일어나던 시간에 일어나 오금희를 마치고 귤나무 옆의 우물에서 물을 퍼 뜨거워진 몸을 식혔을 때 수경원의 문이 열렸다.
누가 올 사람이 있던가?
“허어… 여긴 여전하구만. 음? 자네는?”
관복을 입은 자다. 복장을 보아하니 현령 정도는 아닌 것 같은데.
그를 빠르게 확인한 나는 쪼르르 달려가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이번에 새롭게 수경원에 들어오게 된 진유하라고 합니다.”
“오. 그래? 이거 수경 선생께서 또 다른 기재를 얻으셨나보군. 그래. 선생께선 안에 계시나?”
“아직 이른 시간이라 기침을 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혹시 약속을 하신…”
“그래. 나는 형주목 괴선이라고 한다네. 혹여 선생께서 깨어나셨는지 알아봐주겠나? 분명 약속을 했으니 선생께서도 기침하셨을 걸세.”
“알겠습니다.”
형주목이라.
서복에게 듣기로는 수경원을 졸업한 사람들 외에도 사부에게 자문을 구하러 관리들이나 학자들, 지역 유지들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번에도 그런 것이라고 볼 수 있을까?
사부의 방으로 갔을 때 사부는 벌써 일어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형주목께서 오셨느냐?”
“네.”
“알겠다.”
“아침 식사는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몇일 나갔다 와야 하니 괜찮다. 염이에게는 일러뒀으니 너희들끼리 해결하거라.”
“알겠습니다.”
옷을 챙겨 입고 사부가 나가자 난 잠시 생각하다가 주방으로 향했다.
이른 아침부터 식사를 준비하던 채염은 내가 주방으로 들어오자 웃으며 물었다.
“진 사제. 잘 잤어?”
“네. 사저. 좋은 아침입니다. 사부님께서는…”
“들었어. 사부님은 몇일 자리를 비우실거야. 그보다 이제부터 진 사제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지?”
“그렇긴 한데 좀 몇가지 알아보고 싶은게 있어서요. 부탁드려도 될까요?”
사저에게 웃으며 부탁하자 사저는 잠시 생각한 후 쓰게 웃으며 대꾸했다.
“원래는 안되지만 진 사제는 특별히 허용해줄게. 향초도 받았는걸. 꽤나 비싼 것 같던데… 몇일 정도라면 괜찮아. 하지만 길게는 안돼.”
“감사합니다. 사저.”
“그런데 뭘 하려고?”
“몇가지 확인하고 말씀드릴게요.”
아침식사를 마치고 수경원의 창고를 뒤졌다.
과거 선배들이 만들어 놓고 간 것이나 안쓰는 것들을 보니 이래저래 쓸만한 것들이 많았다.
그 중 내가 눈여겨 본 것은 바로 먼지가 잔뜩 뭍어 있는 농기구였다.
“농사를 지은 사람도 있나보네.”
“응.”
“지금은 안해?”
“응. 밭은 있지만 관리하기도 힘들고… 사람을 쓰자니 돈이 없어서 말야.”
“그 말은 돈만 벌면 그 돈으로 사람을 써서 농사를 지어도 된다는 얘기네? 밭은 어딨어?”
“수경원의 뒤쪽에. 가볼래?”
“나중에. 그리고…”
창고를 뒤적거리며 쓸만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이래저래 잡동사니가 많았지만 개중에서 몇가지 쓸만한 것들은 더 찾아냈다.
“수경원에 있는 건 마음대로 써도 괜찮아?”
“응. 딱히 돈 될만한 것은 없지만 말야.”
돈 될만한게 왜 없냐?
아주 좋은게 많은데.
창고에 쌓아두고 있던 볏짚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오늘도 서복은 돗자리를 만들 생각인가보다.
한달동안 돗자리와 짚신을 만들고 한달이 지나면 그것을 파는 것이 서복의 수입 수단이었다.
그가 돗자리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방통이 나오자 그에게 다가갔다.
“야. 지금 갈거냐?”
“응. 그치만 오늘은 시내 안내만 해주면 될 것 같아.”
“그걸로 되겠어?”
“그정도면 충분해.”
일단은 정보를 파악해야 한다.
내 말에 방통은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시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쩔 수 없지. 가자고.”
*************
“오늘도 시내 구경만?”
“아니. 오늘은 청연루에 가보자. 그 사람을 만나보고 싶어.”
일주일간 방통과 시내를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했고 이정도면 됐겠다 싶었다.
지금 양양의 꼴은 말이 아니었다.
양양현의 현령이 능력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마가 낀 것인지 양양현 주변에 산적이 생겼는데 그 산적이 보통 놈이 아니었는지 병사들을 이끌고 가도 쉽게 잡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양양현 주변의 산적이 어느 세력의 군사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그것이 아니면 그저 산적에게 정규군이 몇번이나 토벌을 갔지만 패배를 한 것을 설명할 방도가 없다.
“사람 만나러 가는데 빈손으로 가긴 좀 그렇지.”
“그래?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텐데.”
내가 챙긴 보따리를 보며 방통은 의아해했지만 더는 별다른 소리를 하지 않았다.
그와 함께 흑죽림에서 빠져나와 도착한 곳은 양양현의 중심가였다.
강 덕분인지 상인들이 많은 양양현의 중심가에서 남쪽으로 얼마 걷지 않았을 때 거리의 분위기가 변했다.
“오옷!?”
“어떠냐? 좋지?”
분냄새와 여자냄새가 물씬 풍기는 거리다.
아직 오전이라 장사를 하지 않는 것 같았지만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낚으려는 것인지 건물의 입구에는 옷을 입었는지 벗었는지 모를 어여쁜 여인네들이 서 있었다.
