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694
적당히 훈련을 구경하다가 시중부로 향했다.
시중부에 도착하자 하급 낭관들이 나에게 인사를 하는 것이 보인다.
다들 나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훌륭하군.
그들의 인사를 대충 받으며 안으로 들어간 나는 집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서복에게 물었다.
“별 일 있냐?”
“별 일이라기 보다는 확인할 것들이 있지.”
정리한 죽간이 올려져 있는 탁자를 쓱 가리킨 서복이 무덤덤히 말하자 난 탁자로 향했다.
많기도 해라.
차분히 죽간을 살피던 나는 피식 웃었다.
“황족의 명의로 되어 있던 몇몇 토지가 실제는 시중부에서 관리하던 토지였나?”
“그렇다기보다는 황족들의 재산이 몰수당할 때 몇 놈들이 자신의 재산 중 일부를 시중부로 넘긴 것이라고 보는게 좋을거야.”
어쩐지 소출이 좋은 땅 중 몇몇이 애매하게 주인이 바뀌어져 있더니만.
그게 이래서였구만?
뒷주머니 차는 실력은 정말 무시 못하겠군.
나는 혀를 내두르며 다른 문건들을 살폈다.
그 외에도 이래저래 시중부에서 황실을 위해 자금을 모아 놓았다는 흔적들이 보였다.
“그리고 이건 상서부에서 보낸거다.”
“흐음…”
황실의 제사와 관련되어 각 관련된 기관에서의 업무처리 문제였다.
황실에서 제사를 지내는 것은 꽤 중요한 일이다.
그런만큼 상서부와 다른 부서들도 그 제사의 기간에 맞춰서 참석과 함께 업무처리를 해야 하니 제사 날짜를 정확히 잡아달라는 요청이 있었다.
“규정대로 해.”
“규정대로 하면 장군부에서 피해를 볼텐데? 이때 거기장군의 훈련이 예정되어 있다고.”
“어쩔 수 없어. 지금은 규정을 따르는 수 밖에.”
“그렇다면야.”
시중부에서 자신들에게 협력하는 부에 맞추어 제사 날짜를 바꿨던 기록을 확인했다.
날짜를 계산해보면 분명히 제사를 지내야 하는 날이 맞음에도 불구하고 제사를 지내지 않고 다른 날 보낸다.
대체적으로 황제의 몸 상태 때문이 주 이유였다.
“시중부에서 어의도 관리하다보니 이런 수작질도 가능한 거였군.”
죽간을 덮어 옆에 내려 놓은 내가 다른 죽간을 펼치려고 할 때 서복은 확인하던 죽간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흐음…”
“뭐냐?”
“아니. 장부를 보고 있는데 이, 삼개월에 한번씩 거금이 기부된단 말이지. 도대체 이게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를 모르겠어.”
“황족들이 보냈던 것 아니야?”
“황족들이 보내는 자금에 대한 것은 이미 정리가 되었어. 꽤 오래 전부터 들어오던 것 같아. 대충 시간을 보면… 동승의 반란 전후라고 볼 수 있겠네. 그리고 황족들이 힘을 잃은 이후에도 계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허. 진짜?”
그렇게 오래 전부터?
그럼 그게 얼마야?
그럴 돈 있으면 나나 주지.
철갑기병들에게 줄 철갑과 마갑이나 더 만들게.
내가 투덜거리자 서복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단순하게 거부라고 보기는 좀 어렵구만.”
“얼마나 되는데 그래?”
“삼천냥.”
“…응?”
“금 삼천냥. 그게 두, 세달에 한번씩 꼬박꼬박 주어지고 있어. 물론 전체 기준으로 본다면 많은 양은 아니지만 황실에만 쓰이는 돈이라고 보면 결코 적은 양은 아니야.”
와…
두, 세달에 삼천냥이라니.
그걸 황실에 쏟아붓는 미친놈이 있을 줄은 몰랐다.
“누굴까?”
“글쎄? 가 사형이 얘기한 것이 이것이었나보군. 나에게 좀 더 확인을 해달라고 하고 나갔는데 말야.”
“아. 그래? 가 사형은 어디가셨냐?”
