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66
“그래. 실로 오래간만이군.”
부복하며 인사를 하자 그는 붓을 내려 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무표정한 얼굴로 날 바라보는 그.
근 일년만에 보는 조조는 나를 무심한 눈으로 응시하다가 피식 웃었다.
“고생했네.”
“아뇨. 뭐 고생이랄 것 까지 있습니까만은… 일단 보고부터 드리겠습니다.”
“후후후. 북방에 관련된 보고서는 이미 읽어봤네. 문약이 보낸 것과 다른 것이 있는가?”
“고구려와 관련된 일이 있습니다만.”
“아아. 봉효가 한 일이 있다고 했지? 그래. 그는 어찌 되었는가.”
조조는 날 데리고 주단목으로 만들어진 고급스러운 자리에 앉혔다.
주단목이라.
향목 중 하나로 꽤나 비싼 나무다.
전에 봤을 때는 없던 것인데…
딱히 사치를 즐기지 않는 조조가 이런 것을 놓았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기…”
화사한 옷을 입은 시녀가 나와 조조의 앞에 차를 날라주었다.
향긋한 향이 좋다.
이건 무슨 차지?
영이도 차를 좋아해서 좋은 차를 자주 마시는데 이런 향은 맡아 본 적이 없다.
내가 차를 한모금 마시자 조조는 기대감 섞인 눈으로 날 바라보았다.
“좋군요. 뭡니까?”
“용환이라는 차이네. 꽤나 비싼 차이지.”
“한근에 금 몇냥이나 한다는 그 용환입니까?”
“그래.”
용환은 서호 인근의 작은 차밭에서 자라는 귀한 차다.
기르는 방법이 어려워서 소량밖에 재배되지 않아 그 가격이 보통이 아니어서 황실에나 진상되는 물품이었다.
내가 알기로 조조는 이런 차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내 시선에 조조는 씩 웃었다.
“이제 왕위에 올라야 할 몸인데 그런 싼 차를 마실 수야 있겠는가.”
조조가 사치를 즐긴다?
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고 조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황실에서 보내주더군.”
황실에서?
황실에서 조조가 좋아서 이런 차를 보내줄리 없었다.
그런데도 그에게 황실에서나 쓸 법한 귀한 차를 선물해준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슬슬 조조에게 항복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일까?
난 내 손에 쥐어진 찻잔을 빙글 돌렸다.
그럴리 없지.
황제가 미쳤다고 이제와서 조조에게 고개를 숙이겠나.
또한 고개를 숙인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쉽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내가 차를 마시지 않고 내려 놓자 조조는 한모금 차를 마신 후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희는 나가 있거라.”
“허나… 승상. 호위를 위해서는…”
“너희들은 그렇다면 지금 정북장군을 의심하는 것이냐?”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근위병들과 시녀들이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그런 그들을 무덤덤히 바라보던 조조가 자신의 옆에 놓여진 검에 손을 가져가자 그들은 머리를 바닥에 가져다대며 덜덜 떨었다.
“아닙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이제 왕이 될 사람의 명령을 거부한다라…”
“히익!”
“죄송합니다! 살려주십시요!”
이 인간이 왜 이러나.
진짜로 맛이 가버린 건 아니겠지?
평소라면 웃으면서 한번 더 명령하고 말텐데 조조는 싸늘한 어조로 그들을 위협했다.
부들부들 떨며 어찌 할 바를 몰라하는 그들을 본 나는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다들 나가라.”
“예에!”
내 명령에 그들은 황급히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나가고 나서야 조조는 자신이 보이던 위압적인 모습을 가라앉힌 후 웃었다.
“이제야 한결 편해지는구만.”
방금 전까지 저들을 위협하던 조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다.
지금 그가 보이는 이런 태도는 지금까지 내가 알던 조조의 모습이다.
그는 용환차를 한모금 마시며 느긋하게 의자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닫았다.
완전히 바깥과 밀폐되고 나서야 난 자리에 앉았고 조조는 즐거워하며 다과를 내밀었다.
“이것도 먹어보게. 황실에서 보낸 것이야. 한의 황제와 왕가에서만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라고 하더군.”
깨와 콩가루, 그리고 금가루까지 뿌려진 귀해보이는 다과다.
그것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던 조조는 반쯤 먹은 과자를 접시 위에 올린 후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런 것이 무슨 맛인지 모르겠군. 차라리 자네의 첫째 부인이 해준 과자가 더 맛있겠네.”
“…다른 이들의 눈을 속이기 위함이십니까?”
애초에 소탈함을 좋아하는 조조다.
높은 자리에서 귀인들과 마시는 어사주보다 흑귀대의 술을 빼앗아 먹는 것을 더 좋아할 정도로.
