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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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라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마을에 퍼져 있는 병은 단순한 감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단순한 감기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씻지 못하며 간병하지 않는다면 위험한 병이 될 수 밖에 없다.
마을을 점령하고 조사를 해봤는데 병자가 있는 마을이지만 식량은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꽤 사는 집으로 보이는 곳도 곳간은 텅텅 비어 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식량까지 나눠주시다니.”
“아뇨. 승상의 방침은 점령지에서 약탈을 금하고 점령지의 백성들에게 식량이 부족하다면 그것을 나눠주는 것이라서… 항상 여유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습니다.”
“승상께서 자리하신 이후 많은 백성들이 편해지는 것 같군요. 좋습니다. 그 뒤를 장군께서 잘 받쳐 주신 덕분에…”
식량에는 꽤 여유가 있었고 콩나물과 시레기도 남는 편이었기 때문에 우리가 들어간 과홍촌에 나눠 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조조군이라며 무서워하던 마을 사람들이었지만 우리가 병을 치료해주고 약을 처방해준데다가 식량을 나눠 준 것 때문에 꽤나 호의적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덕분인지 나는 촌장이 마련해 준 자리에서 이렇게 쉴 수 있었다.
“아니요. 국가의 관리로서 백성의 고통을 돌봐주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촌장도 병에 걸려 임시이기는 하지만 과홍촌의 촌장직에 있던 자는 바로 관녕이었다.
마을을 대표해 나에게 감사를 하는 그를 향해 난 차분히 웃었다.
“저야말로 관 선생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장군께 선생이라 불릴 만한 사람이 아닙니다만…”
“하하. 아니요. 당연히 선생이라 불릴 만한 분이지요. 어찌 그리하겠습니까.”
관녕이 쓰게 웃자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중년인, 국연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공대의 아들이 이리 장성하여 장군의 자리에 오르다니. 시간이라는 것이 아주 무섭구려. 그래. 공대는 잘 있습니까?”
“어르신. 배분에 따르면 어르신은 저희 아버님과 같은 정 스승님의 제자이십니다. 그저 친우의 아들이라 생각하며 편히 말씀해주십시요.”
아버지는 정현을 사사했고 국연 역시 정현을 사사했다.
위치를 따지자면 국연은 아버지의 동기다.
뛰어난 인물로 정현에게 국가적 인물이 될 것이다. 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직까지는 관직에 오른 적이 없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위치로 따지면 내가 편하게 대하는 것이맞지만 그래도 사적인 자리에서 따진다면 내 숙부라고 볼 수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어찌 그리하겠습니까. 천하에 이름을 날리며 국가의 대소사를 돌보시는 장군께…”
“아버님께 혼이 납니다. 국 어르신께 이렇게 존대를 받으면. 제가 나중에 아버님을 만나고, 또 정 어르신을 만나뵈었을 때 무슨 소리를 듣겠습니까? 부디 조카라 생각하시고 편히 대해주십시요.”
“허… 이것 참.”
이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의 조카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내 명성에도 도움이 되기에 난 그에게 하대를 요청했고 국연은 난감해하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자네가 그리 말한다면 그리 하겠네.”
신난다.
국연과 사적인 관계를 맺는 첫 걸음이다.
이제 적당히 관계를 높여가다가 산양군이나 서주에 박아 놓는다면 날 지지하는 명사가 더 늘어나겠군.
국연이 흐뭇하게 웃는 것을 마주하다가 시선을 돌렸다.
“관 선생께서도 부디. 국 숙부님과 친우시라면 선생께도 조카나 다르지 않습니다. 부디…”
“사사로이 상대를 평가하고 하대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입니다.”
“어찌 사사롭다 할 수 있겠습니까. 비록 제가 공적으로는 국가의 장군이지만 저 역시 사적으로 유학을 숭상하며 가르침을 원하는 서생입니다. 훌륭하신 선생께 하대를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니 부탁이오니. 이런 사적인 자리에서는 편안히 대해주셨으면 합니다.”
내 요청에 관녕 역시 난감해하다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완전 신난다.
설마 여기에 관녕까지 있을 줄은 몰랐다.
북방에 의외로 인재가 넘쳐나는구나!
왕렬에 국연에 관녕이라니.
한때 일룡이라 불리며 많은 유학자들에게 인정을 받는 인재들이 있었다.
화흠이 용의 머리.
병원이 용의 배.
그리고 관녕이 용의 꼬리.
그 중 관녕은 특히 사람이 검소하고 물욕이나 권력이 없이 고결한 품행으로 많은 유학자들에게 칭송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 사람을 끌어들이면 당연히 나에게 도움이 될 수 밖에 없다.
