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88
“똑바로 못해!? 이 새끼들아!!”
신났네.
근위군들은 대체적으로 정규병을 떠나서 사족들이 추천받아 들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다른 군으로 갈 경우 기본 도위급은 된다는 것이다.
내 휘하가 되고나서 백귀대나 흑귀대의 신분이 다들 상승했고 그들의 직위 역시 사족급이 되었지만 이들의 근본은 대부분 일반 백성이었다.
그런만큼 자신들에게 사족들을 굴릴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자 아주 악랄하게 변했다.
“여러분은 본 교관을 크게 실망시켰다.”
“허억…허억…”
장합의 목소리가 들릴지가 의문이군.
단상 위에 서 있던 장합은 소형 확성기를 든 채 차분히 말했다.
“본 교관이 원하는 것은 단 두가지라고 했다!! 그것이 뭐라고!?”
“의욕과 목소리입니다!”
“길가의 어린애들도 할 수 있는 것을 근위군이라는 이름을 달고 이정도 밖에 못하다니.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큭.”
육체훈련체조를 한 세번정도 반복하자 근위군들의 눈에 막대한 적의가 실렸다.
먼지와 땀으로 더럽혀져 있는 그들의 살기어린 시선을 마주하면서도 장합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힘든가!?”
“아닙니다!”
“힘들어 보이는데.”
“그…”
근위군들이 머뭇거린다.
휴식을 원하는 건가?
여기서 장합이 뭐라고 할지는 뻔하다.
“본 교관은 자비로운 사람이다! 훈련생들이 피로를 느낀다면! 편하게 누워서 할 수 있는 훈련을 시작하겠다.”
누워서 하는 훈련이라는 말에 근위군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물들어버린다.
누워서 하는 훈련.
그게 뭔지는 신병 훈련소를 경험한 이들은 다 알지.
훈련의 성과를 위해서 직접 체험해봤던 흑귀대원이나 백귀대원들도 이를 가는 것이 보였다.
근위군과 흑귀대, 백귀대의 시선을 무시한 채 장합은 천천히 말했다.
“육체훈련체조 8번. 준비.”
“앗. 아아…”
육체훈련체조는 이유하의 지식을 십분 활용한 체조다.
서역의 언어로는 Physical Training.
즉 육체를 단련하는 체조다.
라고는 하지만 이유하도 있었던 군대에서는 피튀기는 체조라는 의미로 더 쓰인다더라.
그리고 그 육체훈련체조의 꽃이며 고통을 받는 난이도로는 1, 2위를 다투는 8번 동작을 장합이 말하자 근위군들의 얼굴이 더더욱 파랗게 질렸다.
정말 하기 싫은가보다.
이미 몇차례 육체훈련체조를 겪으며 몸에 피로가 누적되어 있는 이들이다.
그 고통이 무엇인지 아니까 더 하기 싫겠지.
하지만 지금은 하기 싫다고 안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다.
당장 흑귀대와 백귀대의 압박도 있을 뿐더러.
안하면 항명으로 강제 퇴역조치되니까.
그것도 연대책임으로 다 함께.
내 입장에서는 근위군 전체를 잘라도 당분간 황실의 운영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서원군의 협조도 받을 수 있을 뿐더러 정북부의 병력을 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정북부는 북방쪽의 외정군이다.
즉 북방에 일이 없다면 다른 곳의 지원 요청에 응하는 것이 주업무다.
그런만큼 내가 이렇게 지원을 받는 것도 문제가 되지는 않지.
그 사실을 미리 말해두었기 때문에 근위군을 압박하는 것에 걱정하던 하후상도 별다른 걱정 없이 근위군을 굴리고 있었다.
“빨리 누웟!!”
“제대로 못하냐!!”
당황하는 그들을 향해 백귀대원들과 흑귀대원들이 몽둥이를 들었다.
