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89
“…..”
조조는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패업을 달성해오며 자신의 앞을 막는 이들을 거리낌없이 짓밟아왔던 조조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단 한사람.
순욱이 자신을 배신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두려워하고 있었다.
“뭘 그리 겁내시는 겁니까.”
“…자네는 모를걸세.”
“예?”
“만약… 그래. 자네에게는 방통과 서복이라는 친우가 있었지. 그리고 감녕, 그 친구도 자네와 처음부터 함께했다고 들었네.”
“예… 뭐. 그렇죠?”
“그들이 자네를 배신했다는 정보를 얻게 되고, 그것의 진위여부를 파악하는 것이네.”
조조의 입장이 되어보자.
순욱은 조조가 거병할 때부터 그의 곁에서 많은 책략을 내어준 사람이다.
단순한 책사가 아니다.
거의 형제나 다를바 없을 정도인 사람이다.
그가 자신을 배신했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결과를 확인해야 한다.
아니라고 믿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두려움은 생길 수 밖에 없다.
조조가 나에게 나서지 말라고 한 것은 이것 때문일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조조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하고자 했던 일은 반드시 성공시켰고, 밝히고자 했던 일은 어떻게든 밝혀냈었다.
그렇기에 조조는 두려워하는 것이다.
만약 내가 확인했을 때, 순욱이 진짜로 자신이 아닌 황실을 선택한 것이라면 그때 어떻게 해야 할지.
자신의 손으로 순욱을 죽여야 하는 일이 생길까봐 그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번 일은… 그냥 묻어 둘 생각이야. 물론 황실에서 많은 것을 얻어내겠지. 다만 그렇다 하더라도 순욱에 대한 것은…”
“승상부주를 지키고 싶은 것입니까?”
“지키고 자시고가 아니야. 애초에 심증만 있을 뿐이니까. 그러니…”
“승상. 그런 것을 뭐라고 하는 줄 압니까? 그런 걸 보고 외면이라고 하는 겁니다.”
“괜히 들쑤셔봤자 남는 것은 없네.”
“이미 순 승상부주를 의심하고 계시잖습니까.”
“그래. 그래서? 그냥 나 하나만 조용히 넘어가면 될 일이야. 순욱이 나에게 어떤 사람인지 아는가? 자네에게 방통이나 감녕, 서복이 친형제와 같은 이들이지? 순욱 역시 나에게 그와 비슷한 사람이네. 그런 사람을… 나는.”
조조의 말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사람 마음이 그렇게 간단하게 풀 수 있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난 그를 보며 천천히 말했다.
“제가 알기로… 의심이라는 것은 중간이 없다고 하더군요. 다 털어내든, 아니면 끝까지 가져가든. 하지만 사람인 이상 그 의심을 평생 가지고 갈 수는 없습니다.”
“….”
“신뢰라는 것은 만들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승상께선 이미 승상부주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승상부주의 행동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겠지요. 그대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그래서? 자네는 지금 그를 제거하라고 하는 것인가?”
조조의 말투가 거칠다.
그는 순욱을 믿었다.
그렇기에 그가 어떤 행동을 하든 웃으면서 마음대로 해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믿음에는 이미 균열이 생겨버렸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순욱의 움직임에 제약이 생길 것이고 그 제약은 우리의 발전과 움직임에 발목을 잡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다.
“승상께서 저를 믿으신다면. 승상께서 가지고 계신 그 의심. 풀어내겠습니다.”
“…함부로 나대지 말게나. 자네는 다 좋은데 그런 면이…”
“함부로 나대는 것 아닙니다. 생각하고 계산하며 움직이는 것이지. 승상께서는 승상의 일을 하십시요. 허유의 일에 나서지 말라고 하셨지요? 허유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승상의 말씀대로 그의 처분은, 그리고 황실에 대한 움직임을 제어하고 그들을 처리하는 부분은 승상의 일입니다. 한낱 정북장군인 제가 할 일은 아니지요.”
난 조조를 똑바로 응시했다.
조조를 만난 이후 단 한번도 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흔들린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만큼은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약하기 그지 없었다.
“그러니 저는 승상의 신하로서 내분이 일어나지 않는 것을 막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순 부주를 확인하는 일에 승상께선 나서지 말아주십시요.”
“자네!!”
“이건 장인어른께 부탁드리는 사위로서의 부탁입니다.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그렇다면 저를 의심하실 것입니까? 청이의 남편이며 율이의 아버지인 저를 믿지 못하십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그러니 저를 믿고 기다려주십시요.”
조조를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내가 나오자 밖에서 기다리던 진림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어찌 되었습니까?”
