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89
“무슨!”
“최소한 아무것도 모르는 백성들에게 창을 쥐어주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임무, 그리고 자신이 따라야 할 상관이 누구인지 정도는 잘 압니다. 그런데 저들은 봉군도위인 제 명령보다 시중부를 더 따르던 것 같더군요.”
“그, 오늘의 훈련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하지만 그 훈련은 이미 예정되어 있던 훈련입니다.”
체계상 본다면 근위군의 지휘 및 훈련은 시중부가 아닌 봉군도위의 명을 따라야 하는 것이 맞다.
순수하게 사실만 가지고 내가 이야기하자 공계는 조금 누그러진 태도로 말했고 난 웃었다.
“뭐 그것 때문만은 아니고.”
“그럼 뭐 때문입니까?”
“봉군도위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 뿐입니다. 봉군도위는 근위군을 훈련시켜 정예병으로 만들어야 하는 임무가 있습니다. 그런만큼 저들을 훈련시키는 것입니다.”
“허어. 하지만 아까 전까지 하시던 것을 보면 단순한 가혹행위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제대로 봤군.
가혹행위 맞다.
하지만 여기서 인정하면 바보지.
“훈련 방식에 대해서 공 부시중께서는 왈가왈부할 처지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저 훈련은 창 한번 제대로 쥐어보지 못한 백성들도 해내는 훈련입니다. 고작 하루만에 저렇게 녹초가 되어버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나름 황실의 최정예라는 근위군이.”
“그… 그건 훈련 방식의 차이가…”
“공 부시중께서는 문관이시지요. 문관께서 훈련의 방식에 대해서 얼마나 잘 아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큭.”
“만약 공 부시중께서 저만큼 전장을 많이 다녀보시고, 또 무공을 이루셨다면 인정하겠습니다만… 혹 공 부시중께서 참전하여 승전으로 이끈 전투가 있으십니까?”
없겠지.
승전은 둘째치고 이들에게 있는 전장의 경험은 대체적으로 군부에 가서 시찰 정도.
그나마 전장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던 전투는 황제를 데리고 탈출하는 정도에 불과할테니까.
내 말에 공계는 얼굴을 붉혔다.
“허나 근위군이 저렇게 녹초가 되어서 무슨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겠습니까. 저들이 저렇게 퍼져 있는 상태에서 문제라도 발생하면 어쩌시려고 이러십니까.”
“문제?”
“황실 근위군의 주요 임무는 황실을 수호함과 동시에 폐하의 안위를 도모하는 것입니다. 저렇게 손가락 하나 들 수 없을 정도로 지쳐있는 이들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과한 훈련은 이만 중지해주십시요.”
“그렇군요… 공 부시중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공계의 얼굴이 조금 밝아졌다.
기뻐하긴 이른데.
내 말 아직 안 끝났거든.
“저들이 지금 움직일 수 없다면 대체 인력을 가용하는 수 밖에 없겠군요. 마침 정북부와 장군부에 협조를 얻어 훌륭한 병력들을 제가 통솔하고 있습니다. 번거롭지만 저들이 훈련을 제대로 마치고 쓸만한 이들이 될 때까지는 근위군의 업무를 대신 수행하게 해야겠습니다.”
“예? 그게 무슨…”
공계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런 그를 응시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지금부터 싹 다 바꿀 예정입니다. 저 썩어빠진 정신상태를 가지고 있는 근위군부터 근위군이 해왔던 업무까지. 일개 신병조차 쉽게 해내는 훈련도 버티지 못하는 저들이 지금까지 자신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가 의심스럽습니다.”
“예? 자, 장군?”
“근위군의 업무 중 하나가 황실에 들어오는 물품의 검수 및 황실에 있어서는 안될 물품들의 확인, 또한 황실의 출입자에 대한 검사도 있습니다.”
당황하는 그를 향해 난 천천히 말했다.
“훈련이 불만이시라면 다른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옳겠군요. 지금부터 황궁 전체에 대한 검열을 실시하겠습니다.”
“자, 잠깐! 장군! 장군!”
난 자리에서 일어난 후 장합에게 말했다.
