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19
업에서 병주로 이동하여 병주에 도착한지 두달째가 되던 날이 지났다.
근처에 도적이 침입하여 공격한다는 것에 직접 병사를 이끌고 나가 토벌한 후 돌아 온 사마의가 막사에 들어왔을 때 기다리고 있던 호주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그를 향해 사마의는 무덤덤히 물었다.
“상태는?”
“글쎄… 이렇다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있다는 것은 알렸습니다.”
“그래?”
“그런데… 정말 이정도면 됩니까?”
“이정도면 충분해. 더 이상은 필요 없어.”
이미 예상한 일이다.
호주천이 함께 한다고 하더라도 흉족들이 얼씨구나 하고 고개를 숙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정도는 말이다.
밥을 지었으면 뜸이 들때까지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호주천의 보고를 받으며 깨진 견갑을 갈아 새로운 갑옷으로 바꿔 착용한 사마의는 천천히 중얼거렸다.
“뜸이 드는 동안 다른 찬을 만드는게 좋겠지.”
애초에 힘에 밀려 장연의 밑으로 들어간 이들이라면 다시 힘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갑옷을 갈아입은 사마의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자 이미 바깥에는 꽤 많은 병사들이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여포와 곽온이 다가오자 사마의는 천천히 물었다.
“적의 수는 약 삼만… 쉽게 상대할 수 없을 것 같은데. 어찌 생각하나?”
여포는 입을 다물었고 곽온은 가소롭다는 듯 창을 잡으며 다부진 어조로 답했다.
“하찮은 도적의 무리에 불과합니다. 바로 쓸어버리도록 하지요.”
곽온의 대답을 들은 사마의는 대꾸하는 대신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을 받은 곽회는 곰곰히 생각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는 싸움을 피하는 것이 옳습니다.”
“그렇겠지.”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한 곽회를 향해 사마의는 빙긋 웃었다.
그의 말에 곽온은 당황했다.
“아니 왜 피하시는 겁니까? 비록 저들의 수가 많다고는 하지만 오합지졸입니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지. 하지만 굳이 전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어. 적들의 내분을 유도하는 것이 상책이다.”
“내분이라니… 하지만 도적들이 과연 내분을 일으키겠습니까?”
“내분을 위한 수는 이미 두번째까지 시작되었다.”
“두번째?”
“첫번째는 병주에 들어왔을 때. 그리고 두번째는 여기 호주천이 이미 시도했다.”
언제!?”
곽온은 당황하며 호주천을 보았지만 호주천도 당황했다.
자신이 뭔가 했단 말인가?
한 것이라고는 그저 병력을 이끌고 나가 흉족의 왕이 돌아왔다는 포고를 하고 돌아오라는 정도만 알렸을 뿐이다.
그런데 내분이라니?
그들이 당황하는 것을 말없이 바라보던 곽회는 짧게 혀를 찼다.
“흉족과 흑산적들이 갈라지게 만드시려는 겁니까?”
“그건 두번째. 이미 첫번째 수는 들어가 있어. 저들이 뭉쳐진 것 자체가 내분이 이루어지기 위한 수다.”
곽회가 입을 다물고 생각을 하자 사마의는 빙긋 웃었다.
아직 어린 나이인데 머리 굴리는 것이 보통이 아니다.
잘만 키운다면 훌륭한 책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더 잘 키우면 지휘를 할 수 있는 책사가 될 것이다.
“이거 탐나는군…”
진유하가 먼저 침을 발라놨다지만 그래도 아쉽다.
자신의 계획을 위해서는 똘똘한 이가 필요하니까.
아무리 진유하와 같은 편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따르는 이가 많으면 많을 수록 움직이기는 편해진다.
사마의는 곽회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렸다.
“주변 상황은?”
“음… 뭐라고 해야하나. 저들 중 일부가 근처를 약탈하러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에 불과한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를 위한 준비는 이미 끝냈어.”
약탈을 한다고?
할 수 있으면 해보시지.
