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64
00564 제안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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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게 웃는 잘 생긴 사내.
주유는 나에게 차분히 인사한 후 조용히 말했다.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배짱 좋네. 나와의 약속을 어겨놓고 이렇게 찾아 올 줄은 몰랐는데.”
“하하하…”
“넌…”
“장군님! 이제 시작할 시간입니다!”
주유에게 한소리 하려고 할 때 식장에서 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다들 기다리고 있다.
난 주유를 노려보며 말했다.
“이렇게 찾아 온 걸 보면 나에게 할 말이 있는 것이겠지? 좀 기다려.”
이따가 두고보자.
주유를 만났다는 것 때문에 일그러져 있던 표정을 다시 관리했다.
이제는 결혼을 시작할 때.
분노하면 곤란하지.
“후우… 가볼까.”
생각치도 못한 놈이 나타난 것 때문에 일그러져 있던 표정을 웃음으로 바꿨다.
이제 시작한다.
채가에서 불러 모은 악사들이 연주를 시작한다.
그 연주를 들으며 단상으로 이동했을 때 영이와 청이의 도움을 받으며 예복을 차려입은 완이가 올라온다.
“와…”
“교가의 두 딸이 선녀같다더니… 이거 정말 대단하구만.”
평소에도 매력적인 완이었지만 저렇게 차려입으니 무척이나 아름답다.
붉은색과 하얀색의 비단으로 만들어진 신부예복을 입고 사뿐사뿐 걸어오는 그녀를 보던 나는 움찔하며 애써 표정관리를 시작했다.
“신랑~! 배례!!”
주례에 맞춘 예를 시작한다.
절을 하고, 순배에 맞춰 술을 마시고.
천지 신명과 조상께 술을 바친 후 다시 마시고.
이래저래 순서가 복잡하다.
“…지, 지친다.”
그냥 말타고 싸우든가 일을 하는게 낫지.
익숙하지 않은 예법을 따르며 식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왜 그렇게 긴장하고 계십니까?”
날 돕는 이로 뽑힌 요화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야 당연히 긴장할 수 밖에.
아무리 오가 나서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간질을 하기 위해서, 혹은 정권에서 날 배제하기 위해서 암살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혹시 모를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는 긴장, 익숙치 않은 예복, 거기에 많은 사람들까지.
피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신랑!! 성현께 삼배!”
상에 놓여진 공자의 위패에 삼배를 하고 일어났다.
이제 남은 식순은…
“천자께 배례!”
무사히 결혼을 마치게 해 주어서 고맙다는 인사로 천자가 있는 북쪽을 향해 절한다.
이제 끝났다.
나와 완이가 결혼을 한 사이라는 것을 하늘과 땅, 그리고 자연 만물에 있는 신에게 고한다는 의미로 나와 완이는 잔을 받아 천천히 서로에게 먹여주었다.
“후우… 독하네요.”
“그렇지?”
힘들어서인지, 아니면 술이 진짜 독해서인지.
아버지가 가져 온 죽엽청을 한모금 마신 것만으로도 완이의 얼굴이 달아올랐다.
음.
이러고 있으니까 확실히 예쁘네.
그녀는 베시시 웃어보인 후 술잔을 내려 놓았다.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예정된 모든 예식이 끝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이렇게 식이 끝났을 때가 사람이 안심하는 시기.
이때가 가장 암살하기 좋은 순간이다.
나는 사람들의 환호와 축복을 들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상한 움직임을 보이는 놈은 없군.
장원의 구석에 서서 날 지켜보고 있는 주유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는 쓰게 웃으며 고개를 작게 끄덕거렸다.
“마셔! 마셔! 신랑이 마셔야지 누가 마시겠어!?”
“윽…”
감녕이 없어서 안심했는데 만총이 이럴 줄이야.
어깨동무를 한 채 나에게 술을 권한다.
다행히 도수가 높지 않은 탁주라서 이정도는 괜찮겠지만…
“장군님. 제 술도…”
“저도!”
“끙…”
축하해러 온 이들이 나에게 술을 권한다.
그것을 한두잔 받아마시면서도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꽤나 경계하고 있구만.”
“그야… 매번 이랬으니까.”
내가 주변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만총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럴 수 밖에 없다.
지금까지 항상 그랬으니.
