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591
이번 수는 상당히 괜찮은 수다.
현재 조조군의 가장 큰 약점을 정확히 찔러 넣었다.
황제가 잔대가리를 굴려 조조와 순욱의 사이를 갈라놓게 한다?
이건 솔직히 말해서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 계략이 성공하게 되었다고 치자.
황제가 얻을 수 있는 것이 뭐가 있겠나.
없다.
그는 결국 잃기만 할 것이다.
분노한 조조에 의해서 황실의 많은 권한을 빼앗기게 되고, 또 복 황후가 죽으며 외척 세력들이 갈기갈기 찢겨나갈 것이다.
그 뿐인가?
복 황후가 자신을 도모하기 위해 외부의 세력과 결탁했다는 그 서찰.
조조에게 받아 내 품 안에 있는 그 서찰을 조조가 공표한다면 세력을 결집시킬 수 있고 명분을 조조가 가지게 된다.
황족들이 그렇게 죽어나갔는데도 황실은 아직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헛짓거리를 한다는 것을 알리게 된다.
거기에 순욱은 대표적으로 한 황실과 조조의 사이를 중재하는 사람이다.
만약 조조가 순욱과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면 순욱이 조조를 도모하여 황실이 나서게 할 사람인가?
그는 자기가 죽었으면 죽었지 절대로 조조를 해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만약 순욱과 조조의 사이가 멀어지게 된다면 황실의 입장에서는 손해만 볼 수 밖에 없는거다.
그나마 황실이 황실의 구실을 할 수 있는 것은 순욱이 조조와 황실 사이를 중재하기 때문이다.
순욱이 없다면 황실의 존폐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황실에서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누굴까?
이런 일로 가장 이득을 볼 사람이.
승상부에서 나온 나는 관평에게 시켜 교사원의 우금을 불렀다.
우금이 병사들을 이끌고 달려오자 난 그를 따로 빼낸 후 말했다.
“우금.”
“예?”
“내 말 잘 들어. 이제 슬슬 선택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은데.”
“무슨 말씀이신지…?”
그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슬슬 너도 이제 좀 크게 나가야 할 것 아니야. 언제까지 이렇게 교위직에만 있을거야?”
“아니 저 잘 크고 있는데?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우금은 교사원에서도 꽤 실력있는 인물이었다.
많은 이들에게 신임을 받을 정도로 능력이 있고, 또 부하들에게도 잘 대해줘 인망도 있었다.
그런만큼 그냥 내버려 둬도 그는 어렵지 않게 장군직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가 사형이 있다면 모르겠지만 가 사형이 없는 만큼 지금 교사원에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은 우금 밖에 없었다.
조금 억지스럽지만 우금을 끌어들일 수 밖에 없다.
난 그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손을 내밀었다.
“시끄러워. 아무튼. 나와 손을 잡자.”
“손이고 자시고 장군님이라면 잡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설명부터 좀 해주시면 안됩니까?”
꽤 오래 전부터 우금은 나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그를 내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내 줄을 잡을 생각 없나? 내가 키워줄게. 응?”
“그거야 감사드릴 일입니다만…”
영이가 임신을 했을 때 암중에서 영이를 호위해주기도 하고 산양군에 있는 아버지나 내 밑의 다른 장수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는 우금이다.
그런 우금인 만큼 그는 내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다.
“그럼 좋아. 후우… 뭐라고 해야하나. 내가 너에게 큰 건수 하나를 만들어 줄테니까.”
“건수요? 좋지요. 유망지 이후로 별 다른 일이 없어서 심심하던 참인데. 그런데 진짜 무슨 일입니까? 장군님께서 이리 말씀하실 정도면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잘 들어. 지금부터 너는 승상부주의 밀명을 받은거야.”
“예?”
“승상부주가 은밀히 너에게 요청한 것이 있었고, 그것을 해결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다가 나에게 도움을 청했어. 알았어?”
“무슨 말씀이신지…”
난 그에게 차분히 복완의 이야기와 순욱, 그리고 조조의 상황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내 말을 전부 들은 우금은 어이없어하며 빠득 이를 갈았다.
“아니 어떤 개자식이 그따위 짓거리를…”
“아무튼. 솔직히 이번 일은 승상의 앞에서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지만 이게 제일 좋은 방식이야. 어때? 너도 승상께 충성을 맹세한 사람으로써 승상을 위해서 약간의 거짓을 말하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겠지?”
“으음… 물론입니다.”
