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91
00491 내부의 정리 =========================
“책사들은 한가지 일을 두고 여러가지 책략을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책략이 성공하는 것을 기다리지요. 사람인 이상 모든 책략이 들어맞지는 않습니다. 어떨때는 실패하고, 어떨 때는 성공하지요.”
“그래서?”
“그 실패 가운데… 적을 끌어들이기 위한 유인책을 펼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적의 움직임에 맞출 수 밖에 없는 책략이지요. 적이 움직여주지 않으면 실패한 책략이니까요.”
“흐음…”
“책사는 적이 움직여주지 않은 것에 절대 실망하거나 적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책략이 잘못되었다고만 생각할 뿐이지요. 그리고 유인을 위한 자신의 먹이가 부족했다고 생각할 뿐입니다.”
“그런가?”
“그렇다고 하여 적이 생각대로 움직여줬다고 해서 기뻐하지도 않지요. 당연히 그리 되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할테니까요.”
“하고 싶은 말이 뭔가?”
조조의 말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상서령 역시 책사입니다. 조공께서 쓰신 책략에 황족들이 걸려들었을 뿐이지요. 만약 황족들이 자신의 분수를 알고, 또 자신들의 행동이 도가 지나침을 알며 자숙했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공께서 쓰신 책략은 결국은 유인책의 변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흐음…”
“상서령도 생각이 많을 것입니다. 조공의 책략이 잘못된 것은 아닙니다. 책략에 걸려 든 이들이 문제이지요.”
“…과연 그럴까?”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훗.”
작게 미소지은 조조는 만지작거리던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단번에 술을 마신 그는 자리에서 일어난 후 내 어깨를 툭 두들긴 후 말했다.
“고맙네. 위로해줘서.”
“제 몇마디 말에 편하실지는 모르겠군요.”
교사원에서 순욱에게 황족이 개자식들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말해주었다.
현명한 순욱이라면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을 것이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른 것인지 정도는 판단을 할 수 있을거다.
황족이라는 이유로 모든 죄를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순욱이라면 필시 조조가 가서 달래준다면 마음을 풀 것이다.
지금 그가 우울해하는 이유는 조조가 자신에게조차 숨긴 채 책략을 썼다는 것일테니까.
난 조조를 향해 웃어보였고 그는 머쓱하니 서서 뒤통수를 긁적거리다가 말했다.
“이거 참. 어른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구만.”
“조공도 사람이시잖습니까. 사람인 이상 힘들 지 않을 수 없죠.”
“자네는 힘들때가 없는가?”
“매일 매일이 행복하게 힘듭니다만.”
요새 영이가 계속 달라붙는 것 때문에 자제하기 힘들다.
자꾸만 셋째 갖자고 하는데.
좀 무섭다.
“하하하! 그런가. 하긴.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디있겠나? 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행인데. 그래. 고맙네. 내 오늘은 자네 덕분에 마음이 좀 가벼워진 듯 해. 바로 순욱에게 가봐야겠군.”
“부디 성공하시길 빌겠습니다.”
“내 술 몇병 가져가겠네. 나중에 좋은 술로 보답하지.”
“그러십시요.”
조조가 나가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거 참.
각자만의 긍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중간에서 중재하려니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나저나 승상이라…”
결국은 이렇게 되는군.
원소를 격파하고 명실공히 천하의 최강자 반열에 오른 조조이니만큼 승상의 자리에 오르는 것이 딱히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다만 다음이 문제다.
승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이제 공을 세우면 뭘 하겠는가?
남은 것은 왕.
그 다음은 황제다.
이것을 경계하는 이들이 없다고는 할 수 없을텐데.
“흠… 뭐. 어쨌든 승상부가 새로 생긴다면 이거 일이 재밌어지겠는데…”
내가 보기에 순욱은 결국 마음을 풀고 승상부로 자리를 옮기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서부를 해체하지는 않을 것이고.
새로운 상서령은 아마 종요가 되겠지.
순욱이 부재중인 동안 혼자서 꽤 많은 일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여러가지로 관직의 재편이 이루어지겠구만. 바뀐지 얼마나 됐다고. 쩝.”
*****
자택에 마련된 제단에 절을 하며 순욱은 머리를 비워나갔다.
공자와 맹자를 위한 사당.
마음이 복잡할 때마다 그곳에서 제를 지내던 순욱은 절을 마치고 사당에서 나왔다.
“후우…”
제를 지낼 때마다 마음과 머리를 비워내었지만 요 며칠 동안은 쉽게 비워지지 않았다.