술을 권하는 척 하며 칼을 휘두를 줄 누가 알겠는가.
만총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이거 권력의 중추에 가 있는 것도 마냥 좋은 것은 아니군. 웃고 떠들며 즐거워 해야 할 때 안심할 수 없으니 말야.”
“그러게…”
“아무튼 내색은 하지 말도록. 경계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오히려 더욱 심각하게 움직일 수도 있으니까. 여차하면…”
“알고 있어.”
아버지, 혹은 내 아내들이나 내 아이들을 노릴 수도 있다.
물론 서황과 요화, 여영기가 제대로 지키고 있지만 그놈들이 목숨을 걸고 덤벼들면?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 그들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끔찍하기 그지 없는 일이다.
“장군님. 제 술도…”
“하. 댁의 술은 별로 받고 싶지 않은데.”
“너무 그러지 마십시요.”
주유는 나에게 술을 따라주며 쓰게 웃었다.
그래.
이 인간하고도 얘기를 했어야 했지.
“잠깐 자리 좀 지켜줘.”
“혼자 괜찮겠어?”
“하후상을 부를거야.”
만총을 자리에 남겨 둔 후 하후상을 불렀다.
그를 호위로 데리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힘든 작은 방으로 향했다.
방에 들어오고 나서야 주유는 한숨을 푹 내쉰 후 물었다.
“절 너무 경계하시는 것 아닙니까?”
“뒤통수를 제대로 맞았는데 경계를 안하게 생겼냐.”
절로 퉁명스러워진다.
내가 손책을 지지해주고 그를 지원해 준 이유는 지금 오가 만들어지는 것 같은 상황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으면서 그것을 막지 못해?
내가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거리자 주유는 볼을 긁적거리며 난감해 했다.
“어쩔 수 없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합리적인 이유를 부과하지. 그리고 그 합리적인 이유의 대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야.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거라고. 깨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
“솔직한 심정으로는 지키고 싶었지만…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럼 그 바뀐 상황에 적절한 대응을 해줄까?”
하후상의 허리에 있던 의천검이 반쯤 모습을 드러내었다.
만약 내가 명령하면 하후상은 주유의 목을 날려버릴 것이다.
“여기까지 온 이상 목숨 정도는 걸었을 것이고.”
“그렇습니다.”
“왜 왔냐?”
이유나 들어보자.
설마 죽여달라고 온 것은 아닐테고.
내가 시큰둥히 묻자 주유는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이유는 세가지입니다. 첫번째는 장군님의 결혼을 축복하기 위해서.”
“그래. 축하 인사는 잘 받지. 주가에서 보낸 선물은 확인했어. 그리고?”
“두번째는 손가의 선물을 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아. 선물. 손 가주에게 감사하다고 전해줘. 물론 여기서 살아돌아갈 수 있다면 말이지.”
주유가 가져 온 오의 선물은 진주, 그리고 산호초 장식이다.
적어도 수천금은 할 법한 귀한 보물들을 선물로 보내 준 것은 일단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유 없이 주유를 놔줄 생각은 없다.
“하하하… 죽기 전에 제 목적을 좀 달성해야겠군요. 일단 이것부터받아주십시요.”
주유는 품에서 작은 약병 하나를 꺼내었다.
이게 뭐지?
약병을 내가 내려다보자 주유는 쓰게 웃었다.
“노숙의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장중경이 만든 보양제입니다. 남자에게 무척이나 좋다고 합니다.”
“…그거 아니더라도 나 힘 세거든?”
“그가 말하길 좀 약해보이신다던데…”
“야, 약하긴.”
움찔하며 외쳤다.
나 안 약하다.
영이랑 청이가 좀 강할 뿐이지.
요 근래는 견희도 좀 무섭긴 하지만.
그래도 난 밤에 강한 남자니까 이런 건 필요 없다.
하지만 남의 성의를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지.
“주는 거니 감사히 쓰겠다면 이건 노숙의 성의를 생각해서 받는거야. 노숙에게 전해. 난 강한 남자라고.”
“하하. 알겠습니다.”
강북의 화타.
강남의 장중경.
물론 화타의 명성이 더 높기는 하지만 장중경 역시 이름난 의원 중 하나다.
그런 사람의 보양제면 얼마나 좋으려나?
품에 들어간 약에 만족하며 물었다.
