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87
원소의 정벌 당시 우리는 병력이 부족한 편이었다.
하북에서 밀고 내려오는 원소를 막기 위해서 병력의 충원, 그것도 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을 모으는 것은 필수적이었다.
지금 시대에서 병사라고 해봤자 군역의 의무를 져야 하는 일반 백성들에게 창 한자루 쥐어주고 전장에서 싸워라! 정도 밖에 불과했다.
그런 오합지졸을 가지고 원소와 싸운다?
가뜩이나 아까운 백성들을 사지로 몰고가는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동안 일개 군에 불과한 산양군에서 흑귀대와 백귀대라는 막강한 정예병을 만들어 낸 성과 때문에 조조는 나에게 복양성 인근에 신병훈련소의 설립을 명령했었다.
나도 허접한 병사들 데리고 갔다가 걔들 죽일 생각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그렇기에 신병훈련소를 만듬과 동시에 초급 지휘관양성소를 설립했고 나는 그때 열심히 머리를 굴려서 훈련 계획을 만들어냈었다.
과거를 떠올리니 감개무량하구만.
그때 신병훈련소를 통과한 놈들 중 대부분이 아직 생존해서 군역을 치루거나 고향에 돌아간 것을 생각하면 뿌듯하기 그지 없다.
내가 뿌듯해하는 동안 장합은 한숨을 내쉰 후 떨떠름히 말했다.
“육체훈련체조는 뭐랄까. 근위병들에게 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만. 그건…”
“저들의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수는게 우선이야.”
“괜찮으시겠습니까?”
“그 뒷일에 대해서는 이미 준비되어 있으니까 걱정하지마.”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장합은 손을 들어 올렸다.
그의 신호에 모여있던 흑귀대와 백귀대원들은 난감해했지만 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명령이었다.
장합의 명령에 그들이 자리로 가서 대기하고 있을 때 근위병들이 느릿느릿 연병장으로 걸어들어왔다.
참 잘 논다.
복귀 명령을 내린지가 언젠데 병영에 있던 내 부하들이 올 때까지 기어들어오지 않고 있다가 이제 오는거지?
난 그들을 한심하다는 눈으로 바라보았지만 근위군들은 전혀 미안해하는 기색따위는 없었다.
연병장으로 들어오며 단상 위에 서 있는 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몇몇 근위병들은 피식 웃으며 투덜거렸다.
“훈련 중에 이게 뭐하는 짓이야?”
“할 일도 많구만… 뭐 대단한 분 납셨다고.”
대놓고 반항하는 듯 보인다.
아니, 애초에 들으라고 하는 소리겠지.
내가 봉군도위직에 들어간다는 것에 근위군들의 불만이 크다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다.
핫하!
너희들이 계속 떠들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왕충을 믿는 건지, 아니면 자신들의 가문을 믿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진일과 장교들은 불만을 표시하는 그들에게 도열을 명했다.
그들의 명령을 들은 순간 근위병들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확실히 정예병이라고 할 만하네.
다만 명령체계가 개판이라 그렇지.
최고 사령관이라 할 수 있는 내 명령보다는 기존 근위군 장교들의 명령을 우선시 여기는 건가.
이런 것을 보고 오합지졸이라고 하는거지?
그런 오합지졸들을 갱생하여 정병으로 만드는 훈련법 따위는 이미 개발한지 오래다.
빠르게 그들을 준비시킨 진일은 단상 앞으로 걸어와 말했다.
“도위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음. 수고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무슨…?”
“너희 짐 싸.”
“…예?”
진일과 교위들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무덤덤히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은 오늘부로 퇴직이다. 근위군의 갑옷과 장비를 놓고 나가도록.”
내 말에 근위병들은 무척이나 놀란 표정으로 멍하니 서 있다가 흥분하며 외쳤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갑자기 이게 무슨!”
“아무리 봉군도위라고 하시더라도 이럴 수는 없습니다!”
이럴 수 없기는.
그들의 거친 항변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아니… 그렇게 말해도. 너희들 쓸모 없잖아.”
“저희가 왜 쓸모가 없습니까!”
교위 하나가 나서서 외치자 난 한숨을 내쉰 후 단상에서 내려가 지휘봉으로 그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그럼 너희를 도대체 어디에 써야하는데?”
“저희들은 한 황실을 수호함과 동시에 폐하를 지키는 이들입니다!”
“그래서?”
“저희의 임무는 한의 어떤 병사들도 할 수 없는 일. 그것을 생각한다면 저희가 쓸모없다고 말씀하실 수는 없으실 것입니다!”
말 잘했다.
솔직히 그 말하기를 기다렸거든.
난 그의 가슴을 강하게 찌른 후 피식 웃었다.