그들이 두려워하며 바닥에 눕고 고개를 들며 자세를 취하자 장합은 차분히 말했다.
“구령에 맞춰 구분동작을 실시한다! 하나!”
근위군들의 다리가 올라간다.
그들의 올라간 다리를 응시하던 장합은 단호히 외쳤다.
“둘!”
다리가 왼쪽으로 내려간다.
천천히 내려간 다리를 보던 장합은 다시 외쳤다.
“셋!”
“끄아아악!”
내려간 다리를 올리는 동안 신음성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그래도 근위군이면 평소에 훈련도 많이 하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이라면 이런 동작 한두번 한다고 힘들어하지는 않겠지.
다만 문제는 저들은 지금 육체훈련체조를 배운다고 이런 동작들을 수십번도 넘게 했다는 것이다.
체력이 남아 있을리 없다.
낑낑거리며 다리가 다시 원래대로 올라가자 장합은 자비없이 외쳤다.
“넷!”
“끄아아아아아악!!”
누가 들으면 고문하는 줄 알겠다.
이건 약 이천년 후의 세상에도 훌륭히 쓰이고 검증받은 훈련법이다.
아니 이천년까지 갈 것도 없다.
당장 몇년 전에 신병훈련소에서 실시한 이후 병사들의 체력 증진과 더불어 그들의 근력강화에도 아주 좋은 훈련법이 바로 이 육체훈련체조다.
그때 들어와서 훈련받은 신병들은 다른 곳에서 훈련받은 신병보다 확실히 더 높은 생존율을 보였다.
결과로 말하자. 결과로.
좋은 거 해주는 건데 뭐 저리 고통스러워하는지.
왼쪽으로 내려갔던 다리가 다시 오른쪽으로 내려간다.
허공에 떠서 부들부들 떨리고 있던 근위군들의 다리를 본 장합이 다시 외치려던 찰나.
“장합. 하후상. 이리 와봐.”
“예.”
난 장합과 하후상을 불렀다.
그들이 나에게 다가오자 난 천천히 웃으며 물었다.
“슬슬 시중부에서 올 것 같지?”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장군께서 오시는 것에 대해서는 시중부에서도 알겁니다. 아무리 훈련이 이미 예정되어 있던 것이라고 하더라도 장군께서 부임하는데 훈련을 계속 진행한다는 것은… 장군님과의 기싸움을 하겠다는 것이니까요.”
장합이 육체훈련체조를 진행하는 동안 남은 병력을 이용해서 정보를 캐 온 하후상이 답했다.
그런 그를 향해 난 입맛을 다시며 물었다.
“쩝. 그런건가.”
“예. 거기에 원래는 전원이 훈련을 받기로 예정되어 있었나봅니다.”
“그런데?”
“오늘 근무자들을 제외하고는 전부 갔어야 했는데… 일부는 시중부가 근위군을 통솔하는 것에 꽤나 불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걔들 명단 추려. 그리고 훈련 종료하면 걔들은 적당히 휴식 보장해주고.”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 근위군 내에서 꽤나 불만이 있을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 그걸 노리는거니까.”
문관과 무관이 나뉘어져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사고방식 자체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문관들은 육체보다는 머리를 쓰는 것을 더 잘하며 몸을 움직이는 것을 천하게 생각한다.
무관들은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 것을 더 잘하며 위기시 자신의 몸 조차도 지키지 못하는 이들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그것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것이 문관과 무관들이다.
그런만큼 문관인 시중부에서 무관인 근위군을 통제하고 명령하는 것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만큼 아무리 황제에게 충성하는 근위군이라고 하더라도 많은 무공을 세운 내가 수장이 된다는 것을 반기는 이들도 있을 터.
그들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장군님. 그럼…”
장합은 힐끔 연병장을 보았다.
버티지 못한 이들이 다리를 땅에 닿게 하거나 원래 자세로 돌리려다가 조교들에게 걸려 짓밟히는 것이 보인다.
