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88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을 진정시켰다.
허저가 잡혀가는 것을 본 몇몇이 당황하자 난 웃으며 많은 이들에게 말했다.
“아 거! 진짜 술 좀 작작들 마셔! 안그러면 이따가 축하주로 나올 죽엽청이 아니라 화신주를 퍼 먹일테니까!”
“오오!? 화신주면 그 독주 아닙니까!?”
“사내라면 반드시 마셔봐야 한다는 그!”
“그래! 그거 마시면 한 일년은 술 못 마실걸? 그러니까 사고치지 마라. 응? 너희들도 정북부의 지하감옥에 갇히거나 감녕한테 두드려 맞기 싫으면!”
내가 으름장을 놓자 다들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허유는 죽었지만 내가 그가 기절한 것에 불과하다고 말한 것을 다들 믿는 것 같았다.
몇몇은 걱정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내가 별 일 아니라는 것처럼 행동하자 다들 안심하고 연회를 즐겼다.
그저 연회 도중에, 술에 취한 이들끼리 드잡이질을 좀 한 정도로 생각하게 만드는데 성공한 나는 진림과 조조에게 눈짓했다.
일단 자리를 피하라는 시선을 눈치챈 그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정북부의 안쪽으로 들어간다.
그들이 자리를 피하자 난 아까 전에 앉아 있던 자리로 돌아갔다.
“…어떻게 된거요?”
“별 것 아니야.”
“…허 태보는 폐하의 사람. 그를 건드리는 것은.”
“아 거. 걱정말라니까.”
“윽…”
허유의 시체는 내가 가지고 있다.
즉 적어도 오늘은 허유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만약 다른 곳이었다면 그곳의 주인이 나서겠지만 이곳의 주인은 나다.
황보력은 의심스러운 눈으로 날 바라보았지만 난 여유롭게 웃으며 그의 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마음껏 먹고 마시고 가라고.”
조조가 칼을 뽑은 이상 거기 가담한 네가 이렇게 즐길 수 있는 날은 얼마 남지 않을테니까.
황보력을 내버려둔 후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연회의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산양군에서 보내 준 중급의 죽엽청을 풀었더니 다들 신나서 환호한다.
아까 전의 소동은 잊고 무관들이 신나게 술을 퍼마시는 것을 보며 난 조용히 정북부의 안으로 들어갔다.
“장군님.”
장합의 표정은 딱딱히 굳어 있었다.
아까 전 허유를 챙긴 것은 그다.
그런 만큼 그가 이미 죽었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허유의 죽음을 내가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지 않았다고 말한 것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 장합은 그의 죽음을 알리지 않았다.
그 대신 허유의 시체가 있는 방에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지킬 뿐 이었다.
“누가 왔었나?”
“황궁 경비대의 부장이 왔었습니다. 아까 전 허유와 같이 왔었던…”
“그래? 그래서?”
“일단은 돌려보냈습니다.”
“저항하지 않았나?”
“불만을 보이기는 했지만 이곳은 정북부입니다. 아무리 황궁 경비대라고 하더라도 이곳에서 힘을 쓸 수는 없지요.”
호위를 겸해 그를 따라왔었던 이들이 허유의 상태를 확인하고자 했지만 장합의 위세에 밀려 그냥 돌아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말하지 않아도 잘 해줘서 역시 편하군.
장합이 심각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자 난 그의 어깨를 가볍게 잡아 주었다.
“아무나 들이지 말도록.”
“예.”
장합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안으로 들어갔다.
텅 비어 있는 방에 홀로 조용히 죽어 있는 허유를 마주하며 난 피식 웃었다.
잠시 후 조조가 안으로 들어왔다.
“진 주부는 밖에 있습니까?”
“음.”
조조는 허유의 시체를 확인하며 중얼거렸다.
“일단 허유는 잡았고… 남은 것은 몇 놈들 뿐이군. 황보력은 일단 놔주는게 좋을거야. 그가 움직여야 나머지 몸통을 잡지.”
“이렇게 잡을거 왜 그간 잡지 않고 내버려 둔 겁니까? 끝났으니 말씀해주셔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간 허유가 한 행동들을 보면 충분히 거슬리기 짝이 없었다.
그의 행동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우려를 보였지만 조조는 그냥 움직이지 말라는 말만 할 뿐 이었다.
허유는 황제 직속의 관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만큼 그를 건드리는 것은 황제를 건드리는 것과 같은 의미다. 라는 이유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그를 치지 않았었다.
“애초에 허유를 건드리지 못하게 황제 직속의 관직을 준 것도 승상입니다.”
“그렇지.”
“설마 아직 황실 쪽에 건드려야 할 이들이 남은 것입니까?”
허유를 이용해서 황제, 혹은 황제의 측근을 낚을 생각이었던 건가?
내 질문에 조조는 씩 웃었다.
“맞아.”
“누구를?”
“복 황후.”
“…복 황후가 왜?”