그가 사치를 부리고 아랫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대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는 그의 말에 쓰게 웃었다.
조조는 위에 걸치고 있던 금의도 벗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평소라면 그냥 마의나 걸치고 있을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금의까지 입고 있다니.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빼 탁자 위에 올려 놓고 나서야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야 좀 편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군.”
“아버님.”
“그래. 말해보게.”
“양 사형에게 들었습니다.”
“아아. 그것.”
조조는 대수롭지 않게 말한 후 히죽 웃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그건.”
말해야 할까?
난 조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무척이나 피로해보인다.
하지만 그의 눈은 빛나고 있었다.
“광증은 아닌 듯 싶군요.”
“흐흐흐.”
기분 좋게 웃은 조조는 소매에서 약주머니를 꺼내었다.
화타가 준 단환들인가?
두통을 억누르기 위해서 아편을 넣어 만들었던 약을 보여 준 그는 다른쪽 소매에서 긴 나무통을 꺼내었다.
“은침입니까?”
“일전, 자네가 가고 나서 은밀히 화타를 불렀었지. 충이와 식이를 보고 싶다는 핑계로 말이야.”
“약의 보충 때문입니까?”
“그것도 그렇지만… 자네들의 말대로 이 약을 계속 먹는 것은 좋지 않아. 확실히…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내가 내 마음을 다스리기 힘들어지더군.”
“…그래서요?”
“화타가 말하기를 약에 비하면 효과는 적지만 침으로도 어느정도 해결이 가능하다고는 하더군.”
해냈구나!
화타가 두개골을 부수는 것 말고 새로운 치료법을 발견한 건가?
내가 기뻐하자 조조는 피식 웃었다.
“좋아하지 말게. 완치된 것은 아니니까. 그저 두통을 조금 완화시키는 정도에 불과해. 그리고 이 또한 위험하기 그지 없지.”
“그렇습니까?”
“그래. 백회혈에 침을 놓는 것이니 말이야.”
“…거기 급소 아닙니까?”
“그렇지.”
백회혈은 침술학에서 말하길 두상의 급소 중 하나로 잘못 찌르면 기혈이 엉켜 죽는 곳이라고 말할 정도로 민감한 곳이다.
물론 두개골을 쪼개는 것보다야 낫지만 그래도 거기에 침을 놓다니.
조조는 나무통에서 꺼낸 은침을 보다가 향초에 그 침을 가져다 대었다.
“뭐하십니까?”
“열침을 놓으라고 하더군. 두통이 생길때마다.”
“….”
“에… 진짜 괜찮으신거 맞습니까?”
화신주가 담겨 있는 병을 가져 온 그는 용환차를 단번에 들이마신 후 그곳에 화신주를 따랐다.
꽤나 독해보이는 화신주에 불을 지피고 그 불에 은침을 다시 가져다 댄다.
잠시 은침을 달군 후 화신주 안에 은침을 넣어 식힌 그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머리에 침을 꽂았다.
“괜찮으십니까?”
“자주했더니 익숙해져서 괜찮아. 어디… 음. 좀 낫군.”
진짜 나은건지.
조조는 여유있게 침을 꽂은 후에 천천히 말했다.
“나에게 두통이 있다는 것은 폐하께서도 알고 계시더군.”
“그러십니까?”
“으음… 문제는 내가 먹는 약이야. 관청의 시녀들 중 하나가 내 약을 훔쳤다네.”
“어떤 미친…”
훔칠 것이 없어서 승상의 물건을 훔쳐?
내가 기가 막혀하자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솔직히 말하자면 내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군. 약을 머리 맡에 올려두고 잠들었으니까. 시녀의 말로는 새가 날아와서 그것을 하나 물고 날아갔다고는 하지만.”
“그 시녀가 누구입니까?”
“죽었네. 아. 물론 내가 죽인 것은 아니야. 며칠 후에 불렀는데 집에서 누군가에게 교살당했다고 하더구만.”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셨습니까?”
“이미 죽은 사람을 고신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교사원에 알아보라 시켰지만 아직까지 별 소식은 없더군.”
양 사형은 모르던데.
그럼 하후돈에게 지시한건가?
조조는 시큰둥히 말한 후 침을 살짝 비볐다.
그와 동시에 조조의 눈쌀이 찌푸려진다.
이거 진짜 괜찮으려나?
조조의 머리에 박혀 들어가기 시작하는 은침을 주시하며 난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나도 사부님과 화타에게 의술을 좀 배웠다.
비상시에 쓸 수 있을 정도의 침술과 의술을 배웠는데 백회는어지간하면 건드리지도 말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위험한 곳이었다.
