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31
과홍촌에 자리를 잡은지 하루가 지났다.
단 하루 뿐이지만 제대로 먹이고 약을 먹은 덕분인지 과홍촌의 병자들은 많이 쾌유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청렴을 주장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것은 돈과 권력이라는게 참 우습군.”
왕렬의 말에 난 웃었다.
“돈과 권력이 나쁘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있음으로써 사람을 살릴 수 있다면 얼마든지 취해야지요. 또한 그것이 있을 때 그를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왕 선생 같은 분들의 계도가 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하하! 너무 날 띄어주는구만.”
왕렬도 국연이나 관녕과 마찬가지로 날 아랫사람 취급하며 친근하게 대했다.
세명이나 되는 명사와 한번에 이렇게 친분을 갖게 되다니.
이번 북방 정벌은 이것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될 정도다.
난 웃으며 그에게 말한 후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투가 이루어질지도 모르는데… 난감하군요. 이들을 좀 빼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는데.”
이왕 과홍촌에 자리를 잡은 거 여기를 기점으로 움직이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하지만 과홍촌 주변에 성이 있는 것도 아닌만큼 적을 물리쳤다는 가정을 하더라도 그 패잔병들이 과홍촌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나도 전력을 다해야 하는 만큼 과홍촌을 지킬 만한 여력을 따로 빼기는 힘들다.
“백성들을 이주시켰으면 좋겠습니다만…”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지금 저들을 이주시키는 것이 더 힘든 일일지도 모르네.”
왕렬의 말대로다.
비록 군의를 투입하고 식량을 나눠주었다고 하지만 우리가 과홍촌에 들어 온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 시간만으로 모두를 치료할 수는 없었고 강제로 이주한다면 오히려 낫던 백성들이 더 병이 심해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것을 생각하면 함부로 이주시키는 것도 현명한 선택은 아닌데.
내가 입맛을 다시자 왕렬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북방에는 막강한 세 세력이 있지. 자네는 그것을 아는가?”
“공손강과 선비, 그리고 오환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오환은 일단 빼게. 그들의 세력은 강하다고 보기 어려우니까.”
“그럼 유화?”
“하하… 그래. 유화의 아버지인 유 주목께서는 정말이지 존경받아 마땅한 분이셨지. 그 분께서 공손찬 같은 악인에게 죽지만 않으셨어도 유주가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야.”
유우는 원소에게 당한 것 아니었나?
내가 궁금해하자 왕렬은 쓴웃음을 지었다.
“유우의 세력을 친 것은 원소이지만 그를 처형한 것은 공손찬이었지. 그 후 공손찬은 많은 명가와 호족들에게 지탄받았고 원소가 공손찬을 쳐 그들의 호응을 얻어내었을 뿐이야.”
“그렇습니까…”
결국 원소도 호족들과 명사들을 이용한 것이구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왕렬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나는 자네의 행동을 지지하네. 비록 유안이나 자니는 자네의 행동을 탓할지도 모르지만. 가끔씩은 이렇게 강한 움직임으로 청소를 해야 할 때가 있어.”
“왕 선생께서는…”
“공손찬이 유우를 죽이고, 유주의 대의는 꽤나 망가져버렸네. 원소가 공손강과 손을 잡게 된 이후로 그 흔들리는 대의를 다잡지 않았어. 혼란이 있기에 공손강이 유주에서 힘을 가질 수 있었던거야.”
“그렇군요.”
“아무튼. 잘 부탁하네. 자네라면 원소가 범한 실책을 다시 범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네.”
“노력하겠습니다.”
원소가 범한 실책.
유주의 강자들과 결탁하여 그들의 지원을 받아 제대로 된 청소를 하지 않는 것.
왕렬의 말에 난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그가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을 지켜보고 있을 때 내 뒤로 하후상이 다가왔다.
“장군님.”
“음. 왜 그런 표정이냐?”
그의 표정이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 것에 내가 의아해하자 그는 조심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척후병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뭐지?”
“답돈의 부대가 남하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적의 수는 약 이만 오천. 치중군은 없는 듯 합니다.”