“좋아. 뒷 일은 내가 책임진다. 가자.”
“예.”
만약 내가 진동장군의 직위에 있었다면 굳이 우금을 끌어들이지 않아도 된다.
잘만 하면 이 일을 내란 및 반란에 대한 일로 넘길 수 있었을테니까.
하지만 나는 정북장군.
즉 외정사령관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런만큼 이번 일에 직접적인 개입을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런 이상 황궁마저도 감찰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교사원을 끌어들일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전에 교사원주 자리 줄때 그냥 받을걸.
괜히 튕겨서 이게 뭔 고생이람.
나중이라도 좋으니 교사원에 내 사람을 하나 넣어둬야겠다.
그래도 우금이라면 믿을 수 있다.
그의 굳어 있는 표정을 보며 난 씩 웃었다.
“교사원의 병력은 데리고 왔겠지? 다들 실력은?”
“단순 시내전이라면 흑귀대 수준은 됩니다.”
산양군에서 꽤 오래 머물렀던 우금인만큼 내 정예병인 흑귀대와 백귀대의 실력 정도는 알 수 있다.
그가 데려 온 검은 옷을 입은 쉰명의 가면인들.
교사원은 감찰 부대이다.
얼굴이 알려지는 것이 허락된 몇몇 만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신분은 감추는 것이 옳다.
그렇기에 최정예병 같은 경우는 가면을 쓰고 다녀 자신의 신분을 가렸는데 우금은 그들을 데리고 온 것이다.
날 보고도 인사는 커녕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난 만족했다.
“좋아. 그정도면 됐어.”
일단 우금을 포섭하는 것은 됐군.
이제 황궁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명분은 얻어냈다.
남은 것은 얘들 뿐인가.
나와 우금을 멀뚱멀뚱 쳐다보는 장료와 관평에게 말했다.
“잘하면 싸워야 될지도 모른다. 긴장해. 무기 잘 챙기고. 지금 이 순간부터 내가 명령하기 전까지 그 누구의 명령도 받지 마라. 오로지 내 명령만을 따른다. 알았나?”
“…예?”
“무슨 말씀이신지… 일단 알겠습니다.”
“좋아. 황궁으로 간다.”
내가 거침없이 걷자 장료와 관평은 당황했지만 순순히 내 뒤를 따랐다.
황궁의 앞에 도착했을 때 황실의 근위병들은 나와 내 뒤를 따르는 병사들을 막으려다가 내 얼굴을 확인하고 창을 치웠다.
“장군. 황실에 사병을 들이는 것은…”
“사병? 넌 이들이 사병으로 보이나? 교사원의 지하감옥에서 한번 그렇게 말해보지 그래? 아니면 정북부의 지하감옥이 좋겠나?”
내가 데리고 온 병사들은 정북부의 정예병들이고 우금이 데려 온 병사는 교사원의 병사다.
즉 정규군이라는 이야기.
사병같은 것이 아니다.
근위병들은 당황하며 서로를 보았지만 비킬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허나 이것은… 저, 장군님. 그…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지는 모르겠지만.”
“간이 부었군. 일개 근위병 따위가 감히. 상군교위를 불러라.”
“아, 알겠습니다.”
황궁을 지키는 서원팔교위의 수장인 조인은 병사의 부름을 받고 다른 근위병들과 함께 헐레벌떡 뛰어왔다.
척 봐도 내 뒤에 있는 병사들 때문에 황궁을 습격하는 무뢰한이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긴장한 얼굴로 달려 온 그는 무리를 이끌고 있는 나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응? 자네가 여기는 무슨 일인가?”
“숙부님. 잠시 안으로 들어갔으면 합니다만.”
“병사들을 이끌고? 무슨 일인데?”
“확인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그럼 그냥 오지 왜 병사들을 데리고 오는 건가? 뭔가 흥분이라도 한 듯 싶은데… 응? 문칙. 자네는 왜? 설마 교사원의 일인가?”
“예. 장군께 제가 부탁드렸습니다.”
“조카사위에게? 이보게. 왜 그러는 건가?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말해보게.”
“흥분하지 않았습니다. 지금 제가 흥분한 것으로 보이십니까?”
“아니. 전혀.”
솔직히 말해서 조금도 흥분하지 않았다.
뉘신지는 모르겠지만 적이 수를 썼고, 그 수가 효과를 발휘하기 전에 잡아 내었다.
그렇다면 반격만 하면 되는데 뭐하러 흥분하냐.