이미 이 근처에 있는 모든 마을은 불타버렸을테니까.
백성들을 모두 이주시키고 저항하는 현령들은 도적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파면시켰다.
그때 저항하던 이들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고작해야 행군사마따위가 감히 군수를 파면시키냐며 길길이 날뛰던 놈의 머리를 후려갈길때의 통쾌함이라니.
그때의 짜릿함을 떠올리며 사마의는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고작해야 행군사마이지만 뒤에 있는 이가 대단하니. 이래서 다들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 것이군.”
정북장군인 진유하와 승상부주 순욱에게 병주 일대에 대한 처리 방법에 대해서는 위임을 받았으니 병주의 도적과 흉족을 처리하기 전까지 사마의는 병주목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다.
그런만큼 마을 몇개나 현 몇개를 초토화시키고 군수를 파면시키는 일 따위는 그의 재량대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자신의 손에 쥐어진 힘을 쓰지 않을 정도로 사마의는 바보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쓴다.
그것으로 인해 누가 고통받더라도 신경쓰지 않는다.
승리를 얻어내기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이용하고, 짓밟을 수 있다.
그것이 아무리 죄가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물론 강제로 이주되는 백성들의 입장에서는 천하의 개쌍놈이 되겠지만 알게 뭔가.
그냥 내버려 뒀다간 모든 것을 다 빼앗기고 죽을텐데.
이번 일에 대한 보상은 조조가 알아서 해줄거다.
자신은 책사.
책략을 꾸려 승리하는 자다.
그 승리의 달콤함과 달콤함을 만들기 위한 고통을 감내하는 것은 주군이 할 일이다.
아마 이번 일 이후 병주를 복구하는데 상당한 비용과 노력이 들어가겠지만.
알게 뭔가.
자신이 할 일도 아닌데.
사마의는 여유롭게 웃었다.
“수는 이미 먹혀들어가고 있어.”
“그렇습니까…”
사마의는 여포와 함께 병력을 이끌고 병주로 들어오며 바로 곧곧에 소문을 내었다.
조정에서 본격적으로 병주의 모든 도적들을 처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그 토벌을 위해 전 천하 최강인 여포가 나서기로 했다.
정규군이, 그것도 아직까지 병주 일대에는 막강한 위명을 자랑하는 여포가 직접 나선다.
조조의 정규군이라는 것만으로도 무서운데 여포까지 꼈다는 것은 진짜로 도적들의 씨를 말려버리겠다는 의미라고 그들은 생각했다.
병주로 진입하며 도적이란 도적들을 싸그리 잡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처형해가는 모습을 보였기에 병주의 흑산적 잔당들은 기겁했다.
그리고 각개격파를 피해 한곳으로 모이게 되었고 그 순간 사마의는 승리를 자신했다.
도적들은 정규군에 약할 수 밖에 없다.
어중간한 정규군이라면 모르겠지만, 아니면 과거 장연이 이끌 때처럼 대규모로 움직이는 흑산적이라면 모르겠지만 이들은 일종의 패잔병에 불과했다.
그런만큼 오합지졸이라고 할 수 있었고 따로 행동할 수 밖에 없었다.
순유의 책략에 의해서 군이 분산되어 각개격파 당한다는 공포를 알고 있는 이들이니 그들은 당장의 이득을 포기하고 살아남기 위해 뭉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첫번째 책략.
“어차피 도적들. 그들이 치중을 챙길리 없지. 아니 애초에 치중따위 있을 수도 없고.”
만약 병주가 기주나 연주, 서주처럼 부유한 곳이었다면 치중의 여유를 둘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병주는 적은 수의 군을 제외한 나머지 군은 과거 흑산적에게 시달릴대로 시달렸고 이민족의 침입에 의해서 많은 백성들이 이주한 상태였다.
