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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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거면 되는 겁니까? 추가적인 지원이 없어도…?”
“너무 많으면 오히려 저들이 의심하지. 차라리 최정예를 움직이는게 나아.”
저곡은 떨떠름한 시선으로 사마의를 보며 물었다.
이 군을 이끄는 대장은 자신이다.
하지만 병사도, 그리고 장수도, 심지어 부장마저도 자신의 사람들이 아니다.
이미 대군의 병사들은 병주에서 올라 온 곽온과 곽회의 군대에 의해 억류되어 있었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단 한가지 뿐이었다.
자신들의 이름.
그리고 자신들의 군복과 갑옷.
적들이 자신들을 방심하게 하고자 하는 것.
대군 병사의 갑옷과 옷을 입은 이들을 보며 저곡은 한숨을 내쉬었다.
평범한 병사의 복장을 입고 있지만 저들 하나하나는 무섭고 흉폭하기 짝이 없는 흉족의 일원들이다.
그들 중 일부가 자신을 향해 눈을 부라리는 것을 본 저곡은 움찔하며 사마의의 옆으로 다가갔다.
사마의 역시 대군 부장의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상태였다.
누가 이자를 조조군 행군사마라고 보겠는가.
아무리 봐도 심약한 문관 부장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저곡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대장. 이제 괜찮겠습니까?”
“그래. 슬슬 움직일 준비를 해라. 좌군과 우군의 공격 이후 중앙군의 돌격이 중심이다. 잘 기억해두도록.”
사마의의 싸늘한 말에 선두에서 병사들을 이끌던 사내가 고개를 끄덕이고 철퇴를 들었다.
그의 정체를 들었을 때 저곡은 크게 놀랐었다.
흉족 선우인 난제 호주천.
반쯤 망해버렸다고 할 수 있는 흉족의 왕이 여기에 있었다니.
아니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옆에서 계속 말 없이 걷고 있는 사내였다.
전이라고는 하지만 천하를 울리던 그 천하 최강의 무인 여포다.
여포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도 놀라운데 누군가의 밑에서 이렇게 성실하게 일하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고 있었던 저곡은 조심스레 그에게 물었다.
“저… 여 장군.”
“말씀하시오.”
말씀하시오란다.
동탁 휘하에서 그 흉명을 자랑하던 그 여포가 말씀하시오란다.
자신에게 반존대 씩이나 해주는 것에 저곡은 어색해하며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왜 이런 곳에 계십니까?”
“이런 곳이라니…?”
“장군 정도의 실력이라면 좀 더 높은 곳으로 가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높은 곳이라면 어딜 말하는 것이오?”
“그… 조조군이라던가, 아니면 황실이라던가. 천하최강이라 불리던 무인 여포 아닙니까. 많은 이들이 두려워하던…”
비록 조조군의 진유하에게 패배했다고는 하지만.
차마 그 말은 꺼내지 못했다.
괜히 여포의 성질을 건드려봤자 좋을게 하나도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저곡의 질문에 여포는 피식 웃었다.
“그 이름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구려. 저 도위. 이미 여포는 죽은 사람이나 마찬가지요.”
“죽은 사람이요?”
이미 멀쩡히 살아 있는데?
혹시 여포가 농담이라도 하는 건가 싶었지만 여포의 얼굴에 웃음기는 전혀 없었다.
“천하최강의 자리는 이미 넘겨주었고 남은 것은 아비라는 이름의 한 남자에 불과할 뿐. 그렇다면 굳이 높은 자리 낮은 자리를 찾을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소?”
세상에.
이게 여포란 말인가?
자신이 어렸을 때 듣기로 여포는 무척이나 무식한데다가 남에 대한 배려따위는 없고, 공명과 부귀를 탐하기로 소문났다고 하던데.
자신의 주군마저도 베어넘기고 그 무도한 동탁의 밑으로 들어간 사내가 말하는 것 치고는 무척이나 부드럽다.