이거 병원만 찾아서 그를 임관시키고 저들을 모두 임관시켜버리면 조조군 내에 일룡이 완성되겠네.
이미 화흠은 임관하여 직무를 수행하고 있으니 말야.
“이렇게 어르신들과 친분을 가질 수 있게 되어 소생으로서는 무한한 영광이 따로 없겠군요.”
“하하하. 과찬이네.”
“앞으로 많은 지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물론 관녕이나 왕렬, 국연이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서 위치를 바꾸거나, 혹은 친분을 빌미로 관직을 원하는 사람들은 아니다만 그래도 사람은 팔을 안으로 굽히기 마련이다.
멋도 모르는 사람의 꼬드김보다는 내 꼬드김에 넘어갈 일이 많겠지.
내가 뻘짓거리만 안한다면 이들은 나를 지지해주고 움직여 줄 거다.
얼른 서주나 산양군으로 보내버리고 싶구만.
내가 씩 웃었을 때 관녕은 머뭇거리다가 천천히 말했다.
“…장군께 한가지 여쭈어도 되겠소?”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자어가 승상의 밑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사실이오?”
“예. 지금 대부의 자리에 올라갔습니다. 아주 열정적으로 일을 하고 있지요.”
자어는 화흠의 자다.
관녕이 이걸 궁금해할 줄은 몰랐는데?
형주에 있을 때 사부님께 들은 이야기다.
아버지를 잃고 소년가장이 된 관녕, 그리고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잃은 병원. 그럭저럭 잘 살았던 화흠까지.
모두 재능이 대단하여 천하 사람들이 일룡이라 불렀다고 한다.
서로 교우가 깊어 어렸을 때부터 큰 사람이 될 것이라 칭찬했는데 관녕과 화흠, 병원이 이렇게 따로 떨어진데에는 한가지 일화가 있었다.
관녕과 화흠이 밭일을 할 때 밭에서 금덩어리가 나왔다고 한다.
그때 관녕은 금덩어리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화흠은 금을 한번 집어 본 후 뒤로 던져버렸다고 한다.
후에 둘이 공부를 할 때 귀인의 수레가 지나가며 소란을 피우자 관녕은 신경도 쓰지 않았지만 화흠은 창 밖으로 고개를 돌려 그것을 잠시 지켜보았다고 한다.
그 이후 관녕은 화흠이 재물욕과 권력욕에 사로잡혀 있다며 그와 절교를 선언하고 일룡의 관계도 무시한 채 영천으로 가 진식의 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교류를 끊고 타인이 되기로 한 사람이 화흠의 소식을 궁금해하다니.
내 대답을 들은 그는 씁쓸하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잘 지내는가보군.”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를 보며 난 입맛을 다셨다.
“아주 잘 지냅니다. 얼마 전에는 첩도 들였습니다. 업무도 잘 해낼 뿐더러 사람들의 관리도 철저해서 많은 이들에게 칭송되고 있습니다.”
“하하. 첩이라. 예전부터 그는 그랬지.”
내가 웃으며 대답하자 관녕은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다물었다.
분위기가 좀 이상한데.
내가 의아해하자 국연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뭐. 자네 덕분에 마을의 병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군. 그래… 그럼 자네에게 묻겠네. 혹 내 질문에 자네가 기분 나쁠지도 모르지만. 이해해줬으면 하네. 자네가 나를 숙부라 생각하니 조카에게 약간 나무라는 것이라 생각해도 좋고.”
뭔 소리를 하려고 이렇게 겁을 줘?
그의 진중한 어조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병사를 이끌고 온 것은 북방 정벌 때문에 그러는 것인가?”
“예.”
“북방 정벌이라… 과연 그것이 잘하는 짓인지 의문이 가는구만.”
“잘못된겁니까?”
“글쎄. 내 자네에 대한 이야기는 자주 들어 알고 있네. 서주의 천신장이며, 패배를 모르는 훌륭한 장군이라지? 거기에 신농의 재림이라 불릴 정도로 서주와 연주 일대에 자네가 맡은 봉지와 지역은 항상 풍년을 이뤄내고.”
“하하하… 과한 평입니다.”
“내 눈으로도 직접 확인하고 온 것이니 그리 부끄러워하지 말게.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가?”
내가 뭘 잘못했나?
국연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굳이 자네가 이렇게 병사를 이끌고 올라오지 않아도, 선한 행동으로 기주 일대를 다스렸다면 자연스레 유주에서 기주로 백성들이 넘어갔을 걸세.”
“그렇겠죠.”
