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09
각자 어디로 가야 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정해진 것이라면 크게 고민할 이유는 없었다.
회의는 신중히, 그리고 결정은 신속히.
끝났다면 바로 시작하면 된다.
순욱은 업성에서 총괄 및 지원.
사마의는 병주로.
그럼 나머지는 나와 서복, 곽가가 남피로 가면 된다.
그렇다면 고민할 여지는 없다.
나와 서복은 관청의 귀빈실로 향해 초조해하며 기다리는 곽온에게 병주의 문제를 어찌 처리할지 이야기해주었다.
그에게도 협조를 받아야 하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마의와 여포를 내어주고 병력 일만을 지원하여 병주 일대를 정리하겠다. 라는 계획을 곽온에게 말해주자 그는 거의 울 기세로 기뻐했다.
사마의와 여포가 북방에서 활동을 하여 능력적인 면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병주의 길이나 지형은 곽온이 더 잘 안다.
“곽 군수께서 저희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병주 일대의 다른 군수들이 행군사마를 도와 흑산적 잔당들을 흡수할 수 있게 도와주십시요.”
“암요! 도와야지요! 도와야지요! 그들을 치울 수 있다는 것을 알린다면 그들 모두 나설 것입니다.”
기뻐하는 곽온이 다급히 말하자 난 힐끔 뒤를 보았다.
곽회 역시 곽온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그를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곽온을 보았다.
곽온을 꼬시면 곽회도 얻을 수 있다.
그렇다면 꼬셔보자.
“그리고… 곽 군수님.”
“예! 말씀하십시요! 장군님!”
“괜찮으시다면 이 일이 끝났을 때… 정식으로 승상의 밑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떠십니까? 정확히는 정북부의 밑으로 오시는 것이지만… 그래도 나쁘지는 않을 겁니다.”
곽온의 아버지인 곽전은 영제때 대사농의 관직을 받았다.
그렇다는 것은 곽온의 집안은 세도가 집안으로 한 황실을 따르는 가문이라는 거다.
이런 식으로 과거부터 관직을 받아 권세를 누려 온 가문들 중에 한 황실에 충성하는 가문은 상당히 많았다.
조조를 왕으로 올리기 위해서는 그들을 포섭하여 황실의 힘을 내리고 조조의 힘을 올려야 한다.
겸사겸사 조조의 밑에 있는 신하들 중 내 줄을 잡게 하자.
인재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솔직히 말해서 한 황실이… 병주의 안정을 위해 한 일은 거의 없잖습니까.”
“그렇긴 합니다만…”
“이번 병주의 점령 및 안정화는 결국 승상의 명령이나 다름없습니다. 승상의 뜻을 따르는 승상부주가 아니었다면 곽 군수님을 도울 방법이 없었지요.”
“…장군님의 말씀도 맞습니다만. 저희 가문은…”
“물론 한이라는 나라의 주인은 황제 폐하이시지만… 그래도 이치라는 것이 그렇지가 않습니다. 결국은 누가 직접 도와주느냐의 문제인데. 제가 보기에는 지금이 곽 군수께서 결정을 해야 할 때 같습니다.”
곽온은 고민했다.
심각한 표정으로 갈등하고 있는 그를 향해 서복은 쐐기를 박았다.
“물론 곽 군수께서 협력하지 않으신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은 없습니다. 다만… 군수님의 가문을 생각해도, 그리고 자제분이신 백제를 생각해도 지금 저희의 제안을 받아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아.”
“군수께서도 아시겠지만 정북장군은 승상의 사위이며 많은 명사와 명가들과 연이 닿아 있습니다. 어찌보면 이만큼 튼튼한 동앗줄은 없는 것이지요. 그리고 현재 승상의 장남이신 경조윤의 부인은 저와 정북장군의 사저입니다. 미래를 생각해도 결코 나쁜 제안은 아닙니다.”
“황실을… 버리라는 말씀이십니까?”
오랫동안 한 황실에 충성해 온 곽온의 갈등을 보며 난 웃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보게 해주자.
“버리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희 역시 한 황실에 충성을 하는 신하입니다. 어찌 충심을 버리라고 말씀드리겠습니까. 저희가 말씀드리는 것은 파벌의 이야기에 불과합니다.”
비록 그것이 허상에 불과하더라도.
곽온이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파벌이라고?
웃기는 소리다.
황실의 파벌이 아닌 내 손을 잡은 순간부터 곽온은 한 황실을 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들 알고 있었다.
조조가 한 황실을 추대하지만 실제로는 감금하고, 황제와 황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에 불과하다는 것을.
곽온 역시도 알고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장군께서 하시는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이 곽온. 은혜를 받고 모른 척 할 정도로 쓰레기가 아닙니다.”
자리에서 일어난 곽온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한의 관직체계는 중앙관직과 지방관직으로 나뉘어진다.