“한 황실을 수호함과 동시에 폐하를 지킨다라… 다 좋은데 말이지.”
내가 손을 들어 올린 순간 내 뒤에 서 있던 장합이 빠르게 나서며 그의 배를 걷어찼다.
그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을 구른 순간 하후상이 검을 뽑았다.
“백귀대! 흑귀대! 철갑보병대!! 무기를 뽑아라!!”
근위군이 병영에 쭐래쭐래 모여 도열하는 동안 포위를 위한 자리를 잡고 있었던 이들이 빠르게 무기를 뽑아 근위병들에게 겨눴다.
갑작스러운 그들의 행동에 놀란 근위병들은 당황하며 자신들의 무기를 잡았다.
하지만 근위병들이 들고 있는 무기는 그저 장창 정도에 불과했다.
창만으로 백귀대와 흑귀대, 그리고 철갑보병대를 어떻게 할 수는 없다.
거기에 이렇게 포위된 상황에서는 말이지.
아까 무장하고 오라는 말에 백귀대는 활과 북방군에서 얻어 온 강노까지 들고 왔다.
거기에 지금 데려 온 병사들은 북방에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은 정예 중의 정예.
장비에서부터 시작해서 사기까지.
근위군에 비하면 완전히 다르다.
당황하는 근위군을 비웃으며 내가 단상 위로 올라가자 진일은 당황스러운 얼굴로 외쳤다.
“도위님! 이게 무슨 짓이십니까!!”
“무슨 짓이라니. 황실은 이미 불타고 폐하께서는 사악한 역도에게 시해당하셨는데?”
내 말에 진일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는지 깨달은 것이다.
“그게 무슨…!!”
“너희들이 내 명령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느릿느릿 기어오는 동안 말이지.”
“…!”
이제는 진일 뿐만 아니라 다른 교위들의 표정까지 딱딱히 굳어버렸다.
아이 신나.
난 저런 표정 볼 때가 좋더라.
단상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 앉은 나는 지휘봉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어때? 이래도 너희들이 쓸모있는 이들이냐? 중무장한 이들이 황실에 들어오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저들이 병영에서 오는 동안 너희들은 절반이 넘는 놈들이 뭐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훈련을 하느라 바깥에 나가 있었지.”
“….”
“그리고 지휘관의 명령에도 느릿느릿 기어서 오고. 그 동안 황실은 불타고 폐하는 이미 시해되었다.”
“하지만 저들이 들어 올 수 있었던 것은 봉군도위님의 명령이 있었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응. 그런데?”
“근무자들은 봉군도위님을 믿고 저들을 통과시켜준 것입니다.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저들은 통과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저리 말할 줄도 알았다.
교위 중 하나가 다급히 외치자 난 웃었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폐하를 시해하려는 이들이 얼굴에 반역도라는 것을 써 붙이고 다닐 것이라 생각하나?”
“그, 그건…”
“황실 근위군이라는 것들이 황실에서 벗어나 훈련을 하질 않나. 근위군의 수장인 내가 불러도 느려터지게 기어오질 않나. 거기에 항명까지. 그런 너희들을 내가 왜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하냐?”
사실만 가지고 말하자.
교위들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자 난 지휘봉을 툭 쳤다.
“그러니까 너희들은 아무짝에 쓸모 없는 놈들이라는 거다.”
“이, 이건 봉군도위의 책략에 불과하잖소!”
“애초에 그 책략에 넘어간게 바보 아니냐? 전장에서 적이 책략을 썼다고 다시 하자고 할 생각이야?”
“…큭.”
“진일. 대답해보시지. 이번 훈련의 주관은 누구지?”
“그… 시중부의 왕 시중입니다만.”
“시중부의 명령을 따랐다라. 뭐 좋아. 야. 무기 치워.”
내 명령에 장합은 검을 내려 놓았다.
그와 동시에 다른 이들 모두가 무기를 내려 놓는다.
근위병들은 서로의 눈치를 살피다가 창을 내렸고 난 견일을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너희들 말대로 이번에는 기습이나 다름없었지. 좋아. 그럼 너희들이 얼마나 쓸모있는지 증명해줘야겠다.”
“…증명?”
“그래.”
내가 지휘봉을 강하게 휘두르자 교관들이 나섰다.
그들을 가리킨 나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복양성에 내가 만든 신병훈련소가 있는 것 쯤은 다들 알거다. 그곳의 훈련을 통과해내면 그나마 쓸모 있는 놈들이라고 생각해주지.”
“고작 신병훈련?”
“고작 신병훈련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아무것도 모르고 군역에 나온 일반 백성을 그나마 쓸모 있는 병사로 만들어주는 것이니까.”
내 말에 교위들의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
머리가 있으면 알거다.