“허. 치중군 없이 온다라…”
하후상의 보고에 난 탄식을 터트렸다.
치중군이 없다는 것은 대놓고 주변을 약탈하여 물자를 얻겠다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국연의 말이 이해가 된다.
내가 군을 이끌고 왔기에 저들이 이렇게 나온다는 거군.
하지만 그렇다고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아?
난 어깨를 으쓱였다.
“서복에게 연락은 왔나?”
“하루 정도의 거리가 남았다고 합니다. 조 교위가 이끄는 호표기 삼천은 이미 작전지역에 자리를 잡고 은폐 중입니다.”
“그런가. 답돈이 이곳에 도착하려면 적어도 이틀… 얼추 시간은 맞아 떨어지겠군.”
“그리 생각하시면 될겁니다.”
“과홍촌 인근에 진을 펼칠만한 지형이 있나?”
“탁 트인 평원이 있습니다. 조 교위의 전령에 의하면 마침 길목이 그곳이니 그곳에서 적을 맞이하면 될 것 같습니다만…”
하후상은 머뭇거리다가 더더욱 조심스레 말했다.
“하지만 과연 이 전술이 효과가 있을까요?”
“음? 아아. 망치와 모루 전술…? 효과는 있을거야.”
물론 실제로 써본 적은 없다만 이유하의 지식에도 있을 정도로 뛰어난 전술이 바로 이 망치와 모루 전술이다.
“서역의 뛰어난 전략가가 구상하여 시행한 전술인데. 아군보다 많은 수의 적을 상대로도 훌륭하게 써먹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서역의 전술이라니. 역시 수경선생님 답군요. 그런 것을 알고 계실 줄이야.”
“사부님이 가르치는 것 중에는 서역의 것도 꽤 있어.”
워낙 여행을 좋아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서량에도 몇차례 왔다갔다 하셨는데 거기의 이야기꾼과 역사서를 집필하는 이에게 듣고 몇차례 연구하여 정립하셨다고 한다.
나야 이유하의 지식이 있으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지만 그때 방통과 서복이 감탄을 하던 것을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사부님의 젊은 시절이 궁금해질 정도다.
도대체 얼마나 돌아다니신 건지.
“서역이라… 서역이 어떤 곳인지 궁금하네요.”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다 똑같겠지. 그럼 슬슬 준비를 하자고.”
“말씀하신대로 방패병들의 준비는 모두 끝났습니다. 그리고 강노병들도…”
“그래. 이 전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모루 역할을 해주는 보병이니까. 그들이 잘 해줄 수 있게 준비를 해야지.”
답돈이 이끄는 오환족들의 공격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어야 한다.
그동안 꾸준히 방패병들을 키워 놓은 보람을 여기서 써먹을 수 있겠군.
“흐음… 하지만 괜찮을까요?”
“응? 뭐가?”
“적들의 수가 저희들보다 많은데… 포위진을 만든다 하여 과연 제대로 싸울 수 있을지는…”
“하하하. 괜찮아. 아무튼 준비는 잘 해둬.”
“예!”
치중을 이끄는 군을 포함하여 현재 병력은 약 이만.
수에서는 밀리지만 서복의 지원이 온다면 충분히 메울 수 있을거다.
그리 생각하며 난 눈을 감았다.
“내가 움직임으로써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라.”
절로 웃음이 나온다.
“그딴 거. 알바냐.”
만약 유주의 점령을 끝낸 상태라면 모르겠지만 그것이 아닌, 정벌을 시작하는 도중이라면 적들 입장에서는 우리의 군을 쳐내야 할 수 밖에 없다.
정면 공격을 통한 섬멸, 혹은 보급로를 끊어내야 하는데 지금까지 보급로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인 만큼 적들이 쉽게 움직일 수는 없었다.
거기에 이곳은 유주의 초입에 불과했다.
답돈이 보급로를 끊으려고 하더라도 결국 기주로 내려오는 수 밖에 없는데 그리 된다면 오히려 적들을 상대하기 더욱 편해진다.
