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90
00490 내부의 정리 =========================
정현과 채옹 역시 조조의 의도를 눈치챈 듯 싶었다.
나와 종요가 들어오자 정현은 잠시 입을 다문 채 골똘히 생각하다가 말했다.
“아무튼 이번 일로 여러가지 상황들이 만들어지게 될걸세.”
“그러겠지요.”
“그것을 자네들이 잘 조율해야 할거야.”
“예.”
“허도의 일은 자네같은 젊은 사람들이 해야지. 음… 태보 어르신도 이제 관직에서 물러나신다 하니 말야.”
“예?”
이건 또 뭔 소리지?
난 채옹을 보았고 채옹은 히죽 웃었다.
“누군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 밖에 없지.”
“하지만 태보 어르신께서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지 않습니까?”
“물론 그렇긴 해. 하지만 말일세. 정치라는 것은 이런 것이야.”
종요의 말에 채옹은 웃으며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위치는 태보. 태보라는 자리는 황족의 스승과도 같은 자리일세. 제자의 잘못에 스승이 자유로울 수는 없는 법이야.”
“그렇다고 하더라도 굳이 태보 어르신께서 관직에서 물러나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채옹은 조조의 사돈이기도 하며 많은 문인들이 따르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물러나는 것은 어떻게보면 조조에게 더 좋지 않은 일일 수도 있었다.
나와 종요가 만류하려 했지만 채옹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싶었다.
“내가 황족들을 잘 돌보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그 책임으로 관직에서 사임을 하게 된다면 폐하께서 황족들을 내치신 것이 정당화되지.”
“…..”
“그럼으로써 조공의 행보에 명분을 부여함과 동시에 조공이 좀 더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을거야. 그것이면 되는거지.”
“혹시 조공께 언질이라도 받으신 것입니까?”
“그럴리가.”
채옹은 어깨를 으쓱인 후 카랑카랑한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조공께서도 내가 이리 움직일 것을 알고 계실 걸세. 워낙 능구렁이 같은 사람이라 말이지. 차라리 잘 됐어. 나도 이제 물러날 때가 되었지.”
“아직 하실 일이 많으십니다.”
종요는 아쉬움이 가득한 어조로 말했지만 채옹은 귀찮다는 듯 손사레를 쳤다.
“그동안 상소 적는 것도 힘들었고 이제는 무릎이 아파서 황실에 들어가서 문안 인사 드리는 것도 버거워. 이제는 그냥 글씨나 쓰면서 노래나 불며 살고 싶구만. 내 정 선생의 삶을 무척이나 부러워했는데 이제야 그걸 하게 생겼어.”
“서주가 그리 살기 좋다고 하니 아예 서주로 가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그것도 좋지요. 하하하하!”
대문호이며 음악가이고, 또 오랜 시간 한을 위해서 일해 온 채옹이다.
그런 그가 은퇴를 결심했다는 것에 종요는 무척이나 아쉬워했지만 그를 말릴 수는 없었다.
“그러고보니 종 상서. 자네도 글씨에 일가견이 있다면서?”
“예? 아. 예. 태보님의 글씨에 대해서는 항상 관심이 깊었습니다.”
“잘 됐군. 서주로 이사를 가려면 짐을 좀 줄여야 하는데. 나중에 와서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져가게나.”
“정말이십니까!?”
“짐이 될 뿐이니까 말이야. 자네의 공부에 도움이 될걸세. 유하. 자네는…”
“저는 뭐 딱히 필요한 건 없습니다만. 금이나 좀 주십시요.”
“하하! 금을 켤 줄 아는가?”
“아니요. 저는 그런 고상한 것은 잘 못합니다. 제 처가 잘하지.”
“그래? 그러고보니 자네의 처가 사마가의 여식이라지? 그렇다면 내 좋은 칠현금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진가로 보내주지.”
“감사합니다.”
“이제 나가들 보게나. 그리고 바깥의 이들을 처리해 준 것은 고맙네. 자꾸만 시끄럽게 달라붙어서 귀찮았거든.”
채옹은 장난스럽게 웃은 후 손을 휘저었다.
그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온 나와 종요는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채 태보와 정 사농께서 이리 말씀하신다면 결국 흐름은 조공께로 가겠군요.”
“그렇겠지요.”
“이거 할 일이 많아지겠습니다.”
“음…”
채옹의 문제는 해결됐지만 아직 가장 큰 문제가 남아 있었다.
나와 종요는 서로를 보았다.
“상서령께 가실 생각이십니까?”
“지금은 상서령을 만나봤자 별 의미가 없을겁니다.”
순욱과 이야기를 더 나눠보고 싶었지만 순욱은 스스로 만남을 거부하고 집에 틀어박혔다.