“하. 이거 참. 진 주부께서 이런 일에 가담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하. 승상께서 요청하시는데 어쩌겠습니까.”
진림은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조조와 함께 한 일이다.
그렇다면 그 보상으로 관직이 올라갈 것이고, 또 그동안 원소의 부하였다는 것 때문에 얻지 못한 사람들의 신뢰를 한번에 얻을 수 있다.
그의 입장에서 본다면 무척이나 좋은 일이겠지.
그러니 말하자.
“주부께 한 말씀드리자면… 부디 입을 다물고 계셔주시기 바랍니다. 입은 화를 불러오는 구멍이라고 하지요.”
“암요. 쓸데없이 떠들 정도로 멍청한 놈이 아닙니다. 저는.”
자신을 위해서 이번 일에 가담한 진림이다.
괜히 떠들어봤자 좋을 것 없다는 것 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정북장군께 한말씀 드리고 싶은데… 괜찮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한때… 원소가 그랬습니다. 그는 자신의 사람인 전풍과 심배를 저울질하며 그들을 시험했지요. 그리고 그들은 그 시험을 피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요?”
“장군께선 현명하신 분입니다. 허나 목적을 위해서 사람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때.”
진림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천천히 말했다.
“사람은 주변을 보지 못하게 됩니다. 부디 그 점을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리고 승상과 무슨 말씀을 나누셨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관리하시는 것이 좋으실 것입니다. 지금 장군의 표정은 무척이나 굳어 있습니다.”
그런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져보았다.
딱딱히 굳어 있는 것이 느껴진다.
“무엇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장군님의 가장 큰 장점은 어떤 상황에서도 웃으며 여유를 가지신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잃게 되었을 때 장군께선 자신의 장점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시지요.”
“…하아. 감사합니다. 큰 것을 잊을 뻔 했군요.”
“그저 모자란 놈이 걱정되어 드린 말씀이니 너무 마음 쓰지 말아주십시요.”
진림의 말에 안정을 찾게 되었다.
그래.
여유를 잃으면 곤란하지.
난 진림에게 허리를 숙였다.
“진 주부의 조언. 마음 깊이 새겨 넣겠습니다.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중요한 시기다.
최악의 경우 조조가 순욱을 내칠 수도 있는 상황.
그런 상황이니만큼 더욱 내가 다잡아야 한다.
내 인사에 진림은 씩 웃었다.
“일전 장군의 도움을 받지 않았습니까. 이 진 공장. 비록 주인을 몇번이나 바꾼 놈이기는 하지만 은혜를 모를 정도로 쓰레기가 아닙니다.”
유망지의 일을 말하는 건가?
그때 내가 그를 돕기는 했지만 이렇게 보답받을 줄은 몰랐다.
내가 말없이 그를 바라보자 진림은 머쓱하니 웃었다.
“하하.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진림은 나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나가버렸다.
진림을 보내고 밖으로 나왔을 때 피로연은 파장 분위기였다.
“왜 다들 가는거지?”
“잘 먹었습니다~”
“어휴. 이거 놀 만큼 놀았더니 이제 가야지.”
아까 전의 일 때문이 아니라 원래 지금쯤 가려고 한 것 같았다.
무관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감녕에게 인사를 하고 나가는 것을 보던 나는 중석을 보았다.
황보력은 아직까지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를 본 나는 천천히 여포에게 다가가 말했다.
“미안하지만 부탁 하나만 하자.”
“뭡니까?”
“저자를 미행하다가 몰래 납치했으면 좋겠는데.”
“흐음… 알겠습니다.”
여포라면 어렵지 않게 황보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겠지.
난 터덜터덜 정북부의 입구로 향한 후 사람들에게 인사하는 감녕의 팔을 툭 쳐 주었다.
“짜식. 결혼 축하한다. 새신랑.”
“으헤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요?”
“아. 별 것 아니야. 슬슬 끝난 것 같은데 방통과 서황에게 정리를 명해 놓을게. 음… 오늘은 첫날밤인가? 자. 이거나 받아.”
“뭐요?”
“뭐긴. 빌린 약이다.”
완이와 할 때 감녕에게 받은 남자에게 좋은 약이다.
정확히 세병.
그것을 넘겨주자 감녕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야~ 이걸로 오늘은 좋은 밤이 되겠군.”
“날짜도 대충 맞으니까 잘만하면 첫날밤 아이가 생길 수도 있겠군. 아무튼 즐거운 한때를 보내도록.”
“응? 어디 가슈?”
“일이 좀 있어서.”