“교사원에.”
느긋하게 말한 서복은 자신의 문서를 옆으로 치웠다.
흔적을 발견했으니 되었다.
그 자금의 흐름을 추적하는 일이 만만치 않겠지만 어떻게든 되겠지.
그럼 나는 내 일을 해볼까?
“저… 임시 시중 나으리.”
문이 열리며 선이 얇고 짙은 눈썹이 살짝 처져 기가 약해보이는 미녀가 들어왔다.
시중부에 소속되어 있는 궁녀 중 가장 오랜기간 일했다던 궁녀다.
지금 황궁 내에서 가장 두려운 인물을 뽑으라면 그건 아마 나일 것이다.
당장 황제마저도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억류하는데다가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인 조조도 나를 어찌하지 못하는 상황이니까.
내 말 한마디로 궁녀고 귀인이고 다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것 때문인지 다들 몸과 말을 조심하고 있었다.
벌벌 떨던 그녀는 내 시선에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저… 저어…”
“죄 지은 거라도 있어? 뭘 그리 겁을 내는거냐?”
황실의 궁녀는 황제의 눈에 띄고, 또 그의 성은을 받으면 귀인으로 신분이 상승한다.
거기에 회임이라도 한다면 당장 황족이 되는 것이고.
하지만 나는 황족도 쳐낸 사람이다.
그러니 궁녀들이 내 앞에서 꼼짝도 못하지.
시중부의 기록에 따르면 궁녀들 중 몇몇은 관리들도 우습게 본다고 하던데.
안그래도 겁대가리 없이 내 명령을 거부하거나 심문에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던 궁녀와 귀인들이 있었다.
그리고 난 골치아프게 그들을 설득하거나 포섭하는 대신 그냥 교사원으로 보냈고.
교사원에서 아주 재밌는 경험들을 할거다.
“사, 사, 사, 상…”
“상 뭐.”
“히익.”
“울겠다.”
서복이 핀잔을 주자 궁녀는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맺었다.
울든 말든.
내 마누라도 아닌데.
서복이 쓰게 웃으며 말했지만 나는 어깨만 으쓱일 뿐 태도를 바꾸지는 않았다.
“상서부에서… 시, 시중 나, 나으리를 뵙, 뵙고 싶다고.”
“상서부의 누가?”
“자, 자, 장… 장 낭중이…”
“들어오라고 해라. 그리고 넌 저기 좀 앉아. 얘기 좀 하자.”
“예에!?”
궁녀는 기겁했다.
하지만 알바냐.
내 명령에 어찌할 바를 몰라하던 궁녀는 바들바들 떨며 구석에 앉았다.
그녀가 앉자 난 맞은 편에 앉은 후 물었다.
“알지? 다른 궁녀들이나 귀인들이 헛짓거리 했다가 어떻게 됐는지.”
“예에…”
황제, 혹은 집안만 믿고 개기던 몇몇 귀인과 궁녀가 병사들에게 잡혀 끌려가던 것은 이미 소문나 있었다.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그녀를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우리 피곤하게 헛소리는 하지 말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자고.”
“예에…”
“나 나쁜 사람 아니야. 내가 아무나 막 목을 치고 그러는 줄 알았나보지?”
처음은 부드럽게.
입가에 웃음을 띄우며 말하자 서복은 피식 비웃었다.
“아무나 치잖아.”
“히익…”
“아무나 치긴. 죄 지은 년놈들만 쳐내거든?”
이거 진짜 나쁜 사람이 된 기분이군.
그래도 해야한다.
난 궁녀를 마주하며 물었다.
“시중부에 들어왔던 인물들 중에 부자가 있나?”
“부, 부자라면…”
“근위군이 지금까지 개판으로 일해서 출입자의 명단을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더라고. 그런만큼 어느정도는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야 할 것 같아서 말이지.”
“저, 저는,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모를리가 있나.
당황하며 내 시선을 피하는 그녀를 향해 난 웃었다.
“모르는지 아닌지는 교사원에 들어가면 잘 나올텐데…”
난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내 손톱을 다듬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궁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갔지만 나는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저게 연기인지 누가 아냐?