동승의 반란과 황족들의 죽음 이후 황실은 꽤나 잠잠한 듯 보였는데 또 무슨 수작을 부린 것인가.
진짜 징그럽다.
그냥 깔끔하게 황제의 목을 날려버리고 싶지만 황제가 있음으로 얻는 이득이 만만치 않으니 그를 잡아 죽이기도 애매하다.
최소한 북방, 그리고 서량 정도는 차지해야 조조를 왕으로 옹립하고 황제의 힘을 최대한 깍아낼텐데.
이거 북방 정벌을 제대로 해야겠군.
내가 입맛을 다시며 궁시렁거리자 조조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번진이라고 아는가?”
“음… 복 황후의 아버지인 복완의 처남 아닙니까?”
“예상 밖이네. 계보나 관직표를 외우고 있는 건가?”
“유망지의 일 이후로 기본은 외우고 있었습니다만… 방계까지는 좀 힘들더군요.”
“그래? 잘 했네. 그래도 어지간하면 방계들이나 다른 황족들 정도는 알아두는게 좋을거야. 아무튼. 동승의 반란 이후, 그리고 황족들의 죽음 이후. 복 황후는 복완에게 날 도모하기 위한 준비를 부탁했지.”
“아. 진짜요?”
세상에.
그런 일이 있었단 말야?
형주에 가 있는 동안 진짜 별 일이 다 있었구나.
내가 어이없어하자 조조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래. 아마 황족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대하여 분노한 것일거야.”
“그럼 왜 가만히 계십니까?”
“…날 잡아 죽이려 했는데 그냥 그들을 잡아넣는 것만으로는 모자르지 않겠나.”
내 질문에 조조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뭐지? 방금 그 간격은?
“얻어야 할 것이 많아. 되찾아야 할 것도 많고…”
“위험하다는 생각은 안하십니까?”
“전혀.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뭐… 내가 위험할 때는 자네가 움직여 줄 것 아닌가?”
“하아. 너무 부려먹는 것 아닙니까?”
“아니. 그럼 장인이 위험한데 사위가 가만히 있을 생각인가? 율이가 외할아버지인 나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율이를 봐서라도 그리 말하면 안되네.”
“…아오 진짜.”
장난스럽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저렇게 하면서도 나름 준비는 철저하게 해놨을 것이다.
도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되먹은 사람인가.
난 한숨을 내쉬며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뭐 그렇다고 치지요. 복완… 복완이라. 하지만 그 사람은 제가 알기로 소심하고 마음이 약해서 그런 위험한 일을 함부로 할 수 없는 사람일텐데.”
복완에 대해서는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실제로 만나 본 적은 없지만 종요나 장제의 이야기에 따르면 심약하고 고 위험 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일보다는 안전한 일에 집중하길 좋아하는 자라고 했다.
그런 자가 반란을 도모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려운데.
내가 떨떠름히 말하자 조조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복완은 거기까지지. 문제는 복완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복 황후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어.”
“다른 이라면…”
조조는 품에서 서찰을 꺼내어 나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나는 눈쌀을 찌푸렸다.
“마등과… 유장이라.”
이미 마등, 유장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그들이 호의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이것은 명백한 이적행위라고 할 수 있었기에 짜증이 났다.
“빌어먹을 년이.”
“그렇게 말하지 말게나. 그래도 명색이 한 황실의 어른일세.”
“어른이면 어른답게 행동을 해야지요.”
“물론 나도 동의를 한다만…”
“그럼 왜 가만히 계십니까?”
“말했잖은가. 그냥 넘어가기는 아쉽지 않냐고.”
“….”
뭔 짓을 하려고?
내가 눈을 가늘게 뜨자 조조는 천천히 말했다.
“저들이 날 노리는 이상 그냥 당해 줄 생각은 없고… 몇가지 얻어내야 할 것이 있어.”
“무엇입니까?”
“흠… 글쎄? 그건 기대하게나.”
그냥 말해주지.
조조는 싱글거렸고 난 허유를 가리켰다.
“허유 역시 이번 일에 가담되어 있는 겁니까?”
“음. 그래. 복 황후, 그리고 황제의 밀명을 받아 움직이고 있었지. 그동안 서주를 계속 노리던 것도 그것 때문이야. 만약 황제의 생각대로 허유가 서주목, 그리고 황보력이 정북장군이 된다면 그때 움직일 생각이었을거야.”
“헤에.”
마등과 유장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된다면 북부의 외정 사령관이며 독립작전 권한이 있는 정북장군, 그리고 동부의 막강한 재력을 자랑하는 서주목의 자리가 무척이나 중요해진다.
만약 그리 되면 조조의 주 병력이 있는 중원 일대에 대한 포위망이 형성되고 그렇게 된다면 지금까지 이뤄 놓은 이득을 모두 날려버리게 된다.
“황제의 입장에서는 서주목의 자리와 정북장군의 자리가 무척이나 중요해질 수 밖에 없겠군요.”