내가 웃으며 말하자 감녕은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안좋은 일이요? 나도 같이…”
“야야. 넌 그냥 얌전히 찌그러져서 영기나 만족시켜줘. 호위할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장료도 있고 관평도 있다.
이정도면 감녕이 없어도 충분히 위기에 대처할 수 있다.
내 말에 감녕은 떨떠름해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음… 뭐라고 해야하나.”
“뭐.”
“고맙수. 도련님 덕분에 여기까지 왔구려.”
“고맙긴.”
감녕은 히죽 웃었고 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만약 감녕이 날 배신했다는 정보를 받았을 때.
나 역시 그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정말 두려움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뭘 그리 보슈?”
“아냐. 아무것도.”
감녕이 그럴리 없지.
그가 실실 웃는 것을 보며 밖으로 나왔을 때 종요가 다가왔다.
“장군.”
“음? 아직 안가셨습니까?”
“잠깐 얘기를 좀 할 수 있겠습니까?”
“으음…”
순욱을 만나러 가야 하는데.
잠깐이라면 괜찮겠지.
종요와 함께 정북부의 뒤로 향했다.
그곳에는 이미 동소와 최염이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일로 이런 곳으로 부르셨습니까?”
“허 태복이 어찌 된 것입니까.”
“그냥 기절했을 뿐입니다.”
내 대답을 들은 동소와 최염은 인상을 찌푸렸다.
“왜…?”
“차라리 콱 죽었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거슬리는 자입니다.”
“하하하…”
평소 안하무인이고 조조와 친분이 있다는 것을 들먹이는 것 때문에 문관들에게도 그리 좋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던 허유다.
동소와 최염이 씩씩거리자 종요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속이 시원하긴 한데… 문제는 그게 아닙니다. 허유를 친 자… 허 교위가 아닙니까?”
“맞습니다.”
“큰일입니다. 허유가 맞은 것을 빌미로 황실에서 무슨 짓을 할지 모르겠군요. 자칫 잘못했다간…”
“그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별 일 없을거에요.”
“애초에 허유따위가 설치는 것이 잘못된 것 아닙니까. 왜 고작 그따위 인물이 움직이는 것을 두려워하여 이렇게 고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려.”
동소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불쾌한 듯 말했다.
그의 말에 종요와 최염 모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동소는 한숨을 내쉬었다.
“쯧… 이게 다 승상이 너무 유하신게 문제입니다.”
“무슨 소리요?”
“제 아무리 폐하라고 하나… 승상의 덕이 아니었다면 이각이나 곽사에게 결국 끔찍하게 당했을텐데. 쯧. 은혜도 모르고.”
“말씀 조심하시오. 동 대부.”
최염이 걱정하며 말하자 동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틀린 말은 아니잖습니까. 허유 따위가 설칠 수 있었던 것도… 차라리 승상께서 왕위에 오르시면 좀 낫겠는데 말입니다.”
“이보게! 동 대부!”
“끙, 죄송합니다.”
종요와 최염이 엄한 어조로 외쳤다.
그 외침에 동소는 신음하며 입을 다물었다.
만약 조조가 왕위에 오르게 되면 그 신하들의 위세는 올라가게 된다.
즉 황제라고 하더라도 함부로 조조를 대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고 그 말은 황제 직속의 문, 무관들에 대한 처벌이 가능해지게 된다.
난 동소의 말을 들으며 입을 다물고 있다가 피식 웃었다.
“저야 그리 되면 좋겠지만… 문제는 그것뿐이 아니잖습니까. 승상께서 왕위에 오르신다는 것에 불만을 가질 이들은 많습니다. 아직까지 승상의 밑으로 들어오지 않은 이들도 있구요. 그들을 끌어들이지 않는다면 너무 성급한 이야기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만.”
“하고자 하면 못할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저희가 나서서 그들을 설득하면 되는 일입니다. 아닌 말로 승상이 아니었다면 저들이 저렇게 편하게 살 수나 있었겠습니까? 망조가 들어가는 한에 무슨 부귀와 영광이 있다고…”
“동 대부. 많이 취했네. 그만하시게나.”
내가 자신의 의견에 동조하자 동소는 반색했다.
종요는 난감해하며 그를 말렸고 최염은 불편해한다.
둘을 살피던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아무튼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중에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지요.”
“예. 그리하십시다. 우리는 한잔 더 하러 가시지요. 내 좋은 주점을 알고 있으니.”
최염과 동소가 몸을 돌리고 걸어가려 하자 난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함께 가자는 것 같은데 난 갈 곳이 있다.
내가 거절하자 종요는 난감해하며 물었다.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승상부주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그렇습니까… 그럼 장군. 부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시길 빌겠습니다.”
종요도 눈치를 챈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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