예전에 청주를 공략할 때 기녀로 위장했었던 암살자들을 생각한다면 쉽게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자꾸 나만 보면 이렇게 두려워하는 것을 보니 뭔가 켕기는게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히익… 저, 저는 아무것도…”
앵무새처럼 똑같은 말을 반복하려는 그녀의 모습에 난 단검을 들어 탁자에 내리 꽂았다.
쿵.
탁자가 울린다.
그와 동시에 궁녀의 몸이 크게 떨렸다.
하얗게 질려 있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난 천천히 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지. 당신은 이곳 시중부에서 꽤나 일한 궁녀잖아. 그런데 모른다?”
“그, 그건…”
“그렇다면 그것만으로도 문제가 되지. 시중부에 소속된 궁녀면서 이곳에 들어왔던 이들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은 말이야.”
“그…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아니고…”
“얘기를 번복하네? 진짜 교사원 지하에 방 하나 마련해줄까? 응?”
“흑…흑흑…”
내가 협박에 가까운 심문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서복은 잘 알고 있었지만 그는 본척도 하지 않았다.
그저 힐끔 우리를 보고 묵묵히 자신의 업무만 계속 할 뿐.
말려 줄 사람이 없다는 것에 그녀는 더더욱 두려워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조금만 더 하면 뭔가 하나쯤은 건질 수 있을 것 같네.
아니면 다른 궁녀들을 심문해야지.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천천히 그녀의 뒤로 걸어갔다.
내가 가까이 다가가자 궁녀의 몸이 움츠려들었다.
난 그녀의 뒤에서 귓가에 입을 가져간 뒤 작게 속삭였다.
“잘 생각해봐. 뭔가 있을거야.”
“으… 주, 주 사령의 조카가…”
주 사령의 조카는 나도 안다.
올해로 나이가 열두어살 정도 된다지?
물론 어린 놈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지만 그에 대한 조사는 이미 끝난 상태였다.
근위군의 출입기록에 없을 뿐이지 시중부에 있는 다른 기록들에는 이름이 드러나 있는 인물이다.
그리고 우리가 찾는 이는 그런 이가 아니다.
“말고.”
“저, 정말… 정말 모릅니다… 몰라…”
“복아! 교사원에 자리 하나 더 만들어야겠다.”
“나으리! 나으리! 진짜 모릅니다! 나으리!!”
거의 내 바짓자락을 잡을 정도로 그녀는 필사적으로 외쳤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난 웃어보였다.
“없는 말 지어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좀 성의를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몰라. 다른 궁녀들을 그럭저럭 얘기하던데 시중부에서 오랫동안 일했던 궁녀가 오히려 모른다니. 참 충성심도 대단해. 그 충성심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말야.”
“힉…”
“교사원에 자리 다 찼다. 정북부로 보내. 이름이… 가연이었나? 가 사규의 딸… 이거 궁녀로 딸을 보내놓고 결국 반역으로 가문이 멸문 당하겠군.”
우리 쪽을 보지도 않은 채 서복은 붓과 빈 죽간을 들었다.
그가 징계 명령서를 적으려는 것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던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내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으리!! 나으리! 제발 한번만 살려주세요! 제발!”
싹싹 비는 것을 보니 뭔가 좀 신선하다.
지금까지 꾸준히 개기는 것들만 만나서 그런가?
하지만 신선한 것일 뿐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생각은 없다.
“그럼 다른 궁녀를 불러서 심문해보자. 야! 밖에 누구…”
“그!”
“호오?”
“예, 예전! 동승이!”
동승?
동승 얘기가 왜 또 여기서 나와?
그녀는 머뭇거리다가 입을 다물었다.
장난하나 지금.
사람 궁금하게 하고 이게 뭐야?
“동승이 뭐.”
“그게… 그… 예, 예전에 한 사람을 데리고 들어 온 적이 있습니다.”
필사적으로 기억을 쥐어짜내려는 듯 그녀는 눈을 질끔 감고 더듬거렸다.
동승이라.
지금까지 심문했을 때 이런 말을 꺼냈던 궁녀나 하인은 없었던 것 같은데.
“그게 누군데?”
“그… 이름은 괴월이라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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