업과 남피에 있는 병력들이 올라오며 그들을 한번에 소탕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으로서는 정면전이 적들에게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전투인데 정면전을 택한 것을 보니 적이 단순한 바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우회해줬으면 했는데 말이지.”
정찰병의 보고에 의하면 진을 친 우리를 향해 적들이 방향을 바꿔 바로 공격해들어온다는 소식이 있었다.
여기저기 뿌려 놓은 정찰병들의 보고를 종합하여 제장들에게 이야기하자 서황은 쓰게 웃었다.
“정면전이라… 결국 군에 피해를 줄일 수는 없겠군요.”
“그러게 말이야.”
“오히려 백성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으니 나은 것 아닙니까?”
서황의 말을 받으며 관평이 떨떠름히 말하자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성들의 피해라고 하더라도 그건 상산군이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지. 보급로를 만들어 내고 나서 업과 남피에서 추가적으로 병력을 올려보낸다는 소식이 들린 이상 큰 문제가 없어.”
아까 낮에 온 보고에 따르면 순욱이 연주에서 병력을 더 얻어내어 남피로 보냈고, 또 남피에서도 병력을 증원하여 북방으로 보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마 한달 안에 팔천 가량의 병력이 추가될거다.
그것을 생각하며 내가 말하자 하후상은 한숨을 내쉬었다.
“첫 결전이니만큼 중요한 전투가 되겠군요.”
“그렇지. 자. 다들 준비는 됐나?”
“예. 서 성주에게서 연락도 받아내었습니다. 전투가 시작되면 은폐하고 있던 기병들이 움직일겁니다.”
“음. 좋아.”
작전에 대해서는 이미 이야기가 끝난 상태였다.
하후상의 보고에 따르면 적들은 치중을 가지지 않은 상태라고 한다.
그렇다면 장기전으로 이끌면 오히려 적들이 불리한 상황이다.
과홍촌에 군량을 풀 수 있을 정도로 군량에 여유가 있다는 것을 적들이 아는 이상 저들 역시 단기전으로 끝내려 하겠지.
상황은 좋다.
그렇다면 이제 싸우는 일만 남았다.
“장군!”
언덕배기 위에 적들이 몰리는 것이 보인다.
이민족이라고 개무시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진형 정도는 꾸리고 있는 건가?
선두의 기병들과 후위의 보병들.
양익에는 활은 없지만 돌팔매질을 하기 위한 투척병들이 있었다.
“적들의 병과를 함부로 생각하지 말자고.”
병과에 따른 전투의 이점은 확실히 있다고 할 수 있었지만 사마의가 이끌던 흉족들을 생각한다면 이민족들에게는 병과의 의미를 두는 것이 곤란했다.
기본은 기마병이지만 척박한 곳에서 살아가다보니 단순히 기마만 할 수는 없었다.
여차하면 말에서 내려 보병처럼 싸우기도 해야했고 어떨때는 돌멩이나 창을 들어 던지는 투척병의 역할을 하기도 해야했다.
그렇다면 병과의 유리함으로 적들을 상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내 말에 관평과 하후상은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어. 우리가 할 일은 저들의 진격을 최대한 막아내는 것 뿐.”
내 말에 하후상과 관평이 무기를 꺼내 들었다.
양익에서 그들이 나선다.
중앙군은 서황.
그들이 움직이는 것을 내가 뒤에서 조절한다.
진동부에 있을 때부터 꾸준히 연습했던 진형인만큼 다들 문제는 없겠지.
진격해오는 적병을 향해 검을 겨누며 외쳤다.
“막아내라!! 우리의 역할은 방패!! 모루이니!!”
“오오오오!!”
“승상이 가진 강철의 벽이 무엇인지 저 비루한 적들에게 똑똑히 보여줘라!!”
“오오오오!!”
“전군!!”
방패를 든 병사들이 방패를 앞으로 내민다.
크고 네모난 방패가 군의 앞을 가리고 장창을 든 병사들이 방패의 틈에 창을 끼워 넣었다.
그들이 준비가 된 것을 본 나는 당당히 외쳤다.
“진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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