그곳에 아무렇지도 않게 침을 놓고 있는 것을 보니 볼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으으음…”
“내 생각에는 그녀가 황실과 뭔가 관계가 있는 것 같은데.”
“그 약이 광증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을 황실이 알았다는 것이군요.”
“그래. 내 생각은 그래. 그녀가 죽고 나서 얼마 후 황실에서 정혼장이 오더구만.”
“히야…”
황실 어의라면 충분히 약을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아편이 서주에서만 있는 것도 아니고 한중을 통해 장안 일대에도 퍼졌다면 황실의 어의도 그것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적은 양이라고는 하지만 그 약에 광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아편이 가미되어 있음을 안다면.
“조비와 결혼을 하게 한 후, 아버님이 광증에 걸렸다고 몰아붙이려고 할 수 있겠군요.”
“정 뭐하면 몇가지 더 수를 쓸 수도 있겠지.”
조조는 마치 남일 얘기하듯 말을 이어나갔다.
“예를 들자면.”
“자수 형님을 죽이고, 조비를 밀어서 조비가 아버님의 후계자가 되게 한다. 그리고…”
“내가 광증에 걸려서 더 이상 집무를 할 수 없다고 말하려는 것이지. 그럼으로써 황실의 위치를 더 끌어올리고 말이야.”
와.
진짜 대단하네.
황제가 머리를 잘 굴리고 있구만.
조조의 말에 난 인상을 구기며 그를 바라보았다.
“경조윤을 바로 불러와야겠군요.”
“그럴 필요 없어.”
“하지만!”
조비가 황제의 딸과 결혼을 하게 되면 조비는 황가의 일원이 된다.
만약 조앙에게 뭔가 일이 생겨서 그가 조조의 뒤를 잇지 못하게 될 경우 조비가 조조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그리 된다면 일이 상당히 골치아파진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말이야.”
“뭘 생각하시는 겁니까?”
“글쎄. 뭐 그건 자네가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이야.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서 말이지.”
“아버님의 개인적인 일이 곧 나라의 일이 되는 것 아닙니까?”
천천히 백회에 박혀 있는 침을 뽑아낸 조조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지금 앙이 녀석이 빠지게 된다면 서쪽에 대한 방비가 힘들어져.”
“위험한 곳이잖습니까.”
“이보게. 사위.”
조조는 은침을 상자에 넣은 후 날 보았다.
그의 시선은 따뜻하기 그지 없었다.
“만약 자네가 그저 진 군수의 품 안에 있는 일개 도련님에 불과했다면 내가 자네를 이렇게까지 받아들이려 했을까?”
“그건…”
“자네는 항상 위기 속에서도 활로를 찾아내었고, 위험 속에서도 기회를 얻어내었지.”
“….”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것이 무척이나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하네.”
부드럽게 미소지은 조조는 벗어 놓은 겉옷을 걸쳐 입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에 서는 자는 위험을 피할 줄만 알아서는 안된다네. 위험을 맞이할 줄도, 또 그 위험을 쓰러트릴 줄도 알아야지. 당장 앞에 있는 것이 위험하다 하여 그것을 피하다간 결국 모든 것을 잃고 말거야.”
“그래서, 아버님께서는 자수 형님이 위험하든 말든 그곳에 그냥 내버려두시겠다는 겁니까?”
황제의 계획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조앙에게 문제가 생겨야 한다는 점.
내가 인상을 쓰며 투덜거리자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이 내가 자수 녀석에게 주는 마지막 시험이 될 수도 있겠군. 그 녀석이 이번 위험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벗어나게 된다면 더 미룰 이유가 없겠지.”
조조 나름대로 후계자를 시험한다는 것인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나름대로 이민족 놈들과 싸워봤습니다. 그놈들은 상식 선에서 움직이는 놈들이 아니에요. 거기에 뒤에 황제가 노리고 있다는 것까지 생각한다면 결코 쉽지 않을겁니다.”
“앙이 녀석은 꽤나 강해. 나는 앙이를 믿네.”
“….”
냉정하기 그지 없는 어조로 조조는 말을 잘라내었다.
후계자 경쟁에 들어가지 않은 조창이나 조식, 조충은 보호를 해주겠지만 그 경쟁에 있는 이들은 보호하지 않을 생각이라는 건가?
난 그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그럼 비 녀석은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그 녀석 역시 지금 자수 형님의 밑에 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께서 전에 말씀하셨지요. 형제끼리의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랬지.”
“지금 상황은 자수 형님과 비가 싸울 수 밖에 없는 구도입니다. 아버님께서 나서신다면 그것을 막을 수 있는데 왜 막지 않으시는 겁니까?”
“막으려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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