“그래. 또한 북부에… 유우의 후손인 유화가 남아 있지. 아마 그와 계속 연계를 하고 있었던 모양인데. 만약 황보력이 정북장군이 된다면 그와 연합하여 기주를 공략, 그리고 그대로 남하할 수 있었겠지.”
“음…”
만약 황보력이 정북장군이 되었다면 북부로 이동한 후 유화와 연합하게 된다.
유우는 과거부터 이민족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그들에게 많은 호감을 사고 있었던 황족이다.
그런만큼 유우의 아들을 데리고 있으면 북방 이민족과 흉족, 선비 및 오환족을 끌어들일 수 있게 되고 그리 되면 그 막강한 힘을 이용해 기주를 공격할 수 있게 된다.
“그렇기에 자네에게 사례교위의 직책을 주고서라도 정북장군의 자리를 차지하려고 한 것이었어.”
“그렇군요… 하. 쓰레기같은 놈들. 그래서… 승상부주는 어떻게 하자고 합니까?”
“….”
조조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어?
설마 순욱이 몰라?
이런 일인데 순욱이 아무것도 모를리가 있나.
내가 당황하자 조조는 쓴 입맛을 다셨다.
“그에게는 말하지 않았네.”
“왜… 입니까?”
“글쎄…”
조조는 무척이나 씁쓸해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뭐 아무튼 이번 일을 주관하는 것은 나야. 그러니 자네는 그냥 얌전히 있게.”
“아니 잠깐만요. 이런 일을 그냥 주관하는 것이 나야. 이러고 끝날 만한 것이 아니잖습니까. 승상부주가 아는 겁니까? 모르는 겁니까?”
“…모르겠네.”
내 추궁에 조조는 머뭇거리다가 토해내듯 말했다.
지금 내가 뭘 들은 거지?
안다 모른다가 아니라 조조가 모르겠다고 말한 건가?
그럴리가 있나.
순욱은 조조가 스스로 자신의 자방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뢰하는 사람이다.
비록 요즘은 책략을 내는 일보다는 내정의 일에 집중하고 있지만 순욱 역시 내가, 그리고 방통이나 서복이 인정할 정도로 재지가 대단한 사람이다.
조조가 아는 것은 순욱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지금 뭐라는거야.
설마 조조가 순욱에게 이 일에 대해서 말하지 않은건가?
이런 중요한 일에서 순욱을 배제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난 인상을 찌푸렸고 조조는 무거운 한숨을 토해내었다.
“한달 전. 나에게 서찰을 준 것이 바로 번진이네. 복완이 가지고 있던 서찰을 훔쳐내어 나에게 주었지.”
“…그래서요?”
“복 황후에게 이 서찰을 받은 날, 복완은 번진을 데리고 순욱을 찾았다고 하네. 그리고 그의 방에서 순욱과 복완이 몇시진 동안 둘이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어. 이것에 대해서는 나 역시 확인을 해보았지. 안타깝지만 사실이야.”
“그럼… 지금 승상께서는 순 부주를 의심하시는 겁니까?”
“글쎄…”
지금까지 조조를 만나서 처음이다.
조조가 망설이고 있다.
만약 다른 이였다면 이번 일을 처리할 대상에 넣었겠지만 그것이 순욱이라는 것에 조조도 망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니라고 믿고 싶군. 하지만 순욱은 나에게 복완을 만났다는 것에 대해서 말해주지 않았어.”
“복완이 그저 승상과 순 부주의 사이를 틀어 놓기 위해 수를 쓴 것일 수도 있잖습니까. 승상과 순 부주는 그야말로 수어지교라고 할 수 있는 사이입니다. 두 분의 사이를 갈라놓는 것만으로도 황제에게는 큰 이득이 됩니다.”
“물론 그렇겠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미혹이 마음을 가리게 되는군.”
지금까지 순욱의 행보를 생각해본다면 조조의 이런 행동에 뭐라고 할 수 없었다.
순욱은 조조와 한 황실의 중재를 위해 노력해왔다.
그는 한 황실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계속 고수해왔으니 말이다.
황족을 지키고자 했고 황실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리고 동귀비를 죽이지 않길 바랬고 황족들에 대한 처벌에 반대했었다.
복 황후가 조조를 잡기 위해서 다른 세력들과 결탁을 했다는 것이 알려지게 된다면 동승의 반란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
자칫 잘못하면 황실의 존폐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한 황실을 중시 여기는 순욱이 그냥 눈감아주고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할 수는 없었다.
난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그러지 말게.”
“아니 그게 무슨… 그럼 이대로 있으실 생각이십니까?”
조조의 얼굴에 그의 얼굴에서 보기 드문 표정이 드러났다.
뭐야.
지금 조조의 저 표정.
나는 저 표정이 무엇을 뜻하는 것 인지 알고 있다.
“…설마 지금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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