침착하게 움직이면 된다.
조인은 어깨를 으쓱이며 주변의 병사들에게 말했다.
“길을 내줘라.”
“하지만 교위님!”
“정북장군이 이상한 짓을 할 사람은 아니지 않은가. 거기에 교사원의 업무라면 막을 이유가 없지. 그들에게는 감찰 권한이 있어. 그 감찰 권한은 황궁에도 적용된다네.”
“그, 그렇긴 하지만.”
“그럼 내어줘. 아니면… 승상과 폐하의 명에 정식으로 대항하려는 건가?”
“그럴리 있겠습니까! 문을 열어라!”
조인의 말에 결국 근위병은 굴복하고 황궁의 문을 열었다.
우리가 마찰 없이 쉽게 지나갈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조인 덕분이다.
저들이 문을 열지 않았다면 필연적으로 부딪힐 수 밖에 없게 되고 그것은 정체를 모르는 적에게 오히려 좋은 일이 될 수 있을테니까.
난 조인에게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그런데 어딜 갈 생각인가?”
“일단 황후전으로 갈 생각입니다.”
“황후전? 하지만 거긴 함부로 들어갈 만한 곳이 아닌데.”
“다행히 숙부님께서 계시니… 괜찮겠지요.”
황후전에 있는 복완을 만나자.
이유를 알아야 한다.
복완이 왜 순욱을 만난 것인지.
조인은 의아해하면서도 더는 묻지 않고 우리와 함께 황후전으로 향했다.
병사들을 이끌고 황궁을 걷는 우리를 본 근위병들은 당황했지만 조인이 있기 때문인지 그들은 그저 난감해 하기만 할 뿐 이었다.
별다른 방해 없이 황후전 앞에 도착한 나는 담담한 어조로 황후전 앞을 지키는 병사들에게 말했다.
“정북장군 진유하와 교사원의 교위 우금이 황후전에 들어가려 하니 길을 비켜라.”
“황후전은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장군이라고 하시더라도…”
“상군교위인 내가 있는데도?”
황실 근위병의 총대장이라 할 수 있는 조인이다.
그가 함께 한다면 근위병들이라고 하더라도 막을 수는 없었다.
힐끔힐끔 눈치를 살피던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 상군교위님과 정북장군님, 그리고 교사교위님은 괜찮겠지만… 뒤의 병사들은 좀.”
“조카사위. 자네가 한발 양보해주는 것이 어떻겠나?”
“그러지요. 그 대신 내 호위와 교사원의 감찰원들은 데리고 갔으면 좋겠는데. 그것 까지 막을 생각은 아니겠지?”
“그들도… 아, 아닙니다. 그들은 괜찮습니다.”
그들이 들어오는 것도 막고 싶은 듯 보였지만 내가 허리의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자 근위병은 황급히 말을 바꿨다.
“무, 물론 호위를 위한 병사들과 감찰원은 당연히 들어와야지요. 하하.”
“훌륭하군. 그래. 사람이 한번 양보해주면 같이 양보해주는 것이 도리에 맞지. 만약 막았다면… 교사원의 이름으로 자네들을 교사원의 지하감옥에 쳐 넣어 주려고 했는데.”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근위병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무리 내가 정북부 소속의 장군이라고 하지만 내 처숙부가 교사원주인 하후돈이고 교사원 내에 내 인맥이 상당했다.
황실 근위병이라고 하더라도 결국은 병사.
내가 마음만 먹으면 그를 교사원의 지하감옥에 넣는 것은 일도 아니다.
“역시 정북장군님은 아랫사람들의 마음을 잘 알아주신다니까. 드, 들어오십시요.”
내가 병사들을 데리고 윽박지르는 것이 아닌, 한발 물러나주자 근위병들의 안색이 밝아졌다.
“장료. 그리고 흑귀대 다섯. 날 따라라. 관평. 너는 내가 반시진 안에 나오지 않으면…”
“예.”
“돌입하여 나를 구원해라.”
“예!!”
관평이 자신의 대검을 바닥에 내리 꽂았다.
언제라도 움직일 준비를 하는 그의 모습에 근위병들의 얼굴은 딱딱히 굳었다.
“들어가시지요.”
“그러지.”
내가 이렇게 나오는 것에 조인 역시 놀란 듯 보였다.
황후전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조인은 나에게 조용히 물었다.
“무슨 일인가?”
“승상을 시해하려는 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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