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67
“…예?”
이건 또 뭔 소리야?
조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비녀를 꽂아 머리를 고정시켰다.
“막으려 했어. 비 녀석에게 들어 온 황실의 혼담을 거부하려고 했다네.”
“그럼… 막으신 겁니까?”
“아니.”
조조는 고개를 가로저은 후 쓴웃음을 지었다.
“비 녀석이 아직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지 않았어.”
“잠깐. 아무리 조비라고 하나 결국은 아버님의 아들에 불과합니다. 아들의 결혼은 아비가 결정해주는 것인데 따로 뭔가 필요한 겁니까?”
결혼에서 개인의 의견이 물론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렇다 하여 그것이 중심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은 결국 가문의 일이다.
가문의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가주의 허락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조조가 한마디 한다면 아무리 조비가 저항한다고 하더라도 그 결정이 날텐데?
내 말에 조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녀석 나름대로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더군. 받아들인 것도 아니지만 거부하지도 않았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있다네.”
“아버님!!!”
“소리 지르지 말게. 귀까지 먹은 것은 아니니까.”
왜 이렇게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짜증이 치밀어 오른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화를 내자 조조는 유들유들하게 웃었다.
“내 나름대로 비 녀석에게 베푸는 기회야. 최소한 서로간의 공평함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나.”
“그 기회가! 그 공평함이 자수 형님과 비가 서로 싸우게 만드는 것임을 모르시는 것은 아니시잖습니까!”
“알고 있네. 알고 있어. 하지만 아비로서 아들 녀석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을 뿐이지.”
아비로서?
하.
좋다.
하지만 조조라는 사람은 단순히 아비로서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난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싸늘히 말했다.
“그럼 승상으로서 하시지요. 같은 신하간 싸움을 막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현재 장안의 정세를 생각한다면 지금 경조윤의 호위를 늘여야 합니다. 저족과 강족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그걸 또 어디서 들었나?”
“어디서 들었는지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요. 아무튼 경조윤은 예전 동가를 따르던 이들 뿐만 아니라 북방 강족, 그리고 서량의 마씨 일가와도 지극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쪽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경조윤이 반드시 있어야 할 터.”
“그렇겠지.”
“그에 대한 호위를 주장합니다. 만약 승상께서 하지 않으시겠다면 정북부의, 아니지. 진가의 사병인 흑귀대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흑귀대를 보내서 조비의 움직임을 제어한다.
그가 황실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적절히 막아놓는다면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내가 씩씩거리며 소리치자 조조는 웃으며 날 말렸다.
“하하핫! 너무 그렇게 흥분하지 말게나.”
“제가 지금 흥분 안하게 생겼습니까!?”
조조는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날 바라보았고 난 그의 미소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아….아버님께서 하지 않으시면 제가 할겁니다.”
“자네가 한다 하더라도 큰 의미는 없을거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 상황에서 황녀와 조비의 결혼은 큰 의미가 없으니 말이야.”
이게 무슨 소리지?
난 조조를 빤히 바라보았고 내 시선을 받으며 조조는 여유롭게 웃었다.
“결국 이것 역시 황제의 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 생각해보게. 내가 비의 혼담을 거절했다고 치세. 허나 그렇다고 해서 황제가 움직이지 않을 것 같은가? 만약 비 녀석이 자네 생각대로 후계자 자리를, 그리고 지금의 내 자리를 노리고 있다면 제 나름대로 수를 쓰지 않을 것 같은가?”
틀린 말은 아니다.
만약 조조가 그 혼담을 거절한다고 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니까.
조비가 황가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그가 조조의 뒤를 잇기 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이 없다 하더라도 조조와 조앙이 없다면 조비는 충분히 조조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다.
결혼따위는 그때 해도 상관없는거다.
“비와 황가의 결합은 중요한 것이 아니야. 중요한 것은 ‘왜’ 와 ‘어떻게’가 중요한 것이지.”
“하아…”
결국 조조는 조앙에 대한 시험의 대상을 조비로 선택한 모양이다.
내가 인상을 쓰자 조조는 볼을 긁적거리며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나라고 하더라도 자식농사는 어쩔 수 없구만.”
“그러니까 그냥 비 녀석을 저에게 맡겨주셨으면 제일 좋았잖습니까.”
그럼 개처럼 굴려서 쓸데없는 생각따위는 못하게 하든, 아니면 조앙의 심복으로서 살 수 있도록 정신개조를 하든 할텐데.
그것도 아니면 사고를 가장해서 아예 제거해버리든가.
내가 투덜거리자 조조는 피식 웃었다.
“난 아직까지는 비를 믿고 있어. 그 녀석, 삼보로 가서 꽤나 잘 하고 있다고 하더구만.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조윤의 휘하 제장으로서도 성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하고.”
“그렇습니까?”
“경조윤인 제 형의 명령을 제대로 수행하고, 스스로 나서서 농사를 짓기도 하고, 화전민들을 끌어들이거나 도적을 토벌하기도 하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지.”