비록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가장 좋은 정벌은 군사적 행동이 아닌 저들이 스스로 패배를 인정하고 융화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자금도, 시간도 많이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다.
당장 강남과 서량, 익주에서 뭔 짓을 할지 모르는 이상 빠르게 북방의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그런 방식으로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른다.
그러니 현재 군에 있어서 가장 괜찮은 방법을 택한 것이 바로 군사적 정벌이다.
그것을 국연은 나무라는 것이었다.
“자네가 병사를 이끌고 온 탓에 유주의 백성들은 많이 힘들어지고 있네.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서 사람들은 욕심을 가지고 식량을 확보하려 날뛰고 있어.”
“네.”
“왜 굳이 군사를 이끌고 온 것인가? 그러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텐데. 자네라면 충분히 다른 방법을 쓸 수 있지 않았는가?”
국연의 질문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허나 그렇다 하여 이렇게 움직이는 것이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건드리면 아프다 하여 환부를 방치했다가 그것이 썩어 전체를 망가트릴 뿐이지요.”
“허나. 원소는 그리하지 않았지. 전투가 아닌 대화로, 협상으로 북방의 안정을 꾀하려 했어.”
그건 나도 알고 있다.
전풍은 공손찬을 제거한 후 공손강과 협력하여 유주의 안정을 꾀했다.
그럼으로서 유주의 힘을 자신의 힘에 포함시키려 했지.
하지만 지금 그 방법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특히나 백성들이 이렇게 북방의 이민족으로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썩어가는 곳은 잘라내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황건적의 때를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황건적이 왜 발호하였겠습니까. 관리들은 자신들의 탐욕에 미쳐있고 황실은 관직을 파는 것에 앞장서고 있었습니다. 그 뿐입니까? 지주들은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서 한톨의 곡식조차 나눠주기를 꺼려했습니다.”
“으음…”
신음하는 국연을 향해 난 천천히 말을 이어나갓다.
“숙부님께서 걱정하시는 것이 무엇인지 압니다. 허나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해야겠습니다.”
“자네가 움직임으로서 많은 이들이 고통받는데도?”
“제가 움직임으로서 열명의 백성들이 고통받더라도, 백명의 백성을 살릴 수 있습니다. 천명의 백성들이 편안해지고, 만명의 백성들을 안을 수 있습니다. 그럼 저는 할겁니다.”
“그럼 고통받는 열명의 백성은 어찌할 생각인가?”
“그럼 숙부께서는 백명, 천명, 만명의 백성은 어찌 하시려 하시는 겁니까?”
국연은 내 말에 피식 웃었다.
그런 그를 마주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모든 이를 행복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관리로서 많은 이를 행복하게 해야겠지요. 저는 관리로서의 제 역할에 충실할 뿐입니다.”
“하하하!! 확실히 자네는 공대의 아들 같아. 공대도 그랬지. 절대 다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관리된 자의 의무라고.”
“아버지도 그러셨습니까?”
“그래. 공대도 그랬어.”
그저 나를 시험하고 싶었던 건가.
국연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오래간만에 공대를 보고 싶군. 머지 않은 시일 내에 산양군에 가봐야겠어. 소문에 의하면 산양군은 백성들이 살기 가장 좋은 군이라던데. 공대가 얼마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가 궁금하구만.”
“정 스승님께서도 서주에 머무르고 계십니다. 산양군과 서주는 지척이니 숙부께서 가시는 것이 아주 좋겠지요.”
신난다!
국연이 산양군으로 간다!
나에게 꽤나 호의적인 모습을 보이는 국연이 웃으며 말하자 난 관녕을 보았다.
관녕은 그저 묵묵히 우리의 대화를 들을 뿐 이었다.
“관 선생께서는 어찌 하실 생각이십니까?”
“자네의 임무는 북방을 정벌하는 것이겠지?”
“그렇습니다. 그게 제가 해야 하는 일이지요.”
“그렇다면 나도 한가지만 묻겠네. 자어는 행복해보이던가?”
솔직히 화흠과는 별 친분이 없어서 나도 뭐라고 말을 못하겠다.
내가 머뭇거리자 관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솔직히 조금 후회하고 있네.”
“후회요?”
“어린 시절 깨끗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사람이 할 일이라고 생각했어. 그것이 현인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고 말이야.”
“그렇습니까…”
“…자네와 이렇게 만나게 된 것이 어쩌면 그 후회를 돌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자어가 본 것, 그리고 내가 보는 것…”
관녕은 씁쓸히 말한 후 나를 보았다.
“자네가 북방을 정벌하여 이곳을 평안하게 한다면, 나 역시 허도에 잠시 가보도록 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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