“장 교위. 훈련을 다시 진행하도록. 하후 도위. 병사들을 준비시켜. 지금부터 황실의 검열을 실시한다. 철갑보병대장. 폐하를 지켜라. 지금 이 순간부터 검열이 종료할 때까지 폐하의 주변에 그 누구도 접근할 수 없도록 해라.”
“그 누구도라면…”
“규정에 따라 전부!!”
법과 도리, 그리고 규정에 따르면 조조가 구석이라도 받지 않는 이상 황궁의 출입은 금지된다.
시중부에서 규정을 그렇게 떠들어댔으니 규정대로 해줘야겠네.
난 공계의 파랗게 질린 얼굴을 보며 히죽 웃었다.
“알겠습니다!”
철갑보병들이 움직인다.
그들이 황실로 향하자 난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제가 이끄는 정북부의 병사들은 북방 원정 뿐만 아니라 천하의 역적이었던 원소를 친 훌륭한 충신들 뿐입니다.”
“아니… 그. 장군.”
“그들의 실력은 이미 입증되었고 또한 폐하에 대한 충성심 역시도 증명된 이들입니다.”
“그것을 제가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계의 말을 잘라먹은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저들을 키운 것이 저입니다. 그 원소군도, 그 북방의 이민족들도 쓰러트린 강군을 만든 것이 저입니다. 그런만큼 저 신병만도 못한 허접스러운 근위군들을 저라면 제대로 키울 수 있겠지요. 저들이 폐하를 지키고 근위군의 임무를 수행하는 동안 저는 저 허접한 놈들을 정예화시키는 것이 우선이겠군요.”
“잠깐…”
“장 교위!! 공 부시중께서 이만 돌아가신다!”
“예!”
병사들이 공계와 시중부의 사람들을 내쫓았다.
그들이 나가자 난 하후상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다 털어. 있어서는 안될 물품부터 시작해서 허가받지 않은 모든 이들을 내쫓는다. 이게 제일 중요한 임무다. 알았나?”
“전부 다 합니까?”
“물론! 예외는 없다! 상군교위께는 이미 협조를 받아놨다. 그러니 병력이 모자를 경우 서원군을 이용하도록.”
서원팔교위의 수장인 조인은 이미 조조에게 귀뜸을 받아놨고 나도 전에 만나서 요청을 해놨다.
그런만큼 내 움직임에 협조를 해줄거다.
하후상이 나가는 것을 보며 난 씩 웃었다.
“이제 시중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정되어 있지.”
황제를 막고 황실 뿐만 아니라 황실을 관리하는 시중부를 다 뒤집어 엎는다.
그나마 시중부를 지킬 만한 근위군은 여기에 다 뻗어 있고 서원군은 이미 우리 편이다.
그동안은 법과 명분으로 잘도 까불었지?
그럼 그 법과 명분이 누구의 편인지 확인할 차례다.
난 이를 드러내며 황궁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어디 한번 누가 이기나 해봅시다.”
*******
늘 한가롭던 시중부를 향해 걷던 궁녀는 시중부쪽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의아함을 느꼈다.
황궁 내부에 위치한 시중부이기에 어지간해서는 이런 소란이 일어날 수 없다.
당연한 것 아닌가.
언제 황제가 들어올지도 모를 뿐더러 황궁에 들어 올 수 있는 이들은 기본적으로 직위가 높은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 이런 무례한 짓을 할 이유가 없었기에 궁녀는 의아해하며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당황했다.
시중부를 험악한 군사들이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곳에 출입하던 이들을 검사하고 포박하기 시작한다.
“이게 무슨 짓이냐! 너희들은 보아하니 정북부의 병사들 같은데! 감히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지금 이 순간부터 모든 근위군의 업무를 정지한다. 또한 지금까지 근위군이 해왔던 모든 일에 대한 검열 및 검증을 실시한다! 치웟!”
“이 미친 놈들이! 누구의 명령으로 이런 짓을 하는거냐! 뒷일이 두렵지도 않느냐!”