기본적으로 중앙관직은 지방관직에 비해 같은 등급의 관직이라고 하더라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
하지만 그건 전전대 황제인 영제때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영제 사후 동탁이 집권하며 중앙관직이 유명무실해지고 각지의 군웅들이 할거하여 지방 군벌 및 지방관리의 힘이 막강해지고 나서 중앙관직을 대부분 지방관들은 무시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곽온이 나에게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현재 정권을 잡고 있는 조조를 인정하며 그 휘하에 들어가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더 이상 한 황실을 따르는 것이 아닌 조조를 따르겠다는 것이고.
병주를 점령해야 하는 이때 사마의와 함께 병주의 군수 및 호족들을 포섭하는 임무를 맡을 그가 조조를 따른다는 것은 병주 일대의 다른 이들 역시 조조의 밑으로 보낼 수 있다는 거다.
잘만하면 병주 전역이 황제가 아닌 조조를 따르게 만들 수 있다.
곽온을 포섭한 것만으로도 많은 세력을 한번에 손에 넣게 된 것에 난 만족스럽게 웃었다.
“정북장군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곽온을 손에 넣었다!
병주 안문군은 비록 척박한 곳이고 사람도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상 사형의 말에 따르면 북방과 거래를 할 수 있는 곳이니 만큼 준마를 동원할 수 있고 잘만하면 북방 기마족이나 이민족들을 병력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날때부터 기마술에 능한 기마민족이니만큼 강력한 기마부대를 만들 수 있겠군.
전에 사마의가 데리고 다니던 흉족을 떠올리며 내가 웃자 서복은 마음을 굳힌 곽온에게 차분히 말했다.
“그럼 행군사마인 사마의와 함께 병주로 바로 가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다시 한번 장군께 병주의 백성들을 대신하여 감사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공손히 인사를 한 곽온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밖으로 나왔다.
“병주 쪽 문제는 끝났고… 남은 것은 우리가 남피로 가는 일 뿐이군.”
현재 군을 지휘할 수 있을 정도의 지휘관은 나와 서복, 그리고 곽가 정도다.
“결국 곽가를 고구려로 보내야 하는 건데… 그가 잘 할 수 있을까?”
“왜?”
“아니. 사람의 성격이 좀… 단순한 지휘나 전투라면 모를까 그가 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을지가 의문인데.”
“잘 하겠지. 뭐.”
“흐음… 그래줬으면 좋겠지만.”
“동해군에 연락은 해놨어?”
곽가가 고구려에 가려면 배가 필요하다.
동해군에서 배가 올라오는 것을 생각하면 시간이 꽤 걸릴텐데.
슬슬 그들에게 연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묻자 서복은 피식 미소지었다.
“응. 이미 했어. 우리가 남피에 도착할 때 쯤이면 배가 도착해 있을거야. 청주에 있는 호표기도 남피로 오겠지.”
“꽤 빠르네.”
“그정도로 빠르지 못하다면 배가 아니지.”
업에서 남피까지 군을 이끌고 간다면 적어도 칠일은 걸린다.
전서구는 전략회의가 끝나자마자 바로 보내놨으니 동해군에서 움직일 것이다.
“그나저나 호표기라…”
“너 까지 올라오고 순욱도 이번 유주 공략에 참가했다.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돼. 무슨 일이 있어도 유주 공략을 성공해야 한다. 만약 실패하면… 알지?”
“알지. 만약 실패하면 오와 익주에서 그것을 내세우며 각지에 조조의 무능함에 대해서 떠들고 그들을 끌어들일테니까.”
그만큼 이번 유주 정벌은 중요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서복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거 괜히 미안해지네. 우리가 한번 실패한 것 때문에 벼랑 끝에 몰린 것 같으니까.”
“친구끼리 뭘 미안해하냐? 사람이 살다보면 패배하고 실패할 수도 있는거지.”
“그래도. 뭐 아무튼 이제 업에서 할 일은 끝났군. 떠나는 것만 남은 건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고민이 된다.
사마의의 말대로 전장은 위험하다.
아무리 나와 함께 여러 전장을 다닌 청이라고 하더라도 그녀가 내 아내가 된 이상 전장에 보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견희야 데리고 가야 하니 데려간다고 하더라도 굳이 다른 부인들과 아이들까지 데리고 가야 할까?
“왜?”
“아니. 아내들을 어떻게 할지가 의문이라서. 그냥 업에 두는게 나을까…?”
“업에… 뭐 그것도 나쁘지 않지. 나도 남피에는 천이를 데려가지 않았으니까.”
“왜? 달라붙으니까 부끄럽디?”
웃으며 그의 옆구리를 찌르자 서복은 짧게 혀를 차며 내 손을 쳐냈다.
“부끄럽기는. 위험해서 그런거다. 아무리 원정이라지만 우리가 패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 최악의 경우 남피까지 빼앗긴다고 하더라도… 업까지는 쉽게 들어 올 수 없으니까. 안전을 위해서는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르지.”
“그렇겠지?”
“특히나 너와 나는 주요 지휘관이다. 만약 사람을 써서 아내나 아이들을 납치하여 패배를 강요한다면… 그땐 어쩔 생각이지?”