그런 저곡을 향해 여포는 빙긋 웃었다.
“놀란 모양이구려.”
“아? 예. 예에. 시, 실례를…”
“실례랄 것도 없소.”
여포는 그저 빙긋 웃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마의와 호주천이 계속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저곡은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그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여 장군님 정도라면… 더 높은 자리에…”
저곡의 말에 여포는 피식 웃었다.
가끔씩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진유하에게 패배한 이후, 감녕에게 여영기와 방천화극을 맡긴 이후 온현에 가서 무관을 운영하게 되었을 때.
그때부터 조금씩 공부를 시작했었다.
서적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훌륭한 선생도 있었다.
사마방은 뛰어난 관리이며 학자였고 사마랑 역시 훌륭한 선생이었다.
또한 사마가의 아들들 역시 대단한 학식이 있었다.
그렇기에 무관을 운영하며 남는 시간동안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아마 자신의 삶 중에서 가장 마음이 편안했던 때가 그때였을지도 모른다.
여포는 두툼한 입술을 비틀어 올리며 천천히 말했다.
“혹시 저 도위께서는 논어를 읽어보셨소?”
“논어요?”
당연히 읽어봤지.
유학은 이미 이 시대를 주도하는 학문이며 거의 종교와 같은 것이다.
옛 성현의 말을 기록해둔 것 중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논어를 읽지 않은 학자가 누가 있겠는가.
비록 지금은 장수의 일을 하지만 어린 시절 자신 역시 훌륭한 위정자를 꿈꿨던 저곡은 새삼스러워하며 말했다.
“그야 당연히 읽어봤습니다만.”
“공의 말씀 중에 어떤 것이 가장 인상깊습니까?”
“에… 저는 공께서 말씀하시니 삼인이 걸으면 그 중 반드시 저의 스승이 될 사람이 있다… 라는 구절을 가장 좋아합니다. 어디서든지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그렇구려. 논어의 술이편에 나오는 구절이구려.”
점잖게 웃으며 여포가 말하자 저곡은 입을 쩍 벌렸다.
이게 그 소문의 여포가 맞단 말인가?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는 다 거짓부렁이라고 생각하며 저곡이 고개를 끄덕이자 여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전방을 응시했다.
“나는 이 구절이 좋더구려. 군군신신부부자자.”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야 한다는 겁니까?”
“그렇소. 이제 천하최강이며, 또한 동탁의 수하인 여포는 죽어 없으니 남은 것은 아비인 여포 뿐이요. 아비가 아비로서 살아간다는 것이니 크게 잘못된 것도 없소이다. 그저 원하는 것은 내 자식과 가족의 행복 뿐이요.”
“그렇습니까…”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지만 슬슬 준비를 해야 할 것 같군.”
무관인 저곡과 무인인 여포가 논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명문 사마가의 기재이며 문인인 사마의가 인상을 쓰며 빨리 전투 준비를 하라고 한다.
그 모습에 저곡과 여포는 서로를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으하하하핫!”
“뭐가 그리 우습지?”
“아니 뭐라고 할까. 조금 상황이 우습지 않습니까?”
저곡이 찔끔 흘러나온 눈물을 닦으며 말하자 사마의는 인상을 왕창 구겼다.
저들이 왜 웃는지 이해가 갔기 때문이다.
“군군신신부부자자? 성현의 말씀은 좋지만 세상은 성현의 말씀대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거야. 사람들이 그렇게만 살아간다면 얼마나 좋겠나? 다 쓰잘데기 없는 소리들이라고. 이런 세상에서는.”
“하하하. 그리 말씀하지 마시고… 행군사마께서는 어떤 구절이 좋으십니까?”
사마의가 손을 내밀자 저곡은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그에게 지휘봉을 던져주었다.
그것을 받은 사마의는 척 전방에서 달려오고 있는 군을 향해 겨눈 후 말했다.