이건 또 예상 외의 발언이긴 하네.
조비가 그렇게 생활하고 있다고?
내가 입을 다물자 조조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그 녀석이 후계자가 되기 위해서 파벌을 만들고 다른 이들을 끌어들이려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나도 이렇게까지 하지는 않았을거야. 하지만.”
조조는 화신주를 잔에 따른 후 한모금 마셨다.
“그 녀석은 후계자가 되기 위한 행동을 전혀 하고 있지 않아. 순수하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일만을 하고 있을 뿐이지.”
“비가 포기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글쎄.”
조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열길의 물속은 알아도 한길의 사람 속은 모른다고 하지 않는가. 내 자식이라고 하더라도 그 녀석은 한 사람이야. 이제는 어른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의 속내를 내가 어떻게 아나?”
“….”
솔직히 말하자면 난 조비를 믿지 않는다.
조조야 자신의 아들이니 저렇게 믿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지만 내 입장에서야 거슬리는 애송이에 불과하니까.
뚱한 눈으로 내가 응시하자 조조는 웃으며 말했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자고.”
더 이상 후계자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아마 이번 일이 끝나면 후계자 자리를 결정하겠지.
난 한숨을 내쉰 후 물었다.
“절 기다리셨다고 하셨지요?”
“그래.”
“왜 기다리셨습니까? 뭐 시키실 일이라도?”
“그래. 자네가 맡아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
내가 맡아줬으면 하는 일?
비록 순욱이 없고 승상부와 상서부, 그리고 장군부의 사람들이 많이 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지만 사람이 없지는 않을텐데?
“지금 중요한 것은 앙이나 비가 아니야. 황실이지.”
“하아…”
짜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이야 이용가치가 있으니 유지한다만 내 어떻게든 다른 세력을 종속시키면 내 손으로 황제를 황제의 자리에서 끌어내리고 말거다.
사람 더럽게 귀찮게 하고 있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조조는 키득거리며 말했다.
“자네가 황실을 감시해줬으면 하네. 황군의 일원으로서 말이야.”
“어? 하지만 황실의 감시는…”
“그래. 지금 상군교위인 자효가 맡고 있지.”
조조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자효가 맡기에는… 조금 문제가 있어.”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자효를 생각한다면… 그의 정치적인 감각은 떨어지지. 또한 책략에 대한 대비는 힘들어. 그는 우직한 소와 같은 사람이야. 또한 호걸이지. 소리비도에는 약해.”
“흐음…”
틀린 말은 아니다.
조인은 검소하며 절제할 줄 안다.
도당을 유지하거나 파벌을 만들기보다는 스스로의 수양에 더 집중하는 사람이다.
그런만큼 세속적인 모습을 잘 보이지도 않았다.
용맹하고 지략이 있으나 정치적인 더러움을 따지며 그에 대해 관여하기에는 조금 모자란 편이 있었다.
군수나 주목이라면 훌륭한 관리자가 될 수 있겠지만 이런 정치판에서 활동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조조는 씁쓸한 입맛을 다신 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러니 자네가 맡아주게나.”
“하지만 상군교위의 직책을 제가 맡기에는…”
“아. 물론 자네에게 서원팔교위의 직책을 맡기지는 않을거야. 자네는 봉군도위가 되어줬으면 하네.”
봉군도위는 황실근위병을 이끄는 자리로 천자를 호위하고 천자의 수레에 배승하는 근위기병의 장 자리다.
사정장군과 등위는 비슷하거나 조금 높다고 할 수 있는 자리인만큼 내가 가는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북부가 개설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인사이동의 문제도 있는데다가 제 수하들은 대부분 정북부로 이동했습니다.”
문제는 지금 내가 정북장군이라는 거지.
외정사령관으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내가 지금 봉군도위직으로 이동한다면 당장 북방군에 대한 통제가 힘들어진다.
물론 아직 북쪽에 사마의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가 북방사령관직을 맡기에는 힘들텐데.
진동부에서 정북부로 승격한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쨌든 진동부를 해체하고 정북부라는 이름을 붙인 정도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내가 봉군도위가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봉군도위에게는 부의 개설 권한이 없다.
즉 현재 정북부에 있는 내 부하들의 위치가 붕 떠버리는 것이다.
“정북부를 해체하실 생각이십니까?”
만약 조조가 내 장인이 아니었다면 그가 나를 견제하기 위해 이런 수를 썼다고 밖에 생각할 수 없을거다.
하지만 조조가 굳이 날 견제할 이유는 없을거다.
나는 그의 사위이기도 하지만 그를 지지하는 가장 큰 세력 중 하나니까.
황제가 그랬다면 개소리하지말라고 했겠지만 조조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은 뭔가 대비책이 있다는 것이겠지.
내 질문에 조조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당장 황실에 들어가 내부에서 황실의 움직임을 견제해줄 사람이 필요해. 그만큼 정치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고, 또한 군부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 거기에…”
조조는 내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 그런 사람이 황실에서 움직여줬으면 하네.”