며칠째 손님을 거절하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가 궁금했다.
가 사형의 말대로 순욱은 지금 조조에게 있어서 무척이나 필요한 인재다.
그가 없어지게 된다면 순욱을 필두로 한 영천 씨족의 충성심이 크게 저하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상서부의 중추를 맡고 있는 이들이 대거 이탈할지도 모른다.
물론 순유와 곽가가 있으니 그들이 모두 이탈하지는 않겠지만 위험성은 생긴다.
거기에 순욱이 지금까지 상서부에서 맡은 일을 생각한다면 일반 관리 한둘이 빠져나가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종요는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상서령께서 마음이 많이 아프실텐데…”
“어쩔 수 없지요. 한번은 겪어야 했던 일입니다. 종 상서께서 상서부를 잘 관리해주십시요.”
“제가 무슨 힘이 있다고… 하아. 알겠습니다. 그럼 다음에 또 뵙지요.”
종요가 상서부로 떠나자 난 요화와 함께 진동부로 복귀했다.
여전히 진동부 앞에는 자기 가족을 풀어주길 청하며 엎드려 있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무시하고 진동부 안에 들어갔을 때 나는 예상 외의 인물을 만났다.
“왜 굳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내가 못 올 곳이라도 온 것처럼 말하는구만.”
진동부의 마당에 쪼그려 앉아 흑귀대원들과 함께 술을 홀짝이는 사내.
바로 조조였다.
“이거 주인이 없으니 들어가기도 뭐하고.”
“그냥 들어가시지. 무슨 주인 타령이십니까? 요화. 술상을 좀 봐와.”
“가끔씩은 이렇게 마시는 것도 즐거워. 적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날 독살하려고는 하지 않을 것 아닌가? 사공이 된 이후로 독살이다 뭐다 아주 골치아프게 떠드는 사람들이 많아서 말이지.”
“에이~ 저희가 그러겠습니까?”
“그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산양군에 세율이나 좀 줄여주십쇼.”
“죽엽청 더 생산하라고 하게.”
“예끼! 이 사람들아. 자꾸 그런 소리하면 진동부의 감옥에 쳐 넣을거야!”
“거긴 이미 만석인뎁쇼!?”
“죽엽청이 더 많이 생산되면 조공도 드시고, 저희도 먹고. 서로 좋은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으하하하하!!”
능글맞게 말하며 웃는 흑귀대원들의 모습에 조조는 어이없어하다가 피식 웃었다.
“원 나참. 뭔 말을 못하겠구만.”
조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귀대원들은 정말이지 태평하기 그지 없었다.
방만하게 앉아서 놀거나, 혹은 대련을 하거나.
누구도 조조가 사공이라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저 전에 산양군에서 봤을 때처럼 허물없이 조조를 대하고 있는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의와 협만을 중시 여기는 협객 출신들이라지만 이렇게 격식이 없을 줄이야.
“야. 너희들은 좀 뭐랄까. 사양과 겸양이라는 것을 배우는게 낫지 않겠냐?”
“그런거 배워서 어디다가 쓰게? 공께서도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니 괜찮다고 하셨구만. 도련님도 좀스럽게 굴지 말고 이리 앉으쇼. 오래간만에 한잔 하게.”
“죄송합니다. 쟤들이 좀 못 배워서.”
“아니야. 오히려 이런 모습이 오히려 나에게는 마음이 편해. 뭐랄까. 연주목이 되기 전에 있던 조가의 모습 같거든. 그때는 날 보고도 다들 과하게 예를 차리지 않았지.”
“그렇습니까? 하지만 너무 이러는 것도 보기 안좋습니다. 들어가시지요.”
“그러지. 술은 잘 먹었네! 내 다음에 좋은 술로 보답하지!”
“진동부는 언제나 열려 있으니 마음 놓고 오십쇼~!!”
조조와 함께 진동부주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집무실을 둘러보던 조조는 인상을 찌푸린 후 투덜거렸다.
“이보게. 사위.”
“예?”
“삶을 너무 삭막하게 사는 것 아닌가? 난초라도 좀 기르고 그러게.”
“몇번 길러보려고 했지만 아무래도 손이 덜 가더군요. 화초 키우는 취미는 저와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럼 다른 취미라도 가지지 그래? 음악이나 문예나, 혹은 서체를 연구하는 것도 좋지.”
“저 그만 두라고 권유하러 오셨습니까? 왜 이렇게 소일거리를…”
“하하하! 이 사람. 이제부터 가장 바쁘게 움직여야 될 사람을 그만두라고 하겠나?”
크게 웃은 조조는 상석에 앉은 후 차분히 말했다.