내가 지금 근위군들 전체가 아무것도 모르고 군역에 나온 일반인 취급을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나름대로 근위병으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저들이다.
그런만큼 내 말이 무척이나 수치스럽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내 말에 항변하지는 않았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날 원망스러운 눈으로 노려 볼 뿐.
그래도 근성은 있는 것이 보기 좋다.
그 근성을 짓밟을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아진다.
“시작해.”
내 명령에 교관들이 나선다.
“모두 갑옷 벗어!! 너희들은 버러지다!! 너희 같은 버러지들에게 갑옷과 무기는 사치다!! 줄 똑바로 서!!”
“자, 잠깐!”
“항명이냐!”
몽둥이를 든 백귀대원은 당황하는 근위병을 걷어차고 그를 몽둥이로 후려갈겼다.
그것에 놀란 이들이 자신들의 무기를 들려는 순간 난 차분히 말했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구더기에 불과하다. 구더기가 반항하는 꼴. 나는 못봐. 한놈이라도 저항할 시 전원 항명죄를 적용하고 그에 따른 조치를 취하고 퇴역시켜버릴 것이다.”
“…..”
내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내 명령을 따르는 이들이 무기를 들었고 결국 근위군들은 자신들의 갑옷을 벗게 되었다.
갑옷을 벗은 그들이 정렬하자 병사들이 그들의 갑옷과 무기를 한곳에 치웠다.
약 오백쯤 되는 이들이 정렬한 것을 보던 나는 차분히 말했다.
“시작해.”
내 명령에 장합은 단상 위로 올라 온 후 외쳤다.
“에… 본 교관은 앞으로 여러분들을 훈련시킬 훈련소의 교관으로. 장합이라 한다.”
“….”
“지금부터 너희들은 훈련이 끝날 때까지 이름을 불리는 것을 허락받지 못한다. 알겠나?”
“….”
“대답이 없다!!”
“예에…”
맥빠진 그들의 대답에 장합은 미소지은 후 말했다.
“전원 엎드려.”
장합이 과거에 병사들을 키운 실적이 있어서 훈련소를 맡긴 적이 있었다.
늘 예의바르고 차분했던 장합이다.
그런 장합이 본격적으로 굴리기 시작하니 의외로 잘했다.
거기에 이유하의 기억 중 군대의 기억을 떠올려 유격훈련소의 말투와 방침까지 가르쳤더니 신병들에게 악명높은 교관이 되었었다.
그때의 모습을 여기서 다시 보는구나.
“으윽…!!”
수백의 남자들이 엎드려서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던 장합은 천천히 말했다.
“전원 일어서.”
“헉헉…”
힘들겠지.
비록 한 식경 정도라지만 계속 엎드려 있는 것만으로도 꽤나 고생이 될테니까.
힘들어하는 그들을 향해 장합은 천천히 말했다.
“본 교관은!!”
“….”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하고자 하는 의욕! 그리고 목소리!!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적의 기선을 제압할 수 있다!! 본 교관이 원하는 것은 그것 두가지 뿐이다! 알겠나!?”
“예!!”
역시 말 안듣는 놈들은 굴리는 게 제맛이지.
흙먼지로 가득 차 있는 연병장에서 한시간동안 엎드려 있던 이들이 크게 외치자 장합은 단상 위로 올라간 후 말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육체를 훌륭한 군인으로 만들기 위한 기본 체조를 전수하겠다!! 숙련된 조교! 위치로!”
“위치로!!”
시작하는구나.
난 흐뭇하게 웃으며 그들을 지켜보았다.
땀과 먼지로 더럽혀져 있는 근위군들은 저게 뭐하는 짓인가 싶을거다.
내가 있는 단상으로 올라 온 백귀대 장교는 빠르게 갑옷을 벗은 후 말했다.
“지금부터! 육체훈련체조를 가르치겠다! 육체훈련체조의 모든 동작은 총 열 여섯가지로 각 동작마다 구분동작이 있다!”
“….”
벙찐 표정의 근위군들을 향해 난 웃으며 중얼거렸다.
농사일로 단련된 놈들도.
실제로 마을에서 힘 꽤나 쓰던 놈들도.
하다못해 실제 군문에서 훈련을 받던 놈들도.
여기에서 지옥을 맛봤다고 했었으니까.
신병훈련소와 지휘관 양성소에서의 경험을 충분히 살려 숙련된 교관들이 되어 있는 이들은 근위군들을 지켜보았다.
애초에 나에게 대항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들에 대한 호감이 거의 없다시피한 이들이다.
일반 신병들 굴릴 때보다 더 잘 굴리겠군.
“첫번째 동작은 높이뛰기다!”
육체훈련체조의 첫번째 동작.
난 교관이 높이뛰기의 자세를 가르치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이제부터 지옥이 열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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