무거운 한숨을 내쉰 순욱이 고개를 저으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려 할 때 여유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뭐가 그리 힘든 일이 있어 무거운 한숨을 내쉬는가?”
“…조공.”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몸이 아파서 쉰다고 말한 주제에 이렇게 제를 지내는 모습을 보였으니.
순욱은 살짝 얼굴을 붉힌 채 그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이거 몸이 아프다더니 마음이 더 아픈 모양이구만.”
“…예.”
역시 알고 있는 건가?
안타까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던 순욱은 조조의 손을 보았다.
끈에 매달려 있는 너댓병의 술병.
순욱이 그것을 가리키자 조조는 술병의 뭉치를 들어 올린 후 말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을 가져왔지. 산양군의 죽엽청일세. 어때? 한잔 하겠나?”
조조의 능글맞은 말투에 순욱은 피식 웃어버렸다.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사당의 앞에 마련된 자리에 앉은 채 조조는 술병을 내밀었다.
싸구려 자기로 만들어진 술병의 마개를 열었을 때 그윽한 대나무의 향이 퍼져올랐다.
“참나. 자기들끼리만 좋은 술을 마시는군요.”
“원래 팔은 안으로 굽어지는 법이지. 흑귀대원들 대부분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 바로 산양군 아닌가.”
황실이나 조가에 보급되는 술보다 어째 더욱 좋다고 생각될 정도로 풍미가 깊다.
아무리 흑귀대원들이 정예병이라고 하지만 흑귀대원들은 일개 병사다.
그들이 이런 좋은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단 순욱이 바라보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산양군에서 주조를 하는 이들과 흑귀대원들간의 연이 깊다고 하더군. 그렇기에 그들은 스스로 나서서 진가에 보내는 죽엽청은 더욱 성의껏 만들고 있어. 아무리 같은 등급을 만든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가족과도 같은 사람에게 먹이는 것이니 더 정성과 마음이 들어갈 수 밖에 없겠지.”
“그렇군요.”
“그래. 이런 것은… 결국 공적인 일보다는 사적인 마음이 더욱 중요한 법이지.”
말을 마친 조조가 죽엽청을 한모금 마시자 순욱은 그를 힐끔 보고 따라 마셨다.
확실히 지금까지 마시던 죽엽청과는 다르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는 알싸한 술의 맛을 느끼던 순욱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일로 승상이 될 예정이야.”
“축하드립니다.”
예상했던 일이다.
조조가 황족들을 쳐내기로 마음먹었다면 결국은 그 보상을 받아야 한다.
황족들이 황가에서 배제될 정도의 죄를 지었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는 반역죄를 줘야 할 터.
그만큼 많은 반역자들을 잡은 것에 대한 보상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사공인 조조가 받을 보상.
신하의 최고위라 할 수 있는 승상의 자리 정도 밖에는 없다.
조조의 말에 무덤덤히 답한 순욱은 술병을 들어 한모금 마셨다.
“휴가가 너무 긴 것 아닌가?”
“그동안 열심히 일했잖습니까. 조금 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종 상서도 열심히 일하고 있잖습니까.”
“그렇지만 새롭게 만들어질 승상부를 위해서도 일해줘야 하지 않겠나. 나에게 있어서는 가족과 같은 사람인데.”
“다른 이들도 많지 않습니까. 저 정도의 능력을 갖춘 이들은 많습니다.”
“그래도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지. 같은 능력을 갖추었다고 하더라도 자네만큼… 날 잘 알고, 가족처럼 함께 해 줄 수 있는 사람은 없어.”
“흐음…”
조조의 말에 순욱은 낮게 신음하기만 할 뿐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 그를 향해 웃어보이며 조조는 죽엽청을 홀짝거리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미안하네. 말하지 않아서.”
“아닙니다. 그러실 수 밖에 없으셨겠지요.”
단순한 답변.
그 이후 침묵이 이어진다.
그리고 침묵은 조조의 무덤덤한 말이 깨버렸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어.”
“압니다. 조공께서는 그러실 수 밖에 없으셨겠지요.”
순욱은 죽엽청을 마셨다.
목구멍에 흘러넘어가는 부드러운 죽엽청에 마음에 뭉쳐 있던 응어리가 녹아든다.
아니, 어쩌면 그의 단순한 사과 한마디에 녹아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래.
조조로서는 그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순욱 역시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으니까.
함정을 팠지만 그 함정에 걸려 든 것은 황족들이다.