“어마~ 방 도련님 아니에요? 오늘은 어때요?”
“하하하! 나중에. 그보다 흥패는?”
“청연루에 있겠죠.”
“고마워. 나중에 조각 하나 가져다 줄게.”
“와~ 고마워요~”
이 거리에 온 것이 처음이 아니었는지 방통은 여유롭게 기녀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더 깊숙한 곳으로 이동했다.
이거 눈 돌아간다.
강남이라 그런지 약간 탄 듯한 피부의 누님들이 큼지막한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유혹하니 장위가 자꾸 떠오른다.
“하하! 뭐냐. 동정처럼.”
“여기서 얌전히 있을 수 있는 건 고자 밖에 없을거다. 넌 뭔데 멀쩡하냐?”
“나야 익숙하니까. 저기가 청연루야.”
방통이 발걸음을 멈추고 가리킨 곳은 2층짜리 큰 건물이었다.
아직 영업을 하는 것은 아니었는지 정문은 굳게 닫혀 있었지만 방통은 여유롭게 건물의 뒷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엇? 방 도련님 아닙니까? 이른 아침부터 왠일이십니까? 그리고 뒤는…”
가게를 치우고 있던 덩치 큰 사내는 방통을 보자 씩 웃으며 인사하고 날 가리켰다.
그런 그에게 빙그레 웃어 보인 방통은 나를 앞으로 내세웠다.
“인사해. 수경원의 동문이며 내 친한 친구니까. 앞으로 자주 보게 될거야.”
“허.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오원이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진유하입니다.”
나에게 인사하는 그를 보며 난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비록 신분은 나보다 낮을 것 같지만 내가 원하는 일을 하려면 이런 사람들과도 친하게 지내야 한다.
내가 이렇게 인사할 줄은 몰랐는지 오원은 조금 당황한 듯 하면서도 나쁘지 않은 듯 볼을 긁적거렸다.
“수경원에 들어가실 정도라면 꽤 신분이 높으신 것 같은데… 하하하! 이거 방 도련님과는 다른 의미로 재미있는 분이군요. 형님을 만나러 오셨습니까?”
“응. 안에 있어?”
“네. 2층에 계십니다.”
오원의 안내에 방통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가면서 보니 진짜 궁금하다.
얘 도대체 뭐하는 놈이지?
“야.”
“응?”
“너 정체가 뭐냐? 이런 쪽이랑은 거리가 멀어보이는데.”
“아아. 예전에 여기 주인을 좀 도와준 적이 있었거든. 그때부터 연을 맺고 있는 것 뿐이야.”
“뭘 도와준건데?”
“그건 나중에 말해줄게.”
2층에 올라간 방통은 망설임없이 화려한 방의 문을 두들겼고 잠시 후 방문이 열렸다. 콧등에 긴 칼자국이 있는 험상궂은 사내는 방통을 보자마자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날 가리켰다.
“내 친구야.”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형님. 도련님 오셨습니다.”
“으음? 들어오라고 그래.”
나른한 목소리를 듣자 방통은 안으로 들어갔고 나 역시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방이다.
커다란 침상에는 나체의 두 미녀가 누워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곳에 시선을 계속 보내기는 힘들었다.
“도련님. 오래간만이유.”
“응. 오래간만이네. 저번에 간 일은 어떻게 됐어?”
“실패했수다. 제길. 요각 그 개자식을 찢어죽이지 않으면… 응? 근데 그쪽은 누구요?”
속옷 하나만 걸치고 있는 덩치가 크고 온 몸이 근육질이라고 생각될 정도의 무서운 인상을 가진 사내다.
기세만 본다면 장합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덩치를 가진 20대 중후반의 사내는 얼굴에 난 긴 상처를 긁적거리며 물었고 방통은 웃으며 내 어깨를 잡았다.
“이번에 수경원에 들어온 내 친구. 인사들 해.”
“어… 반갑수다. 도련님. 저는 감녕이라고 하는 왈패올시다. 흥패라고 불러주쇼.”
“…감녕?”
“어라? 제 이름을 아슈?”
“아, 아니.”
감녕이라니.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삼국지에서 오나라의 주태와 더불어 최강이라 불리던 무장이 아닌가.
그는 내가 당황하자 고개를 갸웃거린 후 피식 웃었다.
“곱게 자란 도련님인 모양이네. 하긴. 나 같은 사람을 보고 저렇게 팔자 좋게 있는 도련님은 방 도련님 뿐이지.”
“하하하.”
“칭찬 아니유. 방덕공께서 아시면 날 죽이려고 할테니까.”
“까짓거 내가 막아주지.”
“그건 좀 기대하겠수다.”
“큼! 이거. 초면에 죄송합니다. 저는 연주 동아현사람으로 성은 진가요 이름은 유하라고 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감녕이라는 이름에 놀라 내 자신을 잊을 뻔 했다.
이게 내 모습이다. 일단 굽히고 들어가는거.
내 인사에 감녕은 살짝 인상을 찌푸린 후 볼의 상처를 긁적거렸다.
“진… 유하? 진 도련님이라고 불러도 되겠수? 나한테 존댓말 같은건 쓰지 마쇼. 도련님 같은 분들에게 존댓말을 들으면 낯간지러우니까. 그리고 방 도련님. 방덕공께 좀 말씀 좀 해주쇼. 그렇게 매번 말하는데 방덕공께선 왜 자꾸 나한테 존댓말을 하는지.”
“숙부의 일을 조카인 내가 막을 수 있겠냐.”
“흥. 아무튼 그건 그렇고…”
방통에게 몇마디 한 감녕은 잠시 생각하다 손가락을 튕긴 후 물었다.
“혹시 동아현 현장이 도련님 아버님 되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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