생각만해도 끔찍하군.
사마의처럼 나도 내 가족들을 그냥 업에 두는게 나을 것 같다.
“아내들과 자식들에 대한 걱정을 한다면 나로서는 최소한 한명만 데리고 가는 것을 추천하지. 그리고 그건…”
“견희?”
“그래. 남피부터 유주까지. 많은 명가와 호족들을 끌어들이려면 그녀가 있어야 하니까. 모두를 보호하는 것보다 견 제수씨 한명만 보호하면 되는 것이라면 호위의 부담도 줄어들고.”
“그게 낫겠군. 업에서도 할 일이 많으니까.”
“순욱의 보좌를 맡기면 될거다. 천이도 업에 있으면서 방통을 도왔었으니까. 천이에게 듣기론 교 제수씨의 능력도 대단하다고 하더군. 사마 제수씨나 조 제수씨는 말할 것도 없고.”
청이가 훌륭한 무장이고, 완이도 훌륭한 행정가고, 영이도 훌륭한 책사다.
그녀들이 있다면 순욱도 일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은 없을 것이다.
그녀들을 순욱의 보좌로 보낸다는 가정을 한다면 업을 지키기 위한 인원을 빼서 전장으로 보낼 수 있으니 이득이다.
“그게 낫겠군.”
“그리고 청주에서 태사자의 지원을 요청했어. 남피에 도착하면 태사자가 와 있을거다. 장합이나 서황 중 한명을 업에 둬도 괜찮을거야.”
“오. 그거 좋은데.”
장합은 업에 두어야 한다.
주령은 남피에서 나와 견희의 호위를 맡겨야 하고 업에 있는 인원의 호위를 맡기려면 오랫동안 나와 함께 해 준 장합이 있는 것이 나았다.
“태사자도 지휘관으로서의 재능이 대단하니까 전략을 좀 더 효율적으로 짤 수 있겠군.”
“잘만 되면 전략의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지.”
사마의가 잘해줘서 병주 쪽을 빠르게 정리하고, 또 곽가가 잘해주어 부여의 개입을 막을 수 있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으면 유주의 힘은 최대한으로 억누를 수 있다.
“지금 데리고 온 병력은 삼만. 거기에 남피에 있는 기존 병력 이만. 오만의 병력이라면 충분히 유주의 정벌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그 오만 병력을 모두 쓸 수 있는 건 아니잖아?”
“그렇지. 하지만 오만이라는 수는 대단한 수야. 잘만 하면…”
유주를 공략하는 것에 대한 논의를 하며 관청을 걸어 순욱의 집무실로 향할 때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있는 이를 발견했다.
누군가 싶어 발걸음을 멈춰보니 그들 사이에서 가방을 들고 있던 사내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여!”
“어라!? 형!?”
순유의 요청에 따라 기주에서 형주로 이동하기로 한 그는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와 내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주었다.
“우리 유하가 많이 커서 이 형을 여기저기로 돌리는구나.”
“으악! 형! 아씨. 그만 좀 해. 공적인 일이라고.”
“훗. 뭐 좋아. 그보다 내가 없어도 괜찮겠냐? 유주 쪽으로 가는 길은 내가 잘 알고 있는데.”
“어차피 형이 알고 있는 것은 복이에게 전부 넘겼다면서.”
“그렇긴 하지.”
이미 전예 형과 함께 유주 정벌을 한차례 한 서복이다.
비록 몇가지 문제 때문에 물러날 수 밖에 없었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유주 정벌에 성공했을 것이다.
전예는 씩 웃으며 서복의 팔을 툭 쳤다.
“관직 상으로는 네가 위이지만… 어쨌든 나는 이 녀석의 친형같은 사람이니까. 부탁한다. 못난 동생이지만 잘 보좌해다오.”
“맡겨주십시요. 형님.”
나와 방통, 서복은 거의 형제와 같은 사이다.
서로의 부모님이나 가족들에게 친근하게 대하는 만큼 서복 역시 전예에게 허리를 숙이며 공손히 대했다.
그를 향해 히죽 웃어보인 전예는 가방을 어깨에 가져가며 말했다.
“힘내라.”
“형주 쪽은 부탁할게.”
“걱정말라고.”
여유 넘치는 걸음으로 그가 나가는 것을 보던 서복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슬슬 움직일 때가 되었군.”
무장들의 편제가 변경되어 갈 사람은 가고 올 사람은 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이제 업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관청에 들어가자마자 성주의 집무실에 들어 온 우리는 집무실의 모습에 당황했다.
“이게 뭡니까?”
“그, 그러게 말일세.”
이틀 전까지만 해도 깔끔한 집무실이었는데 왜 이렇게 난장판이 되어 있지?
수많은 죽간들과 문서들이 쌓여 있는 것을 보며 묻자 순욱은 난감해하다가 말했다.
“업과 그 주변의 현, 그리고 백성들의 요청서라든가… 그 외에 도읍화를 하며 생긴 문제들 같은… 그것들을 정리하다보니 이렇게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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