“나도 은퇴하면 이래저래 취미생활을 즐겨야 하는데 함께 즐겨 줄 사람이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공께서 은퇴하시면 저도 은퇴합니까? 저는 일해야지요. 먹여야 할 입이 몇갠데.”
우리 영이, 청이, 견희, 그리고 나중에 결혼할 완이와 성이랑 휘, 그리고 율이까지.
그 뿐인가?
날 따르는 부하들까지 먹여 살리려면 정말 등골이 휠거다.
“자네에게 내려진 봉작만 잘 다스려도 그 입은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더 잘 먹이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아니겠습니까.”
요화가 술상을 봐오자 그것을 본 조조는 빙긋 웃었다.
단촐한 술상이다.
육포와 나물 몇가지, 그리고 죽엽청.
이거 아무리 봐도 흑귀대 애들이 숨겨 놓은 것들을 가져 온 것 같은데.
“자네는 참 재미없게 살고 있어.”
“나름대로 완전 흥미진진하게 살고 있습니다만…”
집에 가면 영이랑 청이랑 견희의 압박에 가끔씩 등골에 식은땀이 줄줄 흐를 정돈데 무슨.
술병을 잡은 조조는 죽엽청을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진동장군 쯤 되면 좀 좋은 것도 먹고.”
“저 갈구러 오신겁니까?”
“역시 자네 반응이 제일 재미있구만.”
어째 오자마자 계속 시비를 거는게.
이럴 것 같더라.
킬킬 웃은 조조는 편하게 등을 기댄 후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래도 이번에 승진을 할 것 같아.”
“더 승진할 곳이 있습니까?”
이미 사공의 위치에 있는 조조다.
관직이 오를 곳도 이제 얼마 없다.
“승상.”
“잡은 전 황족들에게 진짜 반역죄를 주실 생각이신가보군요.”
“그래. 대규모 역모이니까. 황제 폐하께 저항했을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문제를 엮을 생각이야. 교사원에서 지금 바쁘게 움직이고 있지. 그… 가후가 아주 바쁘게 움직이고 있어. 아주 신이 났더군.”
“그, 그렇겠죠? 안그래도 황족들을 아주 싫어하는 사람인데.”
“뛰어난 사람이야. 다만… 좀 아쉽군.”
“무엇이 아쉽습니까?”
“속을 알 수 없는게. 자네와 아주 비슷해. 특별히 권력에도 욕심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야. 그렇다고 뭔가 반역을 꾀하려는 것 같지도 않고. 자신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자네… 수경원 사람들과 아주 흡사하군.”
“천하가 얼마나 넓은데.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지요.”
“하하하! 그렇지? 그렇겠지.”
깜짝이야.
걸린 줄 알았네.
가 사형은 아직까지 수경원 졸업생인 것을 숨기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것을 이런 식으로 눈치챈 사람은 없었는데.
조조는 다시 죽엽청을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승상부를 만들 생각이네.”
“그렇군요.”
“들어 올 생각은?”
“없습니다.”
지금은 진동부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때다.
괜히 다른 곳에 눈길 돌려봤자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그럴 것 같더군. 몇몇 내가 원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다들 거절을 하더구만.”
“누구에게 권유하셨습니까?”
“일단 첫번째는 아까 말한 가후. 그에게 승상부에 와달라고 했지만 지금은 집금오로서 더욱 집중해야 할 때라고 하더구만.”
“그, 그렇겠죠.”
승상부에 가면 황족들을 고문하지 못하고 그들의 것을 빼앗지 못할테니까.
당연히 지금은 교사원에 더 있고 싶을 거다.
“두번째는 자네의 친우이지? 방통과 서복. 그 둘에게도 권했지만 북방의 일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다는 답변이 오더군.”
“걔들이라면 그러겠지요.”
관직에 뜻이 있는 놈들이 아니다.
그저 나를 위해서 일해주는 녀석들이니 만큼 승상부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만약 허도에서 나에게 문제가 생기면 바로 병사들을 끌고 허도를 공격할 녀석들이니.
내가 웃자 조조는 마주 웃어보인 후 말했다.
“봉효도 그렇고… 공달도 그렇고. 다들 거절하더구만.”
“상서령께는 권하지 않으셨습니까?”
“상서령… 하하하. 순욱. 그 친구에게는 아직 권하지 않았네.”
“이번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뭐 그런 것도 있고.”
조조는 머쓱하니 웃으며 볼을 긁적거렸다.
“좀 미안할 뿐이야. 아무리 황족을 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언제나 나에게 충실했던 그를 속인 셈이 되었으니까. 내가 동귀비를 죽이지 않은 것 때문에 크게 기뻐했는데.”
“음… 저는 책사가 아닙니다만. 아무래도 제 친우들이, 그리고 아버지께서 책사이시다보니 책사들의 마음을 좀 알고 있습니다.”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