“자사께서 말씀하시니. 성실함은 하늘의 도요, 성실해지려고 노력함은 사람의 도이니라. 그러므로…”
사마의는 가볍게 잡은 지휘봉을 척 적에게 겨눴다.
“우리는 우리의 일을 성실하게 수행해야 하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사마의의 말에 저곡과 여포는 전방을 바라보았다.
적의 군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수는 약 팔천가량.
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병사들의 질에서는?
그리고 이들을 이끄는 장수 중에서는?
결코 밀리지 않는다.
사마의는 싸늘히 웃으며 외쳤다.
“돌격해!!”
“오오!!”
사마의의 외침에 저곡과 여포는 각자의 무기를 들었다.
“좌군은 저곡을 따르라!!”
“우군은 여포를 따르라!!”
방금 전까지 대열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마치 오합지졸처럼 행진하던 이들이 갑작스레 대형을 변화시킨다.
좌군과 우군으로 나뉘어진다.
저곡이 좌군, 여포가 우군.
중앙군은 사마의와 호주천.
좌군과 우군과 다르게 중앙군의 병사들은 무기를 꼬나잡으며 첨자팔진을 위한 준비를 펼쳤다.
당장이라도 튀어나갈 것처럼 힘을 모으며 그들이 기다리자 사마의는 좌군과 우군을 보았다.
벌써 튀어나가고 있다.
“하아아아아!!”
“으하아압!!”
거친 육식동물이 사냥감을 잡기 위해 움직이듯 좌군과 우군이 빠르게 움직인다.
그들의 움직임에 적군의 진영이 순간 틀어지는 것을 본 사마의는 비릿하게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웃었다.
“좋아. 아주 좋아.”
군의 형태가 흔들린다는 것은 저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증거이니까.
“준비가 되었습니다.”
“가자.”
말고삐를 크게 휘두르며 말을 움직인 사마의는 지휘봉을 들어 올리며 외쳤다.
“보병대!! 달려라!! 멈추는 자들은 짓밟힌다!! 아군에게 짓밟혀 처참하게 죽느니 차라리 적과 싸워 이겨 부를 얻으며 살아가라!!”
“와아아아!!”
사기를 올리기 위해 중앙군의 선두에 있던 기마병을 쫓던 보병대가 포효한다.
이미 달리는 것 따위는 이골이 나 있는 흉족들이다.
흉노족은 항상 가난한 부족이다.
모두에게 말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한마리 말을 다루고, 그 말을 얻어내기 전까지는 스스로 뛰어야 했다.
넓은 평원을 매일같이 달려야만 하는 흉족들에게 있어서 기병을 쫓는 달리기 정도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미친듯이 달리는 것을 보며 사마의는 빙긋 웃었다.
기병과 보병의 속도를 맞춰야 한다.
기병만 달랑 달려가봤자 최악의 경우 안에서 고립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사마의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을 때 빠르게 치고나가던 좌군과 우군이 적의 군이 진형을 바꾸기 전에 그들을 후려쳤다.
선두에 있던 저곡과 여포,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이들.
막대한 충격은 진형을 이루기 전의 병사들을 강하게 후려쳐 그들에게 혼란을 주었다.
“하하하하!!”
단 한번의 충격.
적군의 대형이 크게 일그러진 순간 사마의는 지휘봉을 말 고삐에 꽂아 넣은 후 외쳤다.
“이차 충격!! 호주처어언!! 전속으로 달린다!!”
“갑니다!! 따라와라!!”
호주천의 외침에 기병과 보병들이 속도를 높였다.
이제부터 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호주천은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대추를 들어 올리며 외쳤다.
“막는 놈은 다 뭉개버리겠다!! 살고 싶은 놈은 비켜라!!”
호주천의 패기와 뒤를 잇는 흉족들의 힘에.
그를 맞이하는 적 보병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오합지졸에서 순식간에 강대한 기세를 가진 강군으로 변화한 군의 모습에 추단은 당황했다.
“뭐, 뭐야!?”
“적들이 왜…?”