군이라고 하더라도 그리 많은 재산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오랫동안 병주 일대를 차지하고 있던 군수들조차 자신의 재산을 연주나 기주, 사예주로 빼돌리고 있던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병주에서 활개친다고 해봤자 얻을 것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나마 버티고 있던 안문군을 제외한 나머지 군을 털어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이 적었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곡식을 얻을 수 없다.
물건을 만들지 않으면 돈을 얻을 수 없다.
옛날과는 다른 것이다.
과거 장연이 있을 때는 그나마 기주나 유주와 거래를 하여 식량과 자금을 얻어내었지만 이제는 그럴 수도 없는 상황이다.
“병주의 흑산적은 병주에서 밖에 힘을 쓸 수 없지. 그러니… 여유다. 가난한 곳은 도적조차도 가난할 수 밖에 없어.”
병주의 상태는 이미 잘 알고 있던 사마의였다.
그런만큼 흑산적의 잔당들이 치중따위 가지고 있을리는 만무하다고 사마의는 판단했고 그 판단은 제대로 적중했다.
안문군을 치기 위해 모이는 동안 그들은 이동하며 약탈을 통해 물자를 공급 받아갔다.
만약 저들의 물자가 여유가 있다면 보급로의 안정을 위해서 약탈따위는 하지 않겠지.
하지만 그런 것 따위는 없다.
사마의가 일부러 남겨 둔 마을과 현을 공격해가며 그들은 안문군 근처까지 이동했다.
그렇게 간신히 모인 것이 삼만여.
병주 내에 있는 도적들이나 흉족들이 뭉쳐져 대군세를 만들었지만 과연 저 대군이 제대로 움직일 수나 있을까?
사마의는 힐끔 호주천을 보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는 호주천.
그가 두번째 수다.
저기 모여 있는 삼만여의 병력은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병주 일대에 악명 높은 흉악한 도적들이라지만 장연의 사망 이후 오랫동안 따로 떨어져 있던 이들이다.
장연이 있었다면 모를까 그런 것이 아닌 이상에야 결국 통솔하는 이는 없기 마련이다.
삼만이나 되는 대군세다.
잘만 운용한다면 병주 전체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기주로도 들어갈 수 있는 병력이다.
아니, 조금만 더하면 과거 장연의 위세를 되찾을 수 있는 수다.
라고 저들은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는 나서겠지.
대장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장연의 사망 이후 따로따로 흩어진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과연 대장의 자리를 내놓을까?
도적이 왜 도적이겠는가.
가진 것이 없어 남의 것을 빼앗기에 도적이 되는 것이다.
그런 도적들이 순순히 자신의 위에 다른 이를 올리겠는가?
결국 마찰은 생길 수 밖에 없다.
아마 지금도 저 안에서는 박터지게 싸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거기에 물자조차도 부족한 상황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 상황에서 호주천이 나섰다.
흉족들이 돌아와주었으면 한다.
그것도 정규군에서 말이다.
즉.
“흉족들이 내부에서 배신을 해서 움직여준다면 우리 입장에서는 편하게 저들을 먹을 수 있지. 그들이 움직여 줄때까지는 일단 얌전히 있는 것이 나아.”
“그렇군요.”
사마의의 설명을 들은 곽온은 고개를 끄덕인 후 자신의 아들을 보았다.
그의 책략을 눈치챈 아들을 대견해하던 곽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면 전투는 없는 겁니까?”
“아니. 전투는 있을거야.”
흉족들이 배신하여 호주천의 밑으로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예?”
“항복하지 않는 도적은 죽인다. 저들이 자포자기하여 덤벼든다면 쳐 주는 것이 맞아. 도적이 도적인 이유는 단 하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남에게서 빼앗아 채우려는 이들이기 때문이지. 그런 이들은 힘에 약하다.”
“허어… 하지만 진 장군께서는.”
“나는 진유하나 조조와는 좀 다른 사람인지라… 항복한다고 해서 순순히 받아 줄 정도로 좋은 놈은 아니야. 저 놈들은… 애초에 밑바닥부터 제대로 바꿔놓지 않으면 안될 놈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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