죽간을 들고 있던 시중부의 낭관들은 자신이 들고 있는 죽간을 빼앗기지 않으려 했지만 병사들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그들이 들고 있던 죽간을 압류한 병사들을 본 낭관들이 허망한 표정으로 주저앉아 바라보았지만 병사들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런…”
혹시 이건 반란?
그것이 아니고서야 병사들이 저리 날뛸 수 없다.
입고 있는 갑옷의 문양을 보았을 때 저것은 정북부의 표식이다.
궁녀는 당혹스러워하며 허둥거리고 뛰었다.
멀리 순찰을 돌고 있는 서원군 병사들이 보인다.
그들을 본 궁녀는 다급히 그들에게 다가갔다.
“도와주십시요! 도와주십시요!”
“무슨 일이십니까?”
궁녀들은 귀인이 될 여지가 있는 이들이다.
또한 신분 역시도 일반 백성보다는 높은 이들이고.
그렇기에 서원군 병사는 그녀의 외침에 고개를 돌리고 정중히 물었다.
“지금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정북부의 군사들이 시중부를 포위하고 있습니다!”
“정북부에서?”
정북부에서 왜?
정북부는 과거 진동부로서 조조의 충신이며 정예부대가 아닌가.
또한 그 수장이었던 진유하는 조조의 사위다.
이렇게 뜬금없이 반란을 일으킬 이유가 없는데?
혹시 새로 부임한 정북장군이 일을 낸 것일까?
서원군 병사들은 서로를 본 후 궁녀와 함께 시중부로 향했다.
이미 시중부는 정북부의 병사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서원군 도위 감약이라고 합니다.”
“정북부 도위 위수라고 합니다.”
위수에게 인사를 한 감약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중부의 문관들이 질질 끌려 시중부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인다.
문관이고, 또 황실을 운영하는 시중부 문관이라며 거들먹거리던 놈들이 정북부의 병사들에게 끌려가는 모습을 보니 깨소금맛이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놔둘 수는 없는 것이다.
만약 반란이라면 자신들 역시 움직여야 할테니까.
감약은 위수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위 도위. 이게 무슨 일입니까?”
“명령을 수행중입니다.”
“명령이요?”
“서원군에도 협조 명령이 내려졌을텐데… 아닙니까?”
“어제 당직이라 지금 등청하는 중입니다만. 무슨 명령입니까?”
위수는 감약에게 대꾸하는 대신 뒤를 가리켰다.
날뛰는 정북부 병사들의 뒷편에서 팔짱을 낀 채 서원군 병사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저 손 놓고 지켜보기만 하는 그들을 본 감약은 허둥거리며 서원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아. 감 도위. 오셨습니까.”
“설명을.”
자신의 부대 소속의 병사가 인사하자 감약은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고 그는 떨떠름한 표정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
“상군교위께서 명령하셨습니다. 현 시간부로 정북부의 행동에 모두 협조하라고…”
“정북부의 행동에? 하지만 이건… 근위군도 아니고.”
“근위군은 지금 훈련 중입니다. 새로 부임하신 봉군도위께서 근위군의 기강이 해이해졌다는 것과 그들의 실력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지금까지 근위군이 해 온 모든 업무에 대한 정지 명령과 검열 명령을 내리셨습니다.”
“아… 그래서?”
서원군은 서원팔교위의 수장인 조인의 명령을 따랐으니 상관없지만 근위군은 수장이 없어 시중부의 명령을 따랐다.
그런만큼 그들의 모든 업무에 대해서 파악하려면 시중부를 공략하는 것이 맞기는 했다.
“그렇지만 이건 너무한 것 아닌가 싶네.”
당장 시중부를 이렇게 막아버리면 황실의 대부분 업무가 정지되어버린다.
비록 황제의 위상이 많이 추락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해야 할 제례들도 있는데다가 다른 일도 많은데.
그것을 전부 막아버리는 것이다.
“뭐. 저희들도 그리 생각합니다만…”
병사가 떨떠름히 말하던 순간 정북부의 병사가 한 사내를 질질 끌어낸다.
자신들도 아는 얼굴이다.
시중부 소속 내조 업무를 보는 장 시랑의 아들이다.