“그래서? 세번째는 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한 사죄입니다.”
“하아…”
자리에서 일어난 주유는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끝까지 나와의 약속은 지키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절로 한숨이 나온다.
“이유나 묻자. 도대체 뭐가 문제지? 손책이 당했다는 이야기는 들었어. 하지만 그건 그의 문제일 뿐이야.”
“그것 뿐만이 아닙니다.”
“그럼? 고작 손권 하나 설득하지 못해? 손권은 너에게 있어서도 동생과 같은 자가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왜 그러는 건데? 아니, 그 전에 손책은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누구에게 당한건지나 좀 들어보자.”
손책 정도라면 감녕 정도는 아니더라도 장합이나 서황과 비벼 볼 만한 실력자다.
그런 실력자의 팔을 자를 정도라면 그 상대가 궁금하다.
내 질문에 주유는 조심스레 답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저도 모릅니다. 과거 황조를 공격하려고 했을 때 저희를 습격한 자입니다만… 이름은 모릅니다.”
“인상착의는? 무기는?”
“인상착의… 수염이 많았고 거구에…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모를…”
“…뭐?”
“사모를 다뤘습니다. 그는 그 사모로 손책의 오른 팔을 잘랐습니다. 단 한방에…”
수염이 많고 거구에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손책의 팔을 자를 정도의 강한 힘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명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장비.”
유비의 충직한 부하이며 아직까지 그 행방을 알 수 없는 자.
유비가 나에게 잡힌 이후로 그의 밑에 있다가 떠났다고 들었지만 아직까지는 위치를 알 수 없는 이다.
그가 왜 손책의 팔을 자른 것일까?
“하아… 이거 참.”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당장 그것을 해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좋아.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그래서? 손책은 뭐라고 하던데?”
“백부는 지금 회복에만 전념하고 있습니다. 치료를 위해서 사용한 약 때문에 꽤나 고생하고 있지요.”
“그런가…”
팔이 잘리는 고통.
내가 알기로 손책은 우수검사인데 오른팔이 잘렸다면 세상 전부를 잃은 정도의 절망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치료를 위해서 쓴 약이라면…
허. 손책도 설마 아편을 쓴 건가?
그런 것이라면 손책이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이해는 간다.
“하지만 이해는 하더라도 그게 내가 너희들을 용서할 이유가 되지는 못해.”
“그렇습니다.”
“왜 손권을 설득하지 못했지?”
“변명이라면 하겠습니다. 저 역시 감금당해 있었습니다.”
“누구에게?”
“노숙에게.”
“그놈 참.”
난 놈은 난 놈일세.
주유를 감금해놨다고?
그리고 이제와서 풀어줬다라…
뭔가 냄새가 나는데.
“너는 어쩔 생각이지?”
“당분간은 중모의 곁에서 그를 좀 설득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장군님과 뜻을 같이 해 보려고 합니다.”
“일단 내가 한마디를 해줘야겠는데. 신뢰는 쌓기 어렵지만 잃는 것은 한순간이야. 아무리 손책이 나가 떨어진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이제와서 내가 당신을 믿는 것은 좀 무리가 있지 않을까?”
내 말에 주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인정하는 것이겠지.
“장군님의 뜻을 이해 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그래서 장군께 제안드리려고 합니다.”
“제안이라… 해봐.”
“손가와의 결합을 약속하고 싶습니다.”
“…저기. 나 오늘 결혼했거든? 물론 네번째이기는 하지만.”
또 나보고 결혼하라고?
내 등짝이 남아나지 않을거다.
내가 인상을 찌푸리자 주유는 크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장군이 아닙니다.”
“그럼?”
주유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제가 알기로 승상의 아이 중… 백부의 동생인 상향과 비슷한 연배의 사람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허… 그렇지.”
조창, 조식, 조충.
얼추 비슷한 나이때다.
내가 알기로 손상향이 지금 열살 쯤이니까.
적당히 조식과 비슷하겠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주유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손가와 조가의 결합이 있다면, 장군께서도 안심하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상향은 문대 어르신도, 그리고 백부도, 중모도. 손가의 모두가 아끼는 아이입니다. 그런 아이라면 충분히 약속의 증표가 되겠지요.”
정혼자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볼모에 불과하다는 건가.
그의 말에 난 난 눈을 감았다.
이걸 어째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