“하아…”
“조가나 하후가의 사람들 외에는 솔직히 내가 진심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이 없지.”
대놓고 황제가 꼬셨을때 그를 비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황제를 잘만 이용한다면 지금 조조가, 그리고 조가와 하후가가 가지고 있는 위치를 빼앗을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이들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리 생각한다면 조조가 나에게 이런 제안을 한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봉군도위라.
난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거. 꼭 제가 해야합니까?”
“자네 외에는 없네만.”
“하지만 정북부를 지금 해체할 수 없습니다. 당장 유주에 있는 정북부 행군사마 사마의의 문제도 있거니와…”
난 숨김없이 내가 걱정하는 바를 말했다.
조조는 내가 이리 나올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가 믿을 수 있는 사람 중에… 남피성주인 서복이 있지?”
“예.”
“그에게 정북부를 맡기세. 이번 북방 정벌때 자네와 함께 큰 공을 세웠다고 들었어. 그렇다면 자네의 후임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없을 걸세.”
“괜찮습니까?”
“물론 파격적인 인사조치이기는 하지. 하지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야. 다만 자네의 공적을 포함하여 그의 직위를 올리는 것인만큼 자네가 조금 손해를 보게 되겠네만.”
어차피 내 입장에서야 당장의 공적이 큰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만큼 상관은 없다.
내가 노리는 것은 태사의 자리다.
공적은 얼마든지 쌓을 수 있으니 충분한 경험이 필요할 뿐이다.
“그에게는 자네가 활동하지 못하는 대신 북방을 맡길 생각이네만. 그는 일단 정북부 소속 아닌가?”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그에게 지금 자네의 업무를 줄 수 있겠군. 어떤가.”
조조의 제안이 나쁜 것은 아니다.
어쨌든 당분간은 내부에서 활동을 해야겠다고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리고 서복은 충분히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그가 엄한 짓으로 내 부하와 병사들을 소모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이상 이번 인사조치는 딱히 문제될 것이 없다.
문제는 나다.
황실의 봉군도위라.
지금 황실에서는 날 산채로 씹어먹고 싶어할텐데.
과연 황실에서 아 그러십니까? 하고 날 넣으려고 할까?
난 한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그건 조조가 알아서 하겠지. 뭐.
거기까지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 싶다.
북방을 사마의에게 맡긴 이상 도읍에 머무르며 황실을 견제하고, 또 정치적인 행보를 가지기는 해야했다.
거기에 정북부의 관리를 다른 사람이 아닌 서복에게 맡긴다면 나도 안심할 수 있고.
순욱이 업에 가 있는 이상 조조의 일을 도울 사람도 확실히 필요했다.
이래저래 봉군도위직을 맡을 만한 사람이 나 외에는 없을 듯 하군.
“그렇다면 근위기병은 어찌합니까? 흑귀대를 쓰기는 어려운데. 당장 근위기병들은 제가 자기들 수장이 된다고 하면 빠득빠득 이를 갈면서 대놓고 항명을 할텐데.”
비록 근위기병의 수가 적기는 하지만 그들은 선대부터 황실에만 충성하던 이들이다.
동탁때부터 곽사때까지.
이리 치이고 저리 까이면서도 황실을 모시기 위해 남아 있던 이들인 만큼 그들이 날 싫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동안 내가 황실의 힘을 좀 깍아먹었어야지.
맨몸으로 적진에 들어갈 정도로 나는 단순하지도, 그리고 무모하지도 않다.
난 조조를 향해 뚱하니 물었고 조조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으며 말했다.
“조가의 창기대 중 일부를 근위기병으로 돌릴 생각이야. 또한 백귀대도 데려가게. 그들 중 실력이 괜찮은 이들에게 포상을 준 후 근위기병으로 올리도록 하지.”
황실의 근위병은 그냥 군역을 치루는 이들 중에서 쉽게 뽑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사족 수준의 실력가 지위를 갖춰야 하는데 창기대라면 나쁘지 않다.
조조가 거병할 때부터 함께 해 왔던지라 조가에 대한 충성심이 강하고, 황건적과 동탁군, 그 외의 다른 무리들과 싸워가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다만 백귀대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창기대의 나이는…”
나이대가 좀 애매하다는 것이 문제지.
내 말에 조조는 껄껄 웃었다.
“원한다면 모집 정도는 자네에게 맡기지. 허나 주의하게. 잘못된 인선을 하게 될 경우…”
“압니다.”
창기대의 은퇴를 생각하고 새로운 병사들을 뽑아야 한다.
그렇게 뽑은 이들이 사고를 치면 그 책임은 나에게 돌아 올 것이다.
“황실 측과는 이야기가 된 것입니까?”
“음. 뭐 그 부분은 내가 알아서 하지.”
안됐구만.
분명 이 일로 황실이 난리를 칠 것 같은데…
조조는 부드럽게 웃으며 나에게 말했다.
“그 문제는 내가 어떻게든 해결할테니 자네는 기다리고 있게나.”
“에휴.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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