아직 관직은 없으나 머리가 똘똘하여 시중부의 업무를 자주 도우러 왔었다.
요 근래 시중부의 일이 많아서 제 아비를 도우러 들어왔다고 들었는데.
그가 끌려나오는 모습을 본 감약은 짧게 혀를 찼다.
“쯧쯧. 그러게 내 허가증을 받으라고 그리 말했는데. 근위군들과 친하다며 넘어가더니 결국 걸렸구만.”
“저런 부분을 봉군도위께서 문제삼으셨습니다.”
각 부서에 인원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관직에 오르지 않은 인력을 불러 일을 시키는 것은 다른 부서에서도 하는 일이다.
다만 문제는 시중부가 황궁 안에 있다는 것이었다.
황궁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곳이다.
아무리 업무를 돕고, 또 시중부 관리의 아들이라고 하나 허가 없이 함부로 출입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허가를 받는다?
무슨 명분으로?
일이 많다는 명분으로?
그럼 스스로 주어진 임무를 수행할 능력이 적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능력이 없는 자는 물러나는 것이 맞다.
그렇기에 대부분 부에서는 일이 많아도 자신의 인맥을 이용해 사람을 더 불러서 쓰지 일이 많다고 투덜거리지 않는다.
이것은 시중부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서도 공공연하게 이루어지는 관례와 같은 것이었다.
다만 관례일 뿐.
그것은 규정에 어긋나는 것이다.
“난리 났네.”
감약은 짧게 혀를 차며 팔짱을 꼈다.
새로 부임한 봉군도위가 작정하고 털기를 마음먹었다면 이제부터 시중부는 작살이 날거다.
서원군 소속인 감약이 아는 규정위반만 해도 꽤 되는데 이렇게 불시에 털면 얼마나 될까?
장 시랑의 아들이 포박되는 것을 보던 감약은 주변을 보며 외쳤다.
“이왕 이리 된 거 봉군도위를 좀 돕는게 낫겠지!? 협조 명령도 내려졌다면 야! 너희들도 움직여!”
“예?”
“저들의 지휘자가 누구냐?”
“정북부의 하후 도위입니다.”
“오. 그래?”
마침 잘 됐다.
감약은 병사들과 함께 죽간을 보고 있는 하후상에게 다가간 후 말했다.
“서원군 도위 감약입니다. 교위님.”
“무슨 일인가?”
자신보다 열살은 더 어려보이는 하후상이지만 그의 성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는 하후가의 사람.
여기서 잘 보인다면 더 좋겠지.
감약은 천천히 말했다.
“시중부에서 규율을 어긴 것을 찾으시는 것 같은데. 더 보셔야 할 곳이 있습니다.”
“어디지?”
“안내하겠습니다.”
여기서 잘 보이면 서원군의 도위가 아닌, 승승장구하고 있는 정북부의 교위가 될 수도 있었다.
아니, 더 하면 새로운 봉군도위이며 조조의 사위인 진유하의 심복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세를 타고 있는 이들의 손을 잡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감약은 기쁘게 웃으며 하후상을 안내했다.
시중부의 관리들이 휴식을 취하는 곳.
그곳에는 황실에 반입해서는 안되는 물건들과 함께 기녀를 부르는 흔적들도 남아 있었다.
그것을 알게 되면 다들 좋아할거다.
그리고 이런 것을 말해 준 자신에게 보답을 하려 할 것이고.
자신이 알기로 진유하는 공에 대한 보답은 반드시 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자신의 사람은 어떻게든 챙기는 사람이었고.
그것 때문에 진동부나 정북부에 소속되길 원하던 군관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자신은 실력도, 또 인맥도 모잘라 들어가지 못했지만 이런 건수가 있다면 이야기는 또 다르다.
“흐흐흐…”
감약은 희미하게 웃었다.
서원군 도위도 보통 직책은 아니지만.
잘만 하면 중랑장까지도 오를 수 있지 않을까?
감약은 자신의 분홍빛 미래를 생각하며 히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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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다!
오늘은 제가 좀 늦게 들어왔네요ㅠ
고로 대댓글이 없습니다!
흑흑…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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