“다리 올려!! 다리!!”
“고개 못 드냐!”
“동네 계집애들도 너희들보다 낫겠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계집애들보다는 쟤들이 더 잘하겠지.
그들의 폭언과 구타에 근위군들은 힘겹게 자세를 고쳐나갔지만 얼마 가지 못한다.
“응. 됐어. 일 봐.”
연병장에서 사람 죽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들을 힐끔 보고 고개를 끄덕이자 장합은 단상 위로 돌아왔다.
힘겹게 고개를 들고 있는 근위군들의 눈이 장합의 입술에만 집중된다.”
“다…”
그가 외치려고 할 때.
“이게 무슨 짓들이요!!”
연병장의 입구에서 거친 외침이 들렸다.
들어 온 것은 시중부의 사람들이다.
시중부의 병사와 함께 들어 온 것은 부시중인 공계다.
나도 안면이 좀 있었던 그는 단상 위에 앉아 있는 나와 장합을 보며 일갈했다.
“장군! 이게 무슨 짓입니까!”
“훈련 중입니다만.”
“훈련이라니요! 이것이!?”
“예. 공 부시중께서도 한번 해보시겠습니까?”
내 말에 공계는 부들부들 떨며 근위군을 보았다.
병영에 널부러져 있던 그들을 향해 공계는 이를 갈며 외쳤다.
“모두 일어나라! 근무 교대 시간이 되어도 교대자가 오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게 무슨! 장군! 이건 너무한 것 아닙니까!?”
“일어난 순간 알지?”
공계의 외침에 자세를 풀려던 놈들은 내가 말하자 황급히 다시 자세를 바로했다.
지금 저들이 이런 훈련을 받는 이유가 바로 명령권의 혼동 때문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에야 공계의 명령을 따를 이유가 없겠지.
“결코 너무한 일도 아닙니다. 어차피 저들은 시중부의 훈련을 받았던 것 아닙니까? 근위군의 훈련은 봉군도위인 제가 주관합니다. 그러니 신경쓰지 마시지요.”
“허나 근위군의 임무는 황실을 지키는 것 역시 중요…”
“아아아악!!”
“그만! 그만!!”
“보십시요.”
난 공계에게 시선을 유지한 채 손을 들어 근위군을 가리켰다.
“공 부시중께서 이리 나서시니 훈련에 지장이 생기잖습니까. 자꾸 이렇게 근위군에게 부담을 주실 겁니까?”
“윽…”
공계는 움찔하며 장합을 보았다.
자신이 내려가기 전까지는 훈련을 계속하지 않을 것이라는 장합의 태도를 눈치챈 그는 입술을 꾹 다문 채 말했다.
“잠시 휴식이라도 취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흠. 뭐 그러지요.”
기다리던 손님이 오셨으니 이야기를 해봐야겠지.
난 웃으며 가볍게 손을 들었고 장합은 마지막 구령을 외쳤다.
“다섯!!”
그와 동시에 근위군들은 비명을 내지르며 다리를 다시 원래대로 돌렸고 장합은 이를 드러내며 외쳤다.
“한심한 놈들! 고작 이정도밖에 못하나!! 쯧쯧… 일각동안 휴식!”
널부러져 있는 근위군을 내버려 둔 채 난 공계를 보았다.
이런 장면을 보는 것은 처음인지 그는 씩씩거리며 날 향해 말했다.
“도대체 이런 것이 무슨 도움이 된다고 이런 훈련을 하시는 것입니까?”
“신병훈련소에서는 충분한 도움이 됩니다만.”
“신병이요!? 저들은 신병이 아닙니다! 황실의 정예병이라구요!”
“정예병이라.”
“틀렸습니까?”
공계의 거친 외침을 받으며 난 피식 웃었다.
내 웃음에 공계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그리 웃으십니까?”
“하하… 뭐라고 해야하나. 저는 저들이 신병만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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