자신들의 분수를 파악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욕심을 부린 것이 문제다.
부패한 황족들이 남아 있다는 것은 세력에도 큰 위험일 뿐만 아니라 황실에도 좋은 영향을 주지 않는다.
군림하는 황제.
존경받는 황제.
만백성들의 경애를 받는 한 황실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작업이었다.
그것을 이해한다.
고개를 끄덕이며 순욱은 입을 열었다.
“조공께서 하신 일은 아주 훌륭하신 일입니다. 공께서 그들을 쳐내는 것으로 많은 백성들이 더욱 나은 삶을 살아가게 되겠지요.”
“그래.”
“또한 황실을 존경하는 이들이 늘어나겠지요. 잡힌 황족들에 대해서는 저도 알아봤습니다. 참으로 가관이더군요. 백성들의 땅을 빼앗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사병을 만들고, 또 여염집의 아낙네들이나 딸들을 억지로 데려와 시녀로 삼는다며 하룻밤 노리개로 삼기도 하고.”
“그래. 그런 자들이지.”
“황족으로서 자질이 없는 이들입니다.”
“맞아.”
“…알고 계셨던 겁니까?”
“자네 이상으로 더 알고 있었지. 어쨌든 자네보다 내가 더 오랜 생활 황족들을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야.”
중상시였던 조등은 많은 황족들을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의 소개로 알고 있던 황족들 중에 제대로 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은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면서도 타인의 것을 자신의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당연하지 않은 것을.
불합리한 것을.
그것이 당연하고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황족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그렇기에 언젠가는 쳐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언젠가가 지금이 되었을 뿐이다.
“…그럼 됐습니다.”
조조의 말에 순욱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화가 풀린건가?”
“애초에 화도 나지 않았습니다. 다만 조금 섭섭했을 뿐이지.”
자신의 행동이 어린애같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에 토라져 집에 틀어박혀버린 어린애의 모습.
여러가지 말로 변명하려 해봤자 결국 자신의 행동은 그런 것에 불과했다.
그렇기에 사당에서 아무리 제를 지내도 머리와 마음이 깨끗하게 비워지지 않은 것이다.
이제야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해 질 수 있었던 순욱은 죽엽청을 한모금 더 마셨다.
깔끔한 만큼 더욱 독한 죽엽청이 오히려 더욱 마음을 안정화시켜준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야.”
“예. 압니다. 공께서 저를 빼놓고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하실 만한 분이 아니라는 것은 압니다.”
순욱의 대답에 조조는 히죽 웃으며 새로운 병을 꺼냈다.
남아 있는 것은 죽엽청 한병 뿐.
그것의 봉인을 푼 조조는 그것을 한모금 마신 후 물었다.
“그래서. 언제 복귀할 생각인가?”
“글쎄요.”
“아직도 섭섭한 것이 남아 있나?”
“흠… 예.”
순욱은 피식 웃은 후 조조가 마시고 있는 죽엽청의 병을 가리켰다.
“아직 마음이 아파서 좀 더 쉬고 싶습니다.”
“자네.”
“그러니.”
이왕 어린아이 같은 행동을 한 것.
조금만 더 떼를 쓰는 것도 괜찮겠지?
황건적 토벌 당시 조조와 함께 전장에서 술 한병을 두고 투닥거렸던 때를 떠올리며 순욱은 개구장이처럼 웃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할 약을 저에게 넘기신다면… 다시 복귀하지요.”
“하하하!! 참고로 말하는데… 이 약은 아주 비싼 약이야. 그러니…”
조조는 술병을 건네며 말했다.
“승상부의 부주로서 분골쇄신하게나.”
“승상의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가 건네 준 술병을 받은 순욱은 반쯤 남은 죽엽청을 한번에 마셔 버린 후 웃으며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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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음… ㅋㅋ 오늘은 대댓글을 달 만한 분위기가 아니네용ㅋㅋㅋ 그래서 질문에 관련된 댓글만 달도록 하겠습니당
허클베리fin // 보낼 수도 있겠죠 ㅋㅋㅋ 안보낼수도 있공!
신종병균 // 우와 고생하셨슴다…ㅠㅠ
우니 // 오오ㅠㅠ 출장…ㅠㅠ 무사히 잘 다녀오셔요 쿠폰은 감사히 쓰겠습니당
현실과 소설 // 음… 과연!? 아직은 딱히 생각해두지는 않았네요 ㅎㅎ 히로인이 등장하면 편수가 더 길어져서… ㄷㄷ
늘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만나요!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