방금 전까지 늘 보던 유화의 허접한 군이 급작스럽게 모습을 바꾼다.
강아지가 단숨에 호랑이가 되어버린 듯한 그 모습에 놀랄 여유따위는 없었다.
“빌어먹을! 방어진형을 펼쳐!”
“아, 알았어!”
추단의 외침에 엄강은 허둥대며 병사들에게 신호했다.
갑작스러운 적의 변화.
그것에 놀란 것은 추단과 엄강 뿐만이 아니었다.
그저 유화의 허접한 군을 잡으러 간다는 것에 여유를 가지고 있던 공손강의 병사들 역시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당황은 움직임을 더디게 만든다.
평소라면 좀 더 빠르게 진형이 변화되겠지만 지휘관부터 당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으아아악!!”
적이 빠르다.
적의 움직임이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빠르다.
그렇기에 이렇게 당황하는 것이다.
벌써 군에 부딪힌 거구의 장수가 화극을 크게 휘두르며 움직이는 병사들의 대열을 무너트렸다.
그 뒤를 이은 병사들.
갈고리를 던지고 밧줄을 던진다.
돌팔매를 하는 이들도 있고 기형적인 병기를 휘둘러 방패를 들려는 이들을 끌어당기기도 한다.
만약 방패를 들고 제대로 방어진형을 펼쳤다면 모를까 그것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보병들은 기병과 기이한 병기를 든 이들에게 쉽게 당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뭐야!!”
한자루 화극을 미친듯이 휘두르며 방패병이 진형을 꾸리지 못하게 막는 거구의 사내를 향해 공손강의 병사들은 이를 갈았다.
접근하기 조차 힘들다.
그가 만들어낸 틈이 점점 벌어지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 틈을 막을 수 없었다.
“빌어먹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그를 지켜보던 추단은 이를 갈았다.
이대로 있다간 피해가 늘어난다.
적의 좌군과 우군이 만들어낸 혼란으로 인해 아군 병사들이 제대로 진형을 갖추지 못한다면 남은 결말은 군이 분열되는 것이고 그리 된다면…
‘전멸한다.’
이미 적의 중앙군은 코앞에 있다.
이대로 있다간 군이 절단 나버리고 최악의 경우 각개격파 당할 수 있었다.
특히 좌군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우군의 저 강한 장수를 꺽어내지 못하는 이상 각개격파의 위험은 남아 있었다.
추단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화극의 장수에게 죽은 부장들을 보며 빠득 이를 갈고 그가 나섰다.
“내가 막겠다!! 내가 바로 공손 가문의 추…”
“시끄럽다.”
대추를 들고 달려오는 추단을 향해 화극의 사내는 심드렁히 대답한 후 화극을 휘둘렀다.
“흐압! 이따위 것!”
머리를 내리치는 화극을 대추를 들어 막아낸 추단은 병사들이 자신을 존경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느꼈다.
이제 이것을 튕겨내고 반격을 해서 분위기를 바꿔나가자.
다시 사기를 올리고, 저 놈을 잡은 후 진형을 바꾸면 된다.
그리 생각하던 추단은 잡고 있던 대추에 힘을 주었다.
“어?”
밀린다.
저 사내는 별반 힘을 주고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중병인 대추가 점점 내려오는 것을 느끼며 추단은 당황하며 말했다.
“자, 잠깐…”
“가라.”
투구 끝에 살짝 닿은 화극이 점점 내려와 투구를 부수며 머리에 파고든다.
하지만 힘을 뺄 수는 없었다.
만약 힘을 뺀다면.
추단은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무시한 채 외쳤다.
“멈…”
“흡.”
“크억…!”
화극을 든 이가 가볍게 힘을 준다.
그것만으로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된 추단은 단말마를 터트렸다.
추단의 투구를 깨버리고 그의 머리를 갈라버린 화극을 사내는 차분히 회수하며 질린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병사들에게